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비주얼에서 실패했습니다. 제조 순서를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그런 건데, 그래도 맛은 괜찮았습니다.-ㅠ-


처음부터 실수를 했지요. 런던 포그는 맨 마지막에 메이플 시럽을 부으면서 우유 거품 위에 살짝 자국을 남기는 것이 포인트인데, 지난번에 그렇게 만들다가 너무 달아져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메이플 시럽을 붓는 겁니다. 저정도면 두 작은술 정도일겁니다. 정확하게 재지는 않았지만 딱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부었는데, 메이플 시럽이 점성이 있다보니 바닥에 깔릴 정도라 해도 양은 꽤 됩니다.

거기에 진하게 우린 얼그레이를 붓습니다. 얼그레이를 우리는 동안 옆에서는 우유거품기를 써서 데워가며 거품을 냅니다. 얼그레이 우리는데 3-5분 정도 걸리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우유거품이 나는군요. 물론 제 기준입니다.;




근데 이번에도 너무 열심히 거품을 낸 덕에, 우유폼이 컵 절반이라는 상황이....;




맨 아래의 시럽, 그 위의 데운 우유, 우유폼, 우유거품.
유리컵에 담으면 층이 잘 보이겠거니 했는데 그래도 생각만큼 잘 보이진 않는군요.-ㅠ-




윗부분은 홍차 덕분에 얼룩이 졌습니다. 단번에 휙 부어야 위에 흰 거품이 올라왔을텐데 조금 아쉽군요.


그러나 이번에도 달긴 달았습니다.; 평소에는 안 달게 만들어 마시니 달게 하면 티가 확 나네요. 다음에는 메이플 시럽을 더 줄일까 합니다. 의외로 메이플시럽향과 얼그레이 향이 잘 어울려 괜찮습니다. 달달한게 땡길 때, 피곤할 때 만들면 좋겠군요. 다만 피곤할 때라면 우유 거품 내기가 귀찮을텐데...; 우유 거품이 있는 쪽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더 진한 맛이 나니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만들어야겠습니다.
mojong님이 가르쳐 주신 런던 포그 레시피(링크)를 따라 만들었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입니다. 실패 원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밝혀 나가지요.(먼산)


런던 포그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달리, 캐나다의 어느 바리스타가 만든 레시피랍니다. 자세한 것은 영문 위키를 보시면 아실테니 넘어갑니다. 이름만 보면 영국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직 BBC 셜록 2기를 보지 못했지만 등장하나봅니다?; 이글루스 내에서 셜록 관련 글은 모두 피하고 있다보니 관련 정보도 못 봤거든요. 수정! 셜록 2기에는 밀크티 마시는 장면-예전에 올렸던 그 영국지도 티세트가 등장-만 있고 런던포그는 안나온답니다.;; 여튼 만드는 법도 간단하니 한 번 도전해보았습니다.
홍차를 진하게 우린 다음, 거기에 스팀 우유를 붓고 바닐라 시럽을 넣으면 되는 것이 런던 포그입니다. 다양한 변형이 있던데 집에는 바닐라 시럽이 없어 메이플 시럽을 넣었습니다. 뭐, 평소에 트와이닝 얼그레이로 로열밀크티를 만들어 마시기 때문에 맛 자체는 꽤 익숙합니다. 집에서 요즘에 마시는 홍차는 트와이닝 얼그레이와 F&M 로열블렌드라 밀크티든 로열밀크티든 관계 없이 다 이 두 홍차를 쓰게 되네요. 차이는 요즘 거의 손 안대고 있습니다. 로열밀크티에 입이 익숙해지다보니 진한 것은 못 마시겠더군요.(먼산2)




이게 세팅 완료 상태입니다.
평소 우유는 저지방 우유를 마시기 때문에 이 때는 저지방 우유 대신 어머니가 드시는 '소화 잘 되는 우유'를 썼습니다. 제가 쓰는 우유거품기는 비알레띠 제품인데 1/3정도 부어 놓고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거품을 낸 다음 가스렌지의 제일 작은 화구에 가장 약한 불을 켜서 올렸다 내렸다 하며 데웁니다. 올려서 조금 데웠다가 내려서 거품을 내고를 반복하면 데우면서 거품이 잘 납니다. 데운 우유로도 거품을 내보았는데 오히려 그게 어렵더라고요. 거품을 잘 내면 뚜껑 위로도 저렇게 우유거품이 올라옵니다.
홍차는 평소 로열밀크티 만들 때처럼 물 아주 조금을 팔팔 끓이고, 거기에 얼그레이 홍차를 붓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우러났다 싶으면 다시 열을 가해 살짝 끓이고 바로 걸러냅니다. 그럼 아주 진하게 홍차를 우릴 수 있습니다. 향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홍차를 거른 다음 데운 우유와 우유거품을 확 붓습니다.




가운데의 초승달 모양은 메이플 시럽의 흔적입니다.
한번에 부어야 홍차 색이 살풋 우유거품에 올라온다는데, 밀크티 특유의 색이 살짝 올라옵니다. 다만 거품을 그렇게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거품이 곱지 않아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실패했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한모금 마셔보고 깨달았습니다. 거품이 덜 난게 아니라 너무 났습니다. 마시는데, 액체가 안 내려오고 거품이 내려옵니다. 그것도 단단한 거품이...;




그리고 머그를 흔들었더니 아주 고운 거품이 올라옵니다.OTL
거품이 덜 올라왔다고 열심히 쳤더니만 거품이 아주 단단하게 났습니다. 보통 스팀기를 이용해서 거품 낼 때도, 바닥에 우유저그를 한 번 쳐서 거품을 정리하는데 그 과정을 건너 뛴 겁니다. 그랬더니 거품이 아주아주 곱게, 아주아주 두껍게 만들어 졌더군요. 우유가 다 거품이 되었습니다.(먼산3)
미리 거품낸 우유를 정리해서 부었더라면 모양이라도 괜찮았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처음 모양이 안 예뻤으니 실패, 너무 거품을 내서 우유가 부족하게 느껴졌으니 맛으로도 실패. 거기에 메이플 시럽 양 조절에 실패해서 막판에 엄청 달았습니다. 밀크티는 항상 달지 않게 마시기 때문에 달달하니까 더 이상하더군요.


다음에는 차라리 차가운 런던 포그를 만들어볼까 싶습니다. 음료가 차면 단 맛 역치값이 올라가서 달아도 달지 않게 느껴지니까요. 그러면 마시기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그 때 다시 한 번 차가운 런던 포그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가장 즐겨마시는, 가장 자주 마시는, 가장 좋아하는 홍차는 트와이닝 얼그레이입니다. 얼그레이는 감귤류의 향이 나는데, 베르가못이라는 과일의 향을 첨가한거래요. 이게 이탈리안가 어딘가의 감귤 종류라나요. 향 자체는 귤껍질을 눌렀을 때 나는 감귤기름의 향과 비슷합니다. 향과 맛이 그래도 비슷한 편이라 가향차 중에서는 거의 이것만 마십니다. 제일 잘 맞는 향이 얼그레이더라고요. 레이디 그레이는 좀 약합니다.^^;
한데, 홍차 회사바다 얼그레이 향도 다 다릅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고 향을 입히는 홍찻잎도 다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베노아의 얼그레이는 다즐링을 베이스로 얼그레이를 만듭니다. 이건 제게 향이 좀 강하더군요. 아니, 트와이닝 얼그레이와 포트넘앤메이슨의 얼그레이 클래식을 제외한 나머지 얼그레이는 대체적으로 향이 강해 저랑 안 맞았습니다. 해로게이트의 경우엔 얼그레이 만들 때 혹시 오일을 위에 엎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했어요.OTL 향을 썩 즐기는 편이 아니라 강한 향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쯤되면 내가 홍차를 마시는 건지 향을 마시는 건지 싶기도 하고요.

한데...;

런던에서 날아온 트와이닝 얼그레이는 향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셨던 대부분의 얼그레이는 일본에서 사온 거였습니다. 유통기간은 넉넉하게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 고앵님이 보내주신 트와이닝 얼그레이는 향이 아주 강하더라고요. 



캔이 아니라 벌크로 받았기 때문에 홍차를 담아두기 위해 집에 남아 있던 홍차 캔을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포트넘앤메이슨 로열블랜드의 캔입니다. 일반 블랜딩 홍차 중에서는 로열블랜드를 가장 좋아합니다.-ㅠ- 밀크티로 만들어 마셔도 맛있고요. 비싼 게 단점입니다.;



밀폐를 은박봉투로 했을까 했더니 일반 비닐입니다. 향이 날아가기 쉽겠군요. 서둘러 옮겨 담았습니다.
 


 
잎 자체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 사온 것이랑 아예 같이 우려 놓고 비교를 하고 싶은데 그게 또 언제가 될지..-ㅁ-; 여튼 가능한 빨리 비교를 해봐야겠습니다.

런던에서 온 쪽이 훨씬 신선한 느낌이 드니 아마 다음부터는 영국에서 직접 공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용이야 당연히 그렇게 마시는 것이 비싸지만, 한 번 올라간 입맛은 내려오기 어렵습니다. 아하하;ㅂ; 일단 집에 쟁여 놓은 트와이닝 얼그레이들이 줄어들면 그 때 다시 주문해야지요. 단, 집에 남아 있는 건 대략 0.5kg 정도 될겁니다.; 꾸준히 마셔야겠네요. 
옛말에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하셨지만 이것은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을 만드는 기구로 장난을 치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그냥 게으름의 극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베트남 핀으로 카페라떼를 만들려던 어느날, 문득 밀크티가 마시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밀크티를 마시려면 설거지가 복잡하지 않습니까. 진한 밀크티를 좋아하니, 진하게 마시려면 물을 적게 넣은 홍차 포트에 우유를 붓고 만드는 것이 가장 취향에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포트, 컵, 스트레이너까지 설거지 거리가 쌓입니다. 씻으러 가는 것도 번거로운데 다른 방법 없을까 생각하다가 베트남 핀을 봤습니다. 그리고 실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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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위에 베트남 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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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넣습니다. 이건 두 번째 마실 때의 사진인데, 처음에는 얼그레이로 만들어 마셨는데 마지막 남은 얼그레이를 탈탈 털어서 만든 거라 두 번째 마실 때는 여분이 없었습니다. 별 수 없지요.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포트넘앤메이슨의 랍상소총을 넣었습니다. 얼그레이 밀크티는 자주 해 마시지만 랍상소총 밀크티는 이 때가 처음이라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습니다. 괴식의 탄생, 그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까 두려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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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누름망을 올리고 한 큰술에서 한 큰술 반 가량의 뜨거운 물을 위에 붓습니다. 그러니까 불리는 과정이지요.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 홍차를 내리면 물이 찻잎과 닿아 있는 시간이 짧아질테니까 차가 진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불렸다가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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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유는 따로 데워옵니다. 취향에 따라 단맛도 여기서 미리 가미합니다.(라기보다는 메이플시럽도 냉장고에 있어서 우유 데울 때 같이 섞지 않으면 번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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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불린 찻잎이 담긴 핀을 우유컵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위에서 붓습니다. 양은 많지 않게. 커피보다 물이 빨리 내려가기 때문에 물량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물을 얼마만큼 붓는지 감이 안오신다 하면 따로 계량하셔도 됩니다. 단, 이경우는 옮겨 담는 과정에서 물이 식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좋아하는 만큼 전 바로 붓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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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상소총이라 색이 굉장히 연하게 났습니다. 찻 잎이 두껍고 원래 진한 수색은 아니라 그런거죠. 오늘 아침에 얼그레이로 해 마실 때는 이보다 2-3배 이상 진하게 색이 나더군요.'ㅂ'

랍상소총 밀크티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어울리더군요. 우유 때문에 랍상소총 특유의 향이 많이 가라앉아서 그런가봅니다. 랍상소총의 향이 거북했는데 이렇게 마시니 또 좋군요. 하지만 또 마실거냐 물으신다면 묵묵부답..; 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고, 전 그냥 얼그레이로 만들어 마시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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