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놀러 나갔습니다. 얼마만이더라. 놀러 나간 것은 몇 번 있었지만 혼자 나가서 느긋하게 굴러다닌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지금까지는 볼일만 보고 잽싸게 집에 들어갔으니까요. 아니면 모임에 나가거나.


광화문 교보에 용건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었지만 그래도 날이 더워 겉옷은 벗었고요. 아침도 대강 먹었고 점심 시간은 이미 지났으니 점심 겸 뭘 먹어야겠다 싶어 트윈트리타워쪽으로 가다가 생각난 김에 카페 마마스에 사람이 많나 볼까 하며 그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랬는데 1시 조금 전임에도 사람이 많지 않네요. 안쪽도 자리가 꽤 넉넉히 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나온 것이다 보니 카페 마마스 인기가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몇 주 전부터 먹겠다고 벼르던 감자수프를 주문합니다.





바게트 크루통이 올라간데다 치즈도 듬뿍입니다. 후후후후후후후. 뜨거운 감자수프에 밀어 넣으면 바게트는 겉은 촉촉하게 젖고 속은 바삭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거기에 치즈가 뜨거운 열에 녹아서 주우우우우욱 늘어지니까요. 집에서도 분명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왜 안 만들게 되는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죠. 햇감자 나오면 한 번 도전해볼까요. 근데 이 이야기 작년에도 한 것 같은데?




수프 한 그릇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다음 테라로사에 갑니다. 테라로사는 사람이 많지만 토요일 오후인 걸 감안하면 아주 많은 건 아닙니다. 오늘 뭔 일이 있나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간식을 주문합니다.






카페라떼와 레몬타르트. 피칸타르트를 주문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레몬의 신맛이 더 끌립니다. 레몬타르트는 바닥의 쿠키 부분이 아주 얇아서 레몬커드(아마도)를 먹는 즐거움이 있네요. 쓰으으읍. 사진만 봐도 혀뿌리의 침샘이 자극되는 그런 신맛. 쓰으으으읍. 봄날의 늘어진 몸을 끌어 올립니다.




솔직히 레몬타르트도 만들기 어려운 건 아닌데. 저 레몬크림만 제대로 만들면 되잖아요. 레몬커드 만드는 식으로 하면 될텐데.=ㅠ= 역시 이 모든 건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배탈이 나서 점심 챙기는 걸 게을리 했고, 그러고 나서도 속이 편치 않아 먹는 걸 소홀히 했더니 지금 위가 쓰립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러면서 왜 저는 자기 염장 사진을 올리고 있는 걸까요. 하하.


어쩌다보니 B님과는 명절 때마다 만나게 되더군요. 보통은 명절 당일인데, 당일에 여는 가게를 찾다보니 매번 같은 장소, 광화문 카페 마마스에서 만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B님이 '카페 마마스의 감자 수프가 명절음식인 것 같다니까요'라는 소리마저..-ㅁ-





명절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감자수프. 치즈를 넣어 걸죽한 감자수프...가 지금 땡깁니다. 으흑. 간도 적절한데다 걸죽하다보니 빵에 찍어먹으면 맛있습니다. 이런 감자수프... 안 그래도 냉장고에 오래된 치즈가 있으니 그거 써서 만들어봐야겠네요. 감자 사다가, 삶아서, 으깨서 ... 고기 종류만 고민하면 되겠네요. 번거로운데 닭가슴살 통조림을 투하해볼까요.







물론 수프가 전부는 아닙니다. 버섯파니니. 2차가 있으니 1차인 카페 마마스에서는 이 정도만 먹습니다. 사실 저나 B님이나 둘다 위 상태가 안 좋아서....(먼산)







위 안 좋다는 사람들이 카페인 섭취를 합니다.

그 옆의 폴 바셋이 찾아 들어갔는데 의외로 조용하더라고요. 오히려 그 옆의 테라로사가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날 폴 바셋의 밀크티를 처음으로 마셔보았는데 기간 한정이라는 이 밀크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달한데다가 복숭아향 비슷한 것이 감돌더라고요. 맛있지만 어디서 많이 마셔본 맛이라 한참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떠올랐습니다. 이거 3시15분 밀크티믹스.... ....(먼산) 그래도 최근에 마신 밀크티 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에그타르트도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맛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취향에서는 벗어납니다. 크림에 가까울 정도로 속이 부드럽습니다. 저는 푸딩도 좀더 단단한 쪽, 일본식 계란찜처럼 뭉그러지는 타입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림형은 썩 즐기지 않습니다. 커스터드 크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괜찮을겁니다.



그리고 글을 적는 지금도 속이 ...(먼산)

괜찮아요. 내일은 결혼식장에 가니까 아마도 괜찮을거예요. 그 앞서 기획안 평가가 있지만, 거기서 무너지면 위도 같이 무너지겠지만 괜찮을거예요...?

사진만 보아도 상호를 아실 분이 있을 겁니다만, 좋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서촌 주변은 혼자 놀러가는 일이 드문지라 모임이 아니면 가질 않습니다. 오랜만에 간 곳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감자수프도 생겼고, 단호박커리수프도 있습니다. 거기에 버섯샌드위치랑 스페인 오믈렛 샌드위치도 함께 시킵니다.





샌드위치는 통으로 나오지만 칼을 부탁해서 먹기 좋게 썰었습니다. 왼쪽의 오믈렛 샌드위치는 바게트가 워낙 바삭해서 그냥 붙잡고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베어무는 동안 속이 밀리거든요.


가장 오른쪽 끝에 보이는 그릇은 미네스트로네였는지, 다른 채소수프였는지, 하여간 토마토가 들어간 채소수프였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이 단호박커리수프와 빵세트. 빵은 요청하면 더 준다고 합니다. 빵 아래 보이는 것은 오븐에 바삭하게 구운 크루통입니다. 튀긴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마음에 들더군요.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감자수프.



으으음. 앞서의 방문은 감동이라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이번은 전반적으로 실망했습니다. 아마 다음은 안 갈거라 생각하는데......


단호박커리수프는 단호박수프맛도, 커리수프맛도 아니었습니다. 커리향이 단호박의 단맛을 덮어버리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맛이 나더군요. 크루통은 마음에 들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저 크루통이 기름지지 않아 불평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그러니까 그냥 바삭하게 구운 빵맛. 수프에 찍어 먹으면 맛있지만 수프가 취향이 아니니 전체적으로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제일 쇼크였던 건 감자수프. 보통 감자수프라고 하면 다른 채소들과 함께 익힌 뒤에 믹서로 갈거나, 아니면 익혀서 감자만 으깨거나 해서 걸죽한 수프를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근데 이건 흡사 감자국같습니다. 간장맛이 난다고 했으니 간장맛 감자국...?; 감자가 덩어리째로 들어 있었거든요. 얇게 썬 것도 아니고 중간 크기의 감자를 네 등분한 것 중 한 토막이 들어 있습니다.

샌드위치는 무난하지만 예전과 같은 감동이 없습니다. 입이 벌써 익숙해진 걸까요, 아니면 이전과 다른 맛이라 그럴까요. 하여간 수프의 강렬한 체험은 샌드위치의 맛을 덮을 정도라 한동안은 안 갈 겁니다. 나중에 확인차 한 번쯤 더 가보겠지만 그 때도 만족감이 덜하다면야...... (먼산)


다음에는 이전에 먹었던 것 중 가장 강렬했던 고기샌드위치를 주문해봐야겠네요.=ㅠ=


카페 마마스에서는 다른 사진 찍은 것도 하나 없고 이것만 달랑 있네요. 하하하.


추석 당일의 사진입니다. 추석이든 설이든 B님과 같이 만나 그 간의 속 내를 털어 놓는 게 명절 상례가 되었네요. 저야 친척집에 다니지 않은지 꽤 되었고, B님도 그런 일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명절 즈음에는 항상 검은양들이 날뛰니 말입니다. 즤집도 갑자기 검은양이 날 뛰는 바람에 그 주에 위가 좀 안 좋았습니다. 덕분에 이날은 11시쯤 만나 시킨 음식이 두 개로 평소보다 적었습니다. 보통은 샐러드 하나, 파니니 하나, 수프 하나 시키는데 말이죠. 여기까지 먹고 2차로 테라로사에 가긴 했습니다만.


카페마마스 광화문점은 명절 당일에도 엽니다. 저는 이날 쌍수빌딩 스벅에 들어가 오전내 잠시 작업을 하고 갔더랬지요.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점심 시간이 지나가도록 만석이 될 기미는 안 보이더군요. 오후 넘어서까지 사람이 많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적었습니다. 명절의 위력인가요. 하하하. 명절의 의무에서 도망치긴 했는데..



하여간 파니니에는 세 종류의 치즈가 들어갔답니다. 고르곤졸라도 들어간 모양이던가요. 거기에 꿀이 들어간다고 해서 또 꿀이냐며 좌절했지만 고르곤졸라피자를 생각하면 나쁘진 않지요. 실제로도 꽤 괜찮았습니다.'ㅠ' 거기에 약간 매콤한 맛이 도는 채소수프도 괜찮았고요. 미네스트로네와 비슷하지만 약간 매운맛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굴라쉬쪽..?



추석 연휴에는 날이 더웠던데다 커피를 들이킨 뒤라 자몽주스를 시켰는데 그것도 괜찮더라고요. 청포도도 좋지만 자몽도 쌉쌀한 것이 꽤 입에 맞았습니다./ㅠ/


카페 마마스에 갈 때마다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왜 안 만들게 되는 건지. 벌써부터 '남이 해준 밥이 맛있다'는 걸까요. 이러면 독립해서가 난관인데? 그런데?


햇양파도, 햇감자도 나왔으니 감자 수프 언제 날잡고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간은 치즈로 하고, 양파를 달달하게 볶아서 쓰면 괜찮지 않을까요. 감자수프에 코스트코 펜네에서 빼돌린 새우를 듬뿍 투하하면 그것도 나름 맛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면 사진에서처럼 크루통을 만들어 올리거나. 으으으. 상상하는 것만해도..;ㅠ;

B님이랑 이전에도 가지 않았나 했더니 처음인가봅니다. 카페 마마스는 이 주변에서 은근 가격 대비 성능비가 괜찮은 편이라 평일에도 조금 늦었더라면 한참 기다려야 했을 겁니다. 일찍 가서 다행이었어요. 다음에는 브런치 시간에 맞춰볼까.




먹고 나서 옆집 테라로사에 가면 딱입니다. 배부르게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노닥노닥. 라떼도 맛있고 드립 커피도 맛있고. 드립보다 라떼를 선호하는 건 양 때문입니다. 돈을 조금 더 받아도 좋으니 양이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ㅠ-;



그리고 이날도 수다의 연속. 저도 함께 발레 멘붕하고, 집안일에 대해 이래저래 고민하고. 그래도 이렇게 대나무밭이 있어서 좋습니다.///


간식이라고 하긴 이상한데. 이거 어디서 났는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아마 행사 끝난 뒤 하나 더 얻어왔을걸요. 그걸 고이 모셨다가 나중에 프라이팬에 구워먹었을 겁니다. 아마도요.;




카페 765의 스팀우유와 브라우니.-ㅠ-




교토 월계관의 막걸리였는데, G가 친구에게 선물 준다고 사와 놓고는 1년간 묵혀서 그대로 폐기했습니다. 폐기하기 직전 사진만 남겼고요. 하수구에 콸콸 쏟아버리면서 맡은 향은 그대로 막걸리였습니다.-ㅠ-




밀크티와 와플. 반죽을 덜 부으면 저렇게 격자 와플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반죽을 많이 넣자니 샐까봐 무서워요.




카페765의 에그토스트. 아마 맞을 겁니다. 식빵이 3단인데, 사이사이에 치즈와 햄이 들어갔습니다. 은근히 양이 많아요.+ㅠ+




출장 다녀온 동료가 사온 간식. 포트넘앤메이슨의 샴페인 초콜릿입니다.




분홍빛 도는 초콜릿에, 겉은 가루설탕입니다. 그리고 속은 가나슈인데, 은근히 샴페인맛이 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맛이었어요.+ㅠ+ 과일향 같은 것이 살풋 감도는데 요즘 초콜릿 취향이 아니라 아주 맛있다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날 그런 맛이네요.




효자베이커리에서 G가 사온 초콜릿 쿠키. 맛있습니다. 혼자서 먹으면 한 봉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 비울 것이 분명해서, 눈물을 머금고 작업실에서 풀었습니다. 옆의 쿠키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 받은 수탉입니다. 근데 가방에서 부서졌어요.ㅠ_ㅠ




카페 765의 베리음료. 베리 세 종류를 섞은 음료인데 맛있습니다. 블랙베리랑 블루베리랑 또 뭐더라? 새콤한 베리를 설탕에 조린 것으로 추정하는데, 거기에 달지 않은 탄산수를 섞었나봅니다. 으흑흑. 시원할 때 쭉 들이키면 행복할 거예요. 거기에 호두파이.-ㅠ-




올해 첫 빙수는 밀탑. 하지만 이가 시려서 사진에는 없는 단팥죽만 먹었습니다. 단팥죽이 훨씬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입맛이 늙었군요.
(그러나 팥빙수를 시킨 다른 두 사람이 부모님이셨으니. 하하하하.-ㅂ-; 이가 시려 팥빙수를 건들지 않은 제가 더 부실한 겁니다.)




주말에는 혼자서 노닥노닥 놀러갑니다.

그리고 업무하러 갑니다.-_-;

궁중채화전시회 보러 갔다가 교보 가는 길. 점심으로 뭘 먹나 내내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프가 떠올라서 카페마마스를 찾아갔습니다. 11시를 갓 넘긴 시점이라 자리는 넉넉했지요. 혼자 수프랑 청포도주스를 시켰습니다. 주스 없이 수프만 있어도 괜찮았을겁니다. 다음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은데, 언제쯤?

(그러고 나서 오후 회의 전에 잠시 일기 쓰고, 회의 내내 서기 노릇하고 업무를 떠 맡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얼결에, G랑 같이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갔습니다. 원래 목표는 테라로사의 브런치였는데 시작 시간이 11시 30분이더군요. 그 당시 10시. 저는 1시까지 집에 돌아와야했고 기다리는 것은 질색이었습니다. 차라리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던 때 G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카페 마마스였지요. 여기는 주말에도 아침 일찍 열더랍니다. 저희가 들어갔을 때도 30% 가량의 테이블이 차 있었고요. 나갈 때쯤에는 그보다 더 찼습니다. 사실 저는 카페 마마스가 이렇게 일찍 문 여는 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아마 그 전에 한 두 번 더 갔을 걸요.


주문은 G가 맡았습니다. 토마토 모짜렐라 파니니가 맛있는데 그걸 먹느냐, 아니면 가지파니니를 먹느냐 한참을 고민하던데 결국 감자수프랑 리코타치즈샐러드, 가지 파니니를 시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G의 입장에서 이번 선택은 실패였습니다. 저야 다 맛있게 먹었지요.




사진에 찍힌 것은 먼저 나온 감자수프랑 리코타치즈샐러드입니다.




G는 샐러드를 받아들고는 좌절했지요. 시켜놓고 보니 자신이 싫어하는 타입이라고요. 그도 그런 것이 말린 크랜베리랑 견과류를 잔뜩 뿌렸습니다. G는 말린 과일이랑 견과류를 질색하거든요. 저야 둘다 좋아하는데다 진한 맛의 리코타 치즈가 좋아서 불만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같이 나온 빵은 감자수프에 찍어 먹고요.




감자수프는 감자만 들어간 수프는 아닌가봅니다. 감칠맛이 도는데, 아주 걸쭉한 것도 아니고 적당한 것이, 크림수프맛이 납니다.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지만 아마 만들겠다고 하고 까맣게 잊겠지요. 하하하.




가지와 쇠고기가 들어간 파니니도 맛있습니다. 먹다보니 코스트코의 불고기 베이크가 떠오르는데, 달달한 불고기양념에 쫀득한 치즈 때문에 그럴 겁니다. 먼저 먹어본 것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G는 토마토모짜렐라파니니가 더 좋다고 투덜댔지만 고기가 부족한 저는 이게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가지가 저렇게 올라간 것이 참 귀엽잖아요.




쓰다보니 자가 염장. 으아아..;ㅠ; 아무래도 이러다가 돌아오는 주말에도 한 번 더 가지 않을까 합니다. 어차피 나갈 일이 있긴 있었지.ㄱ-;





덧붙여서. 앞서 올린 리뷰와 달리 이번에 평이 괜찮았던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이것이 이날의 첫 끼니였다는 것. 둘째, 사람이 많지 않아 느긋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 것, 셋째, G가 사줬다는 것.
...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겠네요. 하하하하하;
책 리뷰 맞습니다. 책 제목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이고 이 책의 주요 소재가 수프와 샌드위치라 제목이 저렇습니다.

앞서 올린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은 이보다 앞서 나온 이야기이고, 어쩌다보니 이 소설은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이 되었답니다. 책 말미의 후기에 그리 나오는군요. 3부작 예정이라고 하니 뒷 이야기도 있을 텐데 없어도 문제 없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분위기만 따지면 기승승승의 조앤 해리스 시리즈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조앤 플루크 말고 조앤 해리스. 그러니까 『초콜릿』과 『블랙베리와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말이지요. 세 번째 이야기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라 기억에 파묻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앤 해리스도 소설 속의 과거에서 꼭 사건을 하나씩 만드는 군요. 세 번째 이야기도 그랬지만 셋 다 과거에 범죄 혹은 과실치사가 일어나니까요. 레이크 에덴에 비하면 굉장히 온유하긴 합니다만.

하여간 이번 책은 전작보다 훨씬 더 취향입니다. 앞의 이야기는 몽상가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환타지 같은, 동화 같은 우화라고 하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훨씬 평범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이 조금 느긋하고, 조금 우유부단하고, 무언가에 자주 홀리고, 자주 빠지지만 그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재능이 아닐까요. 하나에 푹 빠져서 완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달리는 재능은 인생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취미가 없다는 건, 삶에서 뭔가 즐기는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무언가가 없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의 제목 이야기는 소설 중후반부에서 나옵니다. 앞부분은 그다지 능력 없고 꿈만 있고 영화에 잘 홀리는 어느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뒷부분도 그 청년이 계속 등장하고, 서술 시점이긴 하지만 읽다보면 오리-아히루 아닙니다-ㅂ--보다는 아오이가 주인공 같습니다. 우연이 묘하게 반복되지만 그 우연이 납득할 수 있는 건 드라마보다는 덜 우연적인 만남이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책을 읽고 있다보면 수프와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 귀를 잘라낸 식빵을 쓴 크로켓 샌드위치. 햄도 좋고 감자샐러드샌드위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달걀 샌드위치를 제일 좋아하고 오믈렛 샌드위치도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후반에 등장하는 수프는, 정말, 군침이 꼴딱 꼴딱 넘어갑니다. 지금 막 만든 샌드위치에 뜨끈한 수프를 곁들이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등장한 수프 레시피를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지만, 뭐, 오리는 자신의 레시피를 최종적으로 완성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수프를 만들고도 본인의 수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카레를 만들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수프를 만들어야 하나요. 고구마를 넣은 단호박 수프도 참 좋은데, 집에 호박죽이 있어서 만들기 망설여집니다. 크흑.;ㅠ;



요시다 아쓰히로.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민경욱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1,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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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 곳이 동아일보사.ㄱ-; 파랑 코끼리는 동아일보사의 임프린트 혹은 자회사인거군요. 하하하.
카페 마마스가 이름을 드높인(?) 것은 꽤 오래전인데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혼자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아 어쩔까 고민할 때 옆에서 D님이 같이 가자-정확히는 가주겠다;-하신 것이 계기였지요. 혼자라면 안 갔을 겁니다... 그리고 혼자 가긴 어려운 가게더군요. 양의 장벽이 높아요.;


카페 마마스 본점은 원래 시청 근처에 있습니다. 매장이 작은데 사람이 몰려서 대기 시간이 엄청 길다는데, 그나마 최근에는 여러 곳에 분점을 냈습니다. 분점 중 가장 자주 본 것은 센텀타워점이지요. 그곳도 대기 시간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제가 간 곳은 광화문점인데, 정확히는 광화문 더-K 트윈타워 1층입니다. 바로 옆에 폴바셋이 있더군요. 매일유업도 본격적으로 폴바셋 확장을 하는 모양인데, 글세요. 얼마나 갈 수 있을라나.

하여간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11시 반 전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10-20분 지나니까 사람이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식사 마치고 나갈 때-12시 30분 경에는 예약 대기를 받고 있더군요. 그나마 자리가 넓다는 광화문점도 그정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제게는 그렇게 줄 서서 먹을만한 집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그냥 저냥 무난한 집인데, 또 가격은 그리 싸진 않아요. 물론 씸플십에 비하면 그래도 낮은 가격이긴 한데, 자릿세₁를 생각하면 오히려 씸플십이 저렴합니다. 마마스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느긋하게 식사하기도 쉽지 않고 앉아서 노닥거릴 시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테이블도 작아요.ㅠ_ㅠ


주문한 음식은 리코타치즈샐러드, 토마토모짜렐라파니니, 감자수프, 청포도주스. 도합 30300원이 나왔습니다.



리코타치즈샐러드와 청포도주스. 주스는 테이크아웃컵에 주더군요. 별다른 것 없이, 청포도를 얼음과 함께 통째로 갈아버린겁니다. 이날은 굉장히 시더군요.;

접시와 나이프, 물 등은 다 셀프. 음식 가져오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셀프입니다.




토마토모짜렐라파니니. 정직한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니 맛없을리 없지요.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파니니 기계는 없으니, 집에서 만들려면 아마도 프라이팬으로 눌러 만들어야겠지요.;;;




아래쪽이 감자수프. 이것도 그냥 감자맛인데, 치즈가 들어가 녹아서 그런지 약간 간간합니다.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맛이더군요.




뒤늦게 합류하신 M님은 버섯과 고기가 들어간 따끈한 샌드위치를 시켰습니다. 음, 아주 익숙한 맛이네요.-ㅠ- 이것도 먹기가 쉽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서문이 참 길었지요. 결국 경험했다로 끝나고 더 가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이 많아 오래있기 힘들고, 맛은 정직하지만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럴바엔 차라리 작은 카페들에 들어가겠다 싶더랍니다. 대신 파니니나 샌드위치, 리코타치즈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 뜨끈한 수프를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은 드물지요.

생각해보니 제게 있어 마마스의 위치는 버터핑거스팬케이크랑 비슷한지도 모릅니다. 거기도 가끔 생각나긴 하지만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주 갈 생각은 안하거든요. 그렇다고 특별하게 맛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도 흉내는 낼 수 있으니까요. 아마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느끼나봅니다.'ㅠ'

하여간 경험에 동행해주신 D님께 감사를...;ㅂ;





₁카페에 들어가서 죽치고 있을 시간적 비용문제.;



덧붙임.
G도 이런 곳을 좋아하긴 하는데, G랑 가질 않았던 이유는 G가 시큰둥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냥, 일부러 찾아갈만한 곳은 아니다. 이것이 G의 평이었지요. 그래서 같이 가잔 말을 못하기도 했는데, 실은 같이 가자고 말 꺼내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하하....-ㅁ-;

가끔씩 생각나는 조이스 카페의 수프. 집에서 만들어 보리라고 결심은 했지만 실행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어흑.; 채소의 가격이 오른 것이 원인은 아닙니다. 그저 주말에는 집에서 늘어져 있는 것이 문제라니까요. 게다가 요즘은 감자값도 상당히 올랐어요.ㅠ_ㅠ

진짜 이번 주말에는 혼자 밥 챙겨먹어야 하는 처지이니 조금만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네요. 아. 팥도 삶아서 디저트도 근사하게 해봐야지.-ㅠ-



다른 건 다 좋은데 살짝 이가 나간 그릇에 나오는 건 조금 아쉬워요. 하기야 이게 오래된 그릇, 세월을 먹은 그릇이라는 걸 표현하려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묵직한 도자기 그릇이라, 저렇게 이가 빠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저대로 놔두고 잠시 기다렸더니 치즈는 뜨끈한 수프 속으로 어느 새 녹아들어가고 한 숟갈 뜨자 실처럼 가늘게 늘어나는 그 살결이 참으로 아름다웠더란 이야깁니다. 후후후후후.-ㅠ-
가끔 '미친듯이' 수프가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속이 비어 있을 때,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따끈한 국물 중에서도 특히 걸죽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그런 국물을 한 대접 가득 먹고 싶을 때. 이런 것을 다 만족하는 것은 수프입니다. 죽도 좋지만 홍대 모 죽집에서 한 번 먹어보고는 미련을 버렸습니다. 차라리 집에서 만들어 먹겠다고 말입니다. 하기야 집에서도 종종 채소수프에 밥을 넣고 끓여서 리조토도 죽도 아닌 그 모호한 무언가를 만들어 먹으니 이렇게 걸죽한 국물의 따끈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수프를 먹으러 갑니다. 크림수프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요.

조이스 카페 두 번째 방문도 그렇게 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비오는 날이라 으슬으슬한데 따끈하고 걸죽한 국물이 먹고 싶고, 거기에 빵을 찍어 먹는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먼저 시킨 것은 새콤한 레모네이드와 쿠키. 음료를 시키면서 1천원을 추가하면 쿠키가 같이 나옵니다. 쿠키만 따로 주문하는 것은 안되는군요.
쿠키는 보통의 미국식 쿠키고 맛은 그냥 그랬습니다. 레모네이드는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마셨지만요.




감기 기운이 있어 어깨가 시린데 이걸 보니 속까지도 뜨끈해집니다. 이날은 새우가 들어간 수프를 시켰지요. 위에 얹은 치즈는 한 번 휘저으면 수프의 온기로 따뜻하게 녹아서 속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ㅠ- 여기에 포카치아를 찍어 한입에 넣으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먹을 따름.


지난번에 닭고기, 이번엔 새우인데 저는 닭고기가 더 좋습니다. 새우도 꽤 많이 들어 있고 든든하지만 그래도 고기는 닭고기가 좋아요.-ㅠ-
글이 상당히 많이 밀려 있어서 좀 달려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글 하나 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상당하다보니..-ㅁ-;


1월 말쯤인가, 이글루스 밸리에 홍대에 있다는 어느 수프 가게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수프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따로 시켜서 맛있는 수프를 먹었던 적은 드뭅니다. 아니, 정확히 쓰자면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수프집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강남의 크루통도 그렇고 일본의 수프스톡도 그렇고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고 하기엔 그렇지요. 그래서 반신반의하며 두근두근하는 가슴으로 다녀왔습니다.




저 골목인지 그 아랫 골목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하여간 저기쯤입니다.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카카오붐과 비스윗온 같은 카페가 늘어선 카페골목을 들어서서, 언덕을 향해 올라가다 죽 올라가다보면 왼편으로 보입니다. 팜 카밀레 지나서, 카페 오븐 지나서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계단을 세 네단 정도 올라가야 하더군요.'ㅅ'

매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4인 테이블로 6개? 2인석이 2개, 4인석이 2-3개, 6인석으로 쓸 수 있는 자리가 2개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주문받고 준비하는데다 점원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아주 배고플 때 가게 되면 속도가 느려서 화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미 시간이 지났다보니 뭘 시켰는지도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감자수프였을 겁니다. 치즈가 올라간 감자수프.
수프를 시키면 직접 구웠다는 치아바타가 두 조각 나오고, 치아바타는 더 받아 벅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제게는 저것으로 충분했습니다.-ㅠ-



국수그릇으로 쓰지 않을까 싶은 커다란 사발에 크림수프가 담겨 있습니다. 먹어보니 감자가 살살 녹아서 걸죽해졌더군요. 거기에 위에는 치즈를 뿌렸습니다. 떠먹다보면 치즈가 죽 늘어지는 것이 재미있네요.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후추는 통후추를 갈아 쓰나봅니다.




취향에 따라 간을 맞추라고 소금을 내왔는데 저는 심심하게 먹는 편이라 오히려 약간 짭짤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것도 먹다보니 금새 익숙해지더군요. 떠먹어도 맛있고 치아바타를 듬뿍 찍어도 맛있습니다.
치아바타는 사실 정통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빵이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뭐, 치아바타라고 인식하고 빵을 먹어본 것은 이전에 제니스 카페에서 먹었떤 샌드위치가 전부인가봅니다. 조금 굵은 빵결에 퍽퍽한게 아닌가 싶지만 수프에 찍어먹기에는 이런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느낌의 수프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 느낌의 빵이라 재미있더군요.


다만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ㅁ-;
치아바타를 제공하는 수프 세트가 9900원이거든요. 파스타도 1만원 전후였다고 기억합니다. 샌드위치도 속 재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예산은 1만원 전후로 잡고 가셔야 할겁니다. 하지만 마음 흡족하게,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좋지요. 특히 날이 추워 마음까지 얼어붙는 날에는 수프 한 그릇 먹으러 가고 싶어집니다.

날이 스산하고 감기가 올락말락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프는 신세계 강남점에 있는 에드워드 권 레스토랑에서 먹은 옥수수 수프이지만 이렇게 걸죽한 수프도 좋습니다. 먹고 나면 수프를 만들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일까요. 하핫.

생각난김에 집에 가면 채소 수프를 만들어야겠습니다.-ㅠ-


옛날 옛적까지는 아니지만 좀 지난 이야기입니다.
간식을 사기 위해 양평 코스트코에 가던 날, 어떤 간식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G는 인스턴트 컵수프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세 통에 얼마던가요. 개당 가격이 꽤 저렴하다 싶어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짭짤하고 뜨끈한 것을 먹는 것도 괜찮다면서 집어 들더군요. 뭐, 회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집에 두고는 퇴근한 뒤 출출할 때마다 한 잔씩 마시고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하나 주신다길래 감사히 넙죽 받았습니다. 보통 일할 때는 커피나 뜨거운 물, 차를 입에 달고 사니 수프 같은 짭짤한 것은 안 마시게 되거든요. 게다가 이전에 마셨던 인스턴트 컵수프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만족할만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코스트코. 묶어 팔지만 대신 가격이 낮으니 단가는 꽤 떨어집니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격이 내려가거나 성능이 올라가야하는데 이 경우는 가격이 내려가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컵을 뜨거운 물로 데워놓고 거기에 믹스를 부은 다음 머그 바닥에 깔릴 정도로 물을 붓고는 휘휘 젓습니다. 잘 저은 다음에는 조금씩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잘 풀어줍니다.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다 마실 때쯤 바닥에 엉겨붙은 수프 덩어리들이 모여 있는게 보입니다. 작은 거품기로 풀어주면 더 잘 풀리겠지만 그런 걸 쓰는 게 더 번거롭죠. 그냥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잘 저어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옥수수 수프였는데 저렇게 말린 스위트콘이 들어가 있더랍니다. 제대로 맛이 날까 싶었는데 씹어보니 뜨거운 물을 듬뿍 먹은 건조 옥수수가 본래의 형태를 되찾았더군요. 오오. 몇 개는 덜 불어서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옥수수의 달달한 향에 짭짤한 수프를 먹고 있자니 몸이 따끈따끈해지는 것이 좋더군요.
(이 장면 묘사하면서 몸이 포카포카~라고 쓰려고 했다는 건 수행이 부족하다는 증거로군요. 국어수행에 정진하겠습니다.OTL)

근데 이걸 먹고 있자니 신세계 센트럴시티점에 있는 모 식당에서 먹은 옥수수 수프가 생각나지 뭡니까. 몸이 으슬으슬 춥고 나른해질 때 마시면 스탬이 회복된다는 (제멋대로) 전설의 스탬100포션말입니다. 음식 포장이 된다고 기억하는데 포장해 들고 연휴 때 섭취해볼까요.-ㅠ-

날이 으슬으슬하니 춥네요. 요즘 허리가 조금씩 아파오던 데다 어제 저녁에 과일을 먹고 잤더니 몸이 부어 있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금전 관련한 모종의 사태가 ... (먼산)

어쨌건. 추운 날에는 따끈한 무언가가 먹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묵히고 있던 양송이 수프 사진을 꺼내 드는거죠.-b-


이날도 비가 왔을겁니다. 주륵주륵 내리는 비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 같아 따끈한 수프를 먹기로 했습니다. 가격이 3500원인가, 4천원 정도일겁니다.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날은 평소보다 조금 많이 시켰지요.



수프는 보통 두 종 정도 준비하는가 봅니다. 이날 두 종류의 수프 중에서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하다가 양송이 수프를 택했습니다. 그냥 사발 같은 곳에 담겨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받아들고 보니 컵에 나왔습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는데 먹고 나니 든든하군요. 레토르트인지 아닌지 가리기는 어렵지만 시판하는 수프보다는 훨씬 뻑뻑합니다. 만들 때 밀가루를 너무 넣었거나 아니면 육수를 덜 넣었거나 둘 중 하나지요. 예전에 어머니가 처음으로 오뚜기 수프를 끓였을 때, 지나치게 물을 적게 잡아 나온 몽글몽글한 괴식이 떠오르더랍니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걸죽한 국물을 떠올린 제게는 그랬다는 겁니다.^^;
수프는 딱 수프 맛.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릇 때문인지 양이 적어보여 아쉽더군요. 양만 두고 보면 파파로티의 수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쪽은 레토르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거긴 컵이 아니라 입구가 넓은 사발을 쓰는데 그리 깊지 않으니 양만 두고 보면 많이 차이나진 않을겁니다.

이날은 치아바타를 수프에 찍어 먹었습니다. 수프를 다 먹은 다음에는 디저트 겸(?)해서 카페라떼에 찍어 먹고요.

그래도 역시 전 카페라떼에 치아바타가 좋습니다. 그야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지요.-ㅠ- 카페라떼를 포기할 수는 없고, 수프까지 시키면 가격이 확 올라가거든요.

올 여름에는 팥빙수를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크게 따지자면 맛있는 팥빙수를 위해서는 원정을 가야했다는 것, 단 것을 줄이고 있었다는 것, 찬 음식을 피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맨 마지막의 찬 음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요.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나이에 벌써 이가 시린다는 것을요.(먼산)

그래서 홍대 파파로티에 갔을 때, 팥빙수가 메뉴에 있는 것을 보고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언젠가 이글루스 밸리에서 생각보다 맛이 괜찮더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 마음이 동하기도 했지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 싶어서 팥빙수와 수프를 주문했습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재차 확인하더군요. 차가운 팥빙수에 뜨거운 수프라. 궁합이 묘하지 않습니까.


파파로티는 원래 제 수비범위 밖입니다. 번의 달달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멀리 돌아 피해가는데 이 때는 이 쿠키 쿠폰을 얻어서 겸사겸사 간 겁니다. 뭐, 쿠폰이 없었다면 애초에 팥빙수와 수프에 돈 쓸 일도 없었겠지만 다 그런거죠.
쿠키 사진은 미처 못 찍었는데 안에는 밀봉포장된 쿠키가 두 봉지 들어 있습니다. 버터가 듬뿍 들어갔는지 단단해 보이지만 베어 물면 파삭하고 흩어지듯 부드럽게 씹히는 쿠키입니다. 설명이 어렵지만 직접 먹어보시면 알겁니다. 3500원이라는데 이정도면 허용범위 안이네요. 가끔 홍차 마실 때 생각날 것 같습니다. 단, 견과류가 들어 있으니 싫어하는 분은 조심하셔야겠지요.



팥빙수가 2천원, 수프가 3500원이었을겁니다. 양은 적지 않네요.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이 더 빠를테니 팥빙수부터 먼저 먹었습니다. 위에 올려진 것은 과일젤리인지 과일잼인지 싶었는데 꽤 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잼이 아닙니다. 팥이지요. 한 입 먹는 순간 아주아주 익숙한 그맛. 통조림 팥입니다. 하기야 가격 생각하면 당연한데, 입에는 지나치게 단데다가 '나 인스턴트라능~'이라는 포스를 먹는 내내 팍팍 풍깁니다. 비비빅도 아니고 빙빙바의 팥을 그냥 퍼먹는 느낌이라고 해야겠지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닌데 팥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 납니다. 어허허. 가격이 싸고 팥빙수로서의 맛도 괜찮지만 제 입맛에는 안 맞습니다. 역시 올 여름에 아름다운 차박물관을 가야했나요.



팥빙수를 비운 다음에 먹어서 수프는 조금 식어 있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빵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번을 여기에 찍어 먹을 생각은 안듭니다. 모닝롤이나 식빵이 있었다면 즐겁게 먹었을텐데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제 주머니 사정에서 수프에 3500원을 쓴다는 건 조금 미묘합니다. 한 끼 금액이긴 하지만 빵보다 포만감도 덜하고 속도 허전한 음식을 시키기는 그렇죠. 평소 식생활과 음식 쇼핑이 모두 빵에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 음식 가격 계산할 때도 이 금액이면 빵이 몇 개~ 이러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하;


홍대 파파로티는 놀이터 근처에 있습니다. 홍대 정문 근처에 있는, 벼룩시장 열리는 놀이터에서 럭셔리 수노래방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놀이터 맞은편에 있지요.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번 종류 중에서는 파파로티가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었지만 먹지는 않을거예요. 달고 짠 것이 요즘이 제 입맛과는 안 맞는답니다. 입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 조금 걱정되네요.

글 올리면서 몇 번인가 언급한 적 있지만 제가 집에서 만든 음식은 대부분의 경우 저만 먹습니다. 제 입맛에만 맞도록 만든 음식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으면 지나치게 싱겁거나, 퍽퍽하거나, 달지 않거나 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이런 조합이 가능한가 싶은 음식들도 등장합니다.

제목만 봐서는 절대 이상하지 않은 토마토를 넣은 채소 수프는 그 자체만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양파 듬뿍, 양배추 듬뿍, 당근 잔뜩을 썰어서, 양파, 당근, 양배추 순으로 넣고 볶다가 적당히 익으면 거기에 토마토 캔 두 개를 넣는 겁니다. 토마토가 통채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깍둑썰기 해서 통조림으로 만든 것이라 그냥 붓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물을 붓고 여기에 허브 드 프로방스와 굵은 소금을 넣어 푹푹 끓이면 완성. 당근이 푹 무를 정도로 끓입니다. 수프에 흰콩을 넣기도 하는데 이 때는 깜박하고 콩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만이라면 괴식은 아닙니다. 그저 토마토를 넣은 채소수프로 미네스트로네와 비슷한 느낌인겁니다. 고기도 안 들어가고 파마산 치즈 껍질도 없지만 비슷하긴 합니다. 고기는 사실 안 넣는 것이 아니라 못 넣는 것에 가깝지요. 고기를 추가하면 재료비가 배가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닭가슴살의 구입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독특한 취향일지 몰라도 전 닭다리보단 닭가슴살이 더 좋습니다. 살이 많아서 좋아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2월 어느 날의 난잡한 작업 책상 모습입니다. 점보컵에 담긴 것이 그 채소수프입니다. 옆에 있는 것은 고구마. 고구마는 길게 썰어 굽는 쪽이 굽는 시간도 짧고 먹기에도 편합니다.
그 뒤로 보이는 캐드펠 시리즈와 리스토란테 파라디소는 일단 넘어가죠.;


저 뒤로 보이는 티코지에는 커피가 아니라 일본에서 사온 겐마이차(현미녹차)가 들어 있습니다. 옥수수와 현미 알갱이, 그리고 녹찻잎이 들어 있습니다. 말차가루와도 비슷한 가루가 많이 나는데 맛은 깔끔하고 고소합니다. 환율 오르기 전에 구해둘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물품 중 하나입니다. 빵빵한 커피 팩-그러니까 커피 200g 팩 하나 정도의 부피가 1천엔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거라면 한참을 두고 마실텐데 일본 여행 갈 때는 홍차 구입에 바빠 다른 종류의 차는 거의 손을 안댑니다. 그러다보니 현미녹차도 구입한다하고는 까맣게 잊어버렸지요.


이것이 본론.
토마토 수프가 괴식이 된 이유는 이겁니다. 사진에서도 자태를 아름답게 뽑내고 있는 저 팥.-_-a
실은 팥죽을 해먹으려고 팥을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언젠가는 만들겠지라며 점점 뒤로 미루고 있다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될 때쯤에 간단하게 팥을 해치우는 방법이 생각난 겁니다. 바로 채소 수프에 팥 삶은 것을 넣는 겁니다. 물론 수프 전체에 팥을 넣고 끓이면 나중에 팥 때문에 홀랑 다 상할 수 있으니, 만든 수프를 조금씩 데워 먹을 때 팥을 넣는 겁니다. 두 큰술 정도? 하여간 듬뿍 넣습니다. 그런데 저기에 또 흰콩이 보이는 걸 봐서는 저기엔 밥도 들어갔군요.-ㅅ-; 채소 수프만으로는 속이 허전하다 싶으면 리조토를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박박 우기면서 식은밥도 수프에 넣어 같이 끓입니다. 그러면 정말로 괴식 완성.
제 입맛에는 잘 맞습니다. 푹 끓인 밥알과 채소국물이 섞이면 그것도 나름 좋고요. 거기에 콩과 팥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웁니다. 물론 G는 손도 안댑니다. 채소 수프야 가끔 먹긴 하지만 콩이 들어갔다 하면 그것만으로도 손을 안댑니다. 거기에 팥이 들어갔다면 더욱 손을 안 댈 것이고 밥이 들어갔다면 괴식으로 낙인 찍고 외면합니다.


팥을 다 먹어서 요즘엔 그냥 평범한 채소수프를 먹지만 뜨끈하고 든든한 것이 한 끼 식사로 제격입니다. 이렇게 대강 만들지 않고 본격적으로 만든다면 더 맛있겠지요.



덧붙임.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인데.. 저 채소 수프에 카레 가루를 넣어 다시 끓이면 채소카레가 되지 않을까요? -ㅠ-
언제였더라. 하여간 주말 언젠가에 홍대 오봉뺑에 다녀왔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양평 코스트코를 다녀오면서 간 모양입니다. 그쪽 코슷코에서 가까운 편이거든요. 버스 한 번 타고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음?)

홍대 오봉뺑은 삼거리 포차에서 서교 사거리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있습니다. 위치가 별로 좋지 않아서 손님이 없고, 그러니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햇살도 잘 들고요. 게다가 길이 살짝 오르막인데 지어진 건물이라 창가에 앉으면 보도가 자리보다 높습니다.(기억에 의하면;;)
보통은 갈일이 없을것이고, 이날은 마법사의 살롱을 가려고 했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따끈한 수프가 땡겨서 오봉뺑에 갔습니다. 그러니까 저 빵 수프가 주 목적이었던 거지요.


가격은 오봉뺑 가격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은 역시 다녀온지 좀 되었기 때문이고요. 흑; 빵 수프만 하면 아마 6500원이었을겁니다. 아래는 샌드위치와 음료가 함께 나오는 세트입니다. 거기에 G가 치즈 베이글에 낚여서 함께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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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뺑의 커피컵은 묵직한게 꽤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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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램차우더. 맛은 중간 정도입니다. T플러스보다는 나았다는 기억이 드는군요. 빵도 맛있습니다. 쫄깃쫄깃하니 수프에 찍어먹으면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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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도 무난.
베이글은 G는 에러였다지만 저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짭잘하니 좋던데요.


하지만 먹다보니 수프가 더 먹고 싶어져서 이번엔 클램차우더 말고 양송이 수프로 주문했습니다. G는 여기에 스프라이트 추가. 스프라이트가 1천원인가 1500원인가였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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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 양송이 수프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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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가 묻은 저 그릇부분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가끔 저런 수프를 먹을 때마다 고민하는 것이지만, 저 하드롤만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요. 체인점 빵집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백화점 빵집에서도 저걸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모 프로그램에서 식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을 파내고 한 번 더 구워 수분을 날려 그릇처럼 쓰긴 했는데 집에는 오븐토스터 밖에 없기 때문에 저 사이즈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해먹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냥 식빵 속을 파서 담자니 하드롤의 쫄깃함이 없고 말입니다. 아쉬운 대로 쫄깃한 이탈리안식빵이라도 사다 써볼까요.'ㅂ';

미네스트로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왜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콩이 먹고 싶어서 그랬다라는 어렴풋한 잔상만 남아 있군요. 만들기 가장 쉬운 수프가 미네스트로네라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집에 관련 레시피가 나와 있는 책만 최소 세 권이거든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책 순위 5위 안에 드는 정명훈씨의 레시피, 최근에 지른 모 책의 레시피(이건 별도 포스팅 예정), 일본 요리책으로 또 한 권. 그리하여 세 권의 레시피를 비교하며 보다가 제일 편한 정명훈씨 레시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추가한 것이 요시나가 후미의 <아이의 체온>에 나온 것. 원래 깍지콩이나 양배추도 들어가야 하지만 집 냉장고를 털어 만든 것이라 있는 재료로만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들어간 재료는 당근 작은 걸로 3개, 양파 중간 크기로 2개, 흰콩 반 컵, 애호박 반 개, 깍둑 썰기한 토마토 통조림(다이스드 토마토) 2캔, 고기 아무거나 적당량. 저는 집에 국거리로 사다놓은 쇠고기를 몰래(?) 꺼내 썼습니다.


재료는 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둡니다. 단, 흰콩은 전날 씻어서 하룻밤 정도 불려둡니다.
기름은 쓰지 않습니다. 그냥 냄비를 달궈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쇠고기를 넣고 익힙니다. 바닥에 고깃국물이 나와도 좋습니다. 어차피 물을 붓고 끓일테니까요. 중간 중간 뒤집어 주면서 고기를 잘 익히다가 양파를 넣고 뒤적거립니다. 그 다음은 카레 만드는 순서와도 비슷합니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당근 넣고, 그 뒤에 호박 넣고. 중간 중간 물을 조금씩 넣어서 바닥에 채소들이 눌어붙는 것을 방지합니다. 눌으면 그자리가 타서 쓴 맛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합니다.
뒤적거리다가 대강 익은 것 같으면 토마토 캔 두 개를 한꺼번에 넣고 잘 섞어줍니다. 잠시 뒤 채소들이 다 잠길 수 있을 정도로 물을 듬뿍 붓고는 아주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끓여줍니다. 레시피에는 한 시간 정도면 된다 하더니 실제 끓인 것은 3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콩이 익는데 시간이 꽤 걸리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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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습입니다. 흰 콩은 강낭콩과도 비슷한게 달달하니, 맛은 통조림의 베이크드 빈과도 닮았습니다. 강낭콩보다는 좀더 수분이 있어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달기는 조금 덜하고요. 똑같이 밥에 넣어 먹었을 때 부드럽게 씹히는 그 느낌이 좋아서 넣었습니다. 사실은 이 콩 때문에 미네스트로네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프에 들어간 콩이 먹고 싶었거든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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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제의 점심은 이랬습니다.
채소수프를 각자 접시에 담고, 프렌치토스트를 구워서 메이플 시럽과 함께 먹었습니다. 왕!>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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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듬뿍 넣었더니 달걀과 우유 혼합물(흔히 푸딩액이라 부르는 것)에 흠뻑 적셔진 식빵도 덩달아 부들부들합니다. 프렌치 토스트의 장점은 식빵 재활용이지요. 상온에서 3일된 식빵이지만 이렇게 먹으면 보들보들하니 맛있습니다. 오히려 갓 만든 빵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면 이 느낌이 안나요.


남은 수프는 현재 냉장고에 있습니다. 다음 주말이 또 기대됩니다!
(주중에는 먹을 수 없다는 슬픈 현실;;)
수프스톡은 몇 번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는 꼭 가보겠다고 찍어두었던 곳입니다.
첫날 아침을 수프스톡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확인했는데 찾아보니 하네다 공항에 수프스톡이 있군요. 7시 오픈이니 여기서 아침을 먹고 움직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네다에 도착한 것이 대강 5시 경. 수속 마치고 폰 찾고 하다 보니 6시 반 정도가 되었습니다. 일정 조정하는 것은 먼저 도착한 치즈루의 방에 쳐들어간(...)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수프스톡 위치부터 찾았습니다. 케이큐선 개찰구 바로 앞이라더니, 하네다 공항 제1터미널 지하 2층이었습니다. 케이큐선 탑승하는 개찰구 바로 앞에, 스타벅스 맞은편에 있습니다.

정확히 7시에 문을 열더군요. 저희 말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여러 종류의 수프를 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중 다섯 가지 정도를 정해 돌려 놓고 파는 듯합니다. 이날의 수프 다섯 종 중에서 기대했던 호박수프는 이날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른 것이 흑돼지의 스트로가노프. 이름은 거창하지만 맛은 매콤한 찌개입니다.OTL 그러니까 육개장...?;
모닝세트를 주문하면 빵이나 밥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스몰사이즈의 수프가 나옵니다. 레귤러 사이즈 수프는 660엔인데 모닝세트를 주문하면 500엔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5% 소비세를 포함해서 가격고지를 하니 계산하기가 편합니다. 그래도 세금 포함인지 아닌지는 항상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저는 빵이 아니라 밥을 선택했는데 깨소금에 살짝 버무린 맛입니다. 짭짤한 것이 스트로가노프랑 같이 먹으면 해장으로 끝내주겠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수프스톡을 체험했으며 일부러 찾아갈 일은 없을 집, 한국의 크루통과 거기에서 거기(헉.-_- 그러고 보니 수프스톡에는 크루통이 없군요!)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듀~ 수프스톡~.
지난 일요일 생협 번개 때 크루통을 다녀왔습니다. 이글루 밸리에도 여러 차례 리뷰가 올라오고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다 하여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곳이지요. 강남은 잘 안가다보니 생협 번개 등의 이유가 아니면 움직일 일이 없답니다.(훌쩍)

수프의 종류는 그 때 그 때 바뀌는 듯합니다. 6종 정도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어떤 것을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모험해보기로 결심하고 고른 것이 오트밀 보리 수프였지요. 토마토 크림수프나 단호박 크림수프도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여기에 파니니 반쪽. 양송이와 크림 치킨 중에서 고르라길래 크림 치킨으로 했습니다. 가격은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쟁반에 놓인 저 세트가 딱 4400원. 파니니가 1500원 이었으니 작은 수프컵이 2900원인 셈입니다. 하지만 작다고 얕보면 안됩니다.;

크루통을 투하하기 전의 모습입니다.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가 올려져 있지요.

크루통을 넣으면 이렇게 됩니다. 크루통은 기름에 튀긴 게 아니라 오븐에 바싹 구운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구운 것도 좋습니다.-ㅠ-
보리 수프 답게 수프 안에는 푹 익은 보리가 섞여 있습니다. 푹 익어서 씹는 맛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입니다.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더군요. 거기에 오트밀. 오트밀은 소녀 명랑 소설에 워낙 자주 등장에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먹어보니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곡물이군요. 제게는 잘 맞았습니다. 걸쭉해서 좀 느끼한 감이 돈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그리고 파니니. 이쪽도 꽤 괜찮았습니다. 수프도 걸쭉한 타입이니 크림 치킨으로 하면 느끼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는 좋았습니다. 많이 느끼하지는 않았다는 거죠. 한 입, 두 입 우물거리는 사이에 어느 새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강남까지 가서 저걸 먹기에는 교통비의 압박이 있지요? 거기에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하는 것은 다시 말해 가격을 훌쩍 뛰어 넘는 맛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가격이 싸서 좋은데다 맛도 이정도면 그럭저럭. 그러니 가격 대 성능비가 높은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를 하고 간 덕분에 조금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수프를 가장한 괴식을 만들어 볼까 계획중입니다. 음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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