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글루스 봉현님께 엽서를 주문해서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렸나 싶어 찾아보니, 안 적었나보네요.-ㅁ-; 그림 엽서 다섯 장이었는데 엽서 받아보고는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아.. 봉현님께는 제 외모를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도착한 엽서에 있는 제 모습은 학교 시절의 제 모습과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그 시절 없는 그림 솜씨로 잠시 그렸던 제 모습이 그런 스타일이었지요.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인데, 완성은 이제야 되었습니다. 2010년 9월 경에 받은 그림이었는데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거든요. 차근차근 설명해봅니다.



겉으로 봐서는 별 다를 것 없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앞서 제작했던 것과 다른 것은 색 정도? 하지만 이건 표지도 아니고 케이스입니다.




케이스가 상자형이 아니라 감싸는 형태입니다. 서랍형 케이스로 만드는데는 등열린 제본의 특성상 문제가 있거든요.




책등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 가죽끈입니다. 두께 1mm 이상. 그렇기 때문에 케이스를 만들면 책배쪽은 헐렁하고, 책등쪽은 뻑뻑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입구가 넓은 사다리꼴의 케이스를 만드는 건 어렵고 말입니다. 이런 등열린 제본의 케이스는 이렇게 감싸는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대신 표지 케이스도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판지 제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 되, 가죽끈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부러 가죽끈 두께만큼의 판지를 덧 댑니다. 표지를 열어 놓은 사진 중에서 산이 그려진 모양의 화지(和紙)를 덧댄 부분은 판지를 덧대어 살짝 두껍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스를 덮으면 가죽끈은 눌리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책등은 대수 하나하나를 연두색 한지로 싸서 저렇게 연두색이 된겁니다. 아래의 본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본문은 하얗습니다.-ㅁ-/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이 표지 부분입니다. 이 표지가 뭐냐면, 양피지입니다.; 양피지는 실제 만져보면 뻣뻣한 종이 같은데, 그걸 반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게 갈아 그 안에 남색 한지를 배접했습니다. 그래서 밤하늘 같은 분위기의 표지가 났지요.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양피지가 질겨서 덜 갈린 것으로 빛 때문에 반사되어 하얗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은 특별한 조명 없이 간접 직사광선에 의한 빛만으로 찍었습니다.




속지 장난. 케이스에 쓰인 면지는 책 안쪽에 바른 종이와 같습니다. 저렇게  펼쳐 놓고 보면 헷갈리지요.




이쪽이 본문이지요. 엽서가 다섯 장에, 짧은 편지가 한 장. 그리고 편지봉투까지해서 총 일곱 장을 모아 포트폴리오로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절세마녀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사진 때처럼 이쪽도 매립형-액자형입니다. 두꺼운 종이 위에 엽서를 붙이고, 그 위에 액자 모양으로 구멍을 판 종이를 붙입니다. 그 덕분에 연필로 스케치한 선이 뭉개질 염려가 없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정착액을 위에 뿌릴까 했는데, 정착액을 뿌리면 그림 분위기가 바뀔 것 같아서 그냥 두었습니다. 뭐, 액자 덕분에 위에 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2010년부터 11년 사이에 시작한 포트폴리오 중 마지막 책입니다. 완성하고 보니 참으로 뿌듯한게..T^T
양피지 가는데 3주나 걸린데다가 작년 7월에 마음 잡고 갈았기 때문에 더 고생했습니다. 그 때 참 습하고 더웠지요. 그래도 이렇게 완성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자아. 이제 남은 것은 호접몽 케이스랑 금박 제목 찍기로군요. 아하하.;
쓸쓸한 사냥꾼을 구입했다는 말에 아는 분이 보고 싶다고 빌려 달라 하십니다. 빌려드리겠다, 다음에 만날 때 들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정이 생겨 그 뒤에 만날 일이 없어졌습니다. 정확히는, 올 6월까지는 만나기가 어렵게 된 상황이지요. 그리하여 다른 분께 맡겨 책을 전달하고는 재미있게 보시겠지 싶어 잊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책이 돌아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 깔려 있는 donna hay 책은 잊어주시고..

책을 받았는데 피에로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책을 열어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아!
엽서 뒷면에는 빌려줘서 고맙다, 잘 봤다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 있습니다. 엽서 그림은 육심원이군요.
피에로의 정체는 책갈피입니다. 나무 두 장의 윗부분을 붙인 아주 간단한 구조의 나무 책갈피. 집게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포스트잇에 "책 잘 보세요!"라고 달랑 적어보낸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에 빌려 드릴 때는 저도 머리를 써야겠는데요. 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