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바오로 서원이 하나 있습니다.
(실은 두 개. 집 근처에도 하나 있습니다.)


오가면서 가끔 쇼윈도 안쪽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어느날 이 그림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책 표지 오른쪽의 금발머리, 보랏빛 눈의 남자분. 색 조합이 꼭 백작과 요정의 누구씨를 닮았는데 말입니다, 궁금해서 다가갔다가 폭소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그림 양여진'.

양여진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참 전의 일인데, 터치에서 연재한 '마이 스위트 보디가드'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그 전에 나온 휘트니 휴스턴, 브루스 윌리스의 '보디가드'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만화 같더군요. 4부작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성별이 반전되어 가수가 남자, 보디가드가 여자입니다. 가수이름을 보고는 데굴 데굴 굴러다니기도 했고요. Snow Cloudy Road. 설마 모르시진 않겠지요.-ㅁ-;

하여간 그 때부터 시작해 종종 눈여겨 보긴 했는데 정작 만화책을 산 적은 거의 없다고 기억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만화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옛날의 유명한 만화가들이 지금은 뭐 하려나 싶은 때가 많지요. 그 중 몇몇 분들은 이쪽-카톨릭 쪽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김숙희씨가 대표적. 이분은 한참 활발히 활동하실 때도 바오로쪽에서 책을 몇 권 냈습니다.)



지나가면서 살까 말까 하다가 사보겠다고 마음 먹은지 일주일. 지난 주말에 원래 살까 했는데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더군요. 어제 지나가다가 눈에 흘낏 들어왔는데 살까 말까 하며 지나치다가 충동적으로 안에 들어가서 샀습니다.
(저보고 학생이냐 하시던 수녀님, 복받으실겁니다.T-T)



그리고 어젯밤에 집에 들어와서 그림부분만 대강 훑어보았는데, 보면서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아아아. 그림의 애정도가 달라요! 어떤 그림은 그냥그냥한 수준인데, 어떤 그림은 수준이 확 뛰어오릅니다. 그 뛰어오른 그림과 아닌 그림, 해당 성인에 대한 애정도가, 차원이 다른 수준이잖아요! 너무 웃다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가장 배를 잡고 구른 것은 표지에 등장한 성인(男)의 정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Saint Valentinus.



여튼 책 내용은 생각한 것보다 만족스럽습니다. 애들이 편하게 읽게-쉽게-기술한 성인전인데, 맨 뒤에 날짜별로 성인을 적어두었습니다. 오오. 이거 항상 궁금했거든요. 소설에 보면 무슨무슨 성인의 날이 언제고, 그와 관련한 사건이 벌어지고 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말입니다. 확실하게 소개되어 있는데다 각각의 성인이 왜 성인으로 추대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본편에 나와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애들용이라 읽다보면 조금 닭살이 돋긴하지만 말입니다. 하핫.


다음 생협 번개 때 여유가 되면 가져가겠습니다. 직접 그림 차이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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