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는 지난 12월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엔화가 비싸서 넉넉하게 환전하지 못해 마음에 드는 몇가지 물건을 못 사왔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 중 두 가지를, 그 직후에 후쿠오카 여행을 간 친구에게 부탁해 구입했습니다. 하나는 어제 올린 초콜릿 틀이고, 다른 하나는 리락쿠마 케이크 틀입니다. 케이크틀이라길래 집 오븐토스터에 들어갈까 걱정했더니만 무사히 잘 들어가네요. 그리하여 지난 주말, 유통기한이 지난(...) 땅콩 핫케이크 가루를 찬장에서 꺼내 만들었습니다. 틀 하나에 달걀 두 개, 우유 적당량, 핫케이크 500g 한 봉지를 다 털어 넣어 반죽하고 틀에 넣어 굽습니다. 물론 기포 자국이 남으면 안되니까 반죽을 담고 틀을 바닥에 내리쳐서 기포를 위로 올립니다. 몇 번 반죽하고는 오븐 토스터에 구웠지요.
한데, 틀이 워낙 두꺼워서 굽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15분, 15분, 15분. 오븐토스터가 15분까지 밖에 예약이 되지 않아서 15분 돌려 놓고 얼마나 구워졌나 확인하고, 다시 15분 굽고 확인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첫 15분이 끝나고는 위에 쿠킹호일을 덮어 윗부분이 타지 않게 했고요.
꽉 채우면 부풀어 올라 윗부분이 열선에 닿으니 주의하라며 떠내라 했는데, G는 90% 채워놓고 첫 10분을 지켜보며 '너무 적게 담았다'고 불평하더니 5분 뒤에 그 말을 철회했습니다.-ㅁ-; 그 10분이 지나자 마구 부풀더군요.;



틀에서 꺼내 그릇에 담아 놓고는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도 웃어서 사진이 흔들릴뻔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곰돌이네요. 아놔. 코게빵이 왜 생각나는거야!

크기만 봐서는 감이 안 올텐데, 제가 종종 블로그 사진 올릴 때 쓰는 커다란 사각 접시입니다. 한 면이 20cm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이것만 봐서는 감이 안오니, 비교샷.




태공이 왜소해보이는 착시효과를 낼만큼 큽니다. 저 곰인형케이크 키가 20cm쯤 될거예요. 거기에 두께도 7-8cm쯤 됩니다.

사진 다 찍었으니 이젠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웃으며 고민하다가 제일 만만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얇은 부분에서 반으로 뚝 자르는 겁니다. 어디인지 직접 적지는 않겠습니다. 흐흐흐.

맛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쓴 핫케이크 가루가, 단맛을 강조하기 위해 소금을 넣은 건지 짠맛이 상당히 강하더군요. 예전에는 여기서 나온 핫케이크 가루만 써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마트에 가도 손이 안갑니다.; 이런 건 좀 조절해주지..=ㅅ= 여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핫케이크 가루로 다시 만들어 보지요.
G의 말에 따르면, 그냥 심심해서 만들어보았답니다. 하기야 1월에 사다준 스누피 틀도 있고, S가 선물로 준 무민 틀도 있고. 집에 실리콘 틀이 많으니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실리콘 틀 중 가장 대단한 것은 따로 있으니, 그게 뭔지 공개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사진은 찍어 놓았는데 정리는 안했네요. 그리고 지금 글 쓰다가 '으악! 그거 냉동고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었다!'라고 머리 붙들고 좌절하고 있으니, 그것 역시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여튼.

어느 날 갑자기 G가 초콜릿을 사왔습니다. 가나 초콜릿 한 뭉치를 말입니다. 뭐냐 물으니, 녹여서 실리콘 틀에 넣고 굳혀보겠다네요. 실리콘 틀을 쓰겠다는 겁니다. 한데 아무리 봐도 그 분량이 너무 적습니다. 무게를 달아보지 않아도 그 정도는 감이 옵니다. 가나 초콜릿 1천원짜리 해봐야 얼마나 되나요. 그걸 녹여서 실리콘 틀에 부어 만든다고 하면 분명 초콜릿이 모자랄겁니다.
투덜거리며 서랍 안쪽에 보관했던 초콜릿을 꺼냈습니다. 부족할테니 이거라도 쓰라며 말입니다. 원래 그걸로 브라우니를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게을러서 계속 미루다가 못 만들고 G에게 줬는데, 여기서 반전. 초콜릿들이 모두 유통기한을 지났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중탕볼을 따로 사야지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G의 앞에서, 물을 끓이고 그 위에 큰 유리그릇을 올렸습니다. 불은 꺼두었지요. 그리고 그 수중기가 밖에 나가지 않고 유리그릇을 잘 데우는 걸 확인하고 초콜릿을 놔두고 놀았습니다. G는 그릇의 초콜릿을 휘적휘적 젓고요. 그리고 다 녹은 걸 확인하고는 그걸 숟가락으로 떠서 틀에 붓습니다.(...) 이봐. 아무리 제과를 안했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행주를 꺼내들고 옆에 가서 제가 그릇을 들고, G가 적당히 배분을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G는 요령이 부족합니다. 노력할 필요가 있군요.(먼산)



오늘도 태공은 늘어집니다. 옆은 대규모의 초콜릿 군단이고요. 옅은 색이 가나 초콜릿, 진한 색이 제가 준 발로나 초콜릿입니다. 아냐, 칼리바우트였나? 여튼 70% 넘는 다크였습니다. 하도 오래전에 산데다 이번에 라벨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확신은 안서는데 칼리바우트 탄자니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G가 친구에게 부탁해 구입한 리락쿠마 초콜릿 모양 실리콘 틀입니다. 긁힌 곳이 여기저기 많은데 원래는 아주 매끈했습니다.




이건 S가 선물로 준 무민틀. 근데 이게 뭐더라. 이름을 잊었는데 손가락 모양으로 생긴 묘한 녀석입니다.




... 이건 뭐였지. 이것도 무민틀인데.;;;




이것도 무민들. 역시 긁혔습니다.;
무민틀은 같은 실리콘틀이라도 조금 빳빳한데 초콜릿은 매끈하고 반짝반짝하게 나오더군요. 두께가 있다는게 조금 흠이지만 이걸로 젤리 만들어도 예쁘겠습니다. 하지만 무민은 트롤. 트롤은 맛없어..?;
동화의 트롤이 아니더라도 마비노기의 트롤을 떠올리면 끔찍한데다 판타지 소설 속 트롤들도 하나같이 맛없는 고기 이미지라 말입니다. 무민 트롤은 먹으면 .... (이하 생략)




이쪽도 리락쿠마틀. 귀엽습니다.+ㅅ+ 초콜릿에 잘 어울리는 모양이지요.




이건 스누피틀. 하지만 스누피 앞에 있는 벨은 용서할 수 없다. 스누피는 그걸로 족하지, 여자친구는 만들 필요 없다고! (...)



만들기 전에는 투덜댔지만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재미있습니다. 남은 초콜릿은 다 G가 들고 가서 회사에 뿌렸는데 집에 있더라도 딱히 먹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괜찮습니다. 못 만든 브라우니는 다음에 다시 초콜릿 사서 만들죠.^-T
별 생각 없이 실리콘 틀 이것저것 모아 놓은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엔 뭘 만들어볼까.-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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