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아래 내용은 좋지 않은- 비난하는 쪽이 더 많을 겁니다.

한줄 요약: 가성비가 지나치게 나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신청하고 받아 들었을 때 맨 처음 든 생각은 책이 생각보다 얇다는 것이었습니다. 음, 진짜 얆습니다. 웬만한 무크지 두께 정도네요. 하지만 판형은 그보다 작습니다. 기억에, 집에 있는 책 중 이 판형과 가장 유사한 것은 시공사에서 나온 『태피스트리』라는 책입니다. 꽂아 놓으면 비슷할까 싶은데, 높이는 신국판 정도에, 조금 더 넓습니다. 사진이나 인쇄 형태는 같은 저자, 같은 출판사의 『비에이로부터』와 유사합니다. 약간 파스텔톤이 도는 듯한 사진 분위기도 그렇고요.
책이 얇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보고는 기겁한뒤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어떻게 이 두께에 이런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정가가 1만 5천원입니다. 『비에이로부터』는 대략 이 책의 2.5배 정도 두께이고 내용도 훨씬 많으니 1만 7천원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얇은 책에 1만 5천원. 그 책이 나온 것이 딱 2년 전입니다. 그 사이 물가가 그렇게 올랐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제가 생각하는 가격 상한선은 1만 2천원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광분했지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찬찬히 훑어 보고는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괜찮습니다. 출근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러니까 3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훑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G의 말마따나 딱 블로그를 훑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소개한 곳 중에서 몇 군데는 가보고 싶더군요. 그런 점에서는 1만 2천원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일본 무크지나 잡지 가격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강 불만 사항을 적었으니 더 자세한 지적을 해보지요.

1. 『비에이로부터』를 읽고 이 책을 주문한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맨 앞에 실린 홋카이도 니세코의 마켓은 상당히  흥미롭지만 여름 즈음에 갔다는 것 외에는 별 정보가 없습니다. 추가 정보는 본인이 해당 행사의 일본어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찾아 방문해야합니다. 즉, 정보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여기서 추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일본어를 알거나, 일본어 번역 페이지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볼 사람 정도입니다.
그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더군요. 한국의 카페를 소개한 몇몇 꼭지는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곳은 소개했지만 특별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숨겨진 곳을 소개해서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불만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

2. 책의 편집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이가 두껍네요. 전작하고 같은 두께라, 내용에 비해 두께가 큽니다. 거꾸로 말하면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체 내용의 편집에도 불만이 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의 정보가 함께 실려 있네요.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책의 형태를 한 비정기 무크지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형태가 책이다 보니 오히려 보기가 나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잡지라면 뜯어서 스크랩이라도 하지, 특정 정보만 얻으려는 사람에게는 장벽이 높지요.

3. 책의 부제 대로 프롤로그, 서문입니다. 부정기로 간행할 시리즈물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과연 다음 책이 나올 수 있을라나 싶습니다. 다음 책을 낼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이 책의 단가를 떨어뜨려서 다음 권을 낼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아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거야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요.
이게 서문이라면 본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룰지에 대해서 조금 방향성을 제시했어도 좋지 않을까요. 그건 저자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 확인하라 하신다면, 귀찮은 독자들에게는 장벽이 높습니다.


그리하여 추천하기 참으로 난감한 책입니다. 아마 C님, 키릴님은 한 번쯤 훑어보셔도 좋을 겁니다. B님은 보시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 이라며 그리 내켜하진 않으실테고요.
제가 저 책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정보는 딱 두 개입니다. 한국 카페 정보야, 워낙 제 반경에서 멀어서 갈 생각이 없고요, 홋카이도 니세코의 장터(마켓)이랑, 비에이에 있다는 펜션은 찍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대만의 정보도 조금 나와 있는데 저야 가본 적이 없으니 이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지는 모르겠네요.'ㅅ'


네버렌. 『슬로 트래블 노트: No.1 prologue』. 수프, 2013, 1만 5천원.

교보문고에서 친절하게 판형을 적어 놓았군요. 128쪽, 18-23(책 높이)-9(두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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