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소재인 책은 보이기만 하면 먼저 집어들어 훑어 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무조건 그런 류의 에세이는 집고 보는데, 얼마전에 온다 리쿠의 책이 한 권 나온 걸 보았습니다. 신간인데다 아일랜드와 영국 여행기에 술 이야기라고 해서 구입해서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도서관에 들어왔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엊그제 G가 친구에게 선물받았다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2년 첫 책은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일기』로군요. 일본 무크지 몇 권을 제외하면 그렇습니다.-ㅁ-/

온다 리쿠의 수필은 처음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무난하게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평이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기대가 컸던데다 온다 리쿠의 글맛도 그리 좋지 않더군요. 이런 쪽의 수필은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워낙 다양한 책과 다양한 소설과 오래된 소설들이 차례대로 글 속에 스치고 지나가니,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비교 대상이 된 책은 이케다 아키코의 영국 시골 기행(원서)이었는데 저는 시골 기행쪽이 더 쏠쏠하더군요. 온다 리쿠의 책은 공포로 점철되어 저마저도 그 공포에 물들 것 같더랍니다.;
읽고 나면 상당히 술이 땡긴다는 것도 특징이군요. 음, 책의 편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점-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들과 같은 판형으로 나왔는데 그보다는 조금 빡빡하게 만들고 손에 딱 들어올 정도의 작은 페이퍼북-그러니까 이전에 나온 『1001초 살인사건』의 크기로 나왔다면 여행기로 보기도 편하고 가볍게 볼만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점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책 분량이 그리 많아보이진 않았거든요.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는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온다 리쿠의 책이 술과 기행이 주제라면 이쪽은 일상 생활과 추억 속의 음식이 소재입니다. 단편 단편 짧게 이어지는데 아마도 잡지나 무크 등에 연재되던 칼럼이 아닐까 싶네요. 읽고 있다보면 입맛을 다시며 뭔가 만들어 먹고 싶어지니 배고플 때는 보시지 않는게 좋겠지요. 괴로우실 겁니다.(먼산)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문체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습니다. 모든 소설을 본인의 문체로 소화시키는 듯한 그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나 둘다 이 분이 다 번역했으니 그냥 저냥 읽습니다. 그래도 몇몇 단어들이나 몇몇 구절은 표기가 걸리는 부분이 있더군요. 케세라세라~.

읽고 나서 깨달았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온다 리쿠나 둘다 성격이 아주 독특합니다. 온다 리쿠는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몇 년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실물을 보았거든요. 설마하니 그런 공포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본인이 이 수필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 하지만 성격이 아주 독특합니다. 성격도 그렇고 생활 습관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怪人.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그래도 있는 걸 보면 기본 성격은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성격도 안 좋았다면 이런 친구를 옆에 둘리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름 있는 작가들의 수필과 여행기니 부담 없이 읽을만 합니다. 다만 기대는 하지 마시고 가볍게 보세요.


온다 리쿠. 『공포의 보수일기』,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11, 12000원.
에쿠니 가오리. 『부드러운 양상추』,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11,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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