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킹스 스피치를 예약한 것은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영화를 보러 간다, 안간다를 두고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약한 것이 잘한 일이었습니다. 왜냐면.................
모종의 이유로 아침 식사로 만들었던 모리나가 핫케이크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말차 우유 한 잔 마시고 그대로 뛰쳐나갔거든요. 그리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오늘 점심 식사로 그대로 겪었습니다. -_-; 자세한 것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말을 물가로 끌고 간다 한들 물을 먹일 순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 이상은 노코멘트.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서 영화 시작 30분 전에 영화관에 왔는데, 문제는 이 시간이 일요일 아침이라는 겁니다. 근처의 커피체인점의 개점시간은 9시입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aTSP의 맛없는 커피를 마실 생각은 없었고요. 어쩔까 하다가 포기하고는 그냥 들고 나온 노트북을 붙잡고 놀았습니다.'ㅅ'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영화를 볼 당시 감정선 기복이 심했다는 걸 사전에 말해두려고요. -ㅁ-; 그래야 이 영화보다가 울었다고 해도................(...)


1. 넵.; 울었습니다. 어디서 울었는지는 저도 잊었지만 아마도 왕이 되고 나서의 부분이었을 겁니다. 그 때 혼자 업무 처리하면서 고뇌하다가 펑펑 울고, 거기에 아내(엘리자베스 왕비 = 헬레나 본햄 카터)가 살며시 껴안아 주는 장면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았지요. 글 쓰는 지금에 와서는 저것도 커플염장이라고 투덜거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좀 두서 없는 감상기이긴 한데, 어차피 많은 분들이 내용 설명을 하셨고 저도 기억에 남는 몇몇 부분을 겹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 영화를 보기 전에 조지 6세의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봤습니다. 아마 처음에 느꼈던 괴리감은 그래서였을 겁니다. 조지 6세는 대체적으로 길죽길죽한, 그러니까 호리호리하고 얼굴도 계란형이었는데 콜린 퍼스는 풍채가 있으면서 사각턱입니다. 그리고 형인 에드워드 8세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지요. 원래 이 시나리오가 조지 6세역으로 폴 베타니를 염두에 두었다고 했는데 누군가 하고 찾아봤더니 실제 조지 6세와는 이쪽이 더 이미지가 잘 맞습니다.
그러나 이미지가 잘 맞는다 아니다는 영화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사라집니다. 그 때쯤 되면 이미 콜린 퍼스가 버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헬레나 본햄 카터가 그렇게 우아하고 귀족적이고 멋진 여왕님인줄 몰랐습니다. 영화 감상 경력이 미천한 제게 헬레나님은 이름의 포스 + 팀 버튼(망나니?;;..)의 아내 + 마녀 같은 분위기로 기억되고 있었거든요. 한데 그 이전에 참여한 영화들을 보니 정통 귀족아가씨 분위기입니다. 으허허;

라이오넬 역의 제프리 러쉬도 제게는 호감형 얼굴이 아니었고 다른 두 사람-왕족 + 귀족 커플에게 외모 파워로 밀리고 있었으니 처음엔 그저 그렇게 봤는데, 밀고 당기는 것도 상당히 능숙한데다가 포스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참 빛을 발했습니다. 무엇보다 라이오넬과 버티가 공원에서 대판 싸우고 나서, 라이오넬이 아내와 대화하는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아내가 느긋하게 앉아 질문을 하고 거기에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며 대답하는 라이오넬. 근데 그 대화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르고 있더란 말입니다.

아, 폴 베타니가 아니라 콜린 퍼스로 배우가 바뀌면서 생긴 문제점. 아무리 미혼 vs 기혼이라지만 형이 동생보다 너무 어려보입니다. 실제 형-에드워드 8세는 42세였고 동생은 그보다 어렸습니다. 하지만 배우 기용의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ㅁ-


3. Queen Elizabeth's'가 영화를 반대한 이유도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갑니다. 조지 6세가 영화속에서 굉장히 가련하게, 아프게 비춰지고 있거든요. 남편이 고생한 것이 아직도 생생할 모후가 반대한 것도 당연하고, 영화속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1*년간 아버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을 딸도 그런 것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가 영화를 보고 칭찬했다고 하면 그 이유가 몇 가지 있을텐데, ① 어렸을 때의 자기 모습을 한 아역배우들이 참 예뻤다(...), ② 에드워드 8세의 철없음도 그렇지만 심프슨 부인이 안 예쁘게 그려졌다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대로 믿으시면 안되죠.;

심프슨 부인은 실제 그 때의 모습보다 안 예쁘게 등장합니다. 아주 솔직한 감상을 적자면 퇴물 마담.(...) 실제 사진을 보면 그보다는 이마의 주름이 덜하고 전체적으로 더 젊어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이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의 패션 센스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요. 윈저공(퇴위한 에드워드 8세)의 패션센스는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함이었다는데, 실제로는 동생과 같이 서 있으면 꽤 작아보였답니다. 위키백과를 보니 동생 키가 175. 에드워드 8세는 168. 음... G랑 키가 같다면 음..... 게다가 영국인 남자잖아? 음.....;


4. BL코드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만약 엘리자베스 왕비가 없었다면 더했을 겁니다. 양쪽에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내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특히 맨 마지막 지휘 장면은 보다가 헐....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던데요. 이거 왠지 회지가 나오려나 싶기도 하고...-_-; (안 나왔으면 좋겠지만. 이 둘은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5.. 영국의 풍광. 그 때문에라도 DVD가 사고 싶더랍니다. 게다가 수트, 수트, 수트! 요즘이야 정식 파티 등에서도 정장을 갖춰 입을 때는 양복-위 아래 수트에 넥타이로 입고 나가도 크게 결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 때의 정장은 프록코트(모닝코트?)에 흰 타이. 으아아아;ㅂ; 취향 작렬! 게다가 영국이잖아요! 시오노 할머니 말마따나 양복의 본가 아닙니까. 갑자기 시오노 할머니의 모 수필에 등장하는 영국 vs 이탈리아의 양복 대결(결혼식) 이야기가 떠올랐을뿐이고. 크흐흐. 특히 주인공인 콜린 퍼스는 꽤 통통해 보이는데 양복을 입었을 때의 느낌이 장난 아니더군요. 수트, 코트를 입었을 때 보면 정말 ..... (이하 생략)
아, 그리고 런던의 안개는 정말 대단하군요. 카프카가 떠올랐습니다. 근데 어떤 카프카일까요?


6. 리뷰를 보니 처칠의 역할에 대해서 말이 많던데, 그런 것치고 처칠은 많이 등장하지 않던걸요.-ㅁ- 하기야 마지막의 위로(..)는 조금 큰 역할이었는지도 모르지만...


7. 하지만 2시간의 상영시간은 조금 버거웠습니다. 이젠 인내심이 짧아져서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영화보다말고 지루하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DVD를 좋아하는 건 보다 말고 내가 뚝 끊을 수 있어 그렇지요.


8. DVD에 제작기 담으면서 영화의상부분만 따로 빼주신다면 바랄게 없지요.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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