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안 적었다 했는데 그래도 그간 읽은 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적을 수 있는 책부터 리뷰를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니시오 이신은 뒤로 미루지요.

카페 책은 <모든 카페의 요일>입니다. 커피에 카페에 대한 책이라 두근두근하며 읽었는데 기대한 만큼 괜찮았다 싶습니다. 카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커피나 다른 음료, 인테리어, 분위기, 위치 등등-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말입니다, 제가 재미를 느낀 부분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쓴이의 거주지와 활동 영역이 저와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대부분의 카페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혜화에서 성북동쪽으로 달려 어디를 들어갔다가 어디를 잠깐 거쳐 산울림 소극장 앞의 카페에 들어갔다고 하면 그 코스가 제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겁니다. 그리고 홍대 앞도 자주 다니다보니 언급된 카페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디 있는지, 평이 어땠는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요. 가장 큰 수확이라 하면 강릉의 테라로사인데 민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랑 혼자서 여행가는 것을 꿈꿨더랍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 눈물을 머금고 미뤘습니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입니다. 서울 여행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더군요.
덧붙이자면, <나의 핫 드링크 노트>,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낸 나비장책이 효형출판이더군요. 나비장책에서 나온 음식 관련 책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서 망하면 안되는데 싶었더니 그래도 중견 출판사였습니다. 다행입니다.ㅠ_ㅠ

슬로라이프 책이라 언급한 것은 출간된지 시간이 지난 책인데,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도서관의 일본 소설 서가를 들여다보다가 엉뚱하게 꽂혀 있는 책이 한 권 있어 빼들었더니 이 책이었습니다. 잘못 꽂힌 책이니까 일단 서가 옆에 놔두려고 했는데 대강 훑어보니 재미있어 보여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일본 '아웃도어'지에 96년 즈음해서 연재된 글이랍니다.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들었고 저자는 2001년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글이지만 그 몇 년 뒤에 유행한 슬로라이프와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방향은 조금 다르군요. 풀뿌리 문화운동이랄까, 주변에서 신(가미)를 찾아 그에 감동하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작은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저는 아웃도어 라이프, 산에서 작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로 보았습니다. 오키나와보다는 규슈가 가깝긴 하지만 기후는 아열대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새해맞이 떡치기는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았던 절구통이 떠오르더군요. 절구통에 떡을 치면 밥알도 살짝 살짝 씹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분위기도 맛보기 힘들죠.'ㅅ'
그러고 보니 이 책 번역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마구노리아. 목련이야기를 하면서 마구노리아가 등장하면 그걸 적당히 매그놀리아로 바꿔주면 안됩니까.OTL 일본어 발음 그대로 적으시면 안되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지난번에 리뷰 올린 책과 뒤죽박죽이 되어 저도 헷갈립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아마 여기까지가 그간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같네요. 근데 지금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 하도 많이 봐서 저도 헷갈립니다.
예고 살인은 미스마플이 등장하는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재미 없었던 것이 골프장 살인사건. 오늘 아침에 막 다 읽은 책인데 로맨스 분위기가 너무 나는데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열세가지 수수께끼의 어느 트릭을 떠올렸고 테이블 위의 카드도 그런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뮤스가의 살인은 단편집.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엷게 남아 있네요. 어쨌건 저는 헤이스팅스의 비중이 적은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이 순박한 아저씨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더 꼬이더라고요.

니시오 이신은 다 읽고 나서 그 간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책이 사이코 로지컬과 모든 것의 래디컬인데, 사이코 로지컬은 다 보고 나서도 트릭이 헷갈려서 다시 봤더랍니다. 그리고 트릭을 다 안 상태에서 주요 장면을 다시 보았더니 이렇게 골 때릴 수가. 어허허. 맨 첫 번째 권인 잘린 머리 사이클, 사이코 로지컬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그 다음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목매다는 하이스쿨. 맨 마지막의 두 시리즈는 별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특히 모든 것의 래디컬은 사족에 가깝지 않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경사났네 경사났어~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이런 엔딩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만으로도 족한데 그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맨 마지막 두 이야기는 특이능력이 중심이 되어 있지, 트릭이나 추리 요소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 간의 평이 다 맞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앞 권이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토모는 언제나 좋아요.>ㅆ<

그 간 읽었던 책 중에는 문학소녀 앞권도 있습니다. 한 권 두 권 읽고 있는 참인데 일러스트에 실수가 보입니다. 연어와 하얀 머플러와 곰이야긴데, 컬러 삽화에는 건장한 남자가 흰 머플러를 두르고 손에 창(작살)을 든 채 옆구리에 연어 한 마리를 끼고 있습니다. 곰은 그 뒤를 따르고요. 하지만 소설 상에서는 곰이 연어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합니다. 엔딩에서도 그리 나오지요.-ㅁ- 내용 전달과정에서의 실수라고 봅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는지라 모 BL 소설은 삽화에  Love & Heart를 Love & Hate로 적었습니다. 발음을 생각하면 헷갈릴만하죠.
하여간 화집은 조만간 구입할 예정입니다. 8월 넘어가야 지르죠. 그 전까지 부지런히 구매 목록을 작성해야겠네요.


이명석, <모든 요일의 카페>, 효형출판>, 2009, 13000원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이반 옮김, 도솔, 2002, 8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사이코 로지컬 상-하>, <모든 것의 래디컬 상중하>,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08-2009, 각 9500원, 11000원



조에타 헨드릭 슐라박, <나눔의 밥상>, 한얼미디어, 2006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읽은 것은 지난주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망증이 차츰 심화되고 있다는 걸까요. 요즘은 메모 필수,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추측컨대 교보문고의 음식 분류에 들어갔다가 베스트셀러라든지 기타 메뉴를 보고 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신간에서 본 것은 아닐테고요.


리뷰를 쓰기 전 출판사가 어떤 곳인가 싶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는 한겨레신문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뉴라이트쪽에서 말한다면 "좌파"쪽에 해당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나 나눔, 세계공동체와도 이어지는 책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나누려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다가옵니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가진 것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밥상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의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어 사전이라도 다시 봐야 할까요.

편집 방식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습니다. 내용도 꽤 닮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소박한 밥상에서처럼 음료, 빵, 수프 식으로 종류를 나눠 거기에 여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여기 실린 요리법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미국 등으로 이주한 유럽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전통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만 편집(원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구하기 쉬운 음식들을 넣어 레시피를 바꾼 것이 보입니다.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꽤 재미있는 레시피가 많은데다 각 나라가 비슷비슷한 요리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고 이제부터는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레시피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껄끄럽습니다. 재료를 소개할 때, 보통 영어 레시피에서는 diced tomato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1 tomato, diced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이걸 레시피에서는 요리법 소개하면서 "토마토(다져서)"라고 했습니다. 읽는 내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레시피가, 원래 가정용이다 보니 계량 자체는 정확할지 몰라도 만드는 방법이 대강대강입니다. 불친절하기로는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 못지 않습니다. 빵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를 보면 기겁할 정도라니까요.
대개 통밀이나 호밀 등이 들어간 빵은 발효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발효과정의 세세한 설명은 다 생략하고 "섞어서 치댄 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놔둔다"정도로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초보자가 쉽다며 만들었다가는 재료 버리기 딱 좋습니다. 원 레시피가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요리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쯤 훑어 볼만은 하지만 번역 문제와 불친절한 요리법 때문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소박한 밥상이나 타샤의 식탁을 재미있게 보신분, 요리법은 안봐도 된다는 분은 읽어보세요. 가격만 뺀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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