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 앞머리를 보고는 빌려왔습니다. 근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결말을 확인하고는 고이 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대출 기간 내내 이 책을 읽어, 말아를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했고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나, 번역자 후기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절대로 공공장소에서는 읽으면 안됩니다. 버스에서는 책 읽는 일이 드무니 보통은 지하철 안에서 읽을 텐데 그냥 읽다가는 휴대용 휴지 한 통과 손수건을 눈물로 적시고 빨갛게 부은 눈과 코를 얻을 겁니다....(먼산)


책 앞머리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이러면 아마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대놓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한 어떤 고양이가 있다는데~라고 말입니다. 길고양이였다가 주인공 청년에게 밥을 얻어 먹은 고양이는 그야말로 새침떼기입니다. 그러니까 츤데레....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청년이랑 가까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난 인간을 좋아하지 않거든! 그렇거든! 그러니까 너도 인간이니까 좋아하지 않.... 지만 너라면 괜찮아'의 수순을 밟습니다. 다만 앞머리에는 등장하지 않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청년은 고양이를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되고, 그리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고양이 여행 리포트』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혹은 개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어하시겠지만 문제는 내용입니다. 이거, 최루성이예요. 앞머리를 읽고 혹시하는 마음에 뒷부분을 보고 나서는 고이 내려 놓은 건 그래서입니다. 아주 담담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중간을 건너뛰고 뒷부분을 읽은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따라서 울고 싶은 일이 있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분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동물을 좋아한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효과를 보실 겁니다. 특히 감정 이입을 잘하는 분이라면... .... 옆에 얼음팩을 두시는 걸 추천합니다.-_-;




아리카와 히로. 『고양이 여행 리포트』,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2013, 13000원.(未讀)



맨 뒤의 번역자 후기를 보면 아리카와 히로의 책이 한국에서 생각보다 많이 안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말입니다. 으으음.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책 후기에 작가가 '이전에 낸 작품 ****도 사주세요~'라고 써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잊혀진 것인지 어떤지, 하여간 예전 책에 대한 세일즈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지요. 하지만 아리카와 히로는 이걸 아주 얄밉게 표현했습니다. 바로 외전을 내는겁니다.-_-;;

도서관 시리즈 네 권에, 그 뒤에 나온 『별책 도서관 전쟁』은 설정자료집 같은 분위기를 폴폴 풍겨서 손대지 않았는데 나중에 읽고 나서야 진작 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습니다. 그럴진대 『고래 남친』은 그보다 간사하게, "제 다른 책을 보시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는지 알 수 있어요."라고 속삭입니다. 뭐, 이건 전작을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겠지요.

책 소개를 볼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습니다. 책 첫 장을 펼쳐 들고 읽어나가다가 키워드가 되는 이름을 듣고서 이 이름이 익숙하다, 혹시 그 이야기 아닌가 할때까지만 해도 신이 났을뿐, 책이 통째로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총 여섯 편의 단편 중 세 편이 바로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세 권은 자위대를 소재로한 연애물이고요. 그런데 이 사실을 출판사가 몰랐을까요. 출판사 책 소개에서도 그 이야기는 전혀 안 다룹니다. 소개만 봐서는 전작하고는 관련없는 독립적인 단편집 같았으니 말이죠.

책 뒷면에 붙은 소개글입니다.

Story1 고래 남친
끝내주게 잘생긴 꽃미남 남친.
그런데 얼굴 한 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Story2 롤아웃
지금, 그 남자와의 끝없는 화장실 전쟁이 시작됐다!
이 싸움만은 절대 질 수 없어!

Story3 국방 연애
건방지고 뻣뻣하고 도도한 주제에 제법 귀여운
그녀를 몰래 짝사랑한 지 어느덧 8년째!

Story4 여친은 유능해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왠지 그녀는 내게 너무 과분한 것 같아.

Story5 탈책 엘레지
진정한 사랑에는 장애가 따르는 법.
저 담만 넘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과연……?!

Story6 파이터 파일럿 그대
내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녀.
어떻게 하면 내가 지켜 줄 수 있을까.

이 중에 어떤 것이 전작의 영향을 받은 건지 아시겠어요? 아마 눈치 빠른 분이라면 두 편은 잽싸게 잡아내시겠지만 다른 하나는 어느 것인지 모르실겁니다.

Story 1, 4가 『바다 밑』의 후속 단편, Story 6이 『하늘 위』의 후속 단편입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 음훗훗. 직접 읽어보시라고 밝히지 않겠습니다.
읽다보면 손발이 오그라 들어서 '으어어어어어! 달아!'를 외치지만 그러면서도 눈은 웃고 입도 실실 웃고, 책장을 넘기게 되더군요. 보고 나면 재미있는 로맨스 소설을 봤다는 생각이 흐뭇하지만 한 편으로는 커플천국에서 솔로는 갈데 없느뇨라 되뇌이며 눈물짓습니다.(...)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1, 6편입니다. 2는 아마 6과도 조금 관련이 있을 것 같긴한데 확실한 연관성은 모르겠습니다. 그건 『하늘 위』를 다시 봐야하지 않나 싶은데 확신이 안서네요. 5번은 전국이 1일 생활권 시대에 가까운 한국에서는 있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일본처럼 길고 긴 땅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별로 그럴 일이 없지요. 하기야 아예 징병제라서 2년 동안 기다리기도 하는 판에 뭐. 아, 외박이 무진장 힘들다는 전방부대에서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4편에서 등장하는 '자위대 가족(아내)는 이번에 남편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 만남일지 모르기 때문에~'운운하는 것은 보고 코웃음 쳤습니다. 축구부를 만들어 리그를 꾸릴 수 있을 정도 '군인가족'을 알고 있지만 다른 아내들과 별다를게 없거든요. 아무리 자위대에서 정보를 얻었다지만 지나치게 미화(?)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휴전상태인데다가 종종 사고도 터지는 한국군에서도 군인가족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는데, 정식군대도 아니고 자위대인 일본이 왜...?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요. 어쩌면 그래서 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나요.-ㅈ- 왠지 이상한데.


다만.;
1, 4, 6의 이야기가 연애물이긴 한데, 본 소설은 판타지에 가까운 자위대물입니다.-ㅁ-; 그런고로 연애물을 읽다보면 앞의 이야기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더군요. 이쪽은 리얼 로맨스물, 저쪽은 리얼 판타지. 이쪽을 읽고 나서 본작을 떠올리면 괴리감이 확 느껴집니다. 특히 1편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가 해결되었다는데 그 큰 사건이, 티타늄에 가까운 등껍질을 입은 대형 닭새우(가재?)가 대량으로 육지에 올라와 살육을 벌였다가 퇴치당하는 이야기였거든요. 6번의 본편은 투명슬라임과 조우했다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쪽의 괴리감도 만만치 않아요. 그러니 로맨스 소설을 보고 앞편이 궁금하다고 봤다가 화들짝 놀라는 일도 있을법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아리카와 히로는 자위대 생활을 일면 낭만적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밀리터리 매니아로서의 기술이라 할지라도, 일본이 진짜 군대를 가지는 것에 대해 공포 혹은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런 불편함은 가시처럼 남아 있습니다.



아리카와 히로. 『고래 남친』 김미령. 북홀릭, 2011, 12800원.




구입 인증 사진을 올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위쪽은 『도서관 전쟁 별책 1-2』, 『바케모노가타리 블루레이 디스크 1』, 아리카와 히로의 신작『키켄』.
왼쪽은 『명탐정 코난 극장판 15 - 천공의 난파선』, 『바케모노가타리 블루레이 디스크 2』, 니시오 이신의 『상처 이야기』입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감상 불가. 그런고로 에바 파를 포함한 블루레이 디스크의 감상은 나중으로 미루고, 최근에 읽은 책 감상부터 올리지요.


아리카와 히로의 책들이 그렇듯『키켄』은 라이트 노벨에 넣기 애매합니다.『도서관 전쟁』은 나온 출판사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라이트노벨이라 넣을 수 있겠지만 『키켄』은 일반인도 볼 수 있는 소재라고 보거든요. 뭐, 라이트노벨과 일반 소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난감하지만, 『키켄』은 라이트노벨보다는 일반인도 재미있게 볼만한 대중소설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다만, 소설의 독자는 일반 소설에 비해서는 조금 좁습니다. 주요 키워드가 공대생, 동아리 활동, 축제이기 때문에 여성독자보다는 남성독자들에게 더 잘 맞을 소설이며, 대학을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거나, 아니면 공대를 나왔다거나 하면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한 싱크로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싱크로율이 높았다는 분들, 가슴에 손을 얹고 학창시절을 다시 돌아보세요. 참고로 제 싱크로율은 참 낮았습니다.(당연한 이야기.-ㅁ-)

키켄은 기계제어연구부(機械制御硏究部)의 약자입니다. 키켄의 한자는 機硏일텐데, 이 대학의 학생들은 이 동아리의 약자인 키켄을 절대 機硏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들 발음 그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 危險으로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키켄이 전성기를 누렸을 당시의 양대 산맥과 그 직속 후배들의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구조가 특이하다 싶은데 화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입니다. 저는 마지막에 가서야 화자를 알아챘으니, 다른 분들은 미리 맞춰보시길. 힌트는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도 독특하지만 편집도 독특합니다. 매 장마다 앞에는 만화로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읽고 나서 앞으로 돌아가 만화를 보면 그 한 컷 한 컷의 장면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더군요. 그러니 내용 폭로가 싫으시다면 일단 그 장을 읽고 만화를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표지와 뒷표지는 누가 외치는대로 거짓말입니다. 저런 이야기가 절대 아니예요.;
(100%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게 참...;....)



니시오 이신의 『상처이야기』는 『괴물이야기』의 뒷편이자 앞 이야기입니다. 출간은 『괴물이야기(바케모노가타리)』가 먼저 되었지만 시간적 순서를 보면 『상처이야기』가 앞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괴물이야기』를 먼저 읽고 『상처이야기』를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앞에 '절대'라는 부사를 붙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괴물이야기』의 막바지에 왜 고양이가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고양이와 라라의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는지 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상처이야기』를 보고 나니 알겠더군요. 이 소설은 책 소개에도 등장하지만 아라라기 코요미의 첫 괴이 체험담입니다.

여튼.
라라.
이 썩을 놈.
주스로 갈아 버려도 비료로 밖에 쓸 수 없을....-_-+
내가 네카라면 키스랑 손잡고 진작에 네 발목에 빨랫줄을 휘감아 63빌딩에서 번지점프시켰을거다.-_-++
아무리 둔감한 녀석이라지만 이쯤되면 짜증의 폭풍우가 휘몰아쳐서 마을 전체에 해일경보를 내리고 싶은 정도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괴물이야기』를 먼저 보시고 그 다음에 『상처이야기』를보시길. 만약 순서가 거꾸로 되면 『괴물이야기』의 메인 커플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재미도 반감되지 않을까 싶네요.

『상처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괴물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집니다. 그런고로 저는 이만 『괴물이야기』를 다시 읽으러 갑니다.
참고로 『괴물이야기』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집에 두려고 했는데 『상처이야기』는 더 안보고 봉인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순서상으로는 고양이 이야기일텐데, 과연..?
(기다리는 재미가 있으니 일부러 원서를 찾아서 내용을 확인하진 않겠습니다.;..)


『단탈리온의 서가』는 사진을 안 찍었습니다. 이건 이미 다른 분께 넘기기로 했고...
미쿠모 가쿠토의 『M.G.H.』를 재미있게 본터라 『단탈리온의 서가』도 은근히 기대하며 봤습니다. 한 번쯤은 볼만하고 소재나 구성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단탈리온의 서가'라는 신기한 서가가 존재하며 여기에는 세상의 기이한 도서들이 모두 모여 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데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자마자 단번에 꺼내 읽었습니다.

하지만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야기에 집중이 안됩니다. 휴이는 괜찮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다리온은 표지에서 보이는 외모와 실제 소설에서 묘사한 외모가 동 떨어져 있어서 말입니다. 다리온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이질감이 느껴집니다.-_- 묘사에서는 레이스와 프릴이 달린 화려한 치마, 거기에 고급스러운 검은 천, 그 위에 어울리지 않는 금속제 팔목보호대에 허리보호대, 부츠를 신고 있어서 마치 중세 기사의 갑옷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한데 말입니다, 표지를 보아도 그렇고 다른 삽화를 보아도 그렇고 팔목의 보호대나 허리 보호대는 없습니다. 그저 나풀나풀한 소매가 있을뿐이지요. 묘사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등장하는 누구씨가 있으니, Fate/Stay. 거기의 페이트의 모습이 이렇지요.
다리온의 성격이나 휴이와의 관계,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또 『고식』같아 보이기도 하고. 정형화된 틀에 소재는 고급소재(?)를 써서 재미있게 썼지만 삽화가 몰입을 방해하는데다 책을 태우는 썩을 놈들과 이상한 다른 커플들이 등장하는 통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결말을 확인할 때까지는 집에 두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이 제대로 결말이 날까 싶기도 하고. 『고식』 같다면야 제대로 된 완결은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아리카와 히로. 『키켄』, 윤성원 옮김. 북로드, 2010, 12000원.
니시오 이신. 『상처이야기』,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11, 12000원.
미쿠모 가쿠토. 『단탈리온의 서가 1-2』, 구자용 옮김. 학산문화사 2010-2011. 각 6800원


덧붙여 책값에 대한 짤막한 잡담.
책값이 비싸다 생각했는데 『키켄』이나 『상처이야기』나 라이트 노벨 2권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지름신이 강림하셨어요.ㄱ-
올해 들어 맨 처음 주문한 것은 『바케모노가타리: 히타기 크랩 - 블루레이 디스크 1』, 『별책 도서관 전쟁 1-2』, 『키켄』입니다. 블루레이 디스크라 바케모노가타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나머지 세 책은 주말 동안 다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굴러다니며 미친듯이 웃고 있었지요.

『도서관 전쟁』은 소재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에 로맨스를 섞었습니다. 그건 전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로맨스만 다룬 소설도 여럿 있었지요.(『사랑, 전철』이라던가)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기본 소재에 로맨스를 섞어내는 솜씨가 상당해서, 로맨스 소설로만 봐도 재미있고 그 소재에 주목해서 봐도 괜찮습니다. 다만 『소금의 거리』는 삽화가 취향이 아니었고 자위대 시리즈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메시지가 미묘했지요.-_-;

하여간 이 책은 도서관 전쟁 에필로그 전과 후의 이야기를 나누어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별책 1은 『도서관 전쟁』 에필로그 전, 2는 에필로그 후지요. 작가 후기를 보면 둘다 본편 쓸 때부터 계획해 놓고 쓴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특히 별책 2는 남편의 부탁에 내용이 늘어났다던가요. 하하하. 만약 부탁이 없었으면 그냥 오픈 엔딩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네요.;

『도서관 전쟁』, 『도서관 내란』,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의 네 권 중 앞의 두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위기』와 『혁명』은 도서관에 책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구입해서 보았지요. 그러고는 『별책 도서관 전쟁』이 나온 건 알았지만 이게 어떤 내용인지 감을 못잡아서 일단 미뤄두었습니다. 도서관에서 확인했다면 당장 질렀을텐데, 어떤 내용인지 확신이 없어 구입 못했지요. '별책'이라는 단어가 외전보다는 설정집의 느낌을 줘서 그랬던 겁니다.

이하는 역시 내용 폭로이므로 접어둡니다.



『별책 도서관 전쟁』은 로맨스 소설이긴 하지만 큰 줄기는 도서관의 이야기입니다. 도서 분실이라든지 도서관의 손님이라든지, 미반납도서의 처리건을 보고 있자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게다가 레퍼런스도 상당히 자연스럽고요. 도서분류나 (자료구입)예산이나 도서 보호 필름 붙이기 같은 건 등장하지 않지만, 만화쪽에는 나오려나요. 이쿠가 붙이면 왠지 울퉁불퉁해질 것 같으니..-ㅁ-;
(아니, 승진시험 통과했을 때의 실기를 생각하면 외려 이런데 강할지도...;..)

『별책』은 밀리터리 이야기는 덜하지만, 로맨스와 도서관, 밀고 당기는 이야기,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세요.'ㅂ'






다만 불만사항이 조금 있는데...-ㅈ-;
... 교보에 원서가 있다면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도착한 책입니다.'ㅂ'
작년에 교보문고에 세 책을 나눠 주문했는데 그 중 두 권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한 권은 스페셜 오더로 3-4주 걸린다 했으니 1월 말에나 들어올까요. 한정판은 아닌 것 같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면 언젠가 도착하겠지요.


여튼 아침에 책 주문 상황 확인한 김에 이모저모 검색하다가 지름의 덫에 걸렸습니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마스터님도 같이 걸릴 겁니다.-_-; 아리카와 히로의 신작이 나왔는데 제목하여 「키켄」. 내용은 열혈 공대생들의 일상이랍니다. 낚였어요, 낚였어. 이건 반드시 봐야 하는 책입니다. 어흑.;ㅂ;
원래는 도서관 전쟁 별책이 교보에서 사는 것이 싼지, 홍대에서 사는 것이 싼지 검색하러 들어갔던 것인데 엉뚱한 책을 손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이것도 사야합니다. 2010년에 나온 책이라 쿠폰 적용은 안되니, 상황 봐서 홍대에서 사오거나 아니면 그냥 적립금 받고 교보에서 사거나 해야지요. 일단 구입 우선 목록은 블루레이 디스크인 것이고...

이달에도 10만원은 가뿐히 넘길 거란생각이 듭니다. 괜찮아요. 책값은 아끼지 않으니까요.



덧붙임.
왼쪽에 있는 화집은 하츠 아키코의 30주년 화집, 「만화경」입니다. 최근에 한국에 나온 책들-아름다운 영국시리즈나 여신님과 나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고요. 예전 화집과는 그림이 겹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묘~하게 描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뒤표지만 보셔도 아시겠지요? 훗훗훗.
빌헬름이 두 번이나 등장했는데 화집 안에도 빌헬름이 잔뜩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영국시리즈 4권에서 작가가 말했든 빌헬름이 요괴고양이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습니다. 삽화 모아 놓은 것을 보니 확실히 티가 나네요.


어, 하지만 아무리 제가 고양이를 좋아해도 여신님은 좋아할 수 없어요.; 저분은 제 취향과는 상당한 거리가....;;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의 원제를 직역하면 저렇습니다. 원제가 「フリ-タ-, 家を買う」거든요.

프리터라고 하면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생계를 잇는, 그런 사람을 말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프리터. 첫 번째 직장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3개월만에 때려치우고는 아르바이트만 대강 하면서 직장을 찾았는데, 그렇게 둥가둥가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시집가서 나고야에 사는 누나가 돌아와 있었습니다. 집에서 그 누구보다 무서운 누님. 왜 오셨냐고 했더니 집안을 돌보지 않는다고 불호령을 내리십니다. 그제야 집안 상황을 깨달은 아들래미. 어머니가 우울증을 동반한 불안장애에 걸리신겁니다. 그리고 그 병에 걸린 이유가 아버지, 자기, 그리고 이웃 사람들이란 것을 알고 나서는 이사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취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주인공이 개과천선하여 마음 잡고 열심히 일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많지요. 한데 아리카와 히로의 유머 넘치는 글재간이랑 만나면 웃으면서도 한 구석이 찡한,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왠지 「지어도 돼?」와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둘다 집이 소재라 그런가봅니다.

여튼 이야기는 주인공의 프롤로그, 취직, 돈 모으기 및 집안 추스리기와 어머니의 치료, 이사, 에필로그 쯤 됩니다. 아마 보고 나면 누님이 마음에 든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조금은 만화적인 인물이긴 한데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합니다. 특히 '누나'니까 아버지의 성격을 빼닮았다면 더욱 그럴 듯하지요. 어머니의 성격이 섞여서 그렇게 독불장군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사람 뽑는 것,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 길고양이 줍기, 이사하기. 에필로그는 읽다보면 간질간질합니다. 그리고 그 대목이 넘어가면 마음이 참으로 허하지요. 허허허허허.


도서관 전쟁 시리즈보다는 「세마리 아저씨」와 닮았습니다. 이게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모양이네요. 드라마 쪽도 보고 싶은 것이, 니노미야가 주인공입니다.-ㅂ-; 이거 보고 오오쿠까지 보고 나면 갭이 상당하겠네요.;
백수 프리터 vs 오오쿠라.;...


연애 라인도 있습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연애 라인인데 커플을 보고 있자면 도서관 전쟁도 떠오르는 것이... 하하하. 왜냐 물으시면 그저 웃지요.


구입여부는 조금 고민하고 있지만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다 읽고 나면 흐뭇해지는 것이 12월과도 잘 어울리네요. 생각난 김에 한 번 더 읽어야겠습니다.
그 외에 존 딕슨 카 몇 권입니다.


고양이 오스카는 원래 따로 다루려고 했는데 미루다보니 그냥 간단 감상으로 같이 올립니다.

아주 편하게,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 소개에는 듀이에 비교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고양이 오스카도 듀이처럼 사람을 '치유하는' 애완동물이지만, 오스카는 듀이보다는 조금 쌀쌀맞습니다. 듀이가 영업부장이라면 이쪽은 관리부장...(어?) 하여간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는 딱히 눈에 안 들어오는 보통의 고양이입니다.
오스카가 일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보니 이 책은 들꽃 진료소의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대신 이쪽이 치매 전문 병원이라, 이야기도 치매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것이 중심입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치매 환자들의 뒷바라지와 호스피스 관련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한 번쯤은 꼭 읽어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는 얻어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치매가 어떤 병인지 말해주는 책은 거의 처음 만났습니다.(기억하는 한도에서는...^^;)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괴짜 경제학」이나 성공경영사례 모음집과 비슷한 느낌의 책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나 물건을 놓고 이게 왜 성공하였는지 밝혀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금은 여성학적인 느낌도 받는 건 주제 중에 피임약과 염색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임약은 둘째치고, 염색약의 여성해방적 의미 ...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변에 달마다 염색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은 염색이라하면 질색하거든요. 거기에 노란색이나 밝은 갈색의 염색이라면 더더욱....^^; 머릿결이 상하는 것도 그렇고, 시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하여간 그렇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생에게 염색이란 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었습니다.-ㅁ-;


「덧없는 양들의 축연」. 끄응....;
제 블로그에 올라온 책들 중에서는 괴담류에 집어 넣고 싶네요. 정말로 괴담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책인데 저는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고가(오래된 가문), 아가씨, 영양, 혈통, 배신, 충성 등의 단어에 관심있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고 단번에 읽어내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뭐...'ㅂ';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낌 위화감 중 하나는 나이입니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계속 10대 후반으로 놓고 읽다가 나중에야 이상한 걸 알아챘거든요. 음.. 루피너스 탐정단이나 사쿠라바 가즈키의 청년들을 위한 독서클럽에 괴담 분위기와 여학교를 듬뿍 가미하면 이런 느낌일겁니다.



존 딕슨 카의 책 세 권. 밤에 걷다의 트릭은 한 가지는 제대로 봤지만 나머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누구씨는 팔힘이 상당히 세군요. 펠 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취향이었습니다. 덧붙여 취향은 어쩔 수 없더란...;
모자수집광을 먼저보고 연속 살인을 나중에 봤는데 책 나온 순서나 시대 순서나 둘다 연속 살인이 먼저입니다. 그러니 연속 살인을 먼저 보고 모자수집광을 보는 쪽이 이해하기 낫습니다.'ㅂ' 이쪽은 무난무난한 추리소설.


야창귀담은 요재지이 계통으로 추측되는 기담집입니다. 모란꽃 등불 = 보탄도로 = 목단등롱도 실려 있군요. 해피엔딩보다는 아닌 쪽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여름에 가볍게 볼만한 기담집입니다.


산사에서 만든 차는 개인적으로 사고 싶더랍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전국의 여러 사찰을 방문해, 차 만드는 법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판형이 A4정도로 큰데다가 컬러판이다보니 가격이 상당하군요.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외국인에게는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녹차 외에 꽃차나 기타 산채로 만든 차도 등장하는데 보고 있자니 저도 차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이 뒤에 이어서 읽은 책도 비슷해서 차와 관련된 지름신이 지금 등 뒤에서 얼쩡대고 있습니다. 참아주세요.;


자아. 그럼 가장 아껴둔 책 두 권. 「상으로 가츠오부시를 줄게」와 「세 마리 아저씨」입니다. 상으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사진 에세이지요. 다비드라는 반려묘를 잃은 뒤, 부부는 다시는 고양이를 기를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릎고양이인 어느 길고양이에게 위안을 받고, 주변 친구들의 고양이를 잠시 탁묘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 '다비드는 더이상 만날 수 없겠지만 다비드가 아니라 다른 고양이라면 그 나름으로 사랑할 수 있을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코숏...이 아니라 재숏을 두 마리 데려옵니다.
발랄한 고양이에게 종종 사용되는 단어, '똥꼬발랄'한 녀석들이라 사진 역시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와아. 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아무것도 못할 거란 생각이 팍팍 들던걸요. 블로그도 방문해보고 싶어지더랍니다.
(책 제목은 저자들의 블로그 제목이기도 합니다)


세 마리 아저씨는, 은퇴를 한 아저씨 한 마리가 친구의 제안으로 마을사건해결사팀을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하지요. 다른 책보다는 직전에 보았던 「사랑, 전철」과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확연히 다른 세 아저씨들의 성격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게다가 이거 성장 소설이자 연애소설이기도 하니 솔로부대원들은 읽을 때 주의하세요.
보고 있자면 딸 사랑 바보 아버지들의 계보를 잇는 아저씨도 등장합니다. 이 아저씨가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대사가 바로 이 아저씨-노리오의 대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리오 엘렉트리컬 퍼레이드!"


위 대사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직접 읽어서 찾아보세요.


덧. 엘렉트리컬이 아니라 일렉트리컬이 되어야하지 않나요..'ㅂ';


데이비드 도사. 「고양이 오스카」. 이레, 2010. 12000원
아리카와 히로. 「세 마리 아저씨」, 오근영. 살림. 2010. 12800원
이시카와 고사이. 「야창귀담」. 문. 2008. 25000원
요네자와 호노부. 「덧없는 양들의 축연」, 최고은. 북홀릭, 2010. 12000원
존 딕슨 카. 「연속 살인 사건」. 동서문화사, 2003. 6800원, 「모자수집광사건」. 동서문화사, 2003. 7800원
 「밤에 걷다」. 로크미디어, 2009. 10000원
이정애. 「산사에서 만든 차」. 정리출판사, 2005. 33000원
말콤 글래드웰.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김영사, 2010. 15000원
마토바 치카코. 「상으로 가츠오부시를 줄게」. 니들북, 2010. 11800원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만 세 종 먼저 리뷰 올립니다. 나머지 책은 간단 리뷰로 몰아 올릴 예정입니다.

「사랑, 전철」은 「도서관 전쟁」시리즈의 작가인 아리카와 히로의 책입니다. 이전에 「하늘밑」, 「바닷속」 등 밀리터리 계통의 책이 한국에 많이 번역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앞 문장을 '밀리터리 계통의 책을 많이 썼다'고 쓰려다가 바꿔 썼습니다. 「사랑, 전철」은 밀리터리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거든요. 밀덕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건 연애를 위한 코드 중 하나고(...) 중요한 것은 전철입니다. 배경은 오사카이고, 오사카에서 운행되는 어느 전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니 전차남... 아니 전철을 배경으로 한 단편 연작 로맨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첫 단편의 주인공은 그 다음 편의 주인공에게 '관찰'당하며, 그 다음편의 주인공은 전편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우연히 마주치고 참견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뭐라 뭐라 해도 읽어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이 책을 가장 좋아할 분을 찍자면 마스터님.-ㅁ- 읽으면서 이거 취향이 아닐까라고 내내 생각했습니다. 후후후.
몇몇 단어가 번역에서 걸리긴 했지만 그정도는 그냥 넘어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두 번째. 아, 그리고 염장도가 상당히 높으니 커플지옥을 외치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성녀의 구제는 도서관에 있길래 덥석 물어온, 비교적 최근에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입니다. 탐정 갈릴레오 라인이긴 한데 그 사이의 책 중 안 본 것이 있는지 왜 두 사람의 사이가 냉랭한지 모르겠습니다. 가오루라는 새로운 등장인물도 그렇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제대로 챙겨보진 않았지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은근 좋아하거든요. 웅. 왜 그럴까.-ㅁ-;
하여간 제목이 왜 저런지는 끝까지 가보아야 압니다. 범죄 트릭이 제목과도 관련이 있거든요. 범인은 알지만 트릭을 알지 못하면 체포할 수 없다, 그리고 증거를 확보해야한다가 주요 문제인데 누구씨가 범인에게 호감을 가진 것도 수사 진행상황에 영향을 주더군요. 그리고 가오루는 포지션도 그렇고, 「붉은 손가락」에서의 가가형사와 이미지가 비슷합니다. 굉장히 감이 좋은 형사로군요.
퀼트전문가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직접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아.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는 「내가 그를 죽였다」입니다. 트릭을 풀어 내는 것에 촛점이 맞아서 그럴까요.'ㅂ'

아쉬운 것은 편집입니다. 글씨가 크고 행간이 넓어 한 장에 들어가는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책이 무겁기도 하니 차라리 책을 얇게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얼핏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해리 포터 가격 상승 논란이군요. 흠.


어제 읽고는 미친 듯이 웃어 제낀 책이 산타 아줌마. 히가시노 게이고가 글을 써서 같은 서가에 있길래 별 기대 없이 빌렸습니다. 하지만 이거 유머가 장난 아니예요. 우울할 때 읽으면 정말 좋습니다. 기왕이면 크리스마스가 좋지만 「부탁해요 마스터」도 엊그제 읽은 차에 뭐 관계 있나요. 오히려 더울 때 추운 배경의 책을 읽는 것이 좋지요.

산타클로스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회의를 갖습니다. 각 국가의 산타클로스들이 모인 이유는 새로운 산타 회장의 선출 및 새로운 미국산타의 결정입니다. 회장을 맡고 있던 미국 산타가 은퇴를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산타가 자신의 후임으로 데려온 것이 제시카, 바로 여자입니다. 거기서 각국의 산타가 경악하고는 가부에 대해 토론을 벌입니다.
다른 것보다 그림이 예쁘고 산타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 둘 부서지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산타 클로스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읽다보면 포복절도하게 된다니까요. 거기에 맨 뒤에 붙은 보너스! 각국의 산타들을 간략하게 그렸는데 그게 구입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 읽고 나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책들의 작가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두 권의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니까요.



덧붙임. 본문 글 쓰고 수정하면서 책 검색을 하다보니 ............... 아리카와 히로가 여자였군요. 왜 전 남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을까요.;

아리카와 히로. 「사랑, 전철」. 윤성원 역. 이레, 2009. 12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성녀의 구제」. 김난주 역. 재인, 2009. 13800원
히가시노 게이고 글, 스기타 히로미 그림.「산타 아줌마」. 이선희 역. 바움, 2002. 7500원
감상을 쓸 책이 두 종이지만 일단 하나는 뒤로 돌리고, 아리카와 히로의 이야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도서관 전쟁부터 시작해 도서관 내란, 하늘 속을 읽고 그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소금의 거리 , 바다 밑까지 읽어 한국에 출간된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다 보았습니다. G는 이중 도서관 시리즈까지 보고는 손을 뗐고 그 이유로 '자위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싫다'고 했습니다. 저야 로맨스 소설 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었으니 조금 덜하긴 했는데 전체를 다 보고 나니 G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묻어두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불평글입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넘어가시는게 나을지도..?



작가가 깊이 생각하고 포석을 깔았든 아니든간에,현재의 헌법 체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위권만 인정하고 공격은 할 수 없게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양화대와 도서대의 싸움이 그랬고, 그 싸움에 대해 묘사하는 '신세계'의 오리쿠치가 그랬습니다. 물론 그렇게 끼워맞춰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도 자위권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합니다. 하늘 속은 아직 세계군수시장에 내놓을 수준이 안되는 일본의 항공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바다 밑은 아예 대놓고 써놓습니다.

엄청나게 웃자란 갑각류가 사람들을 습격해서 마구 잡아 먹는데, 경찰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고로 자위대의 출동을 바라고 있지만 자위대는 출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상황을 유도해 자위대가 출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 뒤에 이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바다 밑>, p. 406
(중략)
 누구에게도 위로할 말이 없었다. 헛되고 중대한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전원이 알고 있었다.
 자위대만 빨리 나섰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가정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나라였다.
(중략)


그리고 이런 '자위권'에 대한 응당한 이유로 등장하는 것은 같은 편이라지만 뒷짐지고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다는 미국과 모 나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위대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하늘 속에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공격을 했던 것은 모 나라에서 그 괴물을 없애라고 압박을 하며, 만약 공격하지 않으면 핵 미사일을 날리곘다라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핵 미사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까지 정해놓고 압박(협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와아. 안봐도 뻔하죠. 모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말입니다.
소금의 거리나 하늘 속이나 바다 밑이나 다 군대 이야기가 주류이기 때문에 미군도 꼬박꼬박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하늘 속에서는 역시 관망세. 바다 밑에서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주둔한 국가의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등장합니다. 아니, 뭐, 실제도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_-;

하여간 이들 책에서는 더 적극적인 자위권, 방위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런 책을 읽은 학생들 역시 그런 생각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군대를 갖지 못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군수물자를 생산하지 못하며-하늘 속에서는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입니다;-이런 괴물들이 등장했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라고 말입니다.

바다 밑이나 소금의 거리를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잡다한 이야기.

바다 밑은 밀덕이 등장합니다. 으허허. 밀덕의 무서움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 그보다는 밀덕이 일본을 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금의 거리나 바다 밑이나 나이차는 엄청납니다. 하늘 속은 그래도 정상적이었는데 도서관 전쟁은 최대 7년 정도. 하지만 코마키는 (...) 도둑놈. 소금의 거리는 자위대 이위(한국에서는 중위)와 고등학생의 커플링이니 코마키 수준. 바다 밑은 5-6년 정도. 하지만 여긴 삼위(한국에서는 소위)와 고등학생. 훗.

소금의 거리는 일러스트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어쨌건 지고지순하고 백치미가 엿보이지만 고집하나는 끝내주는 여학생과 거기에 낛인 전 자위대 이위와의 로맨스. 뒤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틀은 비슷합니다. 근데 보고 있자면 바다의 소금 농도가 몇 배로 진해지는 것에 더해, 달달하다 못해 입안이 소태가 됩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이 압권입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치킨 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재미로 보자면 도서관 시리즈 = 하늘 속 > 바다 밑 > 소금의 거리. 구입 예정도 하늘 속까지입니다. 다만 하늘 속은 구입할지 말지 확실하게 결정을 못내렸습니다. 메인 커플 두 팀 중 한 팀만 마음에 들었거든요.




새장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오다가 이전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있길래 앞 뒤 안 가리고 빌렸습니다. 표지나 분위기를 보고는 치유계라 생각해서 구입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주말 동안 두 권 다 보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제 자신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예. 전혀 취향에 안 맞습니다. 표지나 책 제목만 보고 홀린 것이지, 실제 내용은 굉장히 암울합니다.
새장관은 윌리엄스 차일드 버드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원룸형 맨션에 가까운데 방마다 주방과 욕실이 딸려 있고 가구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건물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삽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들 중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도 키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립니다.
에도 키즈나는 부모님은 안계시고 멀리 영국에 있는 후견인이 배려하여 이 건물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모델.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아사이 유세이라는 화가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들 둘을 연결해준 것이 아사이의 사촌인 이노우에 유키.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에 종종 같이 등장하는 것이 거대한 고양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초딩 3학년의 야마다 카노코.
하나 하나 봐도 다 독특한데 이들이 같이 모여 있으면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암울합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그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2권 말미에서는 아사이의 옛 연인과 관련해서 삼각, 아니 사각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연애담이 이렇게 꼬이는 것도 질색인데 이야기 분위기도 암울하다보니 2권까지 읽은 것도 대단합니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3권을 도서관에 신청한 건 무슨 심보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하하.

완결 나면 그 때 보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다 콩가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답게, 저는 연애는 행복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안 될 것 같군요.(먼산)



카베이 유카코,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000원
아리카와 히로, <소금의 거리>, <바다 밑>,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각 6000원, 9800원
로맨스 소설 중에서 1816 시리즈는 따로 올리지 않았네요.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줄리아 퀸의 시리즈이고 브리저튼 시리즈와도 이야기가 살짝 겹칩니다. 애쉬번 공작은 브리저튼 시리즈에서도 살짝 언급만 되는 것 같더군요. 시리즈 순서는 제가 소개한 대로입니다. 무난한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전 브리저튼 시리즈가 더 좋군요.
브리저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입니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 떠오르는 제목인데 전혀 관계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최대 미스터리인 콜린의 결혼 상대자, 그리고 또 다른 건 하나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브리저튼가의 위쪽 세 형제 중 가장 나중까지 남은 대어 콜린이 누구랑 결혼하나 싶었는데 나름 이유가 있었군요. 재미있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취향에 잘 맞는 것은 추리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다 히아신스 이야기보다는 결말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는 결혼한 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서 와글와글 떠드는 장면은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닌데-레이디 브리저튼의 생일이라든지;-전체가 다 모여 있는 모습은 그리질 않더군요. 워낙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니 모아 놓으면 누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겁니다. 말하자면 델피니아 + 스칼렛 위저드의 인물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알아서 놀게 했을 때 대화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의 문제쯤?;
콜린 편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재미의 상당부분은 수수께끼의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앞서 다른 이야기들을 봐야 더 재미있습니다. 히아신스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순서대로 보았다면 더 재미있었겠지요.

도서관 전쟁 시리즈는 지난 추석 기간에 다 보았습니다. 혁명의 엔딩 부분이 입맛에 잘 맞아서 그 부분만 몇 번이나 돌려보고, 그러고 나서도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한참 망설이다가 위기-혁명을 차례로 읽었습니다.
와아.-ㅁ-
이 민폐커플. 염장커플. 게다가 혁명 결말에서 그 이야기는 뭔가 좀 뜬다 싶었는데 그 포석(?)이 위기편에 깔려 있었군요. 으허허허. 애니메이션은 아마 위기까지 나온 상태에서 만들어진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맛이 좀 덜합니다. 아쉽다고 할까.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좀 많이 부족합니다. 25화 정도였다면 좋았을텐데 쉽더군요. 책 한 권당 이야기가 다섯 가지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한 편씩 해서 25화로 만들었다면 끝까지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었을테니까요.
어쨌건 이 책으로 로맨스 소설 읽기의 마무리는 잘 했다 싶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을 읽으려 합니다. 근데 소금의 거리는 도서관에 1권만 있는 것 같던데. 흐음..
(지금 찾아보니 1권만 출간된 모양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것은 겉표지를 벗겨두었는데 <소금의 거리 1>이라고 되어 있어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1권만 있으면 안보거든요.)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빌린게 <하늘 속>입니다. 도서관 전쟁보다 앞에 나온 책 같은데 그 앞쪽 시리즈가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저 도서관에서 보이길래, 가방 무게를 계산해서 한 권만 빌린 것이 하늘 속이었지요.
이것도 주 내용은 아마도 로맨스.OTL 근데 이 작가가 쓰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굉장히 취향입니다. 아, 물론 여기서는 어린쪽이 아니라 나이많은 쪽입니다. 나이 많다 해봐야 20대 중반이지만 서로 말 주고 받는 것이, 툭툭 말은 던지고 싸우지만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어서 가능한 상황들입니다. 게다가 엔딩. 헉. 사카린을 입에 넣은 것도 아닌데 달아서 죽을 것 같...
주인공들의 관계는 그렇다치고, 소재라든지 배경도 독특합니다. 아마도 취향이 이런 밀리터리인가 싶은게, 하늘 속의 소재는 항공기 제작입니다. 첫비행님이 이 책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보셨다면 꼭 챙겨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일본의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럿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민항기 제작, 시험기 제작 등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남의 일만은 아니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민항기가 아니라 헬리콥터 쪽이긴 합니다만 크게 다르진 않을겁니다. 어차피 그 바닥이 그 바닥이거든요.
그리고 티이타님 입맛에도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호러걸작선도 이번에 빌려다 보았습니다. 책세상에서 나왔는데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뱀파이어 걸작선>처럼 유명한 일본의 공포 소설들을 모아 놓은 단편선집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할 소설, 작가들이네요. 게다가 제가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문 많은 요릿집은 확실히 알고 있고, 기비쓰의 생령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공포의 방향은 꽤 다양해서, 직접적으로 요괴가 등장하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중은 비슷하네요. 유령폭포는 무서운 이야기할 때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무섭습니다. 허허허. 한 여름밤에 꺼내 놓고 읽으면 스릴 만점입니다.
기억이 맞다면 벚나무 아래의 시체 이야기는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숲 아래"라는데 그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왜 벚나무가 아니라 벚꽃나무가 되었는지는 번역자에게 다시 묻고 싶군요. -ㅂ-;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나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도 실려 있으니 일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재해석입니다. 고양이~는 워낙 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서생으로 들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전체 이야기를 다시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몰라도 상관은 없고,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됩니다. 다만 이 책을 보고 다시 고양이~를 보면 맛이 색다를 거란 생각은 드는군요.
사건일지라는 제목대로 이 소설은 일개 서생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잘 듣고 있다가 한 번에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탐정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고 저런 것을 보다보니 이게 실은 이런 이야기인 것 같아라는 생각에 내가 끼어들어 이차저차한 것이 아니냐고 물으면 거의 맞습니다. 그렇게 수수께끼를 풀이하다보니 참 가엾은 말도 듣습니다. 유유상종이랄까. 정말 그 학생 입장에서는 절대로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겠지요. 불쌍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 듣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_-)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원래 도서관에서 빌릴 예정이 없던 책인데 다른 책을 빌리러 갔다가 눈에 들어와서 덥석 집었습니다. 빌리러 갔던 책은 또 마침 대출되고 없더군요. 그래도 이 책을 만족스럽게 봤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방향은 <육식의 종말>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 <슈거 블루스>와 유사합니다. 채식을 강조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으며, 자연스레 채식으로 돌아가도록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채식이 어렵다 하면 건강하게 키운 소를 먹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나온 먹거리를 선택하고, 다국적기업이나 대규모기업들이 환경을 망가뜨리면서 만든 먹거리는 피하라고 말이지요. 슬로우 푸드나 로컬푸드 이야기와 같습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고 평소 이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보고 났더니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이전에 <슈거 블루스>보고도 한동안 설탕을 안 먹었는데 이번에도 또 비슷하게 가려나 보네요. 아마 외식은 줄이고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식자재를 구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진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교양서적 읽는 셈치고 읽어보세요. 거기 있는 이야기들을 다 지킬 필요는 없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읽고 나니 딘스빈스의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로컬푸드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커피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ㅁ-;
중간 중간 번역한 단어에서 걸려 넘어졌습니다. 오타도 그렇고('한 땀 함 땀' 같은) <샬롯의 거미줄>을 <샤를로트의 거미줄>이라고 한 것도 조금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국 음식으로 등장한 양치기 파이는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셰퍼드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셰퍼드 파이라고 두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런 몇몇 단어 빼고는 대체적으로 읽기 무난했습니다.


줄리아 퀸,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 신영미디어, 2003, 9000원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신영미디어, 2004-2005, 9000원
아리카와 히로,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 민용식, 대원씨아이, 2008-2009, 11000원
<하늘 속>,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9800원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일본 호러 걸작선>, 임희선, 책세상, 2009, 12000원
야나기 코지, <소세키 선생의 사건 일지>, 안소현, 들녘, 2009, 9500원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사이언스북스, 2006,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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