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예전에 『미로관의 살인사건』 감상을 올리면서 적을까 말까 하다가 접은 내용이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사건』 번역자는 권영인데, 이후에 한스미디어에서 재출간한 것은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혹시나 같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서 주저리주저리 적었다가 도로 지웠는데, 『암흑관의 살인』 역자 후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권일영씨가 그 당시 번역해서 필명으로 냈다고요. 이 책 말미에는 『미로관의 살인사건』도 다시 번역해서 내고 싶다 적었는데 과연, 2011년에 나온 『미로관의 살인』도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네요.'ㅂ'
추리소설을 집어들었을 때 번역자를 확인하고 권일영씨인 걸 확인하면 높은 확률로 그대로 집어 들어 봅니다. 취향이 대체적으로 맞는 편입니다. 대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계열은 안 맞기 때문입니다. 하라 료의 몇몇 소설도 번역하셨는데 그쪽은 제 취향에는 너무 단단합니다.(웃음)

『암흑관의 살인』말고 다른 책들도 거의가 재독인데, 몇몇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를 잊어 새로 읽는 기분이었고 어떤 책은 또 트릭을 잊어서 범인이 하는 짓을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차라리 범인을 기억했다면 나았을 것을, 트릭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트릭이 아니라 반전이었지요. 가장 큰 반전. 이 책이 어떻게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다시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암흑관의 살인』은 관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저에 있는 소설일 겁니다. 어떻게 관시리즈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나오기는 비교적 최근에 나왔지만,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나왔을 법한 의문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사건의 트릭이나 문제는 별 것 아닌데 또 몇 군데서 사람의 속을 자극하는 것들이 몇 있네요.
책이 상당히 두껍고 3권이나 되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막상 손을 대면 책이 훌훌 넘어갑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관시리즈보다 조금 더 걸리던가요. 생각보다 많이 안 걸립니다. 그야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를 못하니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코난군이 엽니다. 시시야에게 코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가와미나미는 어머니의 49제를 지내기 위해 규슈에 내려갔다가 친척 할아버지에게서 어느 신기한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 듣습니다. 규슈 산골짝 어드메에 호수가 하나 있고, 그 호수 안쪽에는 기괴한 건물이 하나 있답니다. 무서운 소문이 서려있는 그 건물은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와미나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라는 걸 확신하고 직접 찾아 들어갑니다. 시시야에게도 연락을 취하지만 또 어디 놀러갔는지 연락이 안됩니다. 혼자 차를 빌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다른 관들을 찾아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흑묘관. 거기를 찾아갔을 때는 안개로 굉장히 고생했는데, 여기는 한층 더합니다.

그리고 관에 들어가서 당연히 사건에 휘말립니다. 당연합니다. 시시야와 코난은 관에만 갔다 하면 사건이 벌어지니까요. 이번에도 당연히 사건에 휘말리는데, 워낙 건물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집안이 희한한 곳이라 사건은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자아. 그럼 어디가 함정이고 어디에서 발목을 잡히는지는 두고 보시면 알겁니다. 음하하하하.;ㅂ;



아야츠지 유키토. 『암흑관의 살인1-3』,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2007, 각 11800원.


그나저나. 『기면관의 살인』에서 시시야는 중년이 되어가며 살집이 붙은 모양인데, 앞서 『흑묘관』을 포함해 다른 관시리즈를 보면 메피스토텔레스 같은 이미지라 한단 말이죠. 키도 크지만 마른데다가 구부정하다 하니 말입니다. 허허허. 나잇살은 누구도 못 이기는 군요.
...
혹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덧붙여, 암흑관은 굉장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책 앞에 평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평면도를 그린 사람은 오노 후유미. 으하하.;ㅂ; 그야말로 부창부수입니다. 이 경우에는 夫든 婦든 어느 쪽을 앞에 놓아도 말이 다 맞아요.;
둘을 한 번에 묶은 것은 재독이기 때문입니다. 둘다예전에 보았거든요. 언제 보았더라.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아마 검색해보면 언젠가 올린 감상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블랙베리 와인』은 보통 식물을 키우고 싶을 때 꺼내듭니다. 전작 『초콜릿』이 초콜릿을 통해 랑스크네의 폐쇄적 분위기를 잡아냈다면 『블랙베리 와인』은 농사를 통해 개발과 유지라는 양쪽 축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유지라고 하면 이상하군요. 하지만 개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보다 좋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랑스크네의 주변 마을 중에는 외지인을 끌어 들여 대규모의 관광업으로 마을을 일으킨 곳이 몇몇 있습니다. 랑스크네의 몇몇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의 개발을 원하고요.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향의 차이이긴 한데, 개발지지자는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가이고 개발반대자는 조용하고 얌전한 침묵자입니다. 방관은 아니지만 사건이 크게 일어날 때까지는 행동하지 않는 듯하군요. 『초콜릿』에 등장했던 사람은 그 속에서의 행동으로 짐작할 수 있는 파벌로, 그렇게 나뉩니다. 이 상황의 중심 인물은 제이입니다. 영국인 작가이지만 그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리고 그 때의 일을 떠올려 쓴 소설로 히트를 쳤지만 첫 작품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음 작품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젊고 아름다운-하지만 왠지 거미 같은 이미지의 (절대 취향 아닌) 여자와 같이 살다가 충동적으로 랑스크네의 땅과 집을 사서 이사를 옵니다.

소설은 크게 제이의 어린시절과 현재 모습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어린시절이나 현재나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재독, 삼독할 때는 그냥 현재 모습만 골라 봅니다. 옛이야기는 그리 취향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농삿일에 대한 정보도 현재 이야기에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현재편만 골라보지요.
결론은 조금 의외였지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적으로 조금 묵직하고 잔잔한 느낌이니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 『초콜릿』도 끝부분의 반전이 있지만 이것도 클라이막스에서 예상 외의 행동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좋아요.'ㅂ'



『시계관의 살인』은 예전에 한 번 보았고, 트릭이나 범인은 대강 기억하지만 몇몇이 죽은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아 오랜만에 꺼내들었습니다. 관시리즈를 읽다보니 옛 이야기를 홀랑 잊어서 그렇지요. 『십각관의 살인』보다 훨씬 두꺼운데 말입니다, 간만에 보니 그래도 좋네요. 미인박명이라는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입니다. 제발 좀 이런 인물은 살려두면 안됩니까. 소설 속에서도 미인은 공공재라고요!(....)



조안 해리스. 『블랙베리 와인』, 송은경 옮김. 문학동네, 2006,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김난주 옮김. 한스미디어, 2005, 13000원.

흑묘관의 살인사건에는 기대하는 것만큼 고양이가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다른 관시리즈보다는 고양이가 많이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먼저 주의 사항. 제가 읽은 판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학산문화사 판입니다. 그러므로 아래 적은 부분들은 현재 구할 수 있는 한스미디어 판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분들은 가능하면 한스미디어 판을 보세요. 특히 B님. 이거 읽다가 번역 때문에 폭발하실지도 모릅니다.(먼산)


다 읽고 나서 막판의 반전을 보고는 몇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걸 다 적으면 내용폭로, 트릭 공개가 되니 그 부분은 따로 접어 두겠습니다.

소설의 전체 구조는 수기로 보는 과거의 사건과 그 뒤를 쫓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교차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만나고 싶다며 담당 편집자 가와미나미에게 연락을 해옵니다. 그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가와미나미에게 보여준 수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되며 한 장씩 소개됩니다. 아예 시작부터가 할아버지의 수기입니다.'ㅂ'
전체적으로 무난한 이야기지만 몇몇 부분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권장하진 않습니다.(어?) 15금은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전의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하고 연쇄살인은 당연한 분위기더니 이쪽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무난하다 표현한 것이고요. 음, 일단 고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마음에 들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배경은 홋카이도.... 아니; 소설 앞 부분에 등장하는 '좀 더 집필 속도를 빨리 해 두 시간짜리 드라마로도 만들어 그 주인공을 각지로 여행시키면, 여행작가도 될 수 있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습니다. 인형관은 교토더니 흑묘관은 홋카이도냐!


실은 그게 함정입니다.-_-;

자아. 앞부분부터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재미있었던 부분을 적어보지요. 네모 상자나 따옴표 부분은 본문을 옮긴 것입니다.

- 시시야 카도미는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관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지요. 어떻게 보면 미타라이 키요시와도 닮았습니다. 지금은 본격 추리소설 작가인데, 나카무라 세이지의 마수에 사로 잡혀 그 사람이 만든 건축물 이야기가 나오면 코를 들이밉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시시야 카도미는 원고 마감에 쫓겨 지금쯤 틀림없이 극단적인 야행성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내는 단행본 장편인데 확실히는 모르지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고를 무대로 벌어지는 연속살인 이야기일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네요. 저는 그 장편의 제목을 압니다.-ㅂ-;;;
그리하여 가와미나미가 내건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었다는 건축물 관련 정보가 들어왔어요'라는 떡밥을 물고 시시야는 장렬하게 산화합니다.

가와미나미의 그런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아, 시시야 카도미는 이날 밤, 원고 집필 매수에 있어 신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편집자라면 작가를 능수능란하게 조교(!)할 수 있어야합니다.


- 편집자 이름은 가와미나미. 이전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江南이란 성은 읽는 방법이 세 가지라 하던가요. 아리스의 성은 아마 에나미라고 읽었을 겁니다. 설마 그래서 넣은 건가.

- 이름이나 지명 번역에 대한 불만은 다 넘어갑니다. 9*년에 나온 책이니까요. 그러니 그냥...;ㅂ; 리사꼬라든지 '훗'카이토오라든지, 삿뽀로라든지. 아니 근데 앞에서는 그리 적고 뒤에서는 '훗'카이도라고 제대로 적었단 말입니다. 번역하신 분이 55년생이시라는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붙잡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안되지요.OTL 눈 나빠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제일 큰 원인은 추리소설을 읽느라 버스 안에서도 책을 붙들고 있어 그렇습니다. 차멀미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위 상태는 괜찮은가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흑묘관의 살인사건』, 백지원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학산문화사 판은 절판입니다. 지금은 한스미디어 판만 있고 12000원이네요.'ㅂ'
『수차관의 살인』에 이어지는 것이 『인형관의 살인』일 것이고, 그 다음이 아마 이 책일 겁니다.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강 그럴 것 같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며칠간 보았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차관』이나 『인형관』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서 투덜댔지만 이건 정말 본격 미스터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더군요. 반전을 수 차례 깔아 놓아서 읽다보면 뒤통수를 맞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로관이라는 배경 자체가 은근히 취향입니다.

겉으로 보는 것보다 안쪽이 더 큰 집인데, 미궁구조는 지하층에 있습니다. 대문부터 시작해 도처에 미궁 특유의 분위기를 깔아 놓습니다. 소품 하나 허투로 놓은 것이 없네요.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니 그럴법 합니다만. 그런 묘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인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 혹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이런 추리소설이 참 좋아요./ㅅ/
수미쌍관 구조라는 것도 좋고요. 물론 읽고 나면 수미쌍관이 아니라 수미쌍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읽고 나면 자연히 체득할 겁니다.


아니, 저야 앞부분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낀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면관의 살인』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등장한 손재주가 여기서도 또 한 번 등장하네요. 재미있긴 한데 결말을 생각하면 조금 입이 씁니다. 하기야 추리소설에서 깔끔쌈박하게 행복한 결말을 내는 것은 추리소설이지만 로맨스소설이기도 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정도겠지요. 나머지는 현실은 시궁창인게 많아서.;

아마 제 홈페이지 오시는 분 중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직금까지 보았던 관시리즈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공을 쫓아가는 모험입니다. 흐흐흐...



아야츠지 유키토. 『미로관의 살인사건』, 권영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며칠 동안 내내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읽은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사이 다른 책과 다른 자료와 다른 문서들을 읽는 사이에 중간 중간 아야츠지로 도피한 것이지요. 그렇게 우길랍니다.

지금도 출근해서 노트북 붙잡고, 워밍업 차원에서 글씁니다. 오늘 공방은 건너 뛰고, 가능하면 화요일 초안 작성을 완료하고 금요일 예비 작업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꽉꽉 눌러 업무 하고는 저녁 땐 명동 다녀올 생각이고요. 명동 안 간 것이 어언 ...(하략)


다음에 읽을 책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인데, 일단 미로관을 먼저 빌려 왔습니다. 도서관에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신간은 들어오지 않았더군요. 90년대에 나온 학산문화사의 시리즈만 들어와 있습니다. 근데 한스미디어 책이 재번역본인지 아니면 재간인지는 알 길이 없네요. 십각관을 비롯해 초기 나온 몇몇 책은 옛 추리소설들을 보는 것 같은 디자인과 편집이었는데 최근에 나온 인형관이나 수차관은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냈습니다. 물론 속표지만 보았으니 겉표지를 걸치면 어떤지는 모릅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겉표지를 모두 벗겨 놓지요)

『미로관의 살인사건』은 관시리즈니까 못해도 중박은 갈테고, 그래서 엔하위키 뒤지다가 『살인방정식』의 평가가 더 낮다는 부분을 보고는 이쪽을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살인방정식』은 트릭이 조금 독특하게 등장하는데, 그 풀이 과정을 보면 제목이 왜 저런지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꼭 그렇게 해서라도 범행을 저질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군더더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 트릭 자체보다는 주변 정황에 더 눈이 갑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부분의 묘사는 상당합니다. 그 부분은 이야기가 풀리는 내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막판에 휙 몰아치는군요.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맨 마지막 장이네요.-ㅁ-

엔하 위키를 보니 야아츠지 유키토라는 필명을 지어준 것이 시마다 소지였습니다. 관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그 사람인 것도 그럼 이해가 되네요. 시마다 소지의 중요 캐릭터 이름을 이렇게도 섞어 넣다니.

아야츠지 유키토랑 시마다 소지가 이웃해 있어서 왔다갔다 하면서 보다가 시마다 소지 책도 빌렸습니다. 해문에서 시마다 소지의 새로운 시리즈를 냈군요. 그러고 보니 나올 당시에 이글루스에서 관련 글을 본 것 같습니다. 이제야 기억나다니.;

다음에 빌려 볼 책 목록을 여기 적어야겠네요.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내킨다면 『마왕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 재독. 『암흑관의 살인』 세 권. 미미여사의 『영웅의 서』(취향에 맞는지 확인하고;), 『고구레 사진관』. 아, 그러고 보니 뭔가 사겠다고 생각한 책이 또 있었는데? =ㅁ=


아야츠지 유키토. 『살인 방정식』,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2011. 120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아야쓰지 유키토라고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듭니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으로는 아야츠지가 아니라 아야쓰지가 맞을거예요....
...
글 다 쓰고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로그인이 풀려 있어 글 쓴 것이 홀라당 날아가면 굉장히 화납니다.^-^++ 두 번 같은 글을 쓰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흑.

어쩌다보니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줄창 보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기면관의 살인』이라는 신작을 보았고, 그걸 빌려다 보니 그 앞에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더군요. 제가 제대로 챙겨 본 것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까지였기 때문에, 아예 도서관에 가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이 있는 곳에 가, 이것저것 뒤졌습니다. 그러다가 앞서 『진홍빛 속삭임』, 『수차관의 살인』,『인형관의 살인』을 순서대로 보았지요.

읽다보니 제가 시마다 소지와 요네자와 호노부, 아야츠지 유키토를 조금 헷갈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작품의 작가를 뒤죽박죽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부러진 용골』도 시마다 소지의 책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의외로 한국에 많이 나오진 않았네요. 아야츠지 유키토나 요네자와 호노부가 더 많을 겁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시마다 소지를 헷갈리는 것은 관 시리즈에 공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때문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헷갈리는 거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수차관의 살인』을 볼 때 확실하게 인식했습니다. 이 인물 때문에 두 작가를 헷갈리는 거다라고요. 『인형관의 살인』을 보고 있노라면 아야츠지 유키토가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와는 헷갈리지 않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대표작은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잖아요. 그렇다보니 헷갈릴 일이 없지요.

『수차관의 비밀』에서 언급하는 걸 잊었는데, 이 소설의 해설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썼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아야츠지 유키토가 비슷한 연배로 활동도 비슷하게 하는데, 의외로 접점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시리즈를 계기로 둘이 가까워졌고, 그 계기가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인형관의 살인』해설을 썼습니다.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순서로 따지먼 『수차관』 다음이 『인형관』입니다. 그렇게 읽으시면 더 재미있지요.-ㅁ-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책에서도 관 시리즈의 주인공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을 잘못 짚은 것도 있습니다.


제목부터 인형이 등장하는데 소설 속에서도 인형은 나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분위기를 괴이하게 만드니까요. 그러고 보니 교토에는 보크스의 텐시노사토도 있지요. 조형촌도 교토쪽이 본가(?)아니었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배경이 교토이다보니 읽는 내내 교토의 거리가 떠오릅니다. 정확히는 시라카와인데, 긴가쿠지 북쪽입니다. 마르브란슈가 있는 쪽보다는 남쪽일거예요. 시라카와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까요.
하여간 인형이 괴기스런 이미지로 많이 등장하는데 엊그제 읽은 『골목길 연가』에도 인형 장인이 한 명 나왔지요. 이 배경이 80년대니까 지금하고는 인형 작법이 좀 차이가 있나봅니다. 인형 몸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더군요. 뭐, 저도 보크스 덕분에 구체관절인형은 익숙하지만, 그래도 인형 작가들의 구체관절인형은 무섭게 느껴집니다. 보크스의 인형은 대체적으로 만화체라고 한다면 인형 작가들의 인형은 극화체 같거든요. 그렇다보니 더 사실적이라 무섭지요.
보크스의 첫 (양산형) 구체관절인형이 9세 메구였다고 알고 있는데 13세 메구는 줄리엣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지만 9세 메구는 1번 헤드 계열이라, 일본 전통인형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게 생각했지요. 일본 전통 인형에 얽힌 괴담도 많지요. 하하하;


기왕이면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다 보고 이 책을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특정 한 작품만 보아도 되지만 언급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시마다 소지 책을 보고 이 책을 보시면 웃을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첫비행님은 이 책을 보시면 교토 여행을 가고 싶어지실 것이 분명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ㅂ-; 여행이 결정되셨다면 읽으셔도 ... 괜찮겠지요.;


아야츠지 유키토. 『인형관의 살인』,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000원.

그러고 보니 B님이 요즘 오노 후유미를 읽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동지애가 느껴지네요.-ㅁ-;
오노 후유미와 아야츠지 유키토는 ....(하략)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G하고는 안 맞습니다. 저하고도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읽을 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말입니다. 인기도는 잘 모르지만 엊그제 서가를 돌아다니며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찾아 꺼내다가,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오길래 함께 빌렸습니다. 관 시리즈는 보기 조금 부담스러우니 단권으로 마무리 된 『진홍빛 속삭임』을 집어 들었지요.

지금 막 다 읽고 나서 감상을 적는 건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책입니다. 앞서 읽었던 『어나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추천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진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에서 이 책을 재미있게 볼 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재나 내용이 마이너 계통입니다. 허허허.

배경과 소재가 되는 키워드를 적어보면 여학교, 기숙사제, 스트레스, 억압, 엄격함, 체벌, 강압. 이 외에도 한참 많지만 넘어갑니다.-_-;
남자가 쓴 여학교 기숙사 이야기라 실제 이런 학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는데, 이 책이 나온게 1988년이랍니다. 그 때라면 있을 법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 쓴 것이 『어나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역자 후기를 보면 양쪽 소설의 닮은 꼴이 한층 더합니다.'ㅂ'


그래도 관 시리즈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보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결말도 개운치 못하고 뒷맛이 남기 때문에 다른 책으로 정화를 해야겠네요. 혹시라도 간단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접은 부분을 열어 보시길. 상당한 내용 폭로가 들어갑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진홍빛 속삭임』,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800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등장인물은 타카토리 케이. 아야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인물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설퍼보이지만 이게 초기 작품이니까요. 88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으음...; 여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남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다음에는 힐링을 위해 『블랙베리 와인』을 꺼내야겠군요. 하하하.;ㅂ;
한 줄 요약.
관 시리즈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OTL

가장 최근에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이 『어나더』, 그 전에 읽은 것이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입니다. 그러니 관 시리즈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첫 작품이 『십각관의 살인』이었던 만큼 관 시리즈는 각별하지요.
『시계관』까지는 어찌어찌 기억을 하는데 찾아보니 그 사이의 몇몇 관 시리즈를 안 읽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면관의 살인』이 처음에 뜬금없이 다가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주인공의 행적이 앞에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뿐이지, 이 사람만 떴다 하면 사건이 터지는 데는 한숨이 나옵니다. 허허허;ㅂ; 어딘가의 건방진 꼬마보다 더 무섭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보문고에 올라온 책 소개는 틀립니다. 이 사람은 절대 명탐정이 아닌걸요. 앞서의 다른 사건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지요. 직업이 탐정인 것도 아니고, 살인 사건에 몇 번 휘말리다가 어쩌다보니 추리소설작가가 된 불쌍한 인생...ㄱ-; 그렇다보니 시체를 봐도 이제는 상대적으로 무덤덤합니다.


주인공이야 그렇다 치고, 전체적인 트릭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그 미친 건축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던걸요. 이쯤되면 mad scientist가 아니라 mad architect입니다.-_-; 그러니 이 사람의 건축물에는 가까이 가지 마세요. 뭔가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릅니다.(...)
앞부분의 위화감이 복선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깨닫는 주인공이나 풀어내는 솜씨나 역시 답다 싶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생일과 기념일을 기억하는 걸 보니 이 사람 결혼하기 글렀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간단한 감상은 이정도로 적고, 건축물이 배경이다보니 T님은 그럭저럭 보실 듯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시리즈는 고전 추리소설 분위기에 가까운지라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올법 하거든요. 물론 고전이라고 해도 셜록보다는 뒤쪽입니다.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쯤에 가깝겠네요. 밀실 살인에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점은 요즘 추리만화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군요.
다만 가면이 많이 등장하니 이런 건 질색이라는 분은 피하시고, 약간 잔인한 부분도 있습니다. 잔인한 정도야 물론 CSI 등에 비하면 아주 순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트릭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 배경은 물론 90년대 초반이지만 말입니다.

B님은 보셨으려나요..? 아야츠지 유키토는 B님 취향 범주는 아니라 원서로라도 건드리진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아요.'ㅂ'


그리고 몇 군데 걸렸던 번역문제.
다른 부분은 다 무난하지만 홋카이도를 홋카이 도로 띄어썼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도쿄 도 등으로 행정구역명과 지역명 사이를 띄어썼습니다. 눈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앞부분의 민얼굴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아마 민낯이라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가리키는 유행어 때문에 그리 쓴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맨얼굴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 두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기면관의 살인』, 박수지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3500원
그리고 그 다음이 『안녕, 드뷔시』입니다. 이건 조금 전 출근하며 끝낸 책이니 조금 감상을 묵혀야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직전에 딱 그 반전을 봐서 어안이 벙벙했더란..; 출근하고는 마지막 몇 장을 마저 읽었는데, 참...(먼산)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집었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는 마음에 들어 집에 남겨 놓은 것이 한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에 이것도 고민했거든요. 들여놓지 않았지만 마음에 든 책은 『네크로폴리스』랑 『밤의 피크닉』입니다. 『1001초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요한의 이야기, 『빛의 제국』에 나오는 마지막 단편도 마음에 들었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구입해서 읽고 나서도 방출했습니다.
이 책은 그 방출한 책들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러니까 공포 소설이예요. 분위기 자체만 따지자면 『초콜릿 코스모스』에 잠시 등장하는 어느 연극신이 떠오릅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분위기 타입이 꽤 넓은데 이건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공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합니다. 저는 불호에 가깝습니다.
사실 꽃샘추위 중의 이 봄날에 이런 책을 읽으면, 게다가 그것도 평일 저녁에 읽고 있노라면 등줄기가 오소소소소소 한 것이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읽고 나서 역자 후기를 보니 공감이 절로 됩니다.;
자주 오시는 분 중 이런 쪽 취향은 어느 분이더라. 유라님? 아니면 아이쭈님?


『어나더』는 사전에 작가를 모르고 보았다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겁니다. 한줄로 이 감상평을 요약하면...

'오노 후유미가 쓴 줄 알았다.'
-ㅁ-;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은 『십각관』부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에도 『**관』시리즈는 거의 골라서 다 봤습니다. 다만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는 그 결말(살인 동기)에 당황해서 한동안 손을 안댔습니다. 그 뒤에 다시 본 것이 『어나더』지요. 이건 유라님의 애니메이션 감상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집어왔습니다. 번역자는 현정수씨. 역자 때문에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G도 이 책을 알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애니플러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를 먼저 본 모양입니다. 저도 일요일 밤에 자러 들어가기 전 잠시 보았는데 소설과는 이야기 전개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본은 공포소설입니다. 부조리한 공포? 여튼 옛날 옛적에 있었던 어느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외가인 요미야마시에 전학을 옵니다. 잠시간의 전학이지만 새학기를 맞이해야하는 딱 그 시기에 기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집니다. 이미 그 전에도 기흉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재발했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보니 세심한 학생인가보네요.-ㅁ-;
하여간 퇴원하고 나니 새학기 첫 달은 이미 가고, 5월 초는 골든위크고. 그래서 5월 골든위크가 끝나고 등교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쳤던 신경쓰이는™ 여학생을 만나 말을 건네게 됩니다. 그 이후는 아래는 접어놓고 보지요.


1인칭 시점이라 앞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마다 방해가 들어가는 걸 보니 좀 답답하긴 합니다. 이 이야기를 꼭 들어야하는데 야는 여기서 왜 피하는 건가 싶거든요.-_-; 소설이었으니 그나마 빨리 넘어갔지 애니메이션에서는 2-3회 정도는 계속 그 '하면 안되는 짓'이 계속 등장했겠지요. 보는 사람은 속이 탔겠지만..

막판에 모든 일들이 풀릴 때, 그 중심에 '그게' 있다는 점은 마음에 안듭니다. 이미 상황 설정부터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해결도 그렇다니 맥이 빠지네요. 하지만 반전부분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부분이라 꽤 놀랐습니다. 제가 의심하고 있던 건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게다가 코이치의 반응이 예상 외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을 입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허허허;


분위기가 닮은 소설을 찾으라면 오노 후유미의 『17세의 봄』. 그런 분위기라 더 오노 후유미 책 같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십각관』이나 『키리고에』 같은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보다는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책 두께가 그리 두껍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조금 더 늦게 보아도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여름 휴가용 책으로도 괜찮습니다.>ㅅ<

하지만 성이 사카키바라라고 하니 어느 집안이 생각나지 말입니다?



온다 리쿠.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수지 옮김. 노블마인, 2011,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어나더(Another)』,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5800원.




쓰고 나서 덧붙임.
오노 후유미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요. 이 경우는 婦唱夫隨.;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1-3>, 한스미디어, 2005, 2007, 각각 13000원, 18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두드림,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은 작년에 나왔을 때부터 볼지 말지 고민하던 책입니다. 십각관을 가장 먼저 보았는데 뭔가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읽으면서 뭔가 아니다 싶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네 권-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1-3권-을 보고 나니 괜히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제 이 시리즈가 다 들어올지 알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덥석 다 빌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눈에 보일 때 빌려라라는 규칙입니다. 다음에 빌리자고 미뤄두면 어느 새 서가에서 사라지고 없는겁니다.(먼산) 그러다보니 지난번에 도서관에 가서 추리소설을 7권 빌렸던 거죠. 슬프게도 그제 저녁에 한 권, 어제 저녁에 네 권, 오늘 한 권, 도합 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권. 그러나 한 권은 가모우 저택 사건 "2"권으로 1권은 아직 못 빌렸습니다. 그런 고로 실질 적으로 남은 것은 한 권입니다. 슬퍼라. 어쩌면 이 마저도 오늘 저녁 때 읽어버리고 읽을 책 없다고 눈물짓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책좀 질러야...

십각관의 역자는 양억관, 시계관은 김난주, 암흑관은 권일영입니다. 제일 고생했을 것 같은 역자는 권일영씨.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책 자체가 워낙 정신 없습니다. 저야 정신 없는 부분은 알아서 건너 뛰고 읽었지만 역자를 일일이 다 체크하고 가야했을테니까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어느 건축가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독특했던지라 세운 건물도 요상하고, 그런 건물을 요구한 시공주도 독특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사건이 이모저모 많이 생기는 겁니다. 십각관은 놀러갔다가 단체로 당한 거고, 시계관은 밀실공포계이지만 안과 밖의 시점에서 동시에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흑관은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기엔 묘했는데 한 번에 풀릴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맨 마지막에 확 풀어줍니다.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던 것은 암흑관.
암흑관은 1-3권 전체 페이지수가 1500페이지 가량 됩니다. 1권이 470, 2권이 443, 3권이 596. 그런데 반나절 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건 제 읽는 속도보다는 편집상의 문제인듯합니다. 양 페이지의 줄이 몇 개 안된다고 할까요. 그리 빽빽하지 않습니다. 진도가 빠른 것도 당연하지요. 게다가 시점이 계속 변하면서 여기저기의 상황을 다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존재가 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이 뒤에서 뒤통수를 좀 쳤지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쇼크였는지도.;)
괴이한 분위기와 뒤 섞여 있지만 기본은 건축물이라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어느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

에도가와 란포는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다는데, 이런 타입이면 장편도 손 대지 않는 것이 낫겠습니다. 저는 범인이 주인공인 것은 별로 내켜하지 않거든요. 범인의 불안한 심경이 그대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덜덜 떠는 것이 참...=_= 대체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확이 있다면 아케치 코고로. 이름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렸는데, 덕분에 아케치 소년과 아케치 경감의 단편집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로 다음에 홍대가면 반드시 들고 올겁니다. 우후후후후~ 잠자는 어느 "명"탐정도 여기서 따왔겠다 싶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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