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말해, 문화재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예술품들은 살 수 없잖아요. 물론 돈이 있다면 경매에 참여해서, 예를 들어 이번에 간송미술관이 내놓는 국보급 문화재를 구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전에 간송미술관 전시에서 보았던 그 고먐미 그림을 갖고 싶다고 해서, 돈 잔뜩 쌓아 놓고 기다린다 한들 구할 수는 없을 겁니다. 모사라면 모를까, 진품을 구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반 클리프 앤 아펠도 그렇습니다. 종종 블로그에 사진 올렸던 터라, 이번에도 엊그제 찾은 사진들을 함께 올려봅니다.

 

 

twitter.com/esendial/status/1264320867623792640

 

Kirnan on Twitter

“Van Cleef & Arpels Pomme de pin clip. 반 클리프 공식 홈페이지의 영상. 필견. Van Cleef & Arpels - https://t.co/1gUjiSJC1O”

twitter.com

실시간 트윗 타래는 이쪽입니다. 보다가 생각나서 프로필 사진을 바꿨습니다.

 

 

 

왼쪽이 예전 프로필 사진, 오른쪽이 이번 프로필 사진입니다. 이번 프로필 사진은 예전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전시회에 본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앵무새입니다. 지금 보니 저 깃털 표현이, 엊그제 올린 그 솔방울과 비슷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작품입니다. 사진에서 차이가 날뿐 동일하지요. 어떻게 찍고 보정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다릅니다. 실제 보았을 때는 아마, 오른쪽에 가까울 겁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시관 조명 아래서는 왼쪽처럼 보이겠지요. 어느 쪽이건 저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는 무섭습니다.

 

 

 

실물을 보면 보석과 유리는 확실히, 확연히 다릅니다. 뭐, 공예품 나름이기는 하지요.'ㅂ'

 

 

 

 

 

 

아. 이번 검색에서 찾은 사진. 맨 아래 오른쪽 사진 말입니다. 하단 오른쪽의 저 그림이 그림형제 동화 이야기 시리즈로 나온 춤추는 공주님들입니다. 그림형제 동화로 등장한 이야기라, 밤만 되면 지하 저 아래의 호수 속 성에 가서 밤새 무도회를 즐기는 바람에 신발 바닥이 다 닳았다는 공주님들을 다 만들었더군요. 원작에서 각 인물들의 이름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막내공주님이었다고 기억하고요. 하여간 그 공주님들도 디자인화가 있더군요.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저 전체 클립들이 다 있었던 모양인데 왜 클립의 전체 사진은 못봤을까요. 끄응. 그러고 보면 검색할 때마다 각 시리즈에 포함되는 작품들을 새로 발견하기도 합니다. 7대양(seven seas)도 그랬고, 저 동화 시리즈도 그랬고. 노아의 방주도 전체 시리즈를 사진으로 다 본 적은 없습니다. 전시회에서 사온 도록도,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만 있으니 전체 작품들은 없습니다. 판매중인 다른 도록들을 더 찾아봐야 할까요. 정리 좀 해주지.

 

 

 

이것도 노아의 방주인가봅니다. 진주와 재규어...? 고양잇과로 보이니 재규어 아니면 표범이겠지요.

 

다행히 노아의 방주 동물들은 대부분 취향이 아닙니다. 본 작품 중에서 꼭 갖고 싶다고 한 건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요. 이런 작품들은 구입도 거의 불가능의 영역일테니까요. 특히 나온지 오래된 작품들은 그야말로 경매로나 만날 수 있을까요.

 

 

언젠가 여유가 되면 반 클리프 앤 아펠 클립을 하나 소유하고 싶다고 바라지만, 버킷리스트에 위시리스트 수준입니다. 그래요, 은퇴할 때쯤 하나 장만할 수 있다면, 정말로 좋겠지요.'ㅂ'


발단: 모님이 트위터에서 영국 왕실의 티아라를 언급하면서 그곳의 장식 루비를 이야기함.

전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영국 왕실의 가장 유명한 빨강 보석 달린 왕관은 루비가 아니라 스피넬이었다고 읽었음.

절정: 재차 확인하니 왕관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이 그 스피넬 달린 왕관인지 모르겠다.

결말: 영국왕실의 보석관(jewel house)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결말이 용두사미지만 정말로 그렇습니다.-ㅁ-;


어디서 스피넬 이야기를 봤냐 물으신다면, 초등학교 시절의 도감에서 봤습니다. 그간 루비인 줄 알았던 영국 왕관에 달린 빨간 보석이, 나중에 정밀 조사를 통해 스피넬로 정정되었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래서 영국 왕관의 빨강 보석은 스피넬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했는데 모두 그런 건 아닌 모양입니다. 위의 사진은 대관식에서 사용하는 St. Edwards Crown입니다. 화려하기로는 다른 왕관들이 더 하지만 이건 연도가 무려 1661년. 1649년에 올리버 크롬웰이 녹여버린 왕관을 대신해 대관식용으로 찰스 2세가 새로 만든 거라 합니다.(링크)


출처는 영국의 Royal Collection Trust 홈페이지. 거기서도 jewel house 태그로 모인 소장품들을 골라 봤습니다.






대관식 때 사용하는 물품들로 보이는데 보기만 해도 무겁군요. 그렇군. 워스파이트가 들고 있는 것도 맨 오른 쪽의 구일겁니다.-ㅁ- 아차. 아래 다른 왕관 이야기 적다가 깨달았지만 가장 앞에 보이는 왕홀에도 칼리난이 있군요.





빨간 보석이 메인으로 들어간 왕관을 찾아보니 Imperial Crown of India가 있습니다.(링크) 이름 한 번 참. 여기에는 스피넬이 아니라 오로지 루비만 들어갔습니다. 은, 금,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저 옆에 보이는 백합 문양-fleurs-de-lis 가운데는 에메랄드.


보석 다양하게 쓰기로는 대관식용인 성 에드워드 왕관이 우세(?)하지만 이쪽은 사용한 보석의 크기가 무섭지요.







하지만 무서운 보석으로 말하자면 이것, The Queen Elizabeth The Queen Mother's Crown이 있습니다. 1937년에 엘리자베스 왕비를 위해 만들었고, 이후에 엘리자베스 2세가 대관식할 때도 썼답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것이 이것.




이쪽은 Queen Mary's Crown입니다.(링크) 조지 5세의 대관식 당시에 제작한 것으로 연도는 1911.

밴드에 붙은 다이아몬드가 컬리난 IV(Cullinan IV)의 레플리카고 그 위에 붙은 큰 것이 코이누르(Koh-i-Nûr)의 레플리카 랍니다.원래는 컬리난 3, 4, 코이누르 모두 있었는데 이후 코이누르는 위의 엘리자베스 왕비 왕관에 사용하고 컬리난은 브로치로 제작했다는군요. 자세한 정보는 위의 링크로 들어가서 보시면 됩니다.






조지 6세의 대관식 때는 위의 모습으로 착용했지만 그 전에 나갈 때는 윗 부분을 떼고 서클렛 형태로 착용했다는군요. 확실히 이쪽도 멋집니다. 장식 자체가.... 게다가 다이아몬드니.... 물론 지금이야 레플리카라고는 하지만 말이죠.



하여간 신나게 보석 구경했다는 것이 최종 결론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하나 더 있긴 했는데, 10년 전에 본 것이라 지금도 있을지 확신이 안 서더랍니다. 그 사이 도쿄를 가끔 오긴 했지만 다른 곳을 돌았지, 신주쿠의 그 곳에는 가지 않았거든요.


신주쿠에는 대형 서점인 기노쿠니야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다카시마야와 다리로 연결된, 신주쿠 남쪽의 기노쿠니야. 다른 하나는 신주쿠 동쪽에 있는 기노쿠니야 입니다. 스튜디오 알타에서 더 걸어 가면 나오는 큰 건물입니다. 아마 이쪽이 기노쿠니야 본점이라는 것 같더군요.
기노쿠니야 본점 1층에는 자그마한 소품 가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는 광물을 파는 곳도 있고요. 이름이 Kinokuniya natural history shop이었나. 하여간 자연사 가게랍니다. 화석도 팔더군요. 제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10년 전 여기서 보았던 아쿠아마린 결정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10년 전에 있었던 것이니 지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 때 살 걸 그랬다고 두고두고 후회했지요.

이번에 갔더니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데 제가 보았던 결정은 없었습니다. 아쿠아마린이 굉장히 무른 광물이라 잘 깨져서 그런 멋진 결정은 가끔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들어와 있는 기둥형태의 결정은 아쿠아마린 특유의 하늘색이 없이, 그냥 투명한 결정이더라고요. 물론 하늘색을 띈 아쿠아마린도 있긴 한데, 직경 5mm 남짓한 커팅 아쿠아마린이 5만엔이 넘더군요. 고이 마음을 비웠습니다. 게다가 처리하여 색을 낸 것이라던가요.



그래서 이런 걸 사왔습니다. 왼쪽이 아쿠아마린, 오른쪽이 에메랄드. 달랑 원석 하나만 넣어두기에는 밋밋해서 그런지 투명한 다른 결정 Herkimer-diamond를 같이 넣었다는 군요.




좋은 원석은 아니지만 이걸로 충분합니다. 제가 왜 아쿠아마린을 구입하려 했는지 들으신 모님은 아마 이쯤 되면 방안을 구르며 폭소하시지 않을까 하는데, 뭐, 그런 겁니다. 하하하하; 지극히 개인적이고 차마 블로그에도 올릴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이유라고 해두지요.

(물론 제 탄생석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백만광년 정도 멉니다. 그런 당당한 이유가 아니라니까요.)




빼먹었다던 전체 사진은 찍어두긴 했네요. 쿠온지 아리스의 넨도로이드랑, 랜드리올 23권 한정판이랑, 손수건이랑, 공의 경계 블루레이 한정판 박스랑, 바흐 칸타타 전집이랑.




천연생활 2월호랑, NHK 취미도락 2-3월호랑, NHK오늘의 요리 72후랑. 아래쪽에 보이는 것은 사온 엽서들과 전시회에서 집어온 전단지들입니다.
『NHK 취미도락』은 이번 주제가 다회길래, 궁금해서 집어 들었습니다. 의외로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을 해두었더군요. 보는 내내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랑 하쓰 아키코가 떠올라서 안 살 수 없었습니다.^-T 그러니까 다회 자체도 궁금했지만 그런 음흉한(...) 속내가 있었다니까요. 하하하하하.



이걸로 사온 물건에 대한 글은 끝이 납니다. 이야아, 이번에도 길었어요.;ㅂ; 여행기를 올리지도 않는데 사온 물건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죽 빨리는 것 같네요.
부제가 '과학자가 들려주는 명화 속의 보석 이야기'인데 보석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이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들이 더 깊게 뇌리에 남았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보석 사진들이 더 좋았고요.

티이타님 이글루에서 보고 나서 그 길로 달려가 책을 빌렸는데, 전체 컬러다보니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들고 다니면서 용케 잘 읽었네요.

들어가면서 보석을 크게 12개의 무리로 나눕니다. 그 기준은 탄생석. 국가마다 탄생석이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어떤 달은 같은 달의 탄생석이 2-3개 나오기도 합니다. 각 달의 탄생석은 해당 보석과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를 곁들여 이야기합니다. 책 제목대로 주로 명화속에 등장하는 보석을 소개하지요. 예를 들어 1월의 탄생석인 가넷은 책 제일 앞에 등장하는데,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모델로 한 그림에 가넷 펜던트가 나옵니다. 그러면 루크레치아 보르자의 생애를 설명하면서 그 보석이 어떤 식으로 가공되었는지, 그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요. 그러니까 그림과 보석 가공과 광물학적 측면과 역사적 이야기를 한 번에 다룹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버겁지는 않습니다. 그림을 보고 해당 장신구를 세세하게 보면서 글을 읽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새삼 명화 속의 장신구들이 진짜 예쁘다는 것을 깨닫긔..-ㅁ-/
물론 명화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장신구가 현대까지 남아 있으며 사진이 있다면 사진도 함께 실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나폴레옹, 영국왕실, 러시아 왕실의 보석인데 아무래도 돈 많은 왕실들의 보석이 많이 남아 있더군요. 뭐, 20세기의 보석들은 이전에 읽었던 보석 관련 책에서도 충분히 보았으니 괜찮습니다. 게다가 그건 현실이지만 이건 꿈...(응?)

19세기 말의 보석은 장잉정신에 입각하여 돈을 억수로 퍼부어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물론 실물을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사진으로도 충분히 멋집니다. 보는 내내 감탄하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대부분은 보물, 문화재급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의외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도 그런게 여기 나오는 보석들은 현대에는 편히 하고 다닐만한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무도회에서나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지요. 몇몇 보석들은 현대에도 하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거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보석이 화려하면 물욕을 넘어서서 "이것은 예술품!"이라며 우러러 보는 경지에 이른다니까요. 하하하.....;

보석 관리의 주의점도 함께 다루고 있어 재미있습니다. 근데 보고 있노라면 영화나 TV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석 관리하다가는 보석 깨지기 쉽상이겠다 싶습니다. 하나하나 따로 담아서 보관해야할 것 같아요. 하기야 그럴려면 도대체 보관공간은 얼마나 필요할 것이냐...=ㅂ=



원종옥.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명화 속의 보석 이야기』. 이다미디어, 2009. 1만 6천원.


보석 혹은 장신구에 대한 인상깊은 이야기는 『파파톨드미』에서 보았지요. 큰 일을 끝낸 나한테 상을 주는 기분으로 구입한 오팔 반지. 저도 그런 의미의 보석이 더 좋습니다.'ㅂ'

(하지만 현실은, 일할 때 방해되고 번거롭고 무겁다며 반지고 팔찌고 목걸이고 다 패스. 하하하하하. 원래 그런 겁니다.)
물론 여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여인입니다. 남성은 딱 두 명, 이탈리아 국왕이었던 움베르토 2세와 투른 운트 탁시스-Thun und Taxis, 투른과 탁시스로 추정-가문의 요하네스 공뿐이로군요.

보석으로 유명했던 여러 명사(여자)들의 보석 컬렉션을 보여주는데, 크게 배우, 귀족, 상류사회로 나누었습니다. 배우에는 오페라 가수도 한 명 들어가는군요. 보고 있노라면 몇몇은 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친듯이 보석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책의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은 책의 모든 보석이 컬러가 아니라는 점. 흑백이기 때문에 에메랄드니, 루비니 설명을 해놓았어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편집상의 문제도 있어서 글에서 설명하는 보석들이 바로 옆에 배치된 것이 아니고 매치가 되지 않아서 보기 어렵더군요. 최근에 너무 친절한 책들만 보아서 그런가 싶습니다. 전공 서적들은 다 주구장창 설명하잖아요. 표 1을 보면~이라든지, 그림 10을 보면~ 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을 줄줄 해놓아도, 보석 세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저는 모릅니다. 허허허;

그래도 눈요기하기에는 굉장히 좋습니다. 그건 보석뿐만은 아닙니다. 보석을 달고 있는 사람도 굉장히 아름답거든요. 물론 아름답다는 것과 취향이다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1장에 등장한 배우들은 얼굴이 그다지 취향에 안 맞더라고요. 게다가 다들 성격도 대단해서 그런지 결혼도 여러 번 하고 마지막에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조금 특이한 사람이 있다면 레나타 테발디 정도? 마리아 칼라스는 알지만 테발디는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선배쯤 되겠더라고요. 그 당시 마리아 칼라스의 팬들이랑 다른 가수 팬이랑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그 사람이 이 사람이더랍니다.

얼굴 취향으로 따지자면 배우들보다는 오히려 귀족집안이나 왕실이 취향입니다.; 말버러 공작부인 글래디스는 조금 얼굴 취향은 아닌데, 맨 앞에 나온 사진을 보고 나서 헉 했습니다. 진짜 예쁘더군요. 사진 검색하다가 마침 관련 정보를 모아 놓은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유럽의 왕족 귀족과 결혼한 미국의 상속녀들 - (29) 글래디스 디컨(링크)을 읽으시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결혼식의 그 사진은 안나오네요.=ㅁ=; 웨딩드레스 입은 다른 사진은 나오는데 아쉽습니다.

움베르토 2세의 딸이, 아버지가 디자인한 티아라를 쓴 걸 보면 확실히 같은 모석이라도 이런 차림이 더 잘 어울리는구나 싶습니다. 전 이런 쪽이 취향인가봅니다. 메리공주나, 알렉산드라 왕비와 그 딸들의 모습도 그렇고요. 치렁치렁 보석을 감은 모습인데도 이게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지금 생각하니 흑백이라 덜 화사하게 보여 그런지도 모릅니다.;

가장 취향인 얼굴과 보석 세트(...)는 데이지 펠로스입니다. 모던의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보석이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미인이더군요. 다만 설명하는 부분에서 조금 이상하던데, 데이지 펠로스의 생애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앞부분에서 "윈스턴 처칠의 사촌인 레기널드 펠로스와 결혼했다"고 하더니 뒤에는 "남편 레기널드 펠로스의 조카 윈스턴 처칠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촌이면 조카일리가 없는데.
일단 윈스턴 처칠의 사촌이라는 부분은 위키에서도 똑같이 나오네요.(링크) 남편인 레기널드 펠로스가 9대 말버러 공작의 조카라는데, 처칠은 7대 공작의 손자입니다. 8대 공작은 7대 공작의 아들로 윈스턴 처칠의 큰 아버지지요. 9대 공작은 그 아들이니, 윈스턴 처칠과는 사촌지간입니다. 만약 레기널드 펠로스가 9대 말보로 공작의 조카라면 윈스턴 처칠의 조카이기도 한 겁니다. 참 헷갈리지요? 찾아보니 펠로스 집안이랑 결혼한 것은 7대 공작의 딸입니다. 즉, 처칠의 고모 로자몬드가 펠로스 집안의 윌리엄 펠로스와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레기날드-전 이 이름을 레지날드라고 보통 부릅니다만...-가 태어납니다. 이 사람이 데이지 펠로스의 두 번째 남편이고요.
정리합니다.
이 책에서는 데이지 펠로스의 남편인 레기널드 펠로스가 1. 윈스턴 처칠의 사촌, 2. 윈스턴 처칠의 아저씨(삼촌뻘), 3. 윈스턴 처칠의 조카로 서로 다르게 나옵니다. 결론은 사촌입니다.-ㅁ-;
(덕분에 이 책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을 쳤...-_- 아무래도 이건 오역이니까요. 이거 찾느라고 위키를 30분 동안 붙들고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보석으로 치자면 20쪽에 나오는 카르티에 제작의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번에 보고 알았는데 카르티에는 다이아몬드 세공을 굉장히 예쁘게 하는군요. 멀 오베론이 소장한 카르티에 작품들은 다 예쁩니다.
폴레트 고다드의 소장품 중에서 옐로 사파이어, 블루 사파이어, 루비로 된 작품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착용하기에는 조금 미묘.
레타나 테발디의 다이아몬드 세공품도 예쁩니다.
하지만 소장을 떠나서, 작품이나 가치로 예쁜가를 따지자면 움베르트 2세의 컬렉션이 좋네요. 이런 건 박물관에 고이 소장해야한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유색보석 중에서 예쁘다며 홀려 있던 것은 데이지 펠로스의 팔찌. 유색 보석을 굉장히 예쁘게 매치했더군요. 하지만 이런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면 ... 면...;
반 클리프 앤 아펠 제품 중에서는 역시 데이지 펠로스의 티빨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착용방식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한 번씩 훑어 보면서 체크했는데, 전 역시 커다란 다이아몬드보다는 자잘하게 세공이 들어간 쪽이 눈에 들어오나봅니다. 하지만 제가 살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그야, 보석은 착용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고 다닐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직업상 반지도 안되고 팔찌도 안되고. 목걸이는 하지만 무거우면 또 부담되고. 브로치 정도가 딱인데 ... 그래서 보는 내내 브로치 계열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릅니다.^^;

재미삼아 한 번쯤 가볍게 볼만 합니다.'ㅂ'


스테파노 파피, 알렉산드라 로즈. 『불멸의 보석: 명사들이 간직해온 부와 사랑의 기억』, 김홍기 옮김. 투플러스북스(미술문화), 2012, 24000원.

반짝이는 것은 좋아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무엇보다 가지고 있을 때의 불안감이 참 크거든요. 보석이든 주얼리든 없는 것은 아닌데, 절대적인 가격을 따지자면 가치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거기에다 둘다 제가 산 것이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떤 만화에서, 큰 업무를 하나 해결한 뒤 오팔 반지 작은 것을 하나 샀다고 하던데 그걸 보고 작은 꿈이 생겼습니다. 저도 그런 반지를 하나 사고 싶다는 꿈 말입니다. 하지만 업무 때문에라도 반지는 낄 수 없으니 머나먼 나라 이야기지요. 반지를 끼면 업무하는데 굉장히 지장이 있거든요. 다치기 쉽습니다.

B님이 추천한 『불멸의 보석』을 찾으러 갔다가, 근처에 있는 서가에서 두 권의 책을 더 뺐습니다. 언제 책 다 보냐 했는데, 책이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내용도 많지 않은데다 사진이 많아 금방 보았습니다. 『다이아몬드, 그 지독한 사람에 빠지다』는 어제 퇴근시간부터 오늘 아침 출근 준비시간까지 동안에 다 훑어 보았고, 『The Jewelry Book』은 방금 전 30분 남짓 동안 다 훑어 보았네요.
정보를 얻는 것을 따지자면 다양한 보석을 다루고 있는 후자가 더 좋지만, 내용이 마음에 드는 걸 따지자면 전자가 조금 더 낫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둘다 마음에 100%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주얼리 관련 책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자는 다이아몬드만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지만 맨 뒤에 실린 영화 속의 보석은 책 분위기랑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 감상기에 가까운 것이 들어 있어서 균형이 안 맞다 싶더라고요. 후자는 읽는 내내 내려 놓고 싶은 걸 참고 보았습니다. 다양한 주얼리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은 좋으나, 그건 전자도 마찬가지고요. 왜 마음에 들지 않았냐 물으시면 미신이라 그렇습니다. 이런 색의 돌이 좋으니, 이런 보석을 가지면 몸에 행운이 온다느니, 몇몇 보석을 써서 화장품을 만들어 바르면 전기적 효과를 얻느니 하는 이야기가 잔뜩 있거든요. 그런 쪽은 질색하는 터라 읽는 내내 고역이었습니다. 그런 미신적인 이야기를 걷어낸 보석학이나 광물학 이야기가 사실 취향에 더 맞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같은 보석 이야기라 하더라도 저는 아예 앤티크나 세공과 관련하여 장신구를 다룬 책이나 여러 보석업체들의 뒷 이야기, 장신구(주얼리)의 역사라든지 세공법, 후일담 등을 읽는 쪽이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광물학의 시점에서 보석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보석이 있으며 이 보석과 저 보석이 차이가 원소의 배열이나 들어간 원소의 차이라든지 등등의 이야기를 읽는 쪽이 좋습니다.

뭐, 사진 구경은 재미있게 했지만 둘다 아쉬움이 남는 책이네요.'ㅅ'


홍지연. 2009. 『다이아몬드, 그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 글로세움패피북스, 1만원
안현주. 2011. 『The Jewelry Book: 보석, 거부할 수 없는 반짝임의 유혹』. 위러브더북(보문당), 13000원.



보석 자체는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에 대해 그렇듯이 내가 하고 있는 것보다는 보는 쪽이 훨씬 좋습니다. 소장의 욕구는 별로 들지 않는군요. 위에서 말한 반지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그 자세한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 넘어갑니다. 뭐, 예전에 카르티에 전시회를 보고 와서 눈이 확 높아져 그런건지도 모르지요.;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사진은 미디어 다음에서 링크했습니다. 전시회 포스터 사진에도 등장하는 목걸이. 실제 보면 에메랄드가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크기가 크다보니 투명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약간의 이물질이 섞인 것이 오히려 예쁘게 보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홈페이지는 여기. http://www.artofcartier.co.kr/


이글루스 밸리에 카르티에 전 감상기가 올라온 것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갈까 말까 하고 있다가, 옆에서 B의 펌프질을 같이 받아 둘이 다녀왔습니다. 오전에는 밀탑, 그 뒤에 덕수궁이라는 일정이었지요. 오후에 사람이 많아서 표 사는 줄도 길다길래 아예 아침에 밀탑 가기 전 잠시 들러서 표까지 사들고 갔습니다.

덕수궁 입장료와 전시회 입장료 합하면 11000원. 어마어마한 비용이지만 티파니도 못(안?)갔는데 카르티에도 놓지면 아깝지 않나라는 생각에 다녀왔습니다. 가격 대 만족도는 그럭저럭. 보석보다 시계가 먼저 들어왔고, 왜 카르티에의 이미지가 나빴는지에 대한 기억도 떠올랐고, 보석들보다 그것을 세공한 기술에 감탄했고, 보석세공 전의 스케치들을 보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1. 왜 카르티에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가?
티파니는 G가 콩 목걸이를 사는 바람에 대강 알고 있었고 오드리 헵번 때문에라도 귀에 익었지만 카르티에는 그리 귀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운동 다니는 길에 카르티에 전시회 관련 현수막(깃발)이 줄줄이 걸려 있어서 하는 것은 알았고, 7월 초까지니까 보러가려면 가능한 빨리 가야했는데 이상하게 동하질 않더군요.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말입니다. 간신히 발동이 걸려 보러 가서 시계들을 보고는 왜 내키지 않았던 건지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으로 듣던 모 강의의 교수는 수업 시간 중에 자기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자기가 공부를 얼마나 잘했는지라든지, 자기 딸이 서울대 다니고 있다라든지 등을 은연중에 드러냈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명품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손목에 걸린 시계를 흔들어 보이면서 "이거 카르티에예요, 카르티에."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카르티에의 이미지는 바닥을 칩니다. 그 때까지 카르티에 시계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보았다 한 들 그게 뭔지 기억도 못했을테지만 그 교수의 말 하나로 저한테 카르티에는 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겁니다. 그 사건이 어제 전시회를 둘러보면서야 기억 나더군요.
둘러보고나서의 이미지는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시계들, 정말 잘 만듭니다.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노라면 심플한 것이 제 취향에도 상당히 맞습니다. 하지만 제 경제상황과 시계의 가격이 절대 맞을리는 없지요.;


2. 티파니와 카르티에
티파니 전시회는 보러 가지 않았지만 B가 다녀온 고로 이모저모 비교 분석을 들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카르티에가 남성적-선이 굵다 하면 티파니는 화려하고 섬세하달까, 그런 느낌의 세공이 많답니다. 카르티에의 목걸이들은 상당수가 검은색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목걸이 하나만 딱 하고 말 이미지라면 티파니는 이것 저것 세트로 해도 무리 없을 이미지입니다. 실제 목걸이들이 대부분이고 귀고리나 반지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티아라나 헤어밴드도 꽤 있더군요.


3. 기억에 남는 것들
보석은 보는 즉시 소거된 건지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몇 없습니다. 허허; 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 세공들은 기억에 남습니다. 2층 전시실에 있었던 중국풍 작품 중에서 여러 케이스들. 자개를 조각해 중국풍 그림을 넣었던 것들과, 봉황 느낌의 새를 그려 넣은 것, 그런 것들이 뇌리에 남네요. 사진으로 미리 보고 갔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1층 4전시실에 있었던 보석 디자인화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섬세하게 그려서 정말 입체적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보이는 그림들 말입니다. 거의 실물 크기인 것은 그 위에 실제 보석을 대보면서 세팅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보석의 광채까지 색으로 표현한 섬세함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스케치화도 화집으로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보석은 하도 많이 봤더니 이거나 저거나 비슷비슷하게 기억이 됩니다. 으하하; 한 번에 너무 많은 보석을 보았나봅니다. 대체적으로 루비는 많이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도 자수정과 비슷하게 보일 정도로 색이 푸른빛이 돕니다. 자수정도 그리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고요. 저를 충동질했던 알바트로스K님의 포스팅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요. 에메랄드나 사파이어가 주조를 이룬다고요.


어쨌건, 보석은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ㅂ' 그 이상은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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