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을 보는 동안의 끼니는 대강대강, 적당히 ... 가 아니라 제가 먹고 싶은 걸로 먹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게 되면 평소보다 괴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G가 있다면 G의 입맛도 고려하겠지만 없다면 혼자서, 머릿 속에 떠오른 대로의 음식을 만들게 되니 사정 고려할 필요가 없지요.
주말에 집이 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카레가 떠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집에서 일본 카레만 만들어 먹었으니 오뚜기 카레는 먹은지 꽤 오래되었지요. G는 일본쪽 카레가 더 맛있다고 집에서는 오뚜기 카레를 써서 만들 생각을 안하니 어쩝니까. 혼자 있을 때 해먹는 수 밖에요.
하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을 떠올려 보니 양파 밖에 없습니다. 당근은 자주 쓰는 재료가 아니니 냉장고 채소칸에 없고, 감자도 없던 걸로 기억하고, 양파는 확실히 있습니다. 그리하여 도전하게 된 양파 카레.

먼저 커다란 양파를 두 개 준비합니다.


그리하여 최종 세팅.
카페라떼, 삶은 달걀 두 개가 들어간 양파카레, 그리고 수요일에 사두었던 모닝바게트.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양파를 오래 볶아서 생긴 단맛 때문에 카레 단맛 외에도 은은하게 단맛이 감돌더군요. 게다가 달걀이 같이 들어가니 간도 괜찮습니다. 양파 카레를 바게트 위에 올려 먹으니 그것도 맛있더군요.

...
하지만 말입니다.; 카레를 먹으면서 입맛의 업그레이드를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맛있다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오뚜기 카레 특유의 걸죽함과 혀를 자극하는 묘한 맛(후추일까요;)과 양파 단맛 외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단맛이 거슬리더군요. 아마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오뚜기 카레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흑흑; 이리되면 카레가 먹고 싶을 때는 무진장 비싼 S&B를 사다가 먹어야 하는 걸까요.

혀가 좀 민감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카페라떼를 마실 때도 느낍니다. 집에서 모카포트로 만든 에스프레소에 찬 우유를 듬뿍 넣어 만들어 마시는데 우유의 단맛이 느껴지더군요. 시럽 하나 안 넣었는데도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대체적으로 집에서 만든 카페라떼(무가당)에서는 단맛이, 집에서 만든 밀크티나 차이(살짝 가당)에서는 짠맛이 느껴집니다. 미각이 괴이하게 변한 것인지 예민해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뭐, 집에서든 밖에서든 맛있게 마실 수만 있으면 되는거죠. ... 물론 이리되면 집 밖에서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긴 합니다.

아침에도 밀크티 한 잔을 만들어 마셨는데 이젠 카페라떼가 땡깁니다. 오늘도 어제 못지 않게 열심히 걸어다닐테니 그걸 믿고 카페인 섭취를 하러 가야겠습니다.-ㅠ-


덧붙임. 나중에 기회가 되면 S&B로 양파카레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괴식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요리는 언제나 그런 가능성을 내포하지 않습니까.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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