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더이상 사전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새로운 사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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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 그렇다고 확신은 못합니다. 정말로, 한국의 종이사전은 없는 건가요?


써놓고 보니 사전과 사전은 다르죠. 백과사전의 사는 事에 대한 것이고, 이 책에서 다룬 것은 辭전이니 말입니다. 즉, 말과 단어의 뜻을 모아 놓은 종이책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사전이 이제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닮았습니다. 아니,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집에 사전이 없는 집이 없었습니다. 백과사전 한질은 갖춰놓고 거기에 국어사전이 있었으며 더불어 영어사전도 있었지요. 지금은 사전이 있어야 교양을 말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브리태니커보다 더 많이 알려진 위키피디아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의 지혜를 모아 만든 것이고, 그것이 정말로 지혜의 축적인지, 정말로 공신력이 있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백과사전이나 사전은 참고자료로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키백과를 참고자료로 올리면 그리 좋은 시선은 못받을걸요. 블로그의 글에서라면 무리없이 넘어가겠지만 논문에서는 무리죠.;

하여간 이 책은 그 사양산업에 해당하는 辭전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는 다섯 가지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이 한 명 있기는 하나,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겁니다. ..아마도?;


사진의 출처는 다음 영화. 거기에 올라온 스틸사진입니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배를 엮다』라는 영화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개봉했는데, M님이 아주 극찬하시면서 제 취향일거라고 콕 찍어 이야기하시더군요. 사전과 출판사와 쌓여 있는 책과. 아아아. 이거 안 낚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9월의 일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G가 이야기를 듣고 검색하더니만 원작 소설이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게 바로 이 책이었던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어제 슬쩍 D님께 여쭤봤는데 아마도 책의 완결부분까지 거의 다 다루는 모양입니다. 이 사전의 이름은 대도해. 언어의 바다를 건너는 배.... 그 배를 만들어 엮는 작업이 사전편찬 작업이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그냥 지나가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에 모두 엮이거든요.

소설을 보면 사람을 모으고, 힘을 기르고(그 사이 연애도 하고-_-), 새로운 사람을 모으고, 사전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그리고 한참만에 드디어 완성합니다. 완성하여 출간한 것이 대단하다 싶은 정도로 엄청난 노고가 들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백과사전이건 사전이건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어떻냐 물으면 웃지요. 하하하.;ㅂ; 지금은 사전 읽기를 거의 하지 않나봅니다. 하지만 사전은 절대로, 웹으로 보면 안됩니다. 전자사전도 안돼요. 그런 건 사도입니다. 사전은 오롯이 종이로 된 것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내가 원하는 단어를 찾는 도중 그와 유사한 단어를 발견하여 새로운 앎의 기쁨을 얻기 위한 곳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엮어주는 이 사람들이 참으로 대단해보입니다.

일단 B님과 C님과 T님은 좋아하실겝니다. 잔잔하지만 그 안에 또 기승전결이 나름 담겨 있거든요. 게다가 배경이 스이도바시랑 가스가 주변이라.-_- 또 도쿄 여행을 자극하는 현실적인 책입니다. 게다가 유머도 상당합니다. 상자를 이리저리 맞춰 테트리스를 하는 능력이 사전 편찬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데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 개봉은 9월이랍니다. 영화 개봉을 기다리지 못하고 원작을 먼저 보았는데, 워낙 영화에 대한 평이 좋으니 기대되네요. 영화는 보러 갈 생각이고, 이후 DVD나 블루레이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그 때가 기대되네요./ㅅ/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2013,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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