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소요시간만 따지면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홍대보다도 가깝습니다. 하지만 한강이라는 심리적장벽은 무시 못합니다. 한강만 건너면 그리 멀지 않은데, 그리고 역에서 걸어가는 거리는 평소 홍대 돌아다니는 거리는 생각하면 가까운 편인데도 말입니다. 뭐, 신사역에서 내리든 압구정에서 내리든 관계없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거리는 맞아요.

그래서 가로수길은 옛날 옛적에 친구들하고 한 번 가보고는 그 뒤에 안 갔는데, 요즘에는 BC님과 만나면서 자주 가게됩니다. 다음번에는 서촌으로 가자고 한 번 꼬셔(!) 볼까요.-ㅠ-


신세계 강남점에서 한탕하고는 지하철을 이용해 가로수길에 갑니다. 블룸앤구떼가 새로 자리를 잡았다는데 위치를 몰라 아이폰으로 검색해 일단 전화를 걸었습니다. 검색하는대로 나온 그곳이 맞더군요. 골목 안쪽에 자리를 잡아 주의깊게 살펴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치가 골목 안쪽으로 있지요? 굉장히 아늑한 분위기더군요.
꽃집이면서 브런치를 시작한 곳이라던데 이제는 꽃집이라기보다는 브런치 음식점 같습니다. 가격대는 1만원을 살포시 넘는데, 그래도 나온 음식들을 보니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이한 브런치가 많습니다.-ㅠ-




전체 사진.
태공 바로 옆에 있는 것이 하무스(병아리콩페이스트) 미트볼이고, 왼쪽에 보이는 것이 라자냐, 맨 위는 굴라쉬(구야쉬)입니다.




기본적인 브런치 메뉴-그러니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나 컨티넨탈 브렉퍼스트 같은 메뉴도 있지만 이런 특이한 메뉴가 있더라고요. 하무스는 이번에 처음 보았고 처음 먹었습니다. 게다가 미트볼. 고기고기를 외치는 제게는 딱입니다. 병아리콩도 콩이니 단백질 충만하다고 우겨봅니다.
하무스는 딱 예상한 정도의 맛이네요. 콩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질색하겠지만 살짝 고소하면서도 콩비린내 같은 건 없고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미트볼 쪼개서 하무스랑 같이 먹으면, 토마토 소스랑 하무스랑 고기랑 잘 어울리는 것이 참 맛있습니다.-ㅠ- 그리고 그걸 빵에 얹어 먹으면 더 맛있지요. 훗훗훗.




라자냐도 괜찮습니다. 살짝 더 익었나 싶었는데 저야 푹 익은 것을 좋아하니까요. 치즈에 라자냐에 라구 소스의 조합인데 뭔들 안 맛있을까요.-ㅠ-
이쪽은 라자냐 때문인지 빵이 같이 나오진 않더군요.




이쪽은 굴라쉬입니다. 헝가리의 스튜 비슷한 국 말입니다. 아니, 저도 이걸 뭐라 불러야 할지 애매한데, 토마토를 넣은 스튜? 하여간 홍대쪽에 굴라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놀이터 근처에 있다던데 못가봤습니다. 그런고로 굴라쉬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군요. 이것도 맛없을리 없잖아요.-ㅠ- 스튜에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워내고, 거기에 빵을 찍어먹으면 ...-ㅠ-


한 분이 계산하고 나중에 나누어 냈는데 대략 1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음료는 다들 안 시켰습니다. 다음 코스가 카페였던지라, 여기서 시킬 필요가 없었거든요. 어떤 건 가격이 1만원 아래였는데 또 어떤 건 1만원이 넘었고. 평균 가격만 기억하지 개별 가격은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브런치가 있으니 다음에 한 번 더 찾아가보고 싶네요. 그 전에 하무스 만드는 것부터 도전해보고 싶지만, 과연 언제쯤..?;
(부제: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그러니까 엊그제, 조나단님 이글루에서 고기를 듬뿍 써서 고기 파티(신심깊은 저녁식사)를 벌인 걸 보고는 홀딱 넘어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칠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였지요. 이거다 싶어서 G를 꼬셔 코스트코에 가서 이것 저것 살 때 고기를 들고 왔습니다. 다진 고기 1.2kg에 17000원 정도였습니다. 팩마다 조금씩 가격이 달라서 제일 가격 낮은 걸로 골랐지요.-ㅁ-; 근데 사고 보니 분량이 꽤 많아서, 돼지고기를 섞지 않고 쇠고기만으로도 충분히 만들겠더군요. 하지만 결론은 ...(먼산)

금요일 저녁 때부터 칠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 사진은 안 찍었고 최종 완성물도 저만 먹을 수 있는 것이 나왔습니다. 참조한 요리책은 『차유진의 테스트키친』. 문제는 뭐였냐면, 미리 재료를 다 계량하라는 것을 밀가루 계량해두는 걸 잊어서 밀가루를 안 넣었고, 칠리 대신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다는 걸 빼먹었다는 거죠. 끄응. 제멋대로 요리하기의 함정이 발동한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니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지요. 그래도 저는 먹을 수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G는 먹으면서 고기냄새가 심하다고 투덜대더군요. 게다가 고기가 뻑뻑하다고요.




고기가 뻑뻑하고 퍽퍽한 것은 재료의 문제도 있습니다. 쇠고기만 넣어 만들었더니 양파가 아삭하게 씹히는 맛도 없고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촉촉한 맛도 없고. 뭐, 저야 고기를 좋아하니 이런 단단한 고기맛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맛있다고 대접할 맛은 아닙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칠리 만들고 남은 고기를 몽창 써서 미트볼이랑 고기완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릇에 고기를 담고 그냥 주물럭 거리다가 끈적해지면 동그랗게 빚습니다.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더군요. TV를 보면서 대강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이걸 프라이팬에 굽고, 갈색이 났을 때 꺼내서, 프라이팬에 토마토 통조림 한 캔을 넣고 끓입니다. 토마토가 적당히 졸아들면 고기를 넣고 끓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제 만들었던 칠리를 통째로 쏟아붓고 또 끓입니다.




고기 만세! (...)



주말 동안 감기랑 마법으로 인한 체력 저하는 고기 덕분에 그냥 저냥 버틸 수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운동하면서 역시 체력인지 기력인지가 떨어진 것 같다고 투덜댔지...ㄱ- 남은 고기로 열심히 보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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