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은 굉장히 좋아하는 책입니다. 물론 주류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사회적 사건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에서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거든요. 『괴짜 경제학』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 기억 남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적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 범죄율 저하는 낙태와 관련이 있었다.(미국의 사례)
- 입양된 아이의 성적은 양부모와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학교 졸업 이후, 성인이 된 다음의 삶은 유의미하게 달라진다.)
- 마약상들은 돈을 잘 벌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사실 제일 관심 있었던 것은 두 번째 이야기였고, 관련 정보는 진화심리학 등의 책에서도 여럿 보았습니다. 본성과 양육 중 어느 것이 더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논의와 관련이 있지요.
하여간 이 중 세 번째, 마약상에 대한 이야기는 수디르 벤카테시라는 대학원생이 시카고의 마약상들에 대한 심층 연구 조사를 하다가 얻게된 어느 자료를 통해 밝혔다고 나옵니다. 『괴짜 사회학』은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다룹니다. 『괴짜 사회학』의 저자는 수디르 벤카테시로 이 책은 그 연구의 전모를 다룹니다. 그가 아직 시카고의 대학원생일 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생활이나 가난의 이유, 가난의 대물림 등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가장 가난한 지역-우범지역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제이티라는 인물을 만나는데, 중산층에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원생에게 호감을 가진 그 중간 보스께서 수디르를 옆에 두고 데리고 다니는 것이지요. 『괴짜 사회학』은 그 과정을 찬찬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은 흑인들이 주로 사는 슬럼, 혹은 우범지대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게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한 게, 벤카테시는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죄로 경찰에 입건될만한 소지가 분명 있습니다. 아니 과거형으로 었습니다가 맞나요. 지금은 그 지구가 재개발이 되어 없으니 말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제이티도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요. 하여간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이리 얼쩡, 저리 얼쩡대고 있었을 벤카테시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무사히 살아 남아 이런 글을 쓴 것이 신기할 지경이네요.
지금이야, 콜롬비아 대학 교수지만 말입니다.(먼산)

『괴짜 경제학』과 비슷한 내용을 기대하고 책을 골랐다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이 책은 밀착 연구담을 풀어 놓은 것, 혹은 대학원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풋풋한 첫 연구에 대한 글에 가깝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 같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실패담을 뒤섞은 자료 수집담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그래서 읽다가 많이 졸았습니다. 책 후반부는 거의 날려가며 보았고요.


혹시라도 저처럼 『괴짜 경제학』을 떠올리며 책을 집어들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고 말하렵니다. 재미없거나 얻을 것이 없는 책은 절대 아닙니다. 연구할 당시의 (흑인들을 중심으로 한) 슬럼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 안의 부조리와 그 밖의 부조리도 함께 보여주니까요. 왜 슬럼에서는 경찰을 부르지 않으며, 왜 구급차를 부를 수 없는지도 나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보시기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디르 벤카테시. 『괴짜 사회학』, 김영선 옮김. 김영사, 2009, 15000원.


나온지 오래된 책이로군요.-ㅁ-; 『괴짜 경제학』을 읽고 나서 본다면 감상이 조금 달라졌으려나?;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