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이상하게 센베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 때도 글 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생각은 했지요. 그도 그런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만 뭔가 아득아득 부숴 씹어 먹고 싶은데 그런 때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센베입니다. 비슷하게 부숴먹는 간식으로 사탕이나 시판 과자가 있지만, 사탕은 달아서 좋아하지 않고, 다른 과자들은 부수는 느낌이 덜합니다.-ㅂ-; 이런 곳에서 성격 나쁘다는게 확 드러나는군요.;

하여간 이 센베를 찾아 헤매다가 사직동 근처의 내자땅콩도 가보았지만(링크) 제가 찾는 옛날 맛은 아니더군요.
그럼 아예 대형마트를 찾아가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예전에 있었으니 혹시 모른다며 모 대형마트에 다녀오기로 마음 먹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더니 검은색 비닐봉지가 하나 있습니다. G가 가져다 놓은 것이 분명한데 뭔가 하고 들어보니 묵직하네요. 그리고 그 안에는 저것이 들어 있었습니다.T-T;
전날 저녁, 약속이 있어 연신내에 갔다가, 센베를 파는 트럭 노점이 있어 사왔답니다. 그야말로 구세주가 따로 없었지요. 사진에는 두 종류의 센베만 보이지만 안에는 땅콩이 들어간 동그란 센베가 있었습니다. 파래가 들어간 것, 땅콩이 들어간 것에, 쌀가루가 들어간 작고 동그란 센베의 세 종류를 사왔더군요. 아,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틀만에 홀랑 다 먹었지요.

그리고 그 주; 퇴근길에 근처 아파트 장터에서 간식거리를 살까 생각하여 들어갔다가 센베를 발견합니다. 매 주 서는 정기 장터에 센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코 앞에 센베를 두고는 찾지 못했던 겁니다......
두 봉지를 사서 이틀만에 끝내고 나니 이제는 센베를 특별히 찾진 않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거 계속 손대고 있었다면 아마 몸무게 1, 2kg 느는 것은 일도 아니거든요.-_-;


하지만 왠지 다음 장이 열리면 세 봉지쯤 사다가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게 불길합니다....;...
신촌이나 이대 후문쪽에서 272를 타면 사직공원과 광화문 앞을 지나 안국동으로 넘어갑니다. 신촌, 이대에서 3호선을 타기에 가장 편하고 빠른 것도 이 방법입니다. 버스를 타고 넘어와 경복궁역에서 3호선을 타면 되거든요. 그래서 저녁 시간에는 항상 버스가 붐빕니다. 272뿐만 아니라 다른 버스들도 있지만 272를 가장 자주 만나니까요.
하여간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면 3호선 경복궁역 정류장에 섰을 때, 길 건너편에 내자 땅콩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보입니다. 그 주변 가게들이 여럿 있었다 없어지고 생기고 하는 와중에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과자 가게가 아니라 센베, 전병, 막과자, 옛날 과자 등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입니다. 정확한 표기법이 궁금하여 다음 국어사전을 검색하니 센베이로 나오고 순화어는 전병과자입니다. 한국 음식 전병은 부침개에 가까운 음식이군요. 한자로는 煎餠이고 일본어로는 せんべい인데 べ뒤에 붙는 い는 장음이니 센베라고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지만... (이하 생략)

어느 날 하도 궁금하여 근처를 지나는 김에 충동적으로 들러 땅콩과자 한 봉지를 샀습니다. 한 봉지에 6천원이나 하길래 놀랐지만 공장에서 만들어 무게로 달아파는 전병과자들도 산지 꽤 오래되었으니까요. 요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릅니다. 기억나는 가격은 100g당 1천원에서 1200원 가량인데 이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게에서 파는 옛날 과자들은 가격이 조금 높아요. 신촌에 있는 행복을 파는 가게도 싸진 않으니까요.


보고 있노라면 반죽을 하나 하나 떠서 거기에 땅콩도 박았구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국산 땅콩도 판다고 했던가? 재료 원산지 기억은 가물가물하네요.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상관 없습니다. 집에서야 국산 챙겨 먹지만 밖에서는 원산지 챙겨 먹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땅콩이 듬뿍 들었습니다. 견과류 안 좋아하는 G는 못 먹을 과자네요.

맛은 생각했던 옛날 과자와는 사뭇 다릅니다. 밀가루가 잔뜩 들어가 단단하고 오독오독한 그런 과자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설탕이 많이 들어간건지 약간 거품을 주어 만든건지 그보다는 조금 달달한 설탕과자 같습니다. 아니, 뭐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가장 비슷한 것은 튀일? 튀일보다는 두껍지만 생각해보면 튀일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기야 만드는 법 생각하면 이 땅콩 과자나 튀일이나 비슷할테니까요.-ㅠ-


그리고 그 작지 않은 한 봉지를 홀라당 혼자 다 먹었습니다. 하하하....;...
지금까지 이후리야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 이'후'리야가 아니라 이'나'리야라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아하하하하.



간판의 저 글자가 ふ로 보이지, な로 보이진 않더군요. 하기야 여우신사 앞에 있는 곳이고 여우 센베를 파는 곳이니 이나리야가 맞겠지만 정말로 생각을 못했어..;ㅂ;

위치정보는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 방문 글(링크)을 참조하세요.



여우 센베라고 하면 어떤 건지 감이 안오실텐데, 일본 관광지에서 흔히 파는 여우 가면을 센베로 만들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여우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줄만한 선물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여우 가면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선물 돌리고 났는데도 여우센베가 한 통 남았길래 제가 뜯었습니다.-ㅠ-
빨간 종이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면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비닐포장된 여우 가면. 으허허허허. 콧수염에, 눈썹에 째진 눈까지 보입니다. 이건 센베 3개 들이인데, 10개 들이도 이처럼 비닐포장을 했습니다. 그건 박스가 더 높지요.




왠지 점잔빼는 일본식 젠틀맨이 떠오르지만...-ㅁ-;


일반적으로 전병이라 생각하면 달달한 맛의 바삭하고 오독오독한 과자를 떠올리는데 이게 딱 그런 맛입니다. 먹을 때는 손으로 부수면 됩니다. 솔직히 여우센베를 비닐에 넣고 손으로 박살내는 것도 떠올려봤는데, 스트레스 해소에는 좋을지 몰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으니 그냥 얌전히 먹게 되더군요.-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나로마트에도 센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습니다. 이건 어떤 맛이 날지, 그래도 하나로마트인데 조금 재료는 낫지 않을까 싶어 오늘 퇴근 시간에 살짝 들렀습니다. 이럴 때는 하나로마트가 출퇴근길에 있다는 것이 좋군요.
가서 센베 찾다가 발견한 것. 여기는 왜이리 우유가 싸답니까.;ㅂ; 집 앞 슈퍼에서 우유 살 때는 한 팩에 1800원 정도인데 여기는 제일 싼 하나로 우유가 1리터에 990원입니다. 그건 다른 우유가 하나도 붙어 있지 않지만 그래도 거의 절반 값입니다. 게다가 눈에 번쩍 들어온 것은 고원우유. 엊그제 생협 번개에서 우유 이야기가 나왔을 때 머릿 속을 휘젓고 다니던 것도 이 고원우유입니다. 고 3 말기까지는 학교 급식 우유가 고원우유였는데 매일우유 회장부인이 동문이었던지라, 고 3 말에 매일우유로 바꿨습니다. 고원우유를 마시다가 매일우유를 마시니 맛이 맹탕이더군요. 서울우유를 마셨다면 더더욱 맹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우유가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은 진해서가 아니라 더 "태워서"라고도 하니 고원 우유를 안마신지 10년이 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원우유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덤으로 붙은 우유가 두 개 정도인 상황에서 고원우유는 덤우유가 3개였습니다. 1리터 우유에 200ml 우유 3팩이 붙어서 1650. 하나로 우유는 미심쩍으니 잽싸게 고원우유를 집어들고 왔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본론에 도달합니다.-_-;
오늘 아침, 간만에 정장바지를 입으면서 살이 엄청나게 쪘다는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엄청나게 몸이 불었다는 것이지요. 이모 저모 따져보면 센베를 간식으로 계속 집어 먹은 것이 주 원인이란 건데, 칼로리가 그렇게 높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 방 먹었습니다. 하나로마트에서 100g에 1천원 주고 달아온 센베 봉투에, 가격 스티커 아래 표기된 성분표시를 보고는 기겁했거든요. 밀가루가 40% 가량, 설탕이 40% 가량입니다.(먼산) 설탕이 40%라 하면, 100g을 먹었을 경우 설탕 40g을 섭취한다는 것이고 그 무게는 당근 비례해서 올라갑니다. 200g을 먹으면 80g, 더 먹으면 먹는 만큼......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먹은 센베의 중량을 헤아려 보고는 그야말로 좌절에, 패닉에, 쇼크에 기타 등등의 상황에 이르릅니다.





다시 운동하고 식이 조절 들어갑니다.llOTL 더 이상 찌면 아무도 못말려요.



그러니까 다들 조심합시다.;ㅂ;
추억을 굽는 가게는 포스팅한 그 다음날인가,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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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현대백화점 앞(이라기보다는 옆)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작은 가게입니다. 그쪽은 길이 묘하게 되어 있어 길 아래 쪽에 1층 가게들이 있지요. 언덕을 깎아 만들다보니 그리 되었나봅니다. 한여름에는 과자 만드는 공정 문제로 인해 영업을 하지 않으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은 한여름을 제외하고 입니다. 이 근처를 다닌 것이 몇 년 되었는데 여름마다 그런 현수막을 보았으니 말입니다. 가게 앞에 걸어 놓고 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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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는 과자들은 저렇게 하나하나 진공 비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개당 1600원정도? 정확한 가격이 가물가물한데 그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약간의 가격 편차는 있고요. 제가 구입한 것은 땅콩이 들어간 저 동그란 전병, 파래(인지 김인지) 전병, 상투과자입니다.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원재료명도 비닐에 표시되어 있으니 그런 점은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제 입맛에는 이것도 조금 달고 조금 기름진 맛이 났습니다. 재료에 마가린이 들어갔더군요. 상투과자도 B가 구워준 것보다는 좀 짭짤하고 기름진 맛이 나는 느낌입니다. 상투과자는 역시 B가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ㅅ;
지하철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제 입맛에 맞는 것은, 아직까지는 근처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 뿐입니다. 이제 다음에는 하나로마트를 공략해봐야겠습니다. 거기 전병들은 어떠려나요~.
종종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다보면 한 구석에 과자모듬을 그램단위로 달아 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지하철 역에서 보고 살까 말까 망설이던 것이 여러 번인데,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퇴근길에 한 번 사왔습니다. 출근길에 다니는 작은 슈퍼에서도 전병(센베)을 근 단위로 달아 파는데 다른 곳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그러니 도전할 마음이 든 것이지요. 다양하게 고르는 재미도 있고 말입니다.
100g에 1천원. 종이 봉투를 받아 이것저것 골라 보니 262그램입니다. 2600원을 받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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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집에 와서는 차이 한 잔을 끓여 과자를 꺼내들었습니다. 고를 때 취향에 맞춰 쿠키들은 빼고, 생과자라 불리는 쪽과 전병들을 골랐습니다. 누군가 제가 센베를 먹는 모습을 보고 어른 같은 입맛이라 하던데 거기서의 어른은 나이드신 분들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전 강냉이도 굉장히 좋아하고 전병도 좋아합니다. 최근 들어 입맛이 다 그런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이드는 증거일까요.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주변 친구들 중에도 이런 입맛의 소유자는 없는데. 물어보지 않아서 확인은 못하지만 친구들끼리 모여 간식을 먹을 때 센베나 강냉이를 들고 오는 것은 한 번도 못봤습니다. 아, 지난번에 S랑 고구마 과자를 즐겁게 나눠먹었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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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보이는 것이 삼각형의 파래를 뿌린 전병입니다. 거기에 얹힌 것은 땅콩이 들어간 둥근 전병. 대체적으로 땅콩이 들어간 쪽이 더 단데 이것은 비슷비슷합니다. 제가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전병은 단단해서 아드득 씹는 맛이 있는데 이쪽은 좀더 바삭하게 부서집니다. 취향은 단단한 쪽이지만 이쪽도 괜찮습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호박씨가 들어간 것. 이렇게 생긴 과자도 종종 보는데,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동글동글한 튀긴과자를 물엿같은 것에 졸여 강정처럼 굳힌 다음 네모지게 썰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단단하다기보다는 바삭바삭합니다. 잘 부서진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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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그릇이지요. 밀크티 그릇이 이번에는 과자그릇으로 바뀌었습니다. 색이 진하니 엷은 갈색의 과자를 담아도 잘 어울립니다.
여기에는 총 4종의 과자가 담겨 있습니다. 맨 뒤에 보이는 것이 버터와플.(...) 그리고 고구마 과자와 상투과자, 뒤에 보이는 것은 맛동산과 비슷하게 생긴 과자입니다. 그 맛동산의 일본식 원형(?)이 카린토라고 들었는데 보는 순간 그 카린토가 생각나서 몇 개 집어 들었습니다.
먼저 저 맛동산 아류부터. 겉에 붙어 있는 것은 깨입니다. 아마도 중국산이겠지요. 역시 파삭파삭하게 부서지는데 깨가 있어 약간 고소하긴 하지만 취향의 맛은 아닙니다. 깨가 지나치게 많아요. 상투과자야 당근 상투과자 맛이고, 조금 답니다. 먹는 순간 커피가 간절하게 생각나는군요. 고구마 과자도 뭔가 미묘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구마 과자는 겉의 코팅이 단단하게 되어 있어 깨물면 파삭하게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오도독 깨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고구마 과자는 전자로군요.

뭐랄까, 전체적으로 파삭 부서지는데다 예전처럼 딱딱하고 단단한게 아니라 최근의 입맛에 맞게 과자 같은 식감으로 변한 전병들입니다. 옛날의 그 맛이 뭔가 아니네요. 게다가 단 것도 그렇고 맛도 왠지, 버터 맛. 부서지는 느낌도 그렇고 맛도 버터(라고 쓰지만 실제로는 쇼트닝이겠지요)느낌입니다.


예전에 이글루스 밸리에 어느 분이(펠로우님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다른 분이셨나요) 신촌 현대백화점 앞 버스 정류장에 있는 옛날과자 가게에 대한 리뷰를 써주셨는데 거기를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언제 시간나면 홍대에서 설렁설렁 걸어 거기를 다녀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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