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한국에 이런 곳이 존재할 줄 몰랐습니다. 오픈한지 한 달이 되었다는데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슬플따름입니다. 진작에 알았다면 체중계 바늘이 휘어지도록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텐데 말입니다.


Kiril님이 말씀하신대로 모든 것의 원흉은 쿠켄입니다. 12월호를 넘겨보다가 Passion 5라는 이름의 디저트 카페가 나온 것을 보았고, 이게 SPC 신 사옥 1층에 있으며 그것도 초콜릿, 파티세리, 블랑제리, 카페의 4개 섹션으로 나눠진데다가 SPC 라인중에서 최고의 실력자들만 뽑아 모았다라라는 구절에서는 앞 뒤 가릴 것 없이 가자라고 외쳤습니다. 물론 이런 건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재미있지요. 토요일에 일이 있어 G랑 같이 나가면서 같이 쿠켄을 보았고, 같이 외쳤으며, 같이 "내일 아침에 가자"라고 했습니다. G의 평소 주말 패턴을 생각하면 이 아가씨가 오전 8시에 집에서 나서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의 일이었는데 어제는 그 손에 꼽히는 날 중 하나였던 겁니다.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았지요.
G가 P5에 홀린 것은 푸딩 때문이었습니다. 쿠켄에 실린 기사에는 몇몇 사진들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 탐스럽게 생긴 롤케이크 뒤편으로 병에 담긴 푸딩이 보인겁니다. 도쿄 데파치카(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병에 담긴 푸딩이라니. 게다가 아래는 캬라멜 시럽도 분명히 깔려 있습니다.

일단 SPC가 뭔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알코리아의 모체기업입니다. SPC가 이끌고 있는 곳이 삼립, 샤니에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31 등의 해피포인트 라인입니다.
오픈 시간이 7시 반이라는데서는 본사 1층에 있는 P5의 목적이 자사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아닐까란 생각도 좀...; (맞을겁니다. 하지만 일요일도 그렇게 오픈하는 것을 보면야...)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이런 건물이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G는 말발굽 모양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ㄷ자라는 것이 맞을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페 쪽이 1이군요. 들어가서 왼쪽문으로 들어가면 카페→빵집→디저트집→초콜릿집의 순으로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그 역순이 됩니다. 별 생각없이 오른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어가기전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 장식이겠지요.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으니 패스. 하지만 들어가서 내내 감탄사만 내뱉고 있었으니,  초콜릿 샵 바로 옆에는 바움쿠헨이 있습니다. 미츠코시 본점에서 보고는 순식간에 홀렸던 그 바움쿠헨이 여기에도 있군요. 길다란 봉에 통나무가 통채로 매달려 있는 형상입니다. 작은 사이즈가 1만원, 그리고 그보다 큰 것들이 차츰 가격이 높아집니다. 시식해보라고 권하시기에 조금 맛봤는데 제 입맛에는 달더군요. 그래도 하나씩 벗겨먹는 맛이 은근합니다.
그 옆에 있는 케이크 쪽 쇼케이스에 늘어선 푸딩병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광분합니다. 우오오오오오!
캬라멜 시럽과 커스터드 크림의 색 조화! 보기만해도 홀릴 것 같은, 한국에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눈물만 삼켰던 푸딩병을 인적없는 한강진역 근처에서 만날 줄이야!
(조금 많이 흥분했으니 이해를...;)

그리하여 푸딩 잔뜩(개당 2500원인데 둘이 구입한 개수가 총 9개;)과 롤케이크 하나(12000원)와 바게트 하나(작은 바게트가 1200원)를 사들고는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시간은 해피아워라 해서 7천원인 드립커피가 3500원, 반값입니다.
카페는 굉장히 작습니다. 인테리어쪽은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요, 모던? 이쪽은 사진을 찍지 않았으니 넘어갑니다. 하여간 오래 죽치고 앉아 있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가볍게 디저트를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쪽입니다. 음료들의 대체적인 가격대도 높아서 카페라떼가 7500원. 초콜릿 음료는 12000원입니다. 홍차도 7천원 선이군요. 가격이 비싸 망설이고 있는데 젤라토와 소르베가 눈에 들어옵니다. 각각 네 종이 있는데 5천원이랍니다. 그래도 낮은 가격이고 카페쇼에 가기 직전이니 카페인 섭취는 자제하자는 의미에서 시켜봤습니다.
젤라토나 소르베나 두 스쿱을 담아주는데 서로 다른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합니다. G는 유자와 포도 소르베를, 저는 초콜릿과 녹차 젤라토를 시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젤라토와 소르베가 나올 때부터 입이 귀 밑에 걸립니다. 금속제 작은 냄비일까요. 소스팬일까요. 하여간 묵직한 금속 그릇에 젤라토와 소르베가 한 스쿱씩 들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젤라토 아래에는 과자가 깔려 있습니다. 그냥 과자가 아니라, 핫케이크나 쿠키 등을 구울 때 가장자리에 반죽이 넘쳐나 생기는 얇은 과자막(이랄까요?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그 부분)을 따로 만들어 부쉈습니다. 다른 곳에서 나왔다면 아마도 콘플레이크가 깔려 있었겠지요.
거기에 아몬드가 듬뿍 들어간 플로랑탱이 함께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르베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한 그것;)가 깔려 있고 레몬밤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먹는 사진은 없습니다. 사진 찍을 새가 어디있습니까. 먹는 데 바빴는 걸요. 유자 맛에 감동하고 포도 맛에 감동하며, 진한 녹차 맛과 진한 초콜릿 맛에 달지 않다고 탄성을 지르고. 밋밋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의 씹는 맛을 아래의 과자와 함께 먹으며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느낌으로 잡아주고 말입니다. 플로랑탱도, 견과류를 질색하는 G가 오독오독 잘 씹어 먹을-그래도 마지막은 제게 넘기더군요;-정도로 좋습니다. 흑흑, 5천원으로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니! 정말로 행복합니다.

한남대교 가기 직전, 직업전문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갔는데 그래도 멀지 않습니다. 한강진역에서는 나와서 100미터 남짓? 하여간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용산 국제학교 바로 건너편이고요.

올 겨울에는 뻔질나게 이곳에 드나들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빵도 하나씩 먹어봐야지요.+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