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 갓파는 다치바나 다카시와 함께 제가 특별히,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를 알게 된 것도 세노 갓파를 통해서 였습니다. 의외지요. 셰 다치바나라는 이름의 고양이 빌딩도, 세노 갓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세노 갓파의 본 직업은 무대미술가이지만 책도 여럿 써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검색해서 아는 한도 내에서는 「펜 끝으로 보는 세상」, 「인도 기행」, 그리고 이게 세 번째입니다. 한참 전에 교보에 들렀다가 「펜 끝으로 보는 세상」을 보고 홀딱 반해 집어 들고는 그 뒤로는 종종 이 작가 책이 번역이 되질 않나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만.. 이제는 성이 차지 않아 원서로 사다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업실 탐닉」은 세노 갓파의 '엿보기'시리즈 중 「갓파가 엿본 작업실」을 번역한 겁니다. 다만, 작업실의 원 단어가 仕事場(しごとば)랍니다. 영어로 적힌 원제를 보고 한자를 때려맞춘거라, 한자가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e-hon으로 검색해보니 맞습니다. 교보문고에는 작업실 탐닉의 원서가 잘못 들어가 있군요. 「河童が覗いた仕事師12人」은 갓파가 엿본 작업실 그 다음 편입니다.)


이 책은 아사히 주간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겁니다. 출간된 것이 84년. 97년도에 개정판인지, 문고판인지가 나온 모양입니다. 97년도 개정판이라지만 그래봐야 작업실 주인의 근황에 대한 것들 정도만 수정되지 않았을까 싶고, 대부분은 그대로 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노 갓파는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작업실을 엿보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부터 차근차근 포섭해 작업실을 공개해줄 수 있는가를 묻고 보통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작업실을 측량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마감이 일주일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그에대한 고충도 상당하겠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게다가 작업실 주인에게 원고 내용도 일일이 교정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그 당시는 이메일은 커녕 팩스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을 때니, 유선전화를 걸어 읽어주고는 잘못된 부분이 있나 없나 확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글이 알차고 또 매끄럽습니다. 거기에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연재분을 보고 기겁했을 '주인장'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_-;

뭐, 그 사람들의 소회야 각 편 뒤에 실려 있는 '갓파 엿보기'를 읽어보면 아실 수 있겠지요. 읽고 있다가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릴 뻔한 것도 그 '갓파 엿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아. 이 사람들, 갓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 대단해!

 

저는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작업실이란게 딱히 평범한 공간만 말하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러니까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썼던 료칸이라든지, 기상청의 지진예보 시스템이라든지, 항공우주기술 정보의 시뮬레이터라든지, 레이건 대통령의 집무실이라든지 말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집무실과 나카소네 총리의 집무실 관련해서는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집무실을 그리겠다 하면 들고 일어나서 '삐~에게 정보를 전해줄셈이구나! 너, red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_-; 몇 년 전이라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안될겁니다.


번역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 몇 있었는데, 그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호접란과 나비란, 어느 쪽을 더 많이 씁니까? 저는 호접란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거든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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