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간식에 대한 기억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찐빵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의 기억으로 추측합니다. 왜냐면 거기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살았던 곳이거든요. 대략 5-6세 즈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때 먹었던 간식은 찐빵입니다. 지금 찐빵이라고 하면 호빵이나 안흥찐빵처럼 동그랗고 매끈한 하얀 빵 속에 팥앙금이 들어가 있는 것을 떠올리실텐데, 그게 아니라 쪄서 만든 빵이라 찐빵인 겁니다. 종종 건강한 제과제빵을 하자는 내용의 요리책에 소개되지요. 우유찐빵이나 그 비슷한 이름으로, 컵케이크 비슷하게 만든겁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 작은 틀이 있나요. 그런게 없으니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양철로 된 동그란 틀에다가 반죽을 부어 찜통에 넣고 쪘습니다. 아마 밀가루, 물, 베이킹파우더, 설탕이 들어가고 거기에 달달하게 삶은 강낭콩과 팥이 들어갑니다. 팥과 콩은 그 당시에는 잘 먹지 않았지만 찐빵에 들어가는 거라면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억 나는 것이 카스텔라. 이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망가져서 버리고 없지만, 오븐 비슷하게 나온 전열기를 구입한게 카스텔라 만들기의 시작이었지요. 뚜껑과 바닥 모두에 열선이 들어가 있는데다 내부가 코팅이 되어 있어, 거기에 카스텔라 반죽을 넣고 뚜껑을 덮으면 됩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거품을 제대로 내지 못해 떡이지기도 했지만 1년쯤 지난 뒤에는 아주 훌륭한 카스테라가 나왔습니다. 물론 지금 떠올리면 카스텔라라고 하기 보다는 계란빵에 가까운 맛입니다. 한 판 구울 때마다 달걀 6개, 전지분유 한 컵, 밀가루 한 컵, 설탕 한 컵 ... 인가, 하여간 그런 분량으로 재료가 들어갔지요. 집안 식구들이 다들 환영하는 간식이었지만 생각보다 자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만들면 최소 4번은 구워야 하는데 흰자 거품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이라면야 저나 G가 나서서 거품을 내겠지만 초등학교 때는 어림도 없었지요. 그러니 어머니 혼자 흰자 거품을 올리다가는 한동안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하시는 겁니다.


제과제빵에는 상당히 관심이 있었지만 계속 지방에만 살았던 것도 있고, 이사를 자주 다닌 것도 있고 해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쨌건 지금이야 내공(...)이 쌓여 이러니 저러니 하지만...;


버터와 팔 힘이라고 제목을 달아 놓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앞서 올린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리뷰에서 버터 크림화에 대해 조금 설명할 필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버터가 들어가는 레시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만드는 것이 번거로우니까요. 티라미수 만드는 것도 마스카포네 치즈랑 생크림 때문에 설거지가 번거로우니 귀찮다고 생각하는 판에 버터가 들어가는 것들은 손도 더 많이 갑니다. 크림화라는 것 말입니다.
파운드케이크나 사브레 등의 쿠키를 만들 때는 버터를 크림상태로 만들어주는 과정이 들어갑니다. 스콘이나 미국식 비스킷은 냉동 혹은 아주 차가운 버터를 넣고 밀가루와 비비거나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돌려서 모래알 같은 가루를 만듭니다. 이건 차가운 버터 그대로를 유지하지요. 하지만 파운드케이크나 사브레, 그 비슷한 종류의 쿠키들은 실온(상온)에 둔 버터를 마구 휘저어서 공기를 넣어, 크림처럼 만듭니다. 여기에 설탕까지 넣어서 뽀얀색-보통은 상아색, 아이보리색-의 크림이 된 버터를 만들려면 엄청나게 휘저어야 합니다. 그러니 키친에이드 같은 스탠드 믹서가 필요한 거죠. 물론 옛날 옛적에는 다 손으로 휘저었겠지만 제게는 지금 그런 근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과제빵책을 봐도, 레시피에 버터 크림화 과정이 있으면 무조건 피합니다. 읽기는 하되, '아, 이것은 내가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아냐'라고 넘어가는 겁니다. 그러니 레이크 에덴 레시피를 많이 챙겨둔 것도 당연합니다. 여기는 거의 버터를 녹여 씁니다. 쿠키를 만들어도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 버터를 녹입니다. 크림상태로 만들 필요가 없으니 마음에 든거죠.-ㅁ-; 거기에 믹서를 쓰지 않고 손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언급도 종종 등장합니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의 과일케이크 만드는 법에서, 세워 쓰는 믹서나 손 반죽기를 써서 버터를 하얗고 부드럽게 한다는 대목이 나왔을 때, 저는 손 반죽기가 거품기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기계없이 사람의 힘만으로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손 반죽기가 핸드 믹서의 번역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기계의 힘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케이크'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고...-_-;
원문을 봐야 어떤 것이 맞는지 알겠지만 말입니다.

재료비율을 봤을 때 과일을 듬뿍 넣은 파운드 케이크라는 건데, 그럴 거면 제 나름의 파운드 케이크를 나~중에, 언~젠가 만들어 봐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절인 과일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린 과일부터 잘 구해봐야겠네요. 럼주야 코스트코에서 바카디(...)를 구해오면 되고 말입니다.




그 전에 파운드 케이크 틀이 들어갈만한 오븐과 파운드 케이크를 사야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군요.-ㅁ-; 어차피 절인 과일을 만들고 1년은 놔두어야 할테고, 언제 과일을 절이게 될지도 알 수 없으니 그정도야...;

제 일기장 전용 볼펜인 파커볼펜이 슬슬 심을 갈아줘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 심 사러 교보에 다녀와야지요. 교보 핫트랙 할인 받으면 5%인데 심이 얼마나 할지 걱정입니다. 6천원 넘으려나요. 가끔은 일기장 전용 볼펜을 둔다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지만-게다가 만년필 쪽이 싸게 먹힙니다;-물에 지워지지 않는 유성잉크계통 중에서 가장 편하게 쓰는 것이 볼펜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필기감은 연필이 더 놓지만 정착액 뿌려가며까지 쓰고 싶진 않고요. 쓰는 와중에 흑연이 번지는 것도 내키지 않습니다.

나이젤라의 레시피를 보고 계속 만들까 말까 고민만 반복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방산시장에 갈까 말까도 계속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교보에 볼펜심 사러 가려 했더니만 대규모 집회가 있을 모양이라 마음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방산으로 갈 예정입니다. 어디까지 예정이니 일정 변경은 가능합니다.
초콜릿 가격을 사전에 알아보고 가려고 이지베이킹에 들어가 검색했더니 여긴 제가 쓰는 초콜릿이 없군요. 대신 앵커 버터가 한 팩(450g 가량)에 5500원이라는 무서운 정보를 접했습니다. 제과제빵하는 사람들에게는 피말리는 일이군요. 이제 버터가 아닌 오일(액상)을 쓰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GMO 옥수수 때문에 관련된 음식은 다 피하자고 생각했더니만 이런 저런 들려오는 정보들이 별 문제 없다는 쪽이 많군요. 먹고 싶은 마음에 귀가 솔깃한데, 아는 분이 그러십니다. "난 그냥 먹고 말래." 죽든 말든 일단 먹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거기에 관련 음식을 모두 다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러려면 정말 시골에 땅 사서 거기에 작물을 길러 그것만 먹어야 합니다. 슈퍼마켓에 들어가도 먹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전분과 과당을 빼고 GMO 옥수수사료를 먹은 소의 우유도 빼면 아무것도 안남을겁니다. 허허허....
그래도 미국산 쇠고기는 좀. 미국에서 쇠고기 먹는 것은 별 생각 없이 잘 먹겠지만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먹으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예요. 한국에서 유통될 쇠고기가 더 미덥지 않아서 그런겁니다. 역시 심정적인 문제. 모르고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알며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토요일에는 간만에 뒹굴거리고 싶었는데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남대문 숭례문 수입상가쪽에 사보이아르디-레이디핑거가 있는지 확인하러 가보려고요. 기대는 전혀 하지 않고 어제 레이디핑거로 검색하다가 웹쪽에서 레이디핑거 파는 곳을 찾았는데, 운비 포함하면 1만원입니다. 7천원 정도하니 오프에서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가는 김에 마음에 드는 에소나 더블 에소잔이 있으면 지를지도요? 물론 지갑에 돈을 안챙겨가는 방법을 쓰긴 할겁니다. 훗훗.

최근 책 포스팅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책을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글을 안 쓰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몰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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