한 줄 감상: 추천하기에는 계륵.




아침에 일찌감치 나가, 교보문고에 가서 MOE 2015년 1월호를 수령하고 바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갔습니다. 목적은 위에 보이는 전시회, '파리, 일상의 유혹'을 관람하는 것이었지요. 2014년 12월 13일부터 시작해 3월 29일이었나, 하여간 3월 말까지 진행합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관람은 전시 첫 날, 아침, 개장하자마자였습니다.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소장품은 이번이 첫 내한이랍니다. 이전에는 안 왔던 것이고 게다가 프랑스잖아요. 주요 소장품도 딱 18세기 전후의 것이 왔습니다. 예술품에 대한 조예는 지극히 낮아 이것이 로코코인지 바로크인지에 대해서도 헷갈리는 편입니다. 하하하하. 역사적으로는 알지만 그것이 어떤 장식이냐라고 묻는다면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정도로만 기억한다 답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베르사유 궁전과 트리아농 궁인가? =ㅁ=

하여간 전시품은 촬영금지를 제외하고는 다 촬영이 가능합니다. 얼핏 듣고 들어가서 확실하진 않은데, 가운데에 각 공간을 재현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가능하다는 것 같습니다. 벽쪽에 붙어 있는 전시품은 촬영 금지가 없었어요. 덕분에 신나게 찍다가 60%쯤 보았을 때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덕분에 후반부는 사진을 못 찍었네요. 그래도 찍고 싶었던 대부분은 다 찍었습니다. 후반에서 찍고 싶었으나 찍지 못한 것은 서재 관련 용품 몇 가지와, 침실에 놓여 있었다는 인형용 의자, 장식장 뿐입니다.


찍어 놓은 사진 전체를 올릴까 하다가 일부만 올립니다. 가서 직접 보시어요. 물론 이건 전시를 추천하는 셈이 되긴 합니다만.... 서두에서 말했듯이 계륵입니다. 추천하기 참 애매해요. 전시실이 3개 있다고 해서 꽤 전시가 크겠구나 했는데, 1-2 전시실은 공간을 터서 전시했습니다. 큰 공간 하나인데 그게 전부네요. 게다가 밖에 나와 도록을 보니 못본 전시품이 있는데, 제가 놓친 것인지 헷갈리더군요. 하기야 그림 류는 대강 보고 지나쳤으니 넘어갔을 가능성도...;
(가운데 각 방을 재현한 부분은 가구를 중심으로 보고 벽면은 자세히 안 봤습니다. 하하;)




오른쪽의 물레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탁상에서 물레 돌려 뭐해?(...) 게다가 금도금에 상아를 썼답니다. 하하하하하.
오른쪽은 달력과 책이랍니다. 게다가...




저거 다 수놓은 겁니다.ㄱ-; 가운데는 농담까지 표현했는데, 다 십자수고요.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세로가 12cm 남짓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당히 작아요.; 근데 그런 책에 저런 수를 놓았단 말이지.=ㅁ=




앞쪽에 보이는 것은 고데기입니다. 그리고 맨 왼쪽의 스탠드는... 는......... 가발걸이. 가발걸이에 참으로 공을 많이 들였군요. 하기야 그 당시는 가발이 필수품이었으니 저런 것도 있을 법 하긴 합니다.




손잡이를 보고 낙싯대? 그러기에는 이상한데? 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고 알았습니다. 딸랑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매달려 있는 것이 다 은방울입니다.




화장품상자와 향수병상자와 그 옆은 ... ... .. 애교점 보관함.




이쪽은 판화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판화작품은 거의 도서관 소장이더군요. 여러 역사서 등에서 자주 본 그런 종류의 그림인데, 게다가 직접적으로 벗은 모습이 등장한 것도 아닌데 상당히 야하게 느껴집니다. 여자들이 특히 요염해요.(...) 하여간 아침 식사 장면이라든지, 저녁 식사 장면이라든지를 보입니다. 아침 기상과 관련된 그림이 여럿 있는데 왜 여자의 침실에 남자가 들어와서 턱지키고 있는 겁니까. 하하하하하. (거기까지)

그러고 보면 무용 선생님도 남자, 디자이너도 남자입니다. 여자들이 사회생활하는 시기는 아니었겠지요.




이런 스케치는 도서관이 아니라 박물관 소장품입니다. 서사재료가 펜이 아니라 붓이더군요. 정말?;
하여간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스케치가 익숙하다 했는데, 떠올랐습니다. 모리 여사. 음... 모리여사가 스케치 하는 영상에서 익히 보았던 잉여력이 여기서 발휘됩니다.

무서운 것은 실제 숟가락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런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아, 이 넘치는 자금과 장인정신이라니.




이런 판넬도 다른 전시회에서 종종 보았지요.




왼쪽이 쌍안경이 달린 지팡이라는데, 아무리봐도 망원경 같은 걸요? =ㅁ=
모양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석류는 이것만 있었습니다. 맨 왼쪽은 양면 카메오 브로치라 하고 나머지는 머리장식과 머리핀입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전시품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쓸 수 있을 실용적인 제품이더군요.
오른쪽에 나와 있는 것들도 원래는 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겁니다. 공간이 비어 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컵이 깨질까봐 두 개를 겹칠 때 그 안에 천을 덧댔습니다. 그것도 그냥 손수건이 아니라 원통형 같은 것을 댔더군요. 그리고 왼쪽 편의 공간은 컵받침입니다. 컵 자체가 손잡이가 없는 찻잔인데 저렇게 받침접시를 쓰더군요. 그러면 마실 때도 별 문제가 없겠지요. 그렇게 꺼내 놓은 사진은 바로 위의 사진 오른편에 있습니다. 컵도 살짝 꽃 모양이고요.

그야말로 취향 직격.. 하하하하하하.;ㅂ; 컵 여섯 개와 접시 여섯 개. 6인용 포트. 그래서 6인용 티세트입니다. 참 좋습니다. 투명 병에는 홍차에 탈 브랜디를 조금 준비하면 좋겠지요.(...)


여기부터 사진을 못 찍었는데, 서재에 있는 펜꽂이나 서류 가방, 수첩 같은 것도 멋지더군요. 수첩은 금박을 보고 그걸 찍기 위해 고생했을 장인을 위해 잠시 ... ... ...



가운데 부분의 생활 공간 재현도 꽤 재미있습니다. 남성용 침실 가운이 있던데 얼핏 보기에는 커튼을 입은 것 같습니다. 감이 두꺼워 보이고 장식도 화려한 것이,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그건 19세기 취향이고 여긴 18세기죠. 게다가 모자까지 하면 예전에 그림책 삽화에서 보았던 나이트캡과 발목까지 오는 셔츠 잠옷과 같은 조합이 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호첸플로츠의 친구로 물에 빠져 사망한 감자홀릭 모 마법사 아저씨의 복장 같습니다.

중국인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개의 연작 그림이 있던데 보고 웃었습니다. 쌍거풀이 아주 짙게 졌고 눈이 크고 아름답습니다. 딱 순정만화 풍 눈이네요. 그런데 중국인이라니, 분위기가 안 맞아요.


태피스트리도 조금 와 있긴 했지만 딱 취향은 아니었고요. 사계절을 표현한 부조도 왔는데 고전풍으로 멋지게 뽑아냈던걸요. 크기가 커서 집에 걸 수 없다는 것이 흠입니다.

그 당시의 여성 복식도 세 점인가 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방 꾸민 곳에 들어 있더랍니다. 보고는 당황한게, 굉장히 작아요. 그러니까 키가 150cm 남짓? 아이가 입는 곳을 들고 온 건 아니고, 그 당시의 키가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남성용 나이트가운도 작았지요.


오를레앙 공작부인이 썼다는 침대도 왔는데, 높이가 1m 남짓인데다 폭은 싱글보다도 좁은 것 같고, 길이도 짧아 보입니다. 물론 배치의 문제일 것 같긴 한데, 일본 비즈니스호텔 싱글룸의 침대 수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높이는 더 높으니 굴러 떨어지면 다치기 쉽겠더군요. 이불이 포켓형이려나요.



여기까지가 2관이고, 3관은 밖으로 나와서 들어가야합니다.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은 안되고요. 3관에 들어갈 때는 티켓을 다시 보여주고, 뒷면에 3이라는 숫자를 기재한 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긴 한국 예술가들의 협업 작품이 있는데 구입이 가능하다더군요. 사고 싶은 작품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그나마 달항아리에 고사리 무늬를 넣은 것이 제 취향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유머로 치자면 신윤복의 그림에다 18세기 프랑스 여인네를 섞은 그림이 있던데, 그 정도?




전시품에는 만족했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고요. 다만 1관과 2관이 통합된 것을 모르고 전시품이 더 있겠거니 생각했다가 배신 당한 느낌이었던 것과, 전시 공간이 넓지만 입구에서 2시 방향과 5시 방향에 정원 비슷한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시공간은 또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전시의 가격이 1만 3천원입니다.
저는 사전 예매로 30% 할인을 해서 보았습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때도 관람일 지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강추위를 무릎쓰고 나갔다 온건데 보람은 있었습니다. 9천 얼마로 전시를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1만 3천원이라 하면 음... 조금 망설여지긴 합니다. 저 티세트 상자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음.....;
그러니 나오기 직전까지는 '이 정도면 국중박의 기획전에 비견될만하네'라고 생각했다가 그 관이 전부인 걸 알고는 예상보다 전시품이 적었다며 투덜댔지요. 돌이켜 생각하면 뭐.... 예술의 전당 전시 치고는 드물게 만족한 전시이긴 합니다.



오늘부터 전시회 시작이어 그런지 아주 한산한 가운데 관람했습니다. 오늘 강추위로 사람들이 안 나온 것도 조용했던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을지. 그러니 가능하면 개장 시간 맞춰 보세요. 개장 시간이 11시로 어중간하긴 하지만 사람 많을 때 보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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