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의 동선은 대략 이랬습니다.

0715 숙소 출발
0730 니시혼간지(西本願寺)
0800 교토역 출발> 고죠자카 하차> 기요미즈데라 한 바퀴
0910 이노다 커피 기요미즈데라점에서 조식먹기
1000 이노다 커피 출발> 니넨자카> 네네노미치> 대원인 앞> 야사카 신사 앞
1055 기온 도착(야사카 신사 앞), 기온 고이시(小石)
1123 다시 걷기 시작> 시조 가와라마치로
1200 교토 BAL의 무지(MUJI)랑 준쿠도
1300 로쿠요샤(六曜社) 지하점
1415 바늘집(みすや針)

그 이후에는 바보짓.(먼산)



이날은 전날 사온 간식거리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일찍 나왔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동일한 시간을 쓰면서 30분 일찍 해가 움직이니 아침에 눈떠지는 시각도 조금 빠릅니다. 뭐, 그래봐야 깜박잊고 끄지 않았던 모닝벨 소리에 깼으니 평소와 다를바 없는 기상인겁니다. 대신 저녁 때 자는 것은 조금 일렀고요.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5시 40분에 알람 진동을 듣고는 멍하니 있다가 50분쯤 일어나 씻고, 그러고 TV보며 주스랑 간식-전날 사온 교롤과 마루세이 버터샌드₁-을 먹다가 챙겨서 7시 조금 지나서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 때 일본내의 최대 화제는 중국과의 영토분쟁, 검사의 증거조작₂ 건이었습니다. 뉴스에서도 그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더군요.


숙소에서 나와 북쪽으로 올라가 첫번째 골목에서 돌면 이렇게, 니시혼간지가 바로보입니다. 숙소 위치가 니시혼간지 근처라,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 나가는 것도 가능했지요.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일찍 일어난 김에 주변 거리 한 바퀴만 돌아도 식전 운동이 충분히 되었을텐데. 거의 일어나서는 TV만 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대신 일본어 청취력은 꽤 늘었을거예요. 핫핫;




큰 길 건너편이 니시혼간지.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절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큰 절을 못 본 것은 아니지만 기왓장 담벼락으로 둘러싼 절은 거의 처음 봤습니다. 애초에 가장 최근에 본 절이 무엇이드뇨라고 묻는다면 조계사라고 답할테니 말입니다. 거긴 신식건물로 둘러싸여 있지, 저런 옛 담벼락에 둘러 싸이지는 않았지요. 그리고 한국의 담벼락이라 한다면 가장 자주 보는 창경궁이나 창덕궁의 돌벽이 익숙하니 말입니다.

지금은 없는 구룡사 9층탑의 복원도(?)를 보고 있으니 형태는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본당 혹은 탑을, 커다란 건물형 담이 둘러쌌다고 할까요.




근데 여기도 금칠이야...=_=
게다가 규모가 상당히 크니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주눅이 듭니다.





아까 보았던 출구를 통해 들어가면 대강 이렇습니다. 바닥엔 자갈을 깔아 놓아서 걷기가 쉽지 않아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중 하나. 연꽃 모양 조각(인지 물통인지)입니다.




저 옆까지 건물이 이어져 있던데 흥미가 안 생겨요. 왜 그럴까.

자문할 필요도 없이, 저는 일본의 절이 너무 위압적이고 고자세로 느껴져서 말입니다. 건물만 놓고 본다면 기요미즈데라(청수사)쪽이 조금 더 취향입니다. 가장 취향인 것은 전날 보았던 텐시노사토의 고택이고, 긴가쿠지(은각사)도 좋아요. 그러고 보니 셋다 억새 지붕이네요.




단청이 없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압적으로 보인 이유중 하나는 색깔도 있을 겁니다. 흰색 아니면 진한 밤색. 대체적으로 느낌이 어두워요.

저 망은 왜 쳐두었나 궁금했는데 나중에 아버지께 여쭤보았더니 새들이 들어가서 집짓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새들이 저 안쪽의 아늑한 곳에 들어가 집을 지으면 건물의 부식이 가속화되겠지요.; 건물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미관상으로도 안 좋지 않습니까.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다 생각했는데 쳐둔 곳이 있나봅니다.




여기도 금칠.




끄응. 흔들렸군요.
찍고 싶었던 것은 조각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천장에는 격자판이 있군요. 문득 구조가 궁금해집니다. 한옥과는 꽤 다른 느낌이니 더 그렇죠. 어딘가 찾아보면 한국과 일본의 목조건축물 구조를 비교 분석한 논문이 있을법한데, 찾기가 귀찮...(음?)
아니아니. 집에도 그런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네요.




빛이 들어가서 하얗게 날아갔는데, 건물의 규모는 아래의 사람과 비교해보시면 대충 짐작이 가실겁니다.
들어가는 장지문도 사람보다 훨씬 커요. 니시혼간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도지(東寺)도 건물 높이가 높고, 지붕은 돌하루방이 아니라 이스터 석상 느낌에 가깝네요.




뭔가 반듯반듯. 그러고 보니 각진 모양이기도 하고. 둥근 기둥이 아니라 다 가공해서 사각형의 기둥을 세워 놓았군요. 네모난 얼굴에 네모난~.(음?)




이쪽도 네모네모.




대강 둘러보고 나와서 제가 나왔던 골목쪽-숙소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골목 입구에도 저렇게 문이 서 있는 것은 문전이기 때문일까요.


절을 둘러싼 것은 건물뿐만 아니라 수로도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말라 있었는데 찍은 사진에 S가 들어간 바람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규모 자체가 상상 초월이라, 지도만 봤을 때도 큰가 싶었는데 나중에 도지(東寺)를 가느라 이쪽 블럭을 걷다보니 얼마나 큰지 알겠더군요.-_-;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 구역 자체가 통째로 절이더라고요.


아마 이후에 다른 절은 거의 가지 않은 것도 이 영향이 큽니다. 한국에서도 절은 잘 가지 않는데, 한국의 절보다 심심해보이고 크고 무뚝뚝한 절을 만났으니 관심이 확 식더군요.OTL 그래도 니시혼간지가 마음에 드는 것은 입장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하하하하.;
그 다음에는 입장료 때문에 안 들어가고 넘어간 곳이 훨씬 많았지요. 뭐, 그 이유는 긴가쿠지(은각사)에서 정원을 보고 나서는 다른 정원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먼산)


여기까지가 20일 아침의 사진입니다. 니시혼간지에서 열심히도 찍었네요. 그 다음은 기요미즈데라(청수사).



₁마루세이 버터샌드는 JR 교토역 이세탄 백화점에서 샀습니다. 9월 20일까지 훗카이도전을 했거든요. 아라시야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 한 팩 샀습니다. 커피랑 먹으면 더 좋았을걸, 차가 녹차 밖에 없어서 아쉬웠어요.

₂요약하자면, 후생성 직원이 문서를 조작해 어느 단체에게 건넵니다.(장애인 단체라는 걸 보니 보조금 관련 서류였던듯) 이에 대해 검찰에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문제는 직원의 상관인 후생성 국장이 여기에 개입했는가 아닌가였습니다. 개입 증거로 나온 것이 플로피 디스크(FD)였는데, 담당 검사가 이 플로피 디스크의 내용을 조작한 겁니다. 나중에 플로피 디스크의 증거 제출일과 디스크 내 파일의 수정 날짜가 맞지 않음이 지적되었지만 별거 아닌 일로 넘어가다가 걸렸지요.-ㅁ-; 제가 갔을 때 즈음에 조작 사실이 밝혀졌고 여행 중반에는 해당 사건으로 휴직하고 있던 후생성 국장이 복직 후 첫 출근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제 문제는 '증거 조작 사실을 검사의 상관도 알고 있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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