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이기가 애매해서 저리 적었습니다.

지난 주말은 내내 조아라(...)만 붙들고 있느라 뉴스를 보지 않았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TV를 틀지 않고 그냥 컴퓨터만 붙들고 있더라고요. 그리하여 어머니가 외출하신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어제 저녁까지는 TV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TV 틀어서 방송 확인하긴 했는데 볼 생각이 안드니 도로 끄고 소설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금요일 저녁에 데이터 코딩을 해둔 덕에 어제 좀 돌려보았습니다.

하여간 그런 이유로 지난 주에 있었다는 터키 시위 건은 전혀 몰랐습니다. 이글루스에서도 관련 글을 안 보았으니 이제야 몇몇 상황을 확인하고 기록차 남겨봅니다.


시위의 시작은 간단합니다. 이스탄불 중심부의 탁심공원에 대한 재개발 결정이 내려지면서 지난 주 중반에 그에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들이 공원을 파헤칩니다. 이에 시민들과 여러 단체들이 반대하면서 사건은 조금씩 커집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몇 안되는 녹지 공원인 모양인데, 시민의 휴식처를 위에서 쇼핑몰로 만들겠다고 공사를 시작한 모양입니다. 물론 시장이나 총리는 쇼핑몰이 아니라 새로운 걷기 공간인지를 만들겠다 했다는데 70년 넘은 나무들을 파헤치면서 그런 걸 만들 필요가....
(문득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가로수들이 떠오릅니다. 이건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베어 넘기는...-_-)

하여간 여러 시민들이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건이 커집니다. 왜냐하면, 시민이 몰려드니 경찰이 대응하다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거든요. 그리고 점점 확대 일로.;
예술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경찰의 대응은 더욱 강경해집니다. 그 와중에 중경상자도 발생하고요. 그랬던 시위는 결국 반정부시위로 발전합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던 터키정부와 대통령은 나서서 사건을 진정시키죠. 결국 공원은 놔두기로 한 모양입니다. 또 모르죠. 어떻게 변할지는.


사건 경과에 대한 글은 Luthien님의 이글루에 잘 올라와 있습니다.

5일에 걸친 탁심 광장의 시위.(링크)

재미있는 것은 이 시위 과정에서 절대로 안 뭉칠 것 같았던 터키의 축구팀 서포터즈들이 공동으로 경찰에 대응했다는 겁니다.

세 마음이 하나로 뭉치면 백만파워.(링크)

이 글의 댓글을 보시면 아실텐데, 앙숙도 이런 앙숙이 없고, 한 번 붙기 시작하면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광팬인가봅니다. 그런 서포터즈들이 하나로 뭉쳐 경찰에 대응하니, 참 무섭죠.;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홍차도둑님의 이글루에 올라와 있습니다.

뭐라고요? 그 셋이 뭉쳐요? (링크)



근데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지요..? ㄱ-;

어제의 일입니다.
오후 9시 30분이면 제게는 충분히 한밤중입니다. 취침시간이 10시반이니 그럴만도 합니다. 미스터 피자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에 갈 일이 있어 물건을 사들고 나오는데 뭔가 이상한게 눈 앞에 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놀라서 쳐다보고 있습니다.

무장군인.


어,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기엔 미묘한 부분이 있었지만 일단 총을 어깨에 메고 열을 지어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쳐다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위장복 상의 앞을 완전히 여미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그 사이로는 반팔티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철모를 쓰고 총을 가지고는 있지만 등 뒤에 배낭은 없습니다. 완전 군장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500원짜리 명찰케이스에 빨강 종이를 끼워 가슴에 달랑달랑 달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2중대 운운하고 있군요. 그러니 예비군 훈련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밤중의 군사훈련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장소가 대학로다보니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어머니는 주간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을 모아 야간 예비군 훈련을 시키나보다라고 하던데 참 미묘합니다. 왜 하필이면 대학로에서 저렇게 무장(한 것처럼 보이는) 상태로 동성고등학교에서 4호선 방향으로 걸어가냐는 겁니까. 게다가 총과 철모는 반납해야할건데, 그렇다면 집합지는 따로 있겠지요?


처음 그 무리를 보았을 때 기분이 나빴고 급기야는 분개했습니다. 저는 70년대 생이지만 한 번도 그런 격렬한 시위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지방에서 살고 있었던데다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그런 시위도 잠잠해졌거든요. 졸업동기인 남자 선배들은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실감이 안났지요. 하지만 저도 대강은 압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제게 대학로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은 불쾌한 기억을 불러 일으킵니다. 거기에 행선지는 추정컨대 마로니에 공원. 보통 예비군은 시설 보호 등을 맡고 있는 걸고 아는데-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지만; 추측으로..;-대학로 중심가에 그렇게 예비군의 보호를 받을만한 시설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그쪽 방향이 아니지요. 길 건너편입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병원에 접근하려면 그렇게 정문방향으로 가는 것보다는 후문이 사람들의 통행이 적어 훈련에 용이할겁니다. 전경이야 자주 오는데다 언젠가는 창경궁과 서울대학교 병원 후문 쪽에 전경버스 서른 두 대가 서 있는 것도 보았으니 그러려니 싶습니다. 하지만 예비군이라 한들 군복 입은 사람들은 다릅니다. 옛 기억을 불러 일으키니까요. 거기에 총을 들고 있다면 더더욱.


연상은 저정도에서 끝났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로 넘어가도 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처음 그 사람들을 보고 나서 10분 정도 지나기까지의 불쾌감과 분노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기분이 나쁩니다.(먼산)


덧붙임.
근데 정체가 뭘까요.
- 밀리터리 매니아? 그런 행진을 요즘 상황에서 그 밤중에 허락할리 없고.
- 예비군? 그 훈련 계획 세운 사람은 싸움쟁이인겁니까. 왠지 논란 거리를 만들고 싶다믄 포~스가 풀풀.
- 북한군? .... 수방사는 뭐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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