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어제는 거의 넘기다시피 하며 전체적으로 훑었습니다. 빌려 놓은 책은 많고 반납일은 다가오는 상황이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를 다 읽었고, 저녁 때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이제 남은 책은...(하략)



앞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따로 찾아 포스트잇을 붙인 덕에 정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사상과 그 사상을 만들어낸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상이 발생한 이유 등을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차근차근 제시합니다. 앞부분은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간 이후는 출판상황이나 지적인 조류, 그리고 종교적인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시대의 부패상이나 학자들의 고민, 그리고 예술까지 다루면서 상당히 넓게 이야기 합니다. 아주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취향과 사람에 따라서는 난이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1.빅토리아 시대의 지적 수준


마지막으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배우기 위해서 읽었다. (중략) 총인구에 비례해보면 빅토리아 시대에 진지한 글을 읽은 독자층은 우리 시대의 독자층보다 훨씬 더 넓었다. (p.112)


가슴에 사무치는 부분. 뒤에서도 계속 언급됩니다.


(중략)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인간에게 시간을 덜어줄수록 인간은 시간이 더욱더 적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는 시간이 많았다. (중략) 어떤 소설들은 여러 달에 걸쳐서 몇 번에 나누어 출간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의 독자들이 동시에 그 밖의 다른 것들도 많이 읽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글을 쓴 사람들도 그 못지 않게 풍부한 시간을 갖고 있었다.(하략) (p.160)


그리고 그 뒤에는 글쓴이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러스킨: 두꺼운 책 39권을 저서가 있음. 하지만 글쓰기는 여러 일거리 중 하나일 뿐.

-윌리엄 모리스: 실내장식가이자 재주많은 공예가, 사회주의 조직가. 설화시는 부업. 태피스트리를 짜면서 동시에 시를 지었으니 왼손으로 시를 썼다 해도 과장 아님.

-디킨스: 전해지는 편지가 1만 2천통 가량임. 긴 연작소설을 쓰고, 잡지 기고문을 교정하고, 공적 대의명분을 위한 일, 아마추어 연극, 강연 낭독으로 활동.

-트롤럽: 약 50권의 소설을 썼음. 본업은 우체국 감독관.

 -트롤럽의 어머니: 전업주부 역할을 하면서 34권의 소설 집필.

-메리 엘리자베스 브레던: 소설 80권.

-마거릿 올리펀트: 100권 이상의 소설, 『블랙우드 매거진』에만 200편 가량의 기고문 발표.


20장짜리 보고서 쓰면서 3일 동안 끙끙대는 저는 저기 처박혀 구르겠습니다. 선구자들에 비하면 저는 그야말로 피래미로군요.




그러나 가장 저명한 정기간행물의 서류철을 여기저기 읽어볼 현대 독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마 그 논픽션의 양과 탁월한 수준일 것이다. (중략) 그것의 장점은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주제를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익살스럽거나 지나치게 공들여 "반짝이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세련된 품위를 유지하면서 다루었다는 것이다. 이 장르의 작가들은 천박함과 현학 사이의 적절한 중도를 발견했고, 오늘날에 이런 기예가 거의 사라진 것은 분명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p.118)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2장 뒷부분은 출판물이 논쟁의 도가니를 가열하는 장작이 되었기 때문에 계급투쟁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또한 동시에 이 출판물들이 해를 끼치지 않고 계급적 증오심과 잠재적으로 위험한 의견 차이를 터뜨려놓을 수 있는 안전밸브가 되었기 때문에,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계급투쟁을 피할 수 있었다."




2.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양식은 '빅토리아 시대의 것'도 중요하지만 중세 양식의 선호도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진짜 중세라기 보다는 미화된 중세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에 가깝겠네요.

-옛 발라드의 유행

-시골의 장원에 성과 사원의 옛터를 일부러 만듦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관심

-웨이벌린 소설의 인기


거기에다가 교회화된 시대가 고딕양식일 거라는 생각에서 옛 교회와 성당을 '복구'했답니다. 미륵사지? 아니면 석굴암? 아니, 그런 것은 애초에 '원형이 그런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분해했다 조립한 것은 아니었지요. 이건 원형이 고딕일거라고 주장하며 '복구'한 것이라고 하니까요.



하여간 이런 무분별한 복구가 빈번히 발생하니까 윌리엄 모리스를 비롯한 이들이 고건축물 보존 협회를 설립했답니다.



3.빅토리아 시대의 사상


빅토리아 시대의 주요 사상 중에는 공리주의가 있더랍니다. 그 부분은 서양철학사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슬쩍 슬쩍 넘겨가며 보았는데 지금봐도 아주 적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p.195

그러니까 이 당시는 빈곤층의 인구 증가가 상당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토끼굴이라 불리는 빈민가에서는 한 방을 여럿이 같이 쓰고, 도덕적 해이도 만연한 덕에 다산이었나봅니다. 이런 인구 폭발은 빈곤의 대물림과도 연계되고 범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맬서스는 『인구햑 개론에 관한 소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주장을 했지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덕적 억제를 들었다나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금욕이었답니다. "특히 혼인 연령을 늦춤으로써 수태 연한을 줄이려는 것"이었다네요. 음, 남의 일이 아냐..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예측은 잘못되었지요. 식량 생산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구가 70억을 돌파했음에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기술 혁명은 참 좋군요. 그러니 50년 밖에 안 갈거라는 산유량이 지금도 여전히 50년..?




4.빅토리아 시대의 문화

빅토리아 시대 즈음해서 문화라는 단어 자체도 뜻이 바뀌었다는군요. 그리고 이러한 문화가 아래로까지 퍼져갑니다. 이건 앞서 언급한 빅토리아 시대의 지적 수준과도 연계되는데...


(중략)많은 노동자그룹은 급진적이든 비정치적이었든 간에, 자신들의 목적과 직업에 적합한 상호 개선 수업과 "문학철학" 활동에 참여했다. (중략) 인간과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만족을 모르는 호기심, 즉 진정한 취미에서 생겨난 결과였다. (중략) 그러나 가장 좋은 증거는 인쇄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지하면서도 약간 대중적인 잡지들이 결코 현학적이지 않은 문체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그 잡지들이 교육시키려 한 대상 독자층의 규모를 입증한다. 그리고 그 잡지의 질은 그 독자층의 마음의 자질을 입증한다. (하략) (p.393-394)


하지만 각 학문이 세분화되고 깊어지면서는 한 분야라도 정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제너럴리스트들은 스페셜리스트들에게 밀리는 거죠.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영국의 난만주의자들을 거쳐서 매슈 아널드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의 이상이었던 총체성은 이제 개인에게서나 사회 전반에서나 실현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 것 같았다.

당시의 총인구에 비례해서 지적 아마추어의 총합이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면, 오늘날의 그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p.395)




맨 뒤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다루는데, 존 러스킨의 책이 한국에도 상당수 번역되었더군요. 음. 거기에 칼라일이나 디킨스, 아널드, 러스킨, 모리스가 반 빅토리아주의자(p.446)라.. 하하하.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러니 하네요.'ㅂ'



하여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도날드 서순의 『유럽 문화사』2권과도 인물들이 상당히 겹치니 같이 보셔도 좋습니다.



리처드 D. 앨틱.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이미애 옮김. 아카넷, 2011, 28000원.



p.241의 도판 설명이 바뀌었습니다. 위쪽이 로세티의 수태고지이고, 아래가 조지 듀모리의 풍자화입니다.


순회도서관이라 썼던데, 이게 circulation library를 번역한 것이라면 대출도서관이 맞습니다. 그 때까지의 도서관은 열람만 가능했는데, 일정 비용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19세기 쯤에 생겼거든요.


원제가 Victorian People and Ideas: A Companion for the Mordern Reader of Victorian Literature입니다. 해석해보니 꽤 재미있군요.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훨씬 이해하기 좋은데 이걸 한국어로 알기 쉽게 풀어쓰면 또 그렇게 와닿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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