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모님이 트위터에서 영국 왕실의 티아라를 언급하면서 그곳의 장식 루비를 이야기함.

전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영국 왕실의 가장 유명한 빨강 보석 달린 왕관은 루비가 아니라 스피넬이었다고 읽었음.

절정: 재차 확인하니 왕관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이 그 스피넬 달린 왕관인지 모르겠다.

결말: 영국왕실의 보석관(jewel house)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결말이 용두사미지만 정말로 그렇습니다.-ㅁ-;


어디서 스피넬 이야기를 봤냐 물으신다면, 초등학교 시절의 도감에서 봤습니다. 그간 루비인 줄 알았던 영국 왕관에 달린 빨간 보석이, 나중에 정밀 조사를 통해 스피넬로 정정되었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래서 영국 왕관의 빨강 보석은 스피넬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했는데 모두 그런 건 아닌 모양입니다. 위의 사진은 대관식에서 사용하는 St. Edwards Crown입니다. 화려하기로는 다른 왕관들이 더 하지만 이건 연도가 무려 1661년. 1649년에 올리버 크롬웰이 녹여버린 왕관을 대신해 대관식용으로 찰스 2세가 새로 만든 거라 합니다.(링크)


출처는 영국의 Royal Collection Trust 홈페이지. 거기서도 jewel house 태그로 모인 소장품들을 골라 봤습니다.






대관식 때 사용하는 물품들로 보이는데 보기만 해도 무겁군요. 그렇군. 워스파이트가 들고 있는 것도 맨 오른 쪽의 구일겁니다.-ㅁ- 아차. 아래 다른 왕관 이야기 적다가 깨달았지만 가장 앞에 보이는 왕홀에도 칼리난이 있군요.





빨간 보석이 메인으로 들어간 왕관을 찾아보니 Imperial Crown of India가 있습니다.(링크) 이름 한 번 참. 여기에는 스피넬이 아니라 오로지 루비만 들어갔습니다. 은, 금,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저 옆에 보이는 백합 문양-fleurs-de-lis 가운데는 에메랄드.


보석 다양하게 쓰기로는 대관식용인 성 에드워드 왕관이 우세(?)하지만 이쪽은 사용한 보석의 크기가 무섭지요.







하지만 무서운 보석으로 말하자면 이것, The Queen Elizabeth The Queen Mother's Crown이 있습니다. 1937년에 엘리자베스 왕비를 위해 만들었고, 이후에 엘리자베스 2세가 대관식할 때도 썼답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것이 이것.




이쪽은 Queen Mary's Crown입니다.(링크) 조지 5세의 대관식 당시에 제작한 것으로 연도는 1911.

밴드에 붙은 다이아몬드가 컬리난 IV(Cullinan IV)의 레플리카고 그 위에 붙은 큰 것이 코이누르(Koh-i-Nûr)의 레플리카 랍니다.원래는 컬리난 3, 4, 코이누르 모두 있었는데 이후 코이누르는 위의 엘리자베스 왕비 왕관에 사용하고 컬리난은 브로치로 제작했다는군요. 자세한 정보는 위의 링크로 들어가서 보시면 됩니다.






조지 6세의 대관식 때는 위의 모습으로 착용했지만 그 전에 나갈 때는 윗 부분을 떼고 서클렛 형태로 착용했다는군요. 확실히 이쪽도 멋집니다. 장식 자체가.... 게다가 다이아몬드니.... 물론 지금이야 레플리카라고는 하지만 말이죠.



하여간 신나게 보석 구경했다는 것이 최종 결론입니다.

번역이 이상하다.

버섯항목에서 시타키(Shiitake)라 적은 건 영어식 발음이라 그렇다 치자. 항목 맨 뒤에는 해당 채소를 사용한 요리법이 있는데 버섯 수프가 나왔다. 만드는 법을 적어본다.

1.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버터 50g을 녹인다. 샬롯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살짝 튀긴다. 마늘을 넣고 1분간 더 익힌다.
2, 1번에 버섯을 넣어 골고루 묻도록 잘 젓는다.
3. 닭 육수를 2번에 넣고 간을 맞추고 뚜껑을 덮은 후 버섯이 익을 때까지 약 10-15분간 부글부글 끓인다.
4. 다른 냄비에는 나머지 버터를 넣고 녹인 후 밀가루를 넣어서 루(roux, 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가 될 때까지 휘젓는다.
5. 2분간 익히고 불에서 내린다. 믹서에 루와 3번을 넣어서 섞는다.
6. 간장을 5번에 넣고 간을 해서 크림과 같이 내놓는다.

...
뭔가 이상해.
아무리 봐도 이상해.
저거, 4번을 믹서에 넣고 간 다음에 루를 넣거나, 루를 넣고 걸죽해지게 만들어 먹지 않나? 게다가 초창기에는 간도 전혀 안해. 약간의 소금이라도 넣어야 하지 않아?
확인했더니 저자가 영국 사람이다. 하하하하하.

양파 품종을 언급하는데 더 켈새란다. The Kelsae인데, 더는 빼도 좋지 않나. 아니, 영문으로만 그리 하고 켈새라고 적어도 되잖아. 아니면 혹시 켈사이라거나? 그리고 Sturon이 서투론인 것은 u를 뺀 것인가, 스투론을 잘못 적은 것인가. 양파꽃이 관상용으로도 좋다니 음...;...
그리고 양파항목에서는 양파 머핀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1. 오븐을 예열한다.(220℃). 양파를 데쳐서 믹서에 넣어 곱게 만들어 250g의 퓨레가 되게 한다.
2. 버터, 계란, 설탕을 휘저어 섞은 후 1번의 양파 퓨레에 섞는다.
3. 나머지 재료들을 하나씩 넣어가며 완전히 섞는다. 머핀 그릇에 재료를 넣고 20분간 굽거나 가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따뜻할 때 내놓는다.

저기 등장하는 나머지 재료는 재료 순서를 보아하니 소금, 베이킹파우더, 호두, 밀가루의 순인 것 같다. 그런데 위의 조리법대로 만들다가는 양파떡이 나올 것 같다.


셜롯항목에서, 품종 중에 해티브 더 니오르가 있다. 이거, 철자가 Hative de Niort이다. t를 묵음 처리한 걸 보니 아티브 드 니오르 아닐까.-_-;
셜롯 요리에 등장하는 베어네이즈 소스는 도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달걀과 버터로 진하게 하기 전에 와인식초에서 허브와 셜롯을 넣어 달인다고?

리이크라고 적은데서 이미 두 손 들었다. leek가 리이크. 여기서 더 이상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내려 놓았다.

편집도 지나치게 신경써서 오히려 보기 불편한 감이 있다. 괜찮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ㅂ;


(사진은 다음 영화검색에서 퍼온 이미지)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듣고 나서 바로 비키?라고 생각하시는 분 손! -_-a
아마 제 비슷한 나이대라면 그럴 분들이 여럿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튼 2009년에 나와 2010년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잠깐 개봉했지요. 하지만 개봉했음에도 DVD 발매는 안되었고, 굿다운로더 쪽도 전혀 안되더랍니다. 의상상을 받은데다 저게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관련 이야기이니 그 시대의(레전시 시대를 살짝 지난) 옷을 잔뜩 보여줄 것 아닙니까. 그래서 폭풍 검색중이라지요.

뭐, 검색할 곳이야 뻔하고...;
일단 일본 아마존에서는 두 종류의 DVD가 있습니다. 수입 DVD랑 일본 정식 발매 DVD말입니다. 가격은 수입쪽이 훨씬 쌉니다. 이상하게도 일본은 DVD는 블루레이든 가격이 비싸다니까요.=ㅅ=
일본 정식 DVD(링크)는 제목이 「ヴィクトリア女王-世紀の愛」(빅토리아여왕 세기의 사랑)이며 가격은 3009엔, 수입 DVD(링크)는 1067엔입니다. 단, 수입 DVD는 정식판매가 아니라 판매자를 통해 구입해야하는군요. 따라서 편의점 배송이 안됩니다.(먼산) 일본 DVD는 당연히 일본 자막이 있을테니 이쪽이 보기 편할지도 모릅니다.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조금 더 나은지라..
아마존 닷컴으로 들어가보면(검색링크) DVD가 할인해서 8.49달러입니다. 배송료를 붙이면 더 비쌀텐데, 그것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다운받아 볼 수 있는 버전이 있네요. 그쪽은 10.99달러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구입할지 말지 고민이라능..-ㅁ- 이것 저것 합해도 대략 2만원이면 다운받는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을텐데, 화질이나 기타 사양이 어떨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영어의 압박. 아.. 하지만 화면만 보니까 그리 상관 없을까요.;
하야시 노조무의「영국은 맛있어」(원제 「イギリスはおいしい」, 林望. 일명 림보)는 빙고님 블로그에서 보고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간단하고 맛있는 스콘 레시피가 있다는 말에 홀린 거지요. 하지만 북오프 서울역점이나 신촌점이나 둘다 하야시 노조무의 책은 없었고, 교보문고에서도 다른 책은 검색이 되는데 이 책은 안되더랍니다. 그래서 별도 주문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n님이 빌려 주신다 하여 덥석 받아들었습니다. n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ㅅ<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독특한 한자어도 많이 나와 새삼 깨닫는 것도 많습니다. 양파(다마네기)의 한자어 등은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요리재료로는 자주 등장하지만 히라가나로만 나와 있지, 한자어로 나온 경우는 기억에 없습니다. 요즘은 거의 그렇게 쓰는 모양이군요. 생강(쇼가)도 그렇고 말입니다.
이모저모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지하철 안에서 보면서는 꽤 힘든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표정 관리가 전혀 안되거든요. 읽고 있으면 피식 웃다가 히죽 웃다가 쓴웃음을 짓고 있으니, 얼굴이 변화무쌍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왜 아직 번역이 안되었을지 궁금하군요. 문고판이 나온 것은 95년이지만 인용된 책자를 보면 대략 90년 전후로 나온 것 같습니다.(인용 백과사전 등이 86, 88년 정도의 책들)


아직 초반부라 스콘 이야기까지는 못갔지만 대강 앞부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국은 정말로 맛없는 나라라고 한다. 그렇다, 맞다. 하지만 위도가 높은 곳에 있는 만큼 식재료는 맛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조리법이다.

그 조리법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끔찍했던 것은 茹でる. 삶다 또는 데치다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삶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물에 식재료를 넣고 30분 茹でる. 그렇다면 데치다가 아니라 삶다가 맞지요. 무엇을 삶는 고 하니 대부분의 식재를 다 삶습니다. 심지어는 리크도 삶습니다. 리크는 한국에서 본적이 없는 식재료인데, 로베르씨의 행복레시피에서 소개된 걸 보고 알았습니다. 대파 비슷한데 그보다 더 굵고 튼튼(?)한 모양이더군요. 맛도 매운 맛보다는 단맛이 많이 나나봅니다. 하여간 다른 채소가 아니라 파의 일족이고 이 책에서도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조리하냐면, 데칩니다. 뿌리부분과 잎 끝 부분을 살짝 다듬고는 그 채로 냄비에 넣고 물을 넣고 삶습니다. 30-40분 정도 말입니다. 단단하고 억센 파라해도 30-40분 데치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다들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슈퍼마켓에 독특한 모양의 무(swede)가 있길래 어떻게 조리하냐고 판매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역시 같은 대답입니다. 잘 손질해서 물에 넣고 삶아서 그냥 먹으면 되어요!

아아아....

아무리 식재료가 좋고 맛있어도 조리법이 한 가지라면, 그것도 물에 넣고 삶고는 물은 버리고 채소만 먹는다면 그게 뭐랍니까.;


책 앞부분에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영국인들은 요리에 관심이 없답니다.(제이미 올리버는 정말로 예외적 인간인건가.) 작가 본인도 어느 날 영국인 부인이 「料理なんてものに時間や神經を浪費するなんてばかばかしいわ」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잊을 수 없다더군요. 해석하면, '요리 같은 것에 시간과 신경을 낭비하는 건 시시해요'쯤 됩니다. ばかばかしい를 뭐라 해석하는가가 문제인데 어처구니 없다나 시시하다 등의 뜻이랍니다. 어느 쪽이건 요리는 시간낭비, 그러니 물 붓고 끓이면 되는 삶기가 최고라는거죠.(먼산)


그러나 이건 앞부분이고 점차 영국에도 맛있는 건 있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사과도 맛있고 훈제생선도 맛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명란. 이걸 훈제해서 판다는데 속의 알부분만 쓱 빼서 밥에 섞어 비비면! -ㅠ-!!
해보고 싶더군요. 명란 파스타랑 비슷하게 밥만 넣으면 되니 말입니다. 문제는 명란젓이 비싸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또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누군가 번역해준다면 그것도 홀랑 사서 볼텐데 아쉽습니다. 원서라도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예요.
마츠히사 아츠시, <풀(Pool)>, 양윤옥 옮김, 에이지21, 2005, 9000원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12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네 탓이야>,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08, 9000원
호시 신이치, <의뢰한 일>, 윤성규 옮김, 지식여행, 2008, 8900원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심상곤 옮김, 해문, 2004, 8000원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 권남희 이학선 같이 옮김, 여성신문사, 2007, 9800원
김재현,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아르고나인, 2008, 10000원
유동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나무와숲, 2008, 12000원
전원경,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리수, 2008, 15000원


한꺼번에 몰아서 쓰다보니 또 길어지는 책 감상문. 밀리지 않고 써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 때도 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오늘도 약속이 있어 서둘러 써야하는 글이라 날림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일단 써보도록 하지요.


서가에서 일본 소설을 고를 때는 마구잡이로 고르기 보다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책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그 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경우 책 뒷면의 이야기를 보거나 앞부분의 이야기를 읽어본 다음 책을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든 것이 마츠히사 아츠시의 <풀>입니다. fool이 아니라 pool. 이야기 전개상 pool이 꽤 중요한 소재라서 제목이 그런가봅니다. 읽을 당시에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회상신이 들어가고 다른 이야기가 함께 나가다보니 여러 시점이 뒤섞여 헷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사람만이 읽었던 r모님의 i모 소설과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그 쪽은 사람이 적게 등장하고 이쪽은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풀>은 시점과 사람들이 꽤 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관계에 주로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거든요. 배낭여행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할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그라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고 뒷면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아서 괜찮다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거 이상합니다? 결론은 하드 보일드 맞고요, 그것도 반숙이 아니라 완숙입니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만 소설 장르로서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서 벗어나니까요.
하지만 삶은 달걀이 퍽퍽하다 한들 이 추리소설은 꽤 구성이 괜찮습니다. 설정상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글도 괜찮고 이야기 전개도,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듭니다. 한 번에 죽 읽어 내리고는 목이 메인다고 투덜댔지만 충분히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니까요.-ㅂ-

<네 탓이야>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옆에 꽂혀 있어서 빼들고 왔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이것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깔끔한 입맛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미스터리한 일상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백에서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많고요. 단편 연작이지만 모두가 이어진 이야기이고 맨 마지막에 고리를 묶어 매듭짓는 듯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습니다. 살짝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종신검시관>이나 <동기> 같은 연작 소설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러니 아이쭈님은 아마도 재미있게 보실테고..^ㅁ^;)

호시 신이치는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책이 주르륵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빌려왔습니다. 꽤 유명한 작가더라고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빼보니 느낌도 독특합니다. 초단편소설집으로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은 이야기로 쓴 듯한 이야기들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이 다들 독특하고 허를 찌르는 것으로 가득차 있으니 SF,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소설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그게 다 줄거리 요약이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후훗. 발상 전환이나 기분 전환으로 딱이긴 한데 이것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은 아닙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끝맺음이라서요.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는 예전에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어 펼쳐 보았더니 예전에 보았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읽다가 중반쯤 되니 트릭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또 기억이 나질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까먹어서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 감퇴가 이럴 때는 좋은 걸까요. 다만 주인공의 범행을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과 비교해서 보면 참 .... (먼산)

<두근두근 우타코씨>는 여기 적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은 책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로 알려졌다지만 저는 <아주 사적인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처절(?)하게 공감했던 소설이라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 책도 그런 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문제를 넘어서서 일흔 일곱 먹은 할머니가 정말로 귀엽게 보이니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할머니의 일인칭 시점 소설이라 속내가 고스란히 보이니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송보송 노래는 압권이라고요!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는 책을 빌려다 놓고는 웹툰이라 손이 안가서 2주 정도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 들고 보았다 홀딱 반한 책입니다. 커피의 기본 지식에 대해 그림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데다 너구리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커피입문서라고 할까요. 커피에 대해 가볍게 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웹툰이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커피 관련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재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커피 홀릭 노트보다는 내용이 더 쉽습니다. 커피 홀릭쪽은 커피용구 중심으로 소개를 했고 그림에 등장하는 필기체 영어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쪽은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3750일>이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는 여행서가 꽂힌 서가에 갔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통 여행서는 한 지역에 관련된 책을 함께 빌리게 됩니다. 파리 여행기(체류기)를 두 권 집어든다든지, 세계기행을 여러 권 집어 든다든지 말입니다. 이 두 권도 함께 빌렸는데 제 입맛에는 <런던~>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둘다 런던-영국 유학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기를 주로 다루고 있고 <런던~>은 런던 여행기+체류기에 영국인, 런던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후자가 더 편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도 후자가 더 큽니다. 지금 유럽여행 적금을 하나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준비하는 걸 봐선 2년 내에 가겠다 싶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책 감상은 무작위로 적은 거라 맨 뒤쪽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ㅂ-; 일단 나갔다 와서 이후에 오타나 비문 정리를 해야겠네요.

그러니까 어제, 가클과 함께 교보문고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표지 사진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에 들만하지요? 표지에 등장한 사진의 느낌이 취향인데다가 제목도 <영국에서 차를>, 거기에 부제가 스콘, 클로티드 크림, 애프터눈 티입니다. 이쯤되면 가격이고 뭐고 일단 질러놓고 본다는 막무가내의 상황이 연출됩니다. 통장 잔고가 있었다는게 불행이었지요. 진작에 이체시켜둘걸 그랬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단 책 충동구매지수는 상당히 낮아질텐데요.

지금 찾아보니 Yumi Koseki(小關由美)의 <イギリスでぉ茶を>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하면 출판사나 ISBN이 나오니 추가 주문하실 분은 찾아보세요. 교보에도 약간 재고는 있을거니다. 제가 집어든 것 외에 한 권은 더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내용은 제가 기대하던 레시피 북이 아니라 책 상단에 적힌 영문 해설대로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Where to enjoy afternoon tea trail)입니다. 그러니 제가 첫비행님께 이 포스트를 바친다고 앞서 말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영국 여행가시기 전에 이 책 꼭 빌려가시길 바랍니다. 코츠웰, 데본 & 콘월,허포드(Hereford), 런던의 순으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트와이닝의 티샵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가고 싶다고요!


자, 그럼 이런 것은 염장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한 사진 한 장.

할아버지 앞에 놓인 저것이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힌트는 오른쪽 페이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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