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도시 근교 자연의 사계이고 원제는 Suburban safari입니다. 도시 근교에서 생활하는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마당-정원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텃새 다섯 종류와 철새 다섯 종류의 이름을 써보시오."라는 잡지의 퀴즈를 보고는 관심이 생겨서 직접 뒷마당을 관찰합니다.
이전에도 이쪽에 관심이 여럿 있었던 모양입니다. 뒷마당을 자유 잔디밭으로 놔두면서 지역의 여러 아마추어 곤충학자들에게 관찰할 기회를 주기도 하니까요. 환경관련 학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렇게 집 주변과 지역을 관찰하며 까마귀와 다람쥐를 보고 스컹크를 만납니다. 내키지 않지만 바베트와 바베트의 친척들에게도 눈도장(혹은 손도장)을 찍어두고, 식물과도 친해집니다.

책은 사계절을 다루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1년만에 나올 이야기는 아닙니다. 내용이 꽤 깊거든요. 뒷마당만 관찰해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음, 음, 아파트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쉽지 않겠지요. 북한산 기슭이라면 스컹크는 무리더라도 새와 다람쥐, 청설모까지는 어떻게 될겁니다. 개인적으로 청설모는 질색 팔색하지만.;
(새밥 훔쳐먹고 소밥 훔쳐먹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는 것이...ㄱ- 다람쥐는 절대 연약한 생물이 아닙니다.)

책을 보다보니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이 많이 언급되더군요. 근데 이 전에 읽었던 까마귀 책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던데, 이 책에서는 꽤 위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패스. 전 베른트 쪽을 슬쩍 편들지만 말입니다.;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과도 닮아 있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생물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경도 같이 다룹니다. 무엇보다 수맥찾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정말...; 결론은 알 수 없다에 가까웠지만 저는 믿지 않는 쪽이라서 말입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것은 생각할 부분이 많습니다. 물을 많이 쓸 것이냐, 아니면 전기를 많이 쓸 것이냐. 양쪽의 딜레마는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후폭풍-기후 변화로 투모로우를 떠올리는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도 쉽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더군요. 사막 기후에 가까운 도시에서는 정원을 푸르게 가꿔 물을 많이 쓰는 것은 한정된 수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원을 푸르게 가꾸면 집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는데 도움이 되고, 따라서 냉방을 조금 덜해도 됩니다. 전기를 덜 써도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면 전기를 절약하는 것이지만 물을 생각하면 또 아니잖아요..-ㅂ-;
이런 딜레마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물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국에서는 별로 생각할 일이 없었지요.



솔직히 이대로 가면 투모로우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한나 홈스. 『풀 위의 생명들』, 안소연 옮김. 지호, 2008, 1만 7천원.

책이 상당히 두껍고 번역도 쉽지 않았을거라 책 가격은 적당하다고 봅니다. 하기야 요즘 나오는 얇은 소설 가격을 생각하면.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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