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첩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시작은 올 여름에 했는데 책등 부분은 다 꿰매 놓고는 지금껏 미루다가 이제야 완성했네요. 홈질로 꿰맸는데 오랜만에 바느질하니 그것도 좋더랍니다. 다시 바느질에 대한 열이 불타오르는 건, 지금 회피모드이기 때문이죠.

오른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책갈피입니다. 실리콘으로 된 책갈피인데 A5 크기인 수첩에는 크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최근 읽기 시작한 『총 균 쇠』 양장본에 끼워 넣으니 딱 맞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두꺼운 책 읽는데 써야겠네요.






천으로 수첩표지를 만들면 당연히 불편합니다. 흐물거리기 때문에 고정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안쪽에 끼워넣을 판을 사왔습니다. 알파문구에 가서 A4 크기로 적당히 들고 왔는데 ... ... 이거 A5가 아니라 B6인지도 모릅니다. 기억에 이거 A4용지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하도 오래전에 만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원래 쓰고 있던 수첩을 거의 빽빽하게 채워가서 새로 하나 살까 하다가, 종이도 잔뜩 있는데 그냥 만들자 싶어 제작했습니다. 앞서 쓰던 수첩도 그렇고 이것까지 이어 쓰고 있다보니 다이어리는 안 만들게 되네요. 이게 가계부랑 그날 그날의 일정과 활동 내용을 적는 것이라 다이어리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그렇습니다. 날짜 기록도 수기로 하고 있으니 일기는 아니고 요약본이나 개요라고 하면 얼추 맞겠지요.


표지를 만들어 달기 전부터 이미 수첩으로 쓰고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일단 목표는 이 수첩 다 쓰기 전에 G4 끝내는 것이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 수첩 세 권까지는 넘어가지 말자고요. 흑흑흑.;ㅂ;

제목이 거창하군요.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닙니다. 아니, G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일이지만요.

G는 작년부터 여행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미적미적 대강 알아보다가 마는 것 같았지만, 올해 3월 넘어서서는 일사천리로 준비하더니 항공권 끊고 숙소 예약하고 후다닥 준비를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저런 책도 빌려달라 하고 말입니다. 여행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더니-그 때문에 항공권 예약이 조금 늦었습니다-결론은 세 도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났습니다. 한 군데는 아예 정해놓고 있었고, 다른 두 도시를 어디로 할 것이냐 한참 고민하다가 유레일 패스 사용 문제와 철도 이동의 문제를 고민하더니 딱 잘라 두 곳을 더 넣더군요.
(빙고님은 그 과정을 대강 들어 아시겠지요.-ㅁ-)

하여간 이 아해가 딱 한 군데, 확정해놓고 있던 도시가 피렌체입니다. 영어로는 플로렌스. 꽃의 도시라 하던데, 저는 딱히 땡기지 않더군요. 워낙 소설에서 피렌체를 많이 봐서 그런가봅니다. 하기야 제게 피렌체는 나이팅게일도 아니고 메디치도 아니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도 아니고, 시오노 나나미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에서 어느 결혼식 장면 묘사가 나오는데 그게 참 예뻤단 말이죠. 그 때문에 저는 피렌체를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사람마다 도시를 기억하는 주요 코드는 다르겠지만. G의 경우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랍니다. 하기야 일본인들에게 피렌체 관광의 붐을 일으킨게 이 소설이었지요. 에쿠니 가오리는 저랑 파장이 안 맞아서 질색하지만, 그래도 그 배경이 피렌체였다는 것이랑 기분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그랬는데 G에게는 이게 굉장히 인상 깊었나봅니다. 오죽하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만 서른이 되었을 때 피렌체에 가고 싶다고 했겠습니까. 그게 로망이랍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을 합쳐서 눈치채셨겠지만; G가 이번에 가장 먼저 확정한 도시가 피렌체입니다. 허허허. 그리고 당연히 '그 시기에 맞춰서' 갑니다.(먼산)

왜 이 글 카테고리가 作이냐 하면, G가 여행가서 쓸 여행수첩을 만들어 줬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먼저 만든 여행 수첩은 안 올렸군요. 그것도 G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중에 사진찍어 올리겠습니다.

하여간 여행 가기 전에 필요한 것 없냐 물었더니 여행 전용 수첩을 하나 만들어 달랍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래의 수첩입니다.



태공이랑 비교하시면 아실텐데, 크기는 A6입니다. A4 종이를 반으로 잘라 접었습니다. G는 일반적인 크기보다는 특이한 크기의 수첩을 좋아하더군요. 만드는 사람은 좀 번거롭지요. 종이를 보통 가공해야하거든요. 저런 수첩 만들 때도 세로가 긴 수첩을 만들지, 가로가 길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안쪽을 찍은 사진인데, 종이는 살짝 분홍색이 돕니다. 매끈매끈한 종이인데 도톰한 편이고요.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대수에 비해 종이가 적다는 겁니다. 보통은 3-4매의 종이를 접어 한 대수를 만들지만, 이 책은 두 장을 접어 만들었습니다. G가 그냥 여행수첩이 아니라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일거라 해서 가능한 책등을 높이고 매수는 적게 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천은 예전에 여행가서 사온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도쿄 신주쿠의 오카다야였던 것 같군요. 포켓처럼 접어 꿰매고, 그 안쪽에는 플라스틱 판을 넣었습니다. 호미화방에서 구입한 건데 원래는 모형제작 등에 쓰는 것 같습니다. 저걸 끼워두니 표지가 흐느적 거리지 않아 좋더군요. 저 판은 옛날 옛적, 인형옷 만들려고 할 때 패턴 종이 대신 쓴다고 구입했던 겁니다. 제 노트 만들 때 써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도 G 수첩 만들면서 만들어주었지요.


자아. 과연 G는 여행 퀘스트를 얼마나 클리어하고 오려나...-ㅁ-;




덧붙임. 디아블로 클리어 이야기를 듣고 웃었습니다. 허허허허. 블리자드는 한국 전용으로 게임 난이도를 높여야겠네요.

옛날 옛적에,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언젠가에 만월님과 마음을 합쳐 종이를 구입했더랍니다. 크래프트지의 느낌이 좋아 구입을 했는데 첫 작품으로 나온 것은 조각잇기 다이어리였고 그 다음에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 수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현재 다른 노트 제작중이고 다음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완성은 올 여름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사진 찍은 걸 찾으면 어딘가에 제작 초기의 사진도 있을법 한데 못찾았습니다. 사진 백업 폴더에 파일이 너무 많아서 정보 불러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에 찾기 어렵더군요. 그런 고로 최근에 찍은 사진들만 모아 제작 중반 이후의 사진만 거의 올라갑니다.


표지 제작이 완료되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절반쯤 왔다고 해야하나요. 두 권을 한 번에 제작했고, 이 때는 또 아주 작은 수첩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표지가 좀 많습니다. 어, 하지만 그 중 제일 작은 수첩은 답보상태랍니다. 크기와 제작 방식이 동일한 두 권이 먼저 완성되었지요. 한 권은 작년 다이어리와 같은 제책 방식이고 완성되면 추가로 사진 올리겠습니다. 이것도 가능하면 여름 안에 완성해야지요. 필요한 것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뿐입니다.
사진에서 얇게 바느질한 것들은 책등에 들어가는 띠입니다.
그리고 표지. 사진도 살짝 도톰하게 보일겁니다. 퀼팅솜을 크기에 맞춰 잘라 천으로 싼 다음 윗부분을 살짝 솜과 떠가면서 홈질했습니다. 퀼팅솜을 넣으면 표지가 흐물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을 때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우니 들고 다니기에도 이쪽이 좋습니다.



여기에 좀더 자세한 사진이 있군요. 왼쪽 두 개의 수첩은 크기가 아마 A7이었나요? A5를 반으로 잘라 그걸 다시 반으로 접어 적당히 다듬은 것이니 맞을겁니다. 오른쪽은 왼쪽 수첩의 딱 절반 크기입니다.
그리고 하단에 있는 것이 표지들. 하단 오른쪽에 있는 것은 리본(띠 혹은 밴드)입니다. 띠의 용도는 완성된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겁니다. 아래 사진과 이 사진 사이에는 저 띠를 다 꿰매고 뒤집는 과정이 빠져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뒤집었는데, 이전에 K가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울 때, 여러 띠들을 꿰매고 뒤집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신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번 해보다보니 익숙해지더군요. 만든 띠는 큰 책용 띠가 한 권당 4개, 작은 책을 위한 띠가 3개-추가로 4개가 더 필요하지만 그것은 70%의 공정단계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도합 11개입니다.

종이를 받은 것이 작년 말, 다이어리 제작은 그럭저럭 쓸 때까지 완성했지만 이 책은 종이를 자른 것이 지난 겨울이었고 표지를 완성한 것이 아마 올 2월쯤. 3월에서 4월 사이에 띠를 완성했으며, 그 후에 꿰맸습니다. 거기서 또 한참을 멈춰있다가 지난 주말에야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전시회 지킴이를 하면서 들고 갔는데 오랜만에 바느질신이 오셨습니다. 뒷표지만 연결했던 붉은 수첩, 그리고 아예 표지 연결이 안되어 있던 파란 수첩 모두 일요일에 완성했지요.
책만 꿰매고 표지가 분리된 사진을 따로 찍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사진이 있나 없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책등은 노출되어 있습니다. 본을 그린 다음 리본의 배치를 적당히 생각하고는 꿰맸습니다. 이런 구조는 등열린 제본이라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책등 종이가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보통은 그냥 일자로 띠를 넣는데 그러면 심심하다 싶어서 사선으로 배치했습니다.



사선으로 넣었으니 반대쪽 표지는 이렇게 띠가 교차합니다. 긴 띠는 장식용, 짧은 띠는 고정용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긴 띠도 장식이긴 하지만 책등을 고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요.



리본의 고정은 보면 아시겠지만 홈질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표지 윗부분 천만 살짝 떠서 홈질했는데 띠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띠의 두께 때문에 홈질하기가 만만치 않아 그냥 아래까지 한 번에 박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표지 뒷면의 바느질 자국이 비뚤배뚤하네요. 신경써서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속도가 느려져 바느질하다가 질릴 것 같아 그냥 감을 믿었습니다. 감을 믿은 결과가 저렇군요. 하하하.



이쪽도 비뚤배뚤. 그래도 겉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듯 이 수첩의 용도는 여행 준비 및 여행 기록입니다. 작년 여행 때도 교차된 구조로 작은 수첩을 하나 만들어 기록을 남겼는데 다음 여행 준비를 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수첩이 완성될 때까지는 여행 준비는 일시 정지시킨다라는 생각이었지요. 이제 수첩이 완성되었으니 여행과 관련된 뇌내망상도 폭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은행잔고가 실행을 막을터이니 괜찮습니다. 준비만 하며 신나게 노는거죠.-ㅁ-

등열린 제본의 특징은 책을 확 펼쳐도 책등이 망가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 중엔 선제본-올해 다이어리-와 교차된 구조-작년 다이어리, 재작년 다이어리-가 있고요.




그런 고로 B, 책등이 확 펼쳐져도 무리 없는 제본을 고른다면 이 세 가지를 추천하겠네. 원하시는대로 고르시게.
수첩이라는 단어에 꼭 맞는 작은 책을 만들고 싶어져서 종이접기부터 시작한지 어언 몇 주. 그래도 생각보다 진행은 빨랐습니다. 책의 사용 용도-제작 목표가 확실해서 그랬나봅니다. 보통 이런 책 만들다보면 중간 중간 진행되는 도중에 팽개쳐두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생각보다 빠르게 완성되었습니다. 아마, 이 주 남짓 걸리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바느질신이 강림해주신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 열심히 쓰고 있는 천들은 다 1월 여행 때 사온 천들입니다.

그러니까아아아..
제가 퀼트천을 사는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매트 만들기. 대략 70×50 정도 되는 조각잇기 매트를 만들면서 배색을 결정하고 천을 고릅니다. 이 매트들은 색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천들도 다 그 색조로 들어가게 되지요. 맨 처음 만들었던 매트는 갈색조, 그 다음 만든 매트는 푸른색조, 이번에 만들고 있는 매트는 붉은색조입니다. 사진 왼쪽 상단에 보이는 조각들이 지금 제작중인 매트입니다. 저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나갔으니 이제는 정사각형의 별 모양 큰 조각을 만들고 그걸 다시 길게 이은 다음 마지막으로 길게 이은 조각들을 이어 매트 앞판을 만들고, 가장자리 테두리를 치고 밑판을 대어 퀼팅을 하며 마무리를 지으면 끝입니다. 6단계쯤 더 남았지만 제가 가장 싫어하는 작업이 작은 조각 잇기인 만큼 남은 작업들도 손대면 진행은 빨리 될겁니다. 일단 목표는 10월 말입니다.

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는 긴 띠의 정체는 이후 완성되면 밝히겠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재봉틀신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은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언제 다시 찍힐지 미지수입니다. 뭐, 빠르면 개천절에 재봉틀을 돌릴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예정이라, 그날 바느질신이 강림하면 재봉틀은 또 밀립니다. .. 그러고 보니 천만 잘라 대강 박아 놓은 물건이 몇 개 더 있었는데?

오른쪽 상단에 보인 미니 수첩, 가까이서 찍으면 이렇습니다. 이쪽이 뒤판,

이쪽이 앞판입니다. 찍을 때 헷갈려서, 나중에 사진 편집하다가 제가 거꾸로 찍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좌철이 아니라 우철입니다. 그런 고로 이건 좌우를 바꿔 보시는 것이 맞지요.

책 등은 이런 모양입니다. 바느질 하면서 시행착오가 조금 있었기 때문에 책등을 빽빽하게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찍을 때 착각했던 것처럼 사진 아래쪽이 앞판입니다. 위쪽이 뒤판. 하하하;

위에 올린 세 장의 사진을 조합해보시면 알겠지만 이 수첩은 손가락 깍지를 낀 듯한 모양입니다. 교차된 구조라 부르지요. 뒷판을 먼저 만들어 뒷판의 팔을 리본으로 사용해 종이를 꿰메고 그 뒤에 앞판을 맞춰 연결합니다. 바느질이란게 사이즈의 오차가 상당해서-게다가 제가 초보이기 때문에 책등 부분을 들여다보면 그런 부분이 여실히 보입니다. 뒤판에서 넘어온 세 개의 팔들 좌우 부분이 살짝 비어있다는 것이 증거지요.

뒷판이 책배를 먼저 감싸고 앞판 남는 부분이 그 뒤에 겹칩니다. 이 부분은 똑딱이 네 개를 달아 여몄습니다. 세 개를 달까 네 개를 달까 고민했는데 세 개를 달았으면 천이 떴을겁니다.

이쪽이 앞쪽입니다. 천으로 책 상단부를 가린 것은 거기에 사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책 만들 때 항상 책 만 앞에다가 시작한 날짜, 책 명칭(교차된 구조), 이름을 적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요.

자아. 앞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
교차된 구조의 팔부분은 다 감침질로 꿰맸습니다.-ㅂ-
책 크기는 가로 세로 8cm가 살짝 안됩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포스트잇 사이즈랑 거의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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