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의 책. 덮고 나면 그 생각이 먼저 듭니다. =ㅁ= 그럼에도 미미여사고, 그럼에도 북스피어고, 그럼에도 미야베월드 2막이라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보니 참 좋은데 뒤끝만 좀..;ㅂ;



미야베월드가 항상 희망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딴집』은 한 번만 읽고 포기한 게 그래서였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 『맏물 이야기』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흑백』이나 『안주』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유미노스케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고 나면 허탈함에 늘어지거든요.

『신이 없는 달』은 『맏물 이야기』처럼 각 절기에 맞춘 12달의 이야기를 읽고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꿈과 희망이 안 보였습니다. 희망이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읽은 G가 비녀 이야기를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꼽았습니다. 읽기 전 각오는 했는데 저는 오히려 표제작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표제작은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잔잔한데 읽다보면 그 장면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짧은 단막극. 아니, 30분짜리 영상으로도 좋습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 오픈 엔딩. ... ...;ㅂ; 으어어어어.;ㅂ; 하지만 뒷 이야기는 정말로 적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표제작은 직전에 나온 『맏물 이야기』와 이어지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런 건데 확신은 안섭니다. 다시 한 번 찾아 읽어야겠네요.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에도시리즈의 단편들은 대개 사건을 풀어 놓고 그게 원한에 의한 괴의건 아니건 간에 실마리를 찾아 가는 고전 추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신이 없는 달」이나 「종이 눈보라」는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벗겨 나갑니다. 그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영화 용어로도 있을 것인데, 손끝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페이드아웃 시켜 전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두 사람의 대화와 오버랩 시키는 것 같은. 그것이 「신이 없는 달」의 기법(작법)이라고 하면 「종이 눈보라」는 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면서 번갈아 가며 그 사람이 겪은 일, 겪어온 일을 차례로 풀어 마지막에 한 번에 어떤 사건인지를 보여줍니다. 그 사람이 어떤 짓을 벌인 것인지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와 거의 동시에, 맨 마지막에 풀립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단막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보면 이건 결말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소설 속의 다양한 작법을 시험한 이야기 모음으로 보아도 좋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결말은 씁쓸하지만 원래 인생이란게 그러니까요. 곰씹어 보면 달콤한 것과 쓴 것이 번갈아 오지만 그 때 그 때의 상태에 따라 어느 쪽의 맛이 강했는지 결정되지요. 대체적으로 이 책은 쓴맛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지요......



미야베 미유키. 『신이 없는 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4000원.


미시마야 변조괴담, 그러니까 『흑백』, 『안주』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구입은 나오고서 바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달에 했지요. 구입하려 했더니만 그 달의 구입 금액을 초과하는 바람에 꾹꾹 눌러 참고 다음달이 되어 교보 플래티넘 쿠폰이 나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교보 플래티넘 기준에 맞추는 건 참 어렵습니다. 초과하지 않게 배분해야하니까요.
(그러니까 채우는 것이 어려운게 아니라 너무 넘지 않게 달마다 구입 금액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_-)


미시마야 변조괴담, 3권에서는 그래도 진도를 나갈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거죠. 읽고 나서 다시 앞의 책들을 빌려다 보았는데, 앞의 두 권에서는 그 가게 작은 주인님이랑 잘 이어질 것 같더니, 다시 새로 등장한 선생님이랑도 분위기가 묘하고, 이번 권에서도 선생님이랑 분위기가 좋더니만 딱 한 편에서만 그러고 도로 묵입니다. 허허허허허. 아무래도 미미여사가 오치카를 시집보내기 싫은가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3권 내내 분위기만 잡다-속된말로 썸만 타다-말리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


표제작인 피리술사는 상당히 무시무시합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앞에 실린 「우는 아기」인데, 후자는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으니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ㄱ-; 하지만 죄짓고는 못산다는 아주 무서운 교훈을 남기니까요.


미시마야 이야기도 그렇고, 미미여사의 다른 에도 시리즈도 보면 정말 괴담인 것과 괴담인 척 하는 것이 뒤섞이는데 차라리 괴담인 쪽이 마음 편합니다. 괴담이 아닌 쪽은 뒷 맛이 쓰더라고요. 아니, 「안주」는 괴담임에도 눈물 쏟았지만...;ㅂ; 어느 쪽이건 간에 마음 깊숙히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피리술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4, 14800원.


번역자는 일단 믿고 보는 이규원씨. 그런 의미에서 북스피어의 책을 살 때는 역자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에도 시리즈를 주로 구입하지만 누가 번역하건 다 괜찮았으니까요.


미미여사의 에도 방랑기라고 대강 줄여서 부르긴 합니다. 지난 도쿄 여행 목적 중 하나가 이 에도 산책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겁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이 나온 것은 90년대 중반입니다. 첫 기획이 94년이고 마지막이 97년입니다. 95년 12월의 황거 편을 보면 미미여사가 서른 다섯이라는데 지금 계산이 안됩니다. 그 당시 저는 뭘 하고 있었지요?; 미미여사가 데뷔하여 열심히 소설 쓰고 있을 그 당시 저는 일본문화를 막 접하기 시작...(거기까지)


하여간 이 기획은 1년에 두 번 나오는 모 잡지의 기획기사였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주신구라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이 특집의 방향은 에도 기행으로 바뀝니다. 첫 번째 발걸음을 어디로 딛느냐에 따라 방향이 휙휙 바뀌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이게 "에도 시대의 먹거리를 간접 체험하기"라든지로 갔다면 아마 여러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관광하는..(거기까지)
흠흠. 하여간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1년에 두 번, 혹한과 혹서에 맞춰 돌아오는 이 꼭지는 에도 산책이란 주제를 달았습니다. 첫 글이 혹한을 뚫고 주신구라의 충신들이 어떤 길로 칼질(..)을 하러 갔다가 돌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후세인들은 막판에 다들 체력과 추위와 배고픔(!) 등에 문명의 이기-택시-를 사용한 모양이더군요. 도쿄의 폭서를 뚫고 걷기는 아마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언젠가 8월에 아키하바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늘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조금 편한 걸로 가자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리돌리기 코스를 갑니다. 죄인이 사형당하기 전, 일반 시민에게 경고 비슷한 것을 주기 위해 한 바퀴 돌리면서 구경시키는 것이 조리돌리기입니다. 그 코스를 따라 이번에도 걷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서가 아니라 혹한입니다. 포근한 겨울이라 안심했는데 걷는 그 당일에는 갑자기 맹 추위가 몰려옵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군요.

이렇게 두 번 도쿄를 걷고 나면 그 다음엔 휴양을 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핑계를 대며(!) 간 곳이 하코네. 독부 미유키가 에도를 탈출해 하코네에 갔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유람을 한.. 것만은 아니군요. 옛 길을 따라 걷는 장면도 나옵니다. 역시 취재를 하다보면 유람만 하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네 번째 편이, 이번에 제가 따라서 다녀온 황거 한 바퀴입니다. 저는 굉장히 간략화해서 한 바퀴만 돌고 끝났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주변의 공원이나 정원도 함께 다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에도 산책은 죽 이어집니다. 막판에는 현재 리조트로 이용되고 있다는 유배지도 소개되고요. 그러고 보니 제주도도 지금은 관광지에 휴양지지만 예전에는 유배지였지요? 귀양을 간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미여사의 수필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2권으로 나왔는데, 한국에 소개되기로는 아마 첫 수필일거예요. 거의 소설만 소개되었으니까요. 번역 문체가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소근소근, 조근조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신다면 아마도 하나 쯤 정복(!)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니 여행 전에 읽다가는 코스가 늘어날 위험이 있어 독서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5000원.


사실 제일 걷고 싶은 것은 후카가와의 7대 불가사의였습니다.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첫 책이 이것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외딴집』은 그보다 뒤에 읽었다고 기억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그 때문에 더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문제는 후카가와를 그냥 한 두 시간만 돌아보고 나올 수 없었다는 겁니다.ㅠ_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후카가와 7대 불가사의를 돌고, 호쿠사이사보에 가서 잠시 쉬어가고 싶네요.
이 이야기는 출판사 북스피어 블로그인 위풍당당 북스피어의 의기양양 편집부에서 시작됩니다. 미미여사로 통칭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웬만해서는 전부 구입해서 보는데, 마침 미미여사의 에도 여행기가 나온다지 뭡니까. 당장에 구입하리 생각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이런 이벤트를 하더군요.

마감을 어긴 대역죄인, 5대 출판사를 조리돌려 죗값을 치르게하라.(링크)

오오오오오, 재미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덕 순례여행(...)도 하는 판인데 아예 코스까지 자세하게 일러준 이런 여행기를 안 따라갈 수 없지요. 일단 책을 보고 그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책을 구입합니다. 한 장씩 야금야금 읽어가면서 어떤 것을 하나 고민했지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았거든요. 원래 딱 하나의 목적으로 2박 2일에 가까운 2박 3일 여행을 가는지라 시간 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쿄 내에서 돌 수 있는 것 중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은 걸 고르니 후카가와 주변의 7대 불가사의도 괜찮은데, 여길 가면 무사히 하루 혹은 반나절 만에 일정을 끝내고 나올 자신이 없더랍니다. 이전에 그 근방의 호쿠사이사보라는 찻집에 갔던 걸 떠올려보면, 은근 취향인 장소가 많아서 홀라당 넘어갈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근처에 스카이트리도 있을 테고.
고민하다가 암전히 포기하고 황거 한 바퀴 돌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장에서는 하룻동안 천천히 돌지만 저는 이미 정보를 듣고 알고 있었습니다. 황거 한 바퀴가 딱 5km라고요. 이번 여행의 빌미(...)를 제공한 모님께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여기를 조깅하는 사람도 많다나요.

5km면 길지 않습니다. 물론 체육관의 런닝머신 속도이긴 해도, 최대 속도로 놓으면 6.2km는 훨씬 넘습니다. 그 정도 속도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도 두 시간은 안 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이런 얄팍한 생각으로 여행 둘째날은 황거 한 바퀴를 돌기로 합니다.

다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니 기왕이면 새벽에 돌자고 생각합니다. 숙소에서 6시 반에 나와 도쿄역으로 이동해 보니 어디거 어딘지 헷갈리는군요. 아이패드로 구글맵을 찍어 위치를 고민하며 움직입니다. 여행 가기 전에 미리 표를 만들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하는 장소를 적어온 보람이 있습니다. 출발지가 교통회관이었네요. 근데 여기는 도쿄역에서 움직여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하하.



行幸길이라는 곳을 따라 황거앞 공원을 찾아 나오니 이런 해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시면 오른쪽 어드메에 백조 두 마리가 있을 겁니다. 이 백조가 설마하니 『에도여행기』에 나오는 그 백조는 아닐 테고요. 손자의 손자의 손자쯤으로 해둡니다. 그게 이미 20년 가까이 전의 글이잖아요.(헉!)

그러고 보니 황거 한 바퀴를 선택한 이야기가 여러가지 있었지요. 거리가 얼마쯤 되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는 것. 시작과 끝이 확실하다는 것, 길을 찾기 쉽다는 것. 그리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간인데다가 황거는 단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것. 일본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황거는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성은 들어간 적이 전혀 없군요. 이야아. 여행 취향이 이런 곳에서 들통납니다.


하여간 고개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은 저 분위기 때문입니다.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은 높은 빌딩, 해자 건너편은 숲. 그런 극과 극의 모습이 참 신기하더군요.




해자 건너편의 높은 건물들.




그 길 건너편.




그 사이의 길. 저 길을 따라 가면 도쿄역입니다.


음, 사진만 봐서는 방향이 조금 헷갈리지요? 하여간 해자를 따라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갑니다. 시작점은 교통회관, 그리고 그 앞의 바바사키몬입니다. 찾으러 가야지요.
해자를 오른쪽에 두고 내려가니 얼마 안있어 바바사키몬이 보입니다. 구글맵으로 몇 번 확인하니 이 건물이 교통회관이로군요.




...
아마 맞을 겁니다...?;

시간이 이르기도 하고 어차피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으니 출발점을 찾아봅니다.(사진 찍은 시각이 오전 7시 9분.)




오오. 이런 주변 지도가 있군요. 이런 거리 지도가 군데 군데 있어 좋았습니다. 초반에 길이 헷갈릴 때도 이걸 보고 방향을 잡았지요.




지도를 찍고 보니 바로 오른편에 이런 기둥이 있습니다. 바바사키몬. 으흑. 한자를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각 문마다 이렇게 푯말이 있습니다. 근데 『에도여행기』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지요. 보니까 그 이후에 나중에 치요다구에서 조성한 모양입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설명하지요.




화살표를 보면 니쥬바시는 왼쪽이랍니다. 제가 나온 역이 니쥬바시마에역이었던가요. 음, 헷갈립니다.
하여간 이 안쪽에 니쥬바시가 있고 그 부근이 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개 종류가 다 달라요. B님은 아마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후후후훗.




여기서는 잘 안 보이는군요. 이거 아침 노을입니다. 저녁 노을이 아니예요.ㅠ_ㅠ
앞쪽에 보이는 흰색 다리와 뒤에 보이는 회색 다리가 겹쳐 보여서 이중다리라고 『에도여행기』에 나옵니다. 근데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지요.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초반에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찍어댑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뭔지 알게 뭔가요. 건물 이름이 꼭대기에 크게 박힌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눈 앞의 건물은 확실히 이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팔래스 호텔. 통조림(!)으로 유명한 호텔입니다.
...
진짜로 그렇게 믿으시면 안됩니다.
작가를 객실에 가둬 원고를 토해내게 만드는 무서운 호텔이라는군요. ... 진짜 믿으시는 건 아니지요?



메모한 것을 보면 그 전에 사카시타몬과 이시오토시를 보았어야 했는데 못챙겼네요. 하하하.;; 시작점에서 조금 많이 헤매서 그렇습니다.(먼산)




책에도 나옵니다. 이 부근의 해자는 높이 차이가 2미터 남짓이라고요. 확실히 가깝게 보입니다. 그럼 깊은 곳은 얼마나 깊기에 그런 말이 나오나 했는데, 깊은 곳은 마치 어디 산골짝 계곡 같은 느낌입니다.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오테몬.
기쿄보리해자도 빼먹은 셈인데, 해자이름은 안나왔더군요. 각 문의 이름만 적어 놓았나봅니다. 걷는데 바빠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문을 잡고 있는 여자분이 보이지요. 들어가시더랍니다. 그 뒤에도 중년과 청년의 남자분 둘이 들어갔고요. 아마도 내부에서 근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황거를 둘러보는 일도 있을테고. 그러고 보니 일본 왕실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도 내부에 있지 않을까요? 바깥에서 근무하려나?




이렇게 지도를 보면 제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브를 도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주 익숙한 냄새. 이건 시골 냄새로 흔히 불리는 외양간 냄새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도쿄 한 복판, 게다가 황거 옆인데 왜 화장실 악취도 아니고, 약간은 구수한 듯한, 약간은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만드는 묘한 냄새가 나는 걸까요.




보니 이 동상 주변에서 냄새가 나는데 화단 조성중이더랍니다. 그 화단에다가 비료를 부었더군요. 짙은 초콜릿색의 고운 무언가가 화단에 있더랍니다. 겨울이니까 봄을 대비해 화단도 준비하나봅니다.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구신지. 책에 언급이 있던가요..? ;ㅁ;




중국분인가요?;




해자를 오른편에 두고 계속 걸어올라갑니다. 저 앞에 다리가 보이는 걸 보니 또 새로운 문이로군요. 완만한 커브를 따라 도는데, 그렇다면 이 근처에 마루베니 빌딩이 있어야 하지만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무작정 걷습니다. 벌써 이다바시가 멀지 않군요.




이게 히라카와몬인가봅니다. 읽는 법은 없지만 때려맞추는 거죠.;





지도에서는 이미 출발점이 안 보입니다. 꽤 걸었나봅니다. 이 때가 7시 47분.
헤맨 시간을 생각하면 한 30분 정도 걸었나봅니다.




이미 여기 올라오기까지도 살짝 오르막입니다. 사진 오른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찍혔는데 황거 주변 도로가 조깅으로 유명한가봅니다. 정확히는 조깅이 아니라 마라톤 혹은 장거리 달리기 연습용 코스인가봅니다. 공식 코스가 아니라 입소문으로 알려진, 그런 코스 말입니다. 아침 시간에는 달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더군요. 제가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을 헤아리면 세자릿수는 될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마라토너도 있어 보이고, 단순히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학교의 운동부로 추정되는 어린 학생들도 보입니다. 운동부라 생각한 건 남녀가 섞여서 같이 뛰었기 때문이지요.-ㅂ-;

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찍었나요. 이 다리가 다케바시입니다. 다른 다리와는 달리 꽤 크더군요.



이쪽이 아마 구단시타 지나서인 걸로 기억하는데, 황거 북쪽편일겁니다. 오르막을 따라 돌다보니 오른편에 도쿄근대미술관이 있네요. 이 주변은 온 기억이 전혀 없어서; 이런 건물이 황거 주변에 흩어진 것도 이번에 돌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자아. 앞에 시작할 때 해자의 높이 차이가 2미터 정도라는 언급이 있었지요. 이쪽은 이미 황거쪽이 훨씬 높습니다. 앞보다 두 배 이상이 되었지요. 토대를 쌓은 돌의 크기는 동일하니 그 높이가 대강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쯤되면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 이보다 더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건 뒤에 나오지요.





여기가 기타..? 죄송합니다. 못 읽습니다.;
하여간 이쪽 문이 동쪽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이 쉬는 날이라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문에는 최소한 한 명씩 경비담당자가 있더군요.




이쪽은 관청가와 이어지는 문으로 추정되는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하여간 이 바로 앞에 기둥이 있던데,




 이건 무슨 문일까요. 겐몬?;
그리고 여기부터는 갑자기 해자가 없어집니다. 해자 대신 도랑 같은 것이 있고, 높은 돌담 벽이 있습니다. 그러니 황거가 그나마 가깝게 있는 구간에 해당되네요.




이것도 무슨 대사관 같긴 한데 말입니다. 설명이 있을 법한데 길 건너편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풍경만 놓고보면 도쿄 한 복판이라 생각하기 어렵군요.;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문구도 나옵니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주의. 보도는 달리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니 보행자들에게도 신경써달라는 내용입니다. 하기야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걷다가도 조심하게 되고 조금 위축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치 걷는 사람들이 장애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받는거죠.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하여간 여기를 보면 바로 옆에 담이 보이지요? 저게 황거 담입니다.




왼쪽이 담이 끝나고 해자가 다시 시작되는 부분. 저 해자를 보면 해자가 강처럼 보일겁니다. 오른편이 황거 옆 길이고요. 맨 왼쪽이 돌담, 그리고 울타리. 그리고 해자. 이걸 보면 해자가 아니라 운하 같아보입니다. 그정도로 규모가 크지요. 앞서 2미터 높이의 돌담 해자, 그 뒤의 높은 돌담과 해자, 그리고 언덕배기와 해자. 여기가 앞서 높은 돌담과 해자보다 더 박력있게 느껴집니다. 이 사진만으로는 감이 안오지요.




그리고 오르막의 정점을 찍은 이 부근에 영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저게 영국대사관이더군요. 이것도 앞서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도쿄 안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낯선 풍경입니다. 놀란 것은 저게 영국대사관이고 부지가 엄청나다는 것. 이야아아....; 그냥 영국 내 저택이라고 해도 그냥 믿을 것 같아요.




이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영국대사관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 지도리가후치공원입니다. 한창 이것저것 조성중이던데. 고양이가 많다고 하더니만 제가 갔을 때는 한 마리도 안 보였습니다. 아침이라 그랬을까요. 길고 좁은 공원이지만 나무도 많고 벤치도 많습니다. 운동하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옵니다. 역사와 문화의 산책로. 이런 걸 조성하면서 아까 앞서 보았던 기둥을 세운 모양이더군요. 쇼와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들에 이렇게 표식을 남긴 모양입니다. 옆에 설명이 나와 있지만 패스.; 걷는 것이 바빴으니 사진만 찍고 넘어갑니다. 이 때가 8시 10분.





옆에는 지도리가후치 공원의 유래가 있습니다.




지도리가후치 공원을 지나면 슬슬 도착점이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저기 멀리에 출발점에서 보았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디 계곡을 보는 것 같은 풍경입니다. 해자가 아주 깊고, 그 사이의 언덕은 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정말 이건 단순한 해자가 아니라 운하 혹은 강처럼 보입니다. 건너려면 배가 필수예요.




앞서 보았던 문을 떠올리며 이 공간의 규모를 떠올리시면 대강 감이 오실 겁니다. 갑자기 해자가 넓고 깊고 무섭게 보입니다. 출발지의 해자는 빠져도 그럭저럭 살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실은 저, 물을 굉장히 무서워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다보니 여기는 요츠야. 호오. 앞에 보이는 것이 국립극장이로군요. 서울의 국립극장이 어디에 있던가 잠시 생각하다보니 남산 아래에 있었네요. 여기는 황거 옆, 요츠야. 하기야 황거가 워낙 크다보니 황거옆이라고 해도 범위가 넓군요.




도쿄가 아닌 어딘가라고 해도 믿을 많큼 분위기가 다릅니다.



여기에 우물이 있었고 그게 이름난 물,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약수 같은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한국의 약수와 일본의 명수는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은데. 하여간 그런 우물이 있었다는 것도 지요다구 교육휘원회에서 안내문을 달아 놓았습니다. 음.; 교육위원회에서 이런 일도 하는군요.




아, 저 멀리 고지가 보입니다! (오전 8시 25분.)


자아.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 사이사이에는 더 많은 사진이 들어가야 합니다. 2km 시점에서부터 바닥에 꽃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사진을 찍었거든요.



이런 판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 찍으면서 보니 이 옆에, 시작점에서 몇 km인지 나옵니다. 그러니까 5km라던 이야기는 근거가 있는 말이었던 거지요. 아주 친절하게 거리를 새겨 놓았으니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꽃 왼쪽 상단에는 꽃 이름이, 오른쪽 하단에는 현 이름이 있습니다. 이 꽃은 산나리꽃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가사키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각 현을 상징하는 꽃을 넣은 모양이군요. 오사카나 후쿠오카도 있었으니 도도부현에 해당하는 모든 지방의 상징꽃을 바닥에 깔아 놓았나봅니다. 눈치 채는 것이 늦어서 중간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다시 출발점부터 확인하며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힘들었거든요.




만세! 드디어 사쿠라다몬이 이정표에 등장했어요!


바로 눈 앞에 문이 보이는데 근처에 팻말이 안 보여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저 안내판 바로 뒤쪽에 있는 걸 뒤늦게 보았습니다.


외사쿠라다몬. 바깥문이라는 이야기겠지요.




반환점이 코앞입니다. 정말로요.(오전 8시 29분)
그런데 지도 제목이 조금 이상하지요? 카스미가세키 관청가 안내도랍니다. 관청가?




뒤를 돌아보니 길 건너편은 여러 건물이 가득. 그리고 이 건물 하나하나가 다 관청입니다.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 앞쯤 될까요? 하기야 거기도 그렇게 많은 기관이 모인 것은 아니지요.

사실 여기가 그렇게 엘리트 코스라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행정고시에 붙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들 아닙니까. 그러니 관료주의나 공무원주의(...)의 상징적인 이름이 카스미가세키이기도 하지요. 경찰이나 경시청이 등장하는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 여기가 그리 좋은 소리 듣는 곳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하하하..)


등을 돌려 사쿠라다몬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지금 보니 사쿠라다몬 외문을 안찍었네요. 그 문을 들어가고 나면 똑같이 생긴 문이 하나 더 나옵니다. 그쪽이 내문인 것 같더군요.



목적지니까 두근두근두근......
인데 저거, 분명 나무문인데 나무문이 나무문이 아닙니다. 철판을 덧대 이어서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더군요. 저정도면 부수기도 힘들겠습니다. 침입자들이 고생가겠는데요.




안쪽에도 이런 석비가 있습니다. 석비 있는 것은 사쿠라다몬만 그런가봅니다.




사쿠라다몬을 나오니 바로 니주바시가 보입니다. 출발하면서 니주바시 찍을 때는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어서, 길 건너편에서 줌을 당겨 찍었기 때문에 제대로 안 보였는데, 이렇게 돌아서 오는 거였군요. 이게 종착지인셈입니다. 물에 비친 다리는 타원을 이루고, 그 뒤에는 또 다른 다리가 있어서 두 겹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네요.




앞쪽의 가로등 말고 뒤쪽에도 멀리 작은 가로등이 보이지요? 그게 뒤쪽 다리의 가로등입니다.


니주바시의 사진까지 찍고 나니 오전 8시 35분. 사진 찍느라 속도 못 낸 것치고는 훌륭합니다. 1시간 반이 안 걸렸네요. 후후훗. 황거는 이번에 처음 돌았는데 운동코스로 딱 좋습니다. 속도만 제대로 낸다면 한 시간 코스인데다가 볼 거리도 많고, 굴곡진 곳이라서 도는 재미가 있습니다. 평지만 돌면 딴생각하기 쉬운데 오르막이 있다보니 마라톤 연습을 위해 도는 이유도 알만하네요.




돌아나오면서, 마지막 사진은 여행을 항상 함께 다니는 태공과 함께.



이것으로 황거 조깅 코스 견학기를 마칩니다.(응?)



덧붙임.
사진 찍은 날짜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 아침에 찍어 밤에 올리는 따끈따끈한 기행입니다. 하하하. 현 위치 아키하바라 숙소.... 내일 아침에 무사히 8시 N'EX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ㅂ;
원래 시리즈 제목은 미야베월드 제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낸 미미여사의 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 쪽은 사회파 소설, 다른 쪽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제2막이라고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찾아보면 어느 책인가의 후기에 왜 2막인지 나와 있을 겁니다.

하여간.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첫 편인 『외딴집』, 두 번째 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세 번째 편 『괴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서 보았습니다. 이 세 편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살 생각은 있었는데, 『외딴집』은 아무리해도 구입할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외딴집』을 에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저는 도저히 두 번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담긴 무게가 대단했거든요. 사실 『외딴집』은 그런 점에서는 수작입니다. 빼어난 작품이라 제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2.
여행을 다녀온 뒤 『진상』상-하권을 바로 구입했고, 그러고 나서 『그림자 밟기』를 주문했습니다. ... 아마도 맞을 걸요.; 요즘 시간 관념이 그리 좋지 않아서 헷갈리긴 합니다만, 『진상』을 읽다보니 문득 앞 편이 보고 싶어지는 겁니다. 자아. 여기서 잠시 전체 책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 중 몇 가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리즈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은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외딴집』은 예외로군요. 이건 배경이 에도가 아니라 에도 시대니까요. 한 번쯤은 미야베월드 제2막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기왕 이어 읽은 것, 한 번에 정리해보지요.
1편은 『외딴집』 상-하권.
2편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3편은 『괴이』.
4편은 『흔들리는 바위』.
5편은 『메롱』.
6편은 『얼간이』.
7편은 『하루살이』 상-하권.
8편은 『미인』.
9편은 『말하는 검』.
10편은 『흑백』.
11편은 『안주』.
12편은 『진상』상-하권.
13편은 『그림자 밟기』.

이 중 단편집인 것도 있고 장편인 것도 있는데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작단편소설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나뉘어져서 그게 또 한 편으로 이어진 책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은 장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하나를 단편으로 떼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짧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안에서 끝나며,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완독한 『진상』이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수수께끼들을 풀어 내는데, 그 풀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군요.
『흑백』이나 『안주』가 그나마 단편에 가까운데 이것도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 하나가 딱히 없다 뿐이지 단편으로도, 장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단편인 것도 있긴 합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편집으로 보면 되겠지요. 아니, 지금 읽고 있는 『그림자 밟기』도 그런 단편에 해당할겁니다.

정리하면, 『외딴집』은 오롯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롱』도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기억은 합니다. 확실하진 않네요. 이건 모종의 이유로 이번 재독에서 빠졌는데, 월요일에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니 또 다시 읽고 나면 분위기 파악이 되겠지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그림자 밟기』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다른 시리즈의 앞 이야기로 볼 수 있으며, 『그림자 밟기』의 단편 중에는 다른 시리즈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 『미인』, 『말하는 검』은 오하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말하는 검』은 미미여사가 아주 초기에 쓴 작품으로, 『흔들리는 바위』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이걸 읽고 다른 세 편을 보는 쪽이 순서상으로는 맞겠지만, 실은 출간 순서대로 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는 검』의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빠질 수 있습니다.(...)
오하쓰라는 아가씨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에는 올케언니랑 같이 밥집에서 일을 하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에 끼어 들게 됩니다. 그건 오라버니의 영향도 있겠지만, 『말하는 검』에서도 나오는 그 어르신의 영향이 클 겁니다.

『흑백』과 『안주』는 미시마야 변조 괴담 연작입니다. 오치카라는 아가씨는 어떤 사정으로 에도에 있는 숙부댁에 올라옵니다. 보통 그리 되면 숙부댁에서 아가씨로 고이 모셔져야 하지만 본인은 그저 일하는 사람처럼 숙부댁에서 열심히 지내기를 원합니다. 그리 된 데에는 사정이 있고요.
그 사정 때문에 오치카를 안쓰럽게 보던 숙부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흑백의 방을 꾸미고, 거기서 괴담을 모으기로 합니다. 괴담을 듣는 것은 오치카 본인이고요. 『흑백』이나 『안주』나, 둘다 처음에 시작된 어떤 사건, 혹은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마지막에 가서 매듭지어집니다. 이건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오치카가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가 다음 책에 등장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지요.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 『그림자 밟기』. 물론 『그림자 밟기』는 일부만 이 시리즈에 이어집니다. 중요 조연중 한 명이 등장하는 단편이 있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넓게는 같은 시리즈로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앞 이야기에 해당됩니다.
『얼간이』가 맨 처음 나왔을 때는 헐렁~한 무사님과 꽃미소년의 조합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고 상당히 기대했는데, 꽃미소년은 아주 한참 뒤에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얼간이』부터 시작해서 『하루살이』와 『진상』을 같이 본다면 문제 없습니다. 유미노스케 참 예뻐요.... 미모로 따지자면 미미여사 시리즈에서 최고 미소년일겁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홀리니까요. 심지어는 쟤를 그냥 두면 나중에 한량이 되거나 여난에 휩쓸릴 것이니 차라리 제부에게 맡겨서 무가의 일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직접 말할 정도입니다. 외모는 자신(어머니)을 꼭 빼닮았는데, 남편이 아주 여자 관계가 안 좋아요. 그러니 걱정할 만도 하지요. (그리고 이 여자문제는 나중에 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괴이도를 따라 나눈다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가 제일 괴이도가 낮습니다. 그 다음은 미시마야 시리즈. 가장 괴이한 것은 오하쓰 시리즈랑 『괴이』네요. 『괴이』는 정말 괴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자 밟기』도 괴이도가 높은 편입니다.'ㅂ'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대부분을 하고, 『말하는 검』을 최고은씨,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이규원씨가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몇가지 걸리는 점이 있네요. 특히 이번에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알았는데; 나가야 이름을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라고 소개했는데, 최신 권인 『진상』에서는 데쓰빈 나가야라고 표기했더군요. 그러고 보니 또 사람 이름을 잘못 쓴 곳도 한 군데 있었는데 어디인지 잊었습니다. 그 부분이 걸린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무난하다는 말을 넘어서 이 정도까지 번역해준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에도시대에 대한 여러 지식들은 거의 다 미야베월드 제2막에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간접 정보지만 그 시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전 조사도 철저히 했을 거라 믿으니 괜찮겠지요. 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몇몇 로맨스 소설처럼 설렁한 구조는 절대 아닙니다. 특별히 어느 작품을 떠올리며 쓰는 것은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요. 하하하;


어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다 읽었으니, 다음은 『메롱』입니다. 그리고 『괴이』. 그러고 나면 북스피어에서 나올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네요.T-T
엊그제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던 『그림자 밟기』는 어제야 읽었습니다. 읽기 아까워 미뤄둔 것도 있었고, 책이 도착했을 때 한창 미야베월드 제2막의 다른 책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기분이 확 가라앉은 김에 집어 들었는데 두 편을 읽고 나니 아까워서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작자미상』 상-하권을 먼저 읽고, 리뷰를 올린 다음에 다시 『그림자 밟기』의 다른 편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괴이,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 추리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안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사랑스럽고 슬픔이 아련하게 남는 단편들입니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또 굉장히 역동적이고요. 요괴나 괴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닮았지만 각각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의 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재미없었던 것이 「반바 빙의」. 이건 읽고 나면 암울합니다.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날이 어찌 될지 뻔하게 보입니다. 철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이런 사람을 딱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차마 그 표현은 쓸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아내를 맞이했는데, 남편은 데릴사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남편을 쥐고 흔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건 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처가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사위는 분가의 차남입니다. 일을 잘하게 생겨서 데려왔다가 딸래미가 반해서 결혼시킨 건데,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저 녀석이 우리 딸에게 잘하나, 우리 아가씨에게 잘하나 감시합니다.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철없고 애 같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줘야하나요. 애를 잘못 키웠군요.-_-
물론 전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아내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그참...
하여간 재미없었던 이유는 저 여자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역시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타입의 여자고요. 애 잘못 키우면 저런 사단 납니다.(먼산)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지 마세요.(먼산2)


「노즈치의 무덤」은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초기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바케』 같기도한, 그런 요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좀.OTL 맨 마지막 단편인데 뒷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토채귀」는 『흑백』에 해당하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앞 이야기)입니다. 아니, 완전한 프리퀄은 아니고 등장인물 A와 B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등장인물 A의 과거는 어땠으며 어떻게 에도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근데 과거 이야기가 참 묵직합니다.OTL
A와 B가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흑백』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A의 연애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반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 하하하; 조금 무섭습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재미있었습니다. 「스님의 항아리」는 『괴이』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희끄무레한 것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데렐라 스토리란 말이지요. 물론 신데렐라나 콩쥐나, 둘다 기본 출신은 좋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니까요. 하여간 스님과 항아리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양사』도 떠오릅니다. 그보다는 훨씬 덜 무서우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림자 밟기」는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게 또 담담하게 마무리 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나온 『진상』과 같이,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사고로가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로 보아도 되겠네요. 그림자라는 소재 때문인지 『그림자가 없는 사나이』라는 유명 SF(?) 소설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바쿠치간」의 매력은 통쾌함입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그걸 멋지게 퇴치하니까요. 게다가 퇴치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한 명. 그렇다보니 애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ㅂ-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훗훗훗.
특히 B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문(!)을 그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 그 부분의 번역은 사실 조금 아쉽긴 한데, 음을 읽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를 적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안 좋으니까요. 저는 그런 문장이 있을 경우 발음이 적힌 것보다는 원어가 적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영미소설의 경우 라틴어가 종종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럴 경우 라틴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걸 적는 것보다는 라틴어 원어를 그대로 적고, 그 해석을 옆에 달아 놓는 것이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외국어가 말장난에 쓰일 때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장난은 아닌데,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드라서 말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그 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특정 지역이 하나 나오는데, 에도에서 지나치게 멉니다. 게다가 발음도 약간 차이나네요. 과연 여기가 어디려나.-ㅁ-;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사실 미야베월드 제2막은 전 권 다 갖춰놓고 싶은데 책 꽂을 공간이 없습니다. 아..T-T; 이것도 지금 일시 방출하나 마나 고민되네요.
미미여사의 그림자 밟기, 이벤트'ㅂ' 에서 트랙백.

해당 글에서 이벤트로 책 받고 싶다 하신 분이 세 분이셨지요. 폴라래빗님, 열매맺는나무님, 야니님.


최종적으로 18181을 찍은 건 저였습니다. 크흑. 제 댓글에 가장 가까운 분은, 18181을 찍은 제 댓글 바로 다음에 달아주신 스마일커플님이십니다.+ㅅ+ 그 다음에 폴라래빗님이 다시 달아주셨기 때문에 찍고 보니, 스마일커플님을 포함해서 네 분이 가장 가까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훗훗훗~.


그러니 스마일커플님, 폴라래빗님, 열매맺는나무님, 야니님은 이 글에다 비밀댓글로 받으실 주소와 연락처 남겨주시어요. 그러면 댓글 확인하는대로



위의 책,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 밟기』를 보내겠습니다.>ㅅ<


대신 읽으시고 간단 감상이라도 주시길..^^:





덧붙임.
제 몫으로 주문한 『그림자 밟기』는 아직 출발 안한 모양입니다.ㄱ- 책 수량이 부족해서 출판사 재주문 들어갔다는 메시지가 왔던데....
제목부터가 암시하고 있군요. 하하하하하;ㅂ;

북스피어 펀드의 이자조로 받은 책은 거의 다 오지 않았나 했는데 이번에 또 『푸른 작별』이 도착했습니다. 결론만 콕 찝어 말하자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좋은 책이라고 말하지 않는건 제 취향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기 때문이네요. 그게, 여자가 너무 많아요.-ㅁ-; 이 책은 맥도널드가 쓴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한 권인데, 교보문고에 올라온 제목처럼 순정 마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여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며 혼자 지내도 괜찮아라는, 조금 마초 같은 분위기의 남정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여립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걸 더욱 더 느꼈고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에 대해서는 책 날개에 더 자세히 나왔으니 내용은 생략합니다. 그쪽을 읽는 것이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날개의 책 소개도 그렇게 맛깔나게 쓸 수가.-ㅁ-; 하여간 전체적인 분위기는 1980년대 즈음, 한국에서 방영했던 여러 미국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여자가 등장하고, 남자는 능력있고. 위험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참으로 귀찮은듯하지만사실은신경써서 구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는 츤데레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충분히 알아들으실겁니다. 이 사람 참 여리다니까요.(2)

평소에는 플로리다 어느 해변에 정박시킨 배 안에서 살며 뒹굴뒹굴(하지만 하는 일은 많게) 시간을 보내지만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정식 경로로는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을 찾아주고 수고비로 절반을 가져갑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해요. 날개의 설명에도 나오지만, 『푸른 작별』에서 쓴 경비는 분명 수고비로 받은 것 이상입니다. 절대 그래요. 물론 지금하고 물가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절대 더 들었지 적게 들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달랑 그 만큼만 받겠다고? 그걸로 장사가 돼?;

맥가이버나 마이클(전격 Z작전)하고 비슷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사람이 그리 매력적인, 미남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더군요. 대신 하는 짓이 귀여울(!) 뿐이지요.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부드러운 삶은 달걀(...)을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일단 M님과 C님 취향에는 맞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특히 M님 취향에 더 가까울듯?


추천 키워드는 추리소설, 해결사, 하드보일드, 옛 미국드라마 등등입니다.



존 D. 맥도널드. 『푸른 작별』, 송기철 옮김. 북스피어, 2012, 12000원



덧붙임. 바다 속에 들어간 그것...;ㅂ; 참 아깝군요...;ㅂ; 찾을 길은 없겠지요.
책을 보기 전에는 14800원이라 가격이 높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께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갑니다. 목침으로 써도 될 것 같이 두꺼운 책이라 읽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한 것이, 이번 책은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싶습었니다. 그래봐야 이틀 버티고 끝났지요. 편 수가 네 편으로 적은 편이라, 하나하나 따라가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고 울었습니다. 엉엉엉, 다음권 주세요!
다 읽고 후기까지 가보니 다음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하니 마음을 잠시 내려 놓았지만 아쉽네요. 『흑백』을 읽고 오싹함과 씁쓸함으로 다음권을 기다렸더니 『안주』에서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합니다.

가장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주인공인 오치카의 결혼입니다. 앞권에서도 청혼을 받았지만 이번 권에서도 내내 받고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과연 오치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릴지가 궁금하네요. 일단 『안주』에서 만난 사람을 더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책을 봐야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이번 권은 잔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깨끗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자세한 각 편 감상은 접어두지요. 내용 마음껏 폭로하며 쓸테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넘어가세요.


그 네 편의 이야기 중 역시 안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표제가 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안쓰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엉엉엉, 안주보면 눈물나요.;ㅂ;


그럼에도 그 이야기, 그 부분, 무사 부부와 안주의 교류 이야기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습니다. 손에 잡힐듯 아스라이... 그런 느낌의 교류라 말입니다. 읽고 나서 가슴에 얹히네요. 게다가 거기 등장하는 나리님이 정말 진짜로 나쁜 놈이라, 자기가 일 저질러 놓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나쁜 놈. 차마 블로그에 육두문자를 쓸 수는 없고, 하여간 그 나쁜 녀석이 죗값을 치뤘으면 좋겠는데, 안주와도 관계가 있는만큼 아마 뒤탈이 있을거라 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군요.-_-


전편인 『흑백』과 이어보면 좋지만 단권으로 보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은 『안주』에도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흑백』을 먼저 보실 것을 권합니다. 주인공인 오치카의 과거는 『안주』에서는 너무 간략하게만 나와 있습니다. 오치카가 가진 어둠은 과거를 확실히 보아야 알겠지요. 솔직히 저는 오치카의 과거와 관련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가해자에게 연민이 더 가더군요. 아니, 정확히는 물리적 피해자가 정신적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물리적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사람에게는 정신적 가해자였으니까요.

흠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흑백』을 보고 다시 한 번 『안주』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Le Zirashi 3호의 인터뷰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가 추천하는 에도시대물 순서대로 정독을 합니다. 단, 저는 『외딴집』은 다시 못 보니 건너뜁니다. 이러고 나면 슬슬 추석 연휴가 돌아오겠지요.(먼산)





미야베 미유키. 『안주』,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2, 14800원

이 책은 읽다보니 절대 키릴님 취향일 것 같은게...-ㅁ-/ 첫비행님이나 빙고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겁니다. 아이쭈님은 책 읽다가 안주 보고는 펑펑 우시지 않을까 싶은걸요.(....)


슬슬 도착할 때 되지 않았나 했더니 어제 집에 도착했더군요. 집이 서울이라 빨리 받았으니 아마 다른 분들도 이번주 안에 받으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ㅅ+

이번에 온 것이 Le Zirash 3호인데 이번에는 미미 여사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아마 홍보 펀드 모집하면서 속내(...)가 따로 있으시다던 말씀, 미미여사를 직접 뵙고 싶었던 겁니까아아아... 부럽...;ㅂ; 근데 생각보다 미미 여사가 굉장히 젊으시더군요. 지금 나이가 꽤 많으실텐데?; 첫 작품 낸 것이 스물 일곱이었다니 말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말이죠. 아.. 난 스물 일곱에 뭐 하고 있었나.-_-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게 됩니다.




『안주』는 지금까지 나왔던 미야베 월드 2막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하루살이』도 상당히 두꺼웠는데 그보다 더하네요. 500쪽을 가뿐히 넘습니다. 덕분에 받아들고는 아주 흐뭇하게 감상했지요. 아까워서 읽지도 못하고, 이번 주말에 느긋하게 읽으리~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책 소포를 받아 들고는 이번에 나오는 것이 한 권인 걸로 아는데 왜 이리 두껍나, 혹시 두 권인가 갸웃거리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슬프게도 미야베 월드 2막 앞부분은 처분했으니 지금 집에 남아 있는 것은 미처 S에게 보내지 못한 책 두 권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찍어볼까요. 나중에 '서재' 혹은 '서재집'을 만들면 미미여사 컬렉션은 좍~ 꽂아두리라 생각했으니 그 때 다시 사겠지만요. 지금은 무리입니다.T-T


택배가 왔다길래 누구건가 했더니 제 것이었습니다.-ㅁ-;
북스피어에서 왔는데 지난번 보다 부피가 확연히 크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내용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읽고 폭소를 터뜨린 지령 2호나, Le Zirashi(철자가 이거 맞나;) 세 부, 텐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까지 말입니다.

Le Zi~는 누구에게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넘겨야겠군요.>ㅅ<


어느 날, 집에 들어와보니 책상 위에 소포가 있습니다. 셜록 블루레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로군요. 올 소포가 없는데 뭔가 싶어 발신인을 보니 어머나, 주소가 마포구.-ㅁ-/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더랍니다.

아직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펀드 이자 책을 발송한다며, 이 책을 가지고 냉정침착하면서도 은근 뜨겁게 홍보하라-라고 이해를-는 지령이 담김 편지도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지령 1호. 거기에 위에 놓인 것은 미스터리의 계보 초판 한 정 부록인 원고지입니다. 으허허. 이런 원고지,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았네요.

그러나 정작 『미스터리의 계보』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논픽션까지는 좋은데 대강 책을 훑어보니 ① 사회는 참 시궁창, ② 돈 없는게 죄야라는 포스가 팍팍 풍깁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읽으면 한없이 파랑(...)에 가까워지는 제 성격상 묵혔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옆에 입가심할 다른 발랄한 책 가져다 놓고 보아야겠어요.


이 책은 다음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0. 오늘도 역시 피곤. 게다가 감기 기운이 있습니다. 사정이 있어 후다닥 급하게 먹은 점심은 위에 묵직하게 걸려 있고 거기에 커피만 들이붓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저녁은 건너 뛰겠네요. 대신 감기약은 챙겨먹겠지만.;


1. 요즘 점심 식단을 생각해보면 거의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간식 태그로 종종 소개되는 그런 음식에 뭘 하나 섞어 먹는다거나..? 그런 이유로 저는 아이쭈님처럼 식단 공개는 차마 못하겠습니다. 비밀글로 돌려놓겠지요.;


2. 북스피어에서 재미있는 독자 펀드를 모집하기에(링크) 덥석 참여했습니다. 간단히 적어보면, 7월에 출간하는 미미여사님의 『안주』를 대상으로 홍보 펀드를 모집하는겁니다. 1구좌는 10만원으로, 1구좌 신청하면 5월 신간을, 2구좌 신청하면 5-6월 신간을, 3구좌 신청하면 5-7월 신간을 기본 이자(?)로 줍니다. 그리고 만약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면(10월 말경 공개) 그에 따른 투자 이익도 배분한답니다. 다만 1만부 이하로 팔릴 경우에는 10%의 손해를 봅니다.^^;
3구좌까지는 받은 책값인양 생각하면 괜찮으니까 보통 2-3구좌 많이 신청하시나봅니다. 댓글이 상당히 달린 걸 보니 6월 말까지라는 기간 전에 목표액 5천만원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ㅁ-


3. 다시 영어로 퐁당.OTL 영어 어려워요, 영어! ;ㅂ;
그래도 애보기가 내일로 끝나니 다행입니다. 그 다음주에 있을 출장은 ... 훗...-_-;


덧붙임.

4. 엊그제 손가락을 홀라당 베었습니다. 아니, 이 경우는 그엇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쓰면 읽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들 것 같아서 넘어갑니다. 상처가 깊진 않은데 꽤 길게 다쳐서 골치 아프더군요. 의무실에 가서 간단하게 나마 치료를 받으니 그래도 금방 붙더랍니다. 상처 다 나을때까지는 물 닿으면 안된다는데 지금 손 씻다가 물에 첨벙 담궈서 붕대(?) 풀어 놓고 말리고 있어요.(...)


5. 아이패드에서 바로 사진 올리려니 안되는군요. 빙글빙글 돌려서 올려봅니다.

(Photograph by G, From Venecia, Italy)


쳇.-ㅂ- 실시간으로 베네치아 모 호텔의 아침밥을 염장당하는 세상.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먼산)


0. 지지난주에 이미 다 먹은 고기소스가 막판에 조금 남았길래, 일해주고 선물로 받은 빵에 싸서 먹었습니다. 오오오.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ㅠ+ 이쪽은 빵이 담백하고 짭짤하고 쫄깃한 타입이라, 달달한 코스트코 모닝롤보다 더 좋더랍니다. 언제 시간이 나면 다시 만들어볼 생각인데, 그 때는 콩도 키드니빈 통조림이 아니라 강낭콩이나 밤콩을 넣을겁니다. 집에 밤콩이 잔뜩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제일 큰 재료 문제는 역시 고기라능...; 고기가 비싸요. 다음에 미트볼 만들 때는 양파도 넣어서 만들어야지.


1. 엊그제 G가 제 블로그를 들어가기 위해 포털에서 검색을 했다는데, 저도 별 생각없이 검색했다가 경악했습니다. 네이버의 어떤 블로그가 제 글 몇 개를 통째로 퍼다가 옮겨두었더군요. 그 외엔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나중에 따로 '해당 카테고리에 있는 글은 퍼온 겁니다'라고 따로 글을 적었지만 퍼온 글에는 전혀 표시가 없음- 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 사람이 그 글을 쓴 줄 알겠더랍니다.
네이버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남길 수 있다는데 그냥 놔뒀습니다. 지금은 거의 방치인 것 같기도 하고요.(먼산)


2. 바티칸 기적조사관을 다 읽었습니다. 예이! >ㅅ< 막판에는 거의 기적적인 속도로 가게되더군요.; 300페이지부터 끝까지는 일직선으로 고속도로를 달린 느낌입니다. 으흐흐. 꽤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번역 안되겠지...

자아. 그러면 이제는 미미여사의 미인이랑 피터 윔지의 맹독을 봐야합니다. 이거 다 보고 나면 또 주문한 책이 올테고, 그에 이어서 


3. 북스피어에서 재미있는 책을 내고 있네요. 최근에 북스피어 책을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북스피어 책이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로 검색해서 북스피어 책을 찾았더라고요. 하하하;
이번에 담아 놓은 것은 『위대한 탐정소설』 , 에스프레소 노벨라라는 시리즈로 나오는 겁니다. 작가는 윌리엄 헌팅턴 라이트고요. 필명은 S. S. 밴 다인입니다.-ㅁ- 그러니 안 읽을 수 없지요. 근데 지금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 확인해보니 책 가격이 3800원. 0이 하나 빠진 것 아닌가 의심할 정도입니다. 다른 시리즈도 있으니 도서관에는 나중에 주문 넣어놓고, 이 책은 먼저 챙겨야겠네요. 가만있자, 아직 구입안한게 밀실열쇠 대여업(...)이었지. 거기에 신간 다른 책 추가해서 이달 안에 주문 넣어야겠습니다.


4. 새벽에 비가 오고 그쳤나 봅니다. 낮동안에는 뿌리는 정도라는데 일단 우산은 들고 나가야겠네요. 윽.. 아침을 너무 과하게 먹었나..;ㅠ; 소화가 느릿느릿 될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아침. 메일을 확인하는데 스팸메일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가는 메일이 한 통 들어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제가 받는 메일은 사람 이름으로 오는 메일이 없습니다. 닉은 종종 있지만 제일 많이 오는 것은 교보문고(...)이고 그 다음이 funshop일겁니다. 제게 가장 메일을 많이 보내는 계정이 저렇다니까요. 캔디폰도 아니고 거참..;

하여간 희한한 메일인데 뭔가 제목이 익숙하다 싶어서 열었습니다. 제목에 북스피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거든요.

내용인즉 「인질 카논」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조만간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 세트가 도착할 거란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던게 이벤트 신청한 기억은 있지만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 당첨된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리하여 긴가 민가 하는 사이, 주말에 책이 도착했습니다.(이게 이미 한참 전 이야기라...)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은 이미 이전에 다 읽었습니다.'ㅂ'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구입은 읽어본 뒤에 하겠다고 도서관에 신청했거든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상권이고 그 다음권부터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읽다가 도중에 손을 놨지요. 사회파 소설이란게 사람을 빡빡하게 조이면서 결국엔 '현실은 다 그런거야'라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느낌이라 두 손 들어버린 겁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고 불리는 미미여사의 경우 그래도 밝은 분위기, 희망적인 분위기로 가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꿈도 희망도 없어. 이것이 바로 현실'이란 느낌입니다. 허허허.

하지만 당첨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책을 받으니 기분은 좋네요.>ㅅ<

지금 이 책들은 S네 집에 가 있습니다. 가벼운 책만 빌려주는 것보다 중간중간 무게를 잡을 수 있는 책을 같이 보내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그리하여 낙점된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그러니 잘 읽으시게, S냥.


와우북페스티벌은 아마 3-4년전쯤부터 알았을겁니다. 홍대에 자주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고, 그러다보니 홍대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그런 행사가 있구나란걸 인식했을테니까요. 뭐, 다른 경로로 와우북에 대해서 알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작년부터일겁니다. 페스티벌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와우북이 있는 때면 일부러 홍대에 가질 않았습니다. 페스티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람 많은 곳을 다니는 것이 질색이기 때문이고, 특히 홍대는 사람 없는 곳으로만 골라 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출판사 부스들을 둘러보며 창고정리 대방출(...)하는 것을 보았고 그 틈에 대량으로 도서 구입을 했다는 글도 보았으니 올해도 가볼까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사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올해는 또 어떨까 싶었고요.

올해 목표는 저보다 먼저 다녀오신 마스터의 제보를 받아 북스피어 부스에 먼저 들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책 4권을 구입한 다음, 다른 곳에 들러서도 이 모양이면 체력 보전은 머나먼 이야기다 싶어서 거기만 찍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날 친구와 같이 와우북을 보고 있던 G의 말에 의하면 뒤쪽 부스로 갈 수록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는데 안 가길 잘했다 싶습니다. 갔더라면 아마 지난 주말에 집에서 끙끙 앓았을겁니다.
지난 토요일의 제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감기가 올락말락하고 있었고, 수면 부족에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정거장을 지나쳐 내려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한 정거장 차이라지만 꽤 크더군요. 갈아타려는 곳으로 왔을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G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책을 사다달라 부탁할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G가 현금이 없답니다. 제가 직접 갈 수 밖에 없었지요.



허덕대며 먼저 북스피어 부스를 찾았는데 역시 마스터님께 들은대로 보관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들을 3천원 떨이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민을 하다가 선물용으로 미미여사 책 세 권을 구입하고 거기에 읽어보고 싶던 검은별도 같이 챙겼습니다. 총 네 권에 12000원.
(마술은 속삭인다는 제가 가진 책과 장정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가진 것은 겉커버가 분리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나왔을 때 제 손에는 쇼핑백이 두 개 들려있었습니다.
뭐냐면, 왼쪽의 쇼핑백은 사은품입니다. 계산하기 위해 책 네 권을 내밀었을 때, 계산하시는 직원분이 검은별을 보고 반가워 하시더니 아래에서 쇼핑백을 하나 더 챙겨주시더군요. 옆에서 (덩치 있는;) 남자분이 '그 쇼핑백은 선물만 담는거야?'라 웃으시며 이야기 하시던데 무슨 소리인줄 몰랐습니다. 받아 들고서야, 책 담은 쇼핑백이 하나, 사은품 담은 쇼핑백이 하나란 걸 알았습니다. 검은별에 딸려 오는 쇼핑백인가봅니다.



사은품이 뭔가 하면 판타스틱 1주년 기념이라 했던 틴케이스와 커다란 타올, 그리고 검은별 뱃지입니다. 가운데 있는 네스카페는 선물로 주신겁니다.>ㅆ< 집에 들고 와서 맛있게 잘 마셨지요. 후후후.
타올은 쓰기 아까워서 본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보관중이고, 틴케이스는 G에게 넘겼습니다. 저보다는 G가 이런 걸 잘 쓰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방 베란다에서 뒹굴고 있는 트와이닝 캔도 G에게 주면 별종이 담는데 유용하게 쓰겠군요. 살짝 옆구리를 찔러야겠습니다. 후후후.


미미여사의 책은 한 차례 다 본 것들이라 검은별만 읽으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 검은별이 누구인지 아는 걸로도 세대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요.-_-; 아마 84년쯤을 기준으로 해서 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S가 아냐 아니냐로 확인할 수도 있겠고요. G는 알고 있고, 그 위의 나이는 거의 다 알거라 생각하고. 하지만 20대 초반으로만 가도 검은별이 뭔지 전혀 모를 거란 생각입니다. 후... 이런 곳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는거죠.

이 이야기를 하면 좀 길어질테니 나중에 소설, 고전, 애니, 만화에 대한 세대차이에 대해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드디어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위키의 하드디스크에 옮긴것은 월요일이었는데 계속 미루다보니 어제 정리를 마쳤습니다. 정리라고 해봤자 사진 백업해두고 크기줄이고 포토샵 작업해서 저장하고, 중복 사진 지우는 것이 전부죠. 잠깐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한데, 데스크탑이 아니라 노트북을 가지고 하다보니 미루게 되더랍니다. 어제는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리를 했지요.

그리하여 첫 번째 글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대한 겁니다. 거기에 최근 읽은 몇몇 추리소설에 대한 감상도 들어갑니다.

이글루스 도서밸리에는 종종 신간 정보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파일로 밴스 시리즈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냉큼 달려가 도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바로 도착한 책. 책을 받아보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취향의 표지입니다.


저작권법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책 판형은 기본 판형입니다. 신국판? 그것보다는 작을겁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라고 하드커버라서 놀라고, 손에 잡고 다른 책과 비교해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놀랍니다. 책등을 둥글리지 않고 판지제본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았을 때 상당히 폼이 납니다.
게다가 책등 쪽의 저 무늬는 가까이에서 보면 꽤 웃깁니다. 뱀가죽같은 느낌인데 잡아보면 종이거든요.



뒷표지. 뒤표지는 앞표지보다 뱀가죽무늬쪽이 넓습니다. 붉은색은 완전한 빨강이 아니라 다홍색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른 책들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리즈의 묘미는 다음 책이 무슨색으로 나올까지요. 표지가 어떤 색일지 가장 행복하게 기다렸던 것이 바로 용의 기사단(원제 ドラゴン騎士團)이었습니다. 꽂아놓고 보면 책 등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그게 책 모으는 재미이기도 했지요.
그 외엔 행복한 책읽기 시리즈도 좋았습니다. 몇 권 모으지 않았지만 꽂아 놓으면 색이 화려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북하우스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다섯 권이 제각각 다른 색이었고 한 번에 꽂아 놓으면 또 잘어울렸지요.



책등. 역시 깔끔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ㅅ+

게다가 무엇보다 감동한 것은 이 책의 제책 방식. 으허허허! 실제본입니다, 만세!
다만 책 자체가 굉장히 멋지게 잘 나와서 손대기가 망설여지더군요. 단, 그 생각은 24시간을 못갔습니다. 버스에서 책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책이 조금 불안정해졌습니다. 흔들흔들거린다고 할까요. 그리하여 지금 손대고 있는 책만 끝나면 너는 분해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협박(?)중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이 네 권짜리고 풀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감이 안잡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지만 저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것은 저겁니다. 책 사이에 끼어 있던 광고지. 아니 광고지가 아니라 북스피어 소식지입니다. 제목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데서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앞에는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해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책 작가들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S.S. 밴 다인, 마쓰모토 세이초입니다. 여담이지만 G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들이 게임 못하게 뜯어 말린다는데, 그런 이 아줌마(죄송합니다;)가 게임을 한단 말야?'
게임 중독에는 나이가 없죠.-ㅂ-;



뒷면에는 다른 책들에 대한 소식과 함께 북스피어의 편집부, 북스피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아는 이름들이 많아서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상당수가 왠지 이글루스에서 본 이름 같...?



자, 여기부터는 감상입니다.'ㅂ'


파일로 밴스 시리즈는 총 12권입니다. 이 중 한국에 출간된 것이 7종인가 그럴겁니다. 다시 말해 북스피어에서 책을 낸다면 이 7종은 겹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고요. 해문에서 나온 3종은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쪽은 라이센스 체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역도 엉망이지만 읽을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덤볐더랬지요. 하여간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책을 내더라도 겹칠 수 밖에 없는데다 밴슨 살인사건은 이미 황금가지에서 한 차례 냈습니다. 밀리언셀러 시리즈로 말입니다. 기억에 의하면 밴슨 살인사건이 파일로 밴스 시리즈의 첫 사건이었을겁니다. 그러니 북스피어에서는 고민이었을겁니다. 순서대로 하자니 중복 출간도 걸리고, 첫 작품인 밴슨은 이미 정식으로 나왔고. 그래서 순서를 가리지 않고 이미 나왔던 책과 나온 적이 없는 책을 묶어 한 권으로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실린 이야기는 '스카라베 살인사건'과 '겨울 살인사건'입니다. 스카라베~는 DMB에서 딱정벌레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읽진 않았으니 새롭게 읽는 기분이었지만 범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재미가 꽤 떨어지는군요. 그래도 번역이나 분위기나 약간의 위화감이 있을 뿐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위화감의 정체는 다른 번역으로 먼저 읽었다-그래서 말투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엘러리 퀸이 결혼한 뒤, 유일하게 남아 있는 30대 독신 엄친아를 다시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후후후. 30대라고 정확하게 찍은 것은 독신 엄친아는 그 외에도 은근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운 신부님.(...)

하지만 99쪽에 있는 오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큰따옴표가 하나 더 들어갔습니다. 2쇄를 찍게 된다면 수정해주시길...


파일로 밴스와 비슷한 시기에 주문해서 먼저 도착하고 먼저 본 책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을 쓸 때마다 헷갈립니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의 피리 뭐시기 등등. 긴다이치 코스케의 다른 시리즈는 이런 문장 제목이 아니었으니까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도 헷갈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만큼은 지금까지 보았던 다른 시리즈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습니다. 문제는 그겁니다. 왜 강렬하게 남는가라는 점. 제가 가장 싫어하는 코드가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_- 이 책이 나온 시점을 생각해보던 G가 '일본 사람들은 이런 코드를 옛날부터 좋아하는 구나'라고 했으니. 유구한 소재(떡밥)인가 싶습니다. 범인을 잡는 과정이나 몰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긴 한데 그 이유가 밝혀지는 시점에서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습니다. 알고 나서 다시보니 정말 입에서 불을 뿜을 지경입니다. 그런 고로 이 책도 다음 처분대상에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은 하나, 하지메의 원조가 코스케라는 것을 납득할만한 상황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건들은 나중에라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지더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시공사에서 계속 내주고 있고 번역자도 같아서 위화감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기야 100% 없다고 하긴 또 그렇네요. 워낙 옛날 작품이니 시대의 간극은 느껴집니다. 이건 지금 보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문한 소설이 <항설백물어>입니다. 이건 작가 이름을 보고 대강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무조건 구입이란 결론을 내려 책이 나온 걸 안지 24시간 안에 주문했습니다. 역시 여름은 추리소설과 괴기소설의 계절이지요. 여름에 도서구입 금액이 높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책이 많이 나와서 그런거죠.
이 책은 생협분들-특히 키릴님의 취향에 잘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샤바케나 혼조 후카가와와 닮은 꼴입니다. 우부메의 여름보다는 이게 뒤에 나왔겠지만 교고쿠도 시리즈의 골격(기본 구조)는 이어받았으면서도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G가 제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책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보냐며 투덜거렸는데 그 때도 이 책을 먼저 추천했습니다. 파일로 밴스보다는 이쪽이 훨씬 가볍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연작 단편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움직입니다. 맨 처음 이야기만 먼저 본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어떤 순서로 봐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 책이 재미있다고 여긴 것은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CSI보다 NCIS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ㅂ- 양쪽 모두 보신 분은 대강 짐작하시겠지요.
번역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 없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낯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하기야 비채에서 나온 시리즈도 번역이 크게 문제된 책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S. S.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김상훈, 북스피어, 2009, 16500원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가 피리를 분다>, 정명원, 시공사, 2009, 11000원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금정, 비채, 2009, 14000원



덧붙임. 태그 넣다보니 반 다인과 교고쿠 나츠히코로 들어가 있네요. 태그 수정하러 가야겠습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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