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의 책. 덮고 나면 그 생각이 먼저 듭니다. =ㅁ= 그럼에도 미미여사고, 그럼에도 북스피어고, 그럼에도 미야베월드 2막이라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보니 참 좋은데 뒤끝만 좀..;ㅂ;



미야베월드가 항상 희망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딴집』은 한 번만 읽고 포기한 게 그래서였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 『맏물 이야기』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흑백』이나 『안주』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유미노스케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고 나면 허탈함에 늘어지거든요.

『신이 없는 달』은 『맏물 이야기』처럼 각 절기에 맞춘 12달의 이야기를 읽고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꿈과 희망이 안 보였습니다. 희망이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읽은 G가 비녀 이야기를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꼽았습니다. 읽기 전 각오는 했는데 저는 오히려 표제작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표제작은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잔잔한데 읽다보면 그 장면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짧은 단막극. 아니, 30분짜리 영상으로도 좋습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 오픈 엔딩. ... ...;ㅂ; 으어어어어.;ㅂ; 하지만 뒷 이야기는 정말로 적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표제작은 직전에 나온 『맏물 이야기』와 이어지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런 건데 확신은 안섭니다. 다시 한 번 찾아 읽어야겠네요.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에도시리즈의 단편들은 대개 사건을 풀어 놓고 그게 원한에 의한 괴의건 아니건 간에 실마리를 찾아 가는 고전 추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신이 없는 달」이나 「종이 눈보라」는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벗겨 나갑니다. 그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영화 용어로도 있을 것인데, 손끝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페이드아웃 시켜 전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두 사람의 대화와 오버랩 시키는 것 같은. 그것이 「신이 없는 달」의 기법(작법)이라고 하면 「종이 눈보라」는 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면서 번갈아 가며 그 사람이 겪은 일, 겪어온 일을 차례로 풀어 마지막에 한 번에 어떤 사건인지를 보여줍니다. 그 사람이 어떤 짓을 벌인 것인지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와 거의 동시에, 맨 마지막에 풀립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단막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보면 이건 결말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소설 속의 다양한 작법을 시험한 이야기 모음으로 보아도 좋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결말은 씁쓸하지만 원래 인생이란게 그러니까요. 곰씹어 보면 달콤한 것과 쓴 것이 번갈아 오지만 그 때 그 때의 상태에 따라 어느 쪽의 맛이 강했는지 결정되지요. 대체적으로 이 책은 쓴맛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지요......



미야베 미유키. 『신이 없는 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4000원.


왜 늦었냐고 묻는 건 출간 시기의 문제입니다. 읽으면서 살짝 위화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결말부까지 다 보고 마지막의 해설을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 초기 소설에 해당하는데 왜 뒤늦게, 최근에서야 출간이 되었는가?" 궁금해지더군요.

아마도 미미여사의 초기 소설은 거의가 북스피어에서 출간되었으니 출간 계약이 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음, 솔직히 북스피어에서 나온 다른 책들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해설에서 같이 언급되는 소설들이 『마술은 속삭인다』와 『쓸쓸한 사냥꾼』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과 같은 구에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에도 시리즈도 전부 이 주변이 배경이지요. 고토구와 후카가와 지역, 시타마치라고 부르는 에도시대의 서민거주지.



주인공인 준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를 옵니다. 이사한 곳은 아버지가 자란 지역의 근처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직장과도 머지 않은 곳입니다. 아버지는 수사1과 소속의 형사입니다. 일본의 경찰 조직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제가 한국의 경찰 조직 체계를 잘 몰라 확신은 못합니다. 하여간 일본의 경찰 조직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군대와 비슷합니다. 사병을 제외한다면 크게 부사관과 사관으로 나뉘는데 일본 역시 지역 밀착형의 순경과 엘리트 코스에 가까운 경시청쪽으로 구조가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형사로 승진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위에 올라가면 또 관리자로서의 일이 있으니까요. 음, 이런 구조,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하여간 준의 아버지는 경시청쪽 형사에 해당합니다. 소설 속의 사건이 터졌을 때도 관할서의 경찰과 짝을 이루어 같이 움직입니다. 관할서의 경찰로 형사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 가가형사겠지요. 가가는 『신참자』에서 이미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낮지만 실력 있고 능력 있으면서 서포트도 잘하는 유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준의 아버지도 이미 경력이 상당하다보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이란 것과 함께 행동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그 감으로 파트너를 고른게 하야미 슌입니다. 아, 뭔가 이름이 익숙해...?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강변에서 비닐봉지가 발견됩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노코멘트. 『모방범』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실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준네 집의 우편함에 이상한 우편물이 날아듭니다. 범행 성명이 나오고, 수수께끼가 나오고. 그 와중에 준네 마을에 있는 어느 저택의 은둔형 괴팍한 노인이 휘말립니다. 거기에 도쿄 대공습 이야기가 얽히며 다시 마을에 퍼진 이상한 소문까지 연게됩니다.

사건 앞부분에 등장한 여러 실마리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준도 아버지를 도와 친구와 함께 몇 가지를 조사합니다. 그 와중에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야,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그러고 보니 『퍼펙트 블루』도 함께 언급된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 꽤 뒷맛이 씁쓸해서 한동안 야구 소재 소설은 안 보게 한 원흉입니다만.



읽는 맛은 상당합니다. 어제 퇴근길에 차안에서 읽기 시작해서는 336쪽의 책을 단번에 읽어 내렸으니까요. 읽고 나서 예의 그 코드가 또 등장하는 덕에 좌절했지만, 짐작은 했던 부분이라 괜찮습니다. 미미여사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하니까요. 그쪽 범죄보다 다른 범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니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는 거죠.



결론은 애들입니다.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지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를 아주 조금 내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주류 판매 문제를 생각하면 또 다릅니다. 끄응. 솔직히 머리는 크지만 사회에 뛰어드는 시기는 예전보다 늦어졌으니 성인이 되는 시기가 빠른 편이 나은가 늦은 편이 나은가 골치 아프네요. 게다가 술에 취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더 강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이 어린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며 선처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회의가 들더군요. 일본에서는 이런 쪽의 연구가 많은 모양인데 몇몇 르포르타주나 소설을 보고 나면 허탈합니다. 그렇게 면책된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사회에 편입되는 걸까요. 아니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틀어 막고 비뚤어진 그대로 사회에 나가도록 돕는 것인가요.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결말이 그리 깨끗하진 않고 입맛이 쓰니까 감안하고 보세요. 흡입력은 상당히 좋으나 그게 오히려 독이 되는 느낌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형사의 아이』, 권영주 옮김. 박하, 2015, 12000원.



오오. 책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군요. 이 두께에 이 정도 분량이면 대개 1.5만 정도 가격을 매기게 마련인데..=ㅁ=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도시리즈, 미야베월드 제2막도 상당히 권 수가 많습니다. 이미 열 권은 가뿐히 돌파 했다 생각하는데 그 두 번째 소설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혀 정보 모르고 샀다가 읽고서야 알았지요. 등장인물이 모시치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혼조 후카가와, 에도 시대의 시타마치-즉 서민마을을 배경으로, 괴이와 뒤섞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혼조 후카가와에 있는 7가지 불가사의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걸 해결하는 것이 모시치입니다. 모시치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에도시대의 경찰 혹은 치안 조직을 설명해야하니 패스.;

재미있는 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맏물 이야기』를 NHK에서 『모시치의 사건부』라는 드라마로 제작했다는 겁니다. 전자는 괴이 계통, 후자는 먹방 계통이니. 하하하하하... 드라마 소재로는 참 좋군요.



모시치는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중에서도 상당히 좋아하는 인물이라 뒷 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편이 모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답니다. 그 이야기는 책 뒷면의 편집자주에 실려 있고요. 연재되던 잡지가 폐간되어서 분량이 부족했던 걸, 다른 곳에 실린 소설 두 편이 추가되어 함해 『맏물 이야기』가 되었다는 겁니다. 원제는 『初ものがたり』랍니다. 번역 제목도 적절하네요.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소설이라길래 미미여사 소설이 그럴까 싶었습니다. .. 그러더군요. 먹는 이야기,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요리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요. 하기야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등장하는 시리즈에서도 음식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부라거나,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라거나. 그러고 보면 뱃놀이할 때도 도시락 이야기 자주 나왔지요. 흑백 시리즈에도 대접하는 다과가 등장한다거나.

이번 이야기는 모시치가 머리를 식히면서 실마리를 얻는 곧이 유부초밥 노점이라 더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첫 편에서 순뭇국이랑 된장국 만드는 법 나오는 걸 보면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공복에 보면 군침이 마구 돕니다. 그러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목이 맏물인 것은 서점의 도서 소개에도 나오듯 제철음식 중에서도 처음 나오는 것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딸기도 제철이 1-2월로 바뀔 정도로 희한하게 돌아가지만 이 때는 그런 극성이 덜했으니까요. 그야말로 밭에서 키운 것 중 절기와 시기에 맞춰 맨 처음 나오는 식재료를 꺼내 그 맛을 십분 살려 만드는 그런 음식들이 나옵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게 또 집에서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든다는게..=ㅁ= 뭐, 실제로는 무리죠.



하여간 더 긴 연재를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 궁금한 것 중 몇 가지는 끝까지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나옵니다. 게다가 실린 단편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이란 걸 생각하면 뒷권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읽고 나니 도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읽고 싶습니다. 두 권을 나란히 가져다가 차근차근 씹어 읽어야겠네요.:)



미야베 미유키. 『맏물 이야기』, 김소연 옮김. 2015, 14000원.


지난번에 '아직도 못 읽었다'며 올렸던 사진에서 아직 못 읽은 두 권 중 한 권은 이거였습니다. 다른 한 권은 천지명찰. 하하하.; 언제 읽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관련 기사: 미야베 미유키 판권 두고, 김영사의 두 얼굴? (한겨레)

관련 글: 한국 출판 시장서 '정의'란 무엇인가(북스피어 블로그)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미야베월드 제2막 시리즈는 거의 대부분 구입했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아 구입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이후 집에 둘 공간이 없어 방출하더라도 꼭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이전에 몇 권은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물은 굉장히 좋아하고 또 언젠가 큰 집으로 옮긴다면, 그래서 공간이 더 넓어지면 다시 한 권씩 모아 죽 꽂아 놓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출판사도 꽤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다나카 요시키의 일곱도시 이야기를 비롯해, 제 블로그에 있는 여러 책들의 출판사가 저 곳이니까요. 하지만 저런 가로채기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외치던 출판사의 자회사가 정의를 외면하고 있군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입니까.


정의를 위하여, 출판사를 용서하지 않으렵니다.=ㅅ= 그런 고로 이 책은 한국에 출간되어도 구입하지 않을 겁니다.

정 읽고 싶다면 차라리 원서를 보겠습니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그러니까 『흑백』, 『안주』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구입은 나오고서 바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달에 했지요. 구입하려 했더니만 그 달의 구입 금액을 초과하는 바람에 꾹꾹 눌러 참고 다음달이 되어 교보 플래티넘 쿠폰이 나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교보 플래티넘 기준에 맞추는 건 참 어렵습니다. 초과하지 않게 배분해야하니까요.
(그러니까 채우는 것이 어려운게 아니라 너무 넘지 않게 달마다 구입 금액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_-)


미시마야 변조괴담, 3권에서는 그래도 진도를 나갈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거죠. 읽고 나서 다시 앞의 책들을 빌려다 보았는데, 앞의 두 권에서는 그 가게 작은 주인님이랑 잘 이어질 것 같더니, 다시 새로 등장한 선생님이랑도 분위기가 묘하고, 이번 권에서도 선생님이랑 분위기가 좋더니만 딱 한 편에서만 그러고 도로 묵입니다. 허허허허허. 아무래도 미미여사가 오치카를 시집보내기 싫은가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3권 내내 분위기만 잡다-속된말로 썸만 타다-말리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


표제작인 피리술사는 상당히 무시무시합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앞에 실린 「우는 아기」인데, 후자는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으니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ㄱ-; 하지만 죄짓고는 못산다는 아주 무서운 교훈을 남기니까요.


미시마야 이야기도 그렇고, 미미여사의 다른 에도 시리즈도 보면 정말 괴담인 것과 괴담인 척 하는 것이 뒤섞이는데 차라리 괴담인 쪽이 마음 편합니다. 괴담이 아닌 쪽은 뒷 맛이 쓰더라고요. 아니, 「안주」는 괴담임에도 눈물 쏟았지만...;ㅂ; 어느 쪽이건 간에 마음 깊숙히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피리술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4, 14800원.


번역자는 일단 믿고 보는 이규원씨. 그런 의미에서 북스피어의 책을 살 때는 역자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에도 시리즈를 주로 구입하지만 누가 번역하건 다 괜찮았으니까요.


미미여사의 에도 방랑기라고 대강 줄여서 부르긴 합니다. 지난 도쿄 여행 목적 중 하나가 이 에도 산책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겁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이 나온 것은 90년대 중반입니다. 첫 기획이 94년이고 마지막이 97년입니다. 95년 12월의 황거 편을 보면 미미여사가 서른 다섯이라는데 지금 계산이 안됩니다. 그 당시 저는 뭘 하고 있었지요?; 미미여사가 데뷔하여 열심히 소설 쓰고 있을 그 당시 저는 일본문화를 막 접하기 시작...(거기까지)


하여간 이 기획은 1년에 두 번 나오는 모 잡지의 기획기사였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주신구라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이 특집의 방향은 에도 기행으로 바뀝니다. 첫 번째 발걸음을 어디로 딛느냐에 따라 방향이 휙휙 바뀌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이게 "에도 시대의 먹거리를 간접 체험하기"라든지로 갔다면 아마 여러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관광하는..(거기까지)
흠흠. 하여간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1년에 두 번, 혹한과 혹서에 맞춰 돌아오는 이 꼭지는 에도 산책이란 주제를 달았습니다. 첫 글이 혹한을 뚫고 주신구라의 충신들이 어떤 길로 칼질(..)을 하러 갔다가 돌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후세인들은 막판에 다들 체력과 추위와 배고픔(!) 등에 문명의 이기-택시-를 사용한 모양이더군요. 도쿄의 폭서를 뚫고 걷기는 아마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언젠가 8월에 아키하바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늘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조금 편한 걸로 가자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리돌리기 코스를 갑니다. 죄인이 사형당하기 전, 일반 시민에게 경고 비슷한 것을 주기 위해 한 바퀴 돌리면서 구경시키는 것이 조리돌리기입니다. 그 코스를 따라 이번에도 걷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서가 아니라 혹한입니다. 포근한 겨울이라 안심했는데 걷는 그 당일에는 갑자기 맹 추위가 몰려옵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군요.

이렇게 두 번 도쿄를 걷고 나면 그 다음엔 휴양을 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핑계를 대며(!) 간 곳이 하코네. 독부 미유키가 에도를 탈출해 하코네에 갔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유람을 한.. 것만은 아니군요. 옛 길을 따라 걷는 장면도 나옵니다. 역시 취재를 하다보면 유람만 하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네 번째 편이, 이번에 제가 따라서 다녀온 황거 한 바퀴입니다. 저는 굉장히 간략화해서 한 바퀴만 돌고 끝났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주변의 공원이나 정원도 함께 다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에도 산책은 죽 이어집니다. 막판에는 현재 리조트로 이용되고 있다는 유배지도 소개되고요. 그러고 보니 제주도도 지금은 관광지에 휴양지지만 예전에는 유배지였지요? 귀양을 간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미여사의 수필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2권으로 나왔는데, 한국에 소개되기로는 아마 첫 수필일거예요. 거의 소설만 소개되었으니까요. 번역 문체가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소근소근, 조근조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신다면 아마도 하나 쯤 정복(!)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니 여행 전에 읽다가는 코스가 늘어날 위험이 있어 독서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5000원.


사실 제일 걷고 싶은 것은 후카가와의 7대 불가사의였습니다.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첫 책이 이것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외딴집』은 그보다 뒤에 읽었다고 기억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그 때문에 더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문제는 후카가와를 그냥 한 두 시간만 돌아보고 나올 수 없었다는 겁니다.ㅠ_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후카가와 7대 불가사의를 돌고, 호쿠사이사보에 가서 잠시 쉬어가고 싶네요.
이 이야기는 출판사 북스피어 블로그인 위풍당당 북스피어의 의기양양 편집부에서 시작됩니다. 미미여사로 통칭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웬만해서는 전부 구입해서 보는데, 마침 미미여사의 에도 여행기가 나온다지 뭡니까. 당장에 구입하리 생각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이런 이벤트를 하더군요.

마감을 어긴 대역죄인, 5대 출판사를 조리돌려 죗값을 치르게하라.(링크)

오오오오오, 재미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덕 순례여행(...)도 하는 판인데 아예 코스까지 자세하게 일러준 이런 여행기를 안 따라갈 수 없지요. 일단 책을 보고 그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책을 구입합니다. 한 장씩 야금야금 읽어가면서 어떤 것을 하나 고민했지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았거든요. 원래 딱 하나의 목적으로 2박 2일에 가까운 2박 3일 여행을 가는지라 시간 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쿄 내에서 돌 수 있는 것 중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은 걸 고르니 후카가와 주변의 7대 불가사의도 괜찮은데, 여길 가면 무사히 하루 혹은 반나절 만에 일정을 끝내고 나올 자신이 없더랍니다. 이전에 그 근방의 호쿠사이사보라는 찻집에 갔던 걸 떠올려보면, 은근 취향인 장소가 많아서 홀라당 넘어갈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근처에 스카이트리도 있을 테고.
고민하다가 암전히 포기하고 황거 한 바퀴 돌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장에서는 하룻동안 천천히 돌지만 저는 이미 정보를 듣고 알고 있었습니다. 황거 한 바퀴가 딱 5km라고요. 이번 여행의 빌미(...)를 제공한 모님께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여기를 조깅하는 사람도 많다나요.

5km면 길지 않습니다. 물론 체육관의 런닝머신 속도이긴 해도, 최대 속도로 놓으면 6.2km는 훨씬 넘습니다. 그 정도 속도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도 두 시간은 안 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이런 얄팍한 생각으로 여행 둘째날은 황거 한 바퀴를 돌기로 합니다.

다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니 기왕이면 새벽에 돌자고 생각합니다. 숙소에서 6시 반에 나와 도쿄역으로 이동해 보니 어디거 어딘지 헷갈리는군요. 아이패드로 구글맵을 찍어 위치를 고민하며 움직입니다. 여행 가기 전에 미리 표를 만들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하는 장소를 적어온 보람이 있습니다. 출발지가 교통회관이었네요. 근데 여기는 도쿄역에서 움직여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하하.



行幸길이라는 곳을 따라 황거앞 공원을 찾아 나오니 이런 해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시면 오른쪽 어드메에 백조 두 마리가 있을 겁니다. 이 백조가 설마하니 『에도여행기』에 나오는 그 백조는 아닐 테고요. 손자의 손자의 손자쯤으로 해둡니다. 그게 이미 20년 가까이 전의 글이잖아요.(헉!)

그러고 보니 황거 한 바퀴를 선택한 이야기가 여러가지 있었지요. 거리가 얼마쯤 되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는 것. 시작과 끝이 확실하다는 것, 길을 찾기 쉽다는 것. 그리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간인데다가 황거는 단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것. 일본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황거는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성은 들어간 적이 전혀 없군요. 이야아. 여행 취향이 이런 곳에서 들통납니다.


하여간 고개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은 저 분위기 때문입니다.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은 높은 빌딩, 해자 건너편은 숲. 그런 극과 극의 모습이 참 신기하더군요.




해자 건너편의 높은 건물들.




그 길 건너편.




그 사이의 길. 저 길을 따라 가면 도쿄역입니다.


음, 사진만 봐서는 방향이 조금 헷갈리지요? 하여간 해자를 따라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갑니다. 시작점은 교통회관, 그리고 그 앞의 바바사키몬입니다. 찾으러 가야지요.
해자를 오른쪽에 두고 내려가니 얼마 안있어 바바사키몬이 보입니다. 구글맵으로 몇 번 확인하니 이 건물이 교통회관이로군요.




...
아마 맞을 겁니다...?;

시간이 이르기도 하고 어차피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으니 출발점을 찾아봅니다.(사진 찍은 시각이 오전 7시 9분.)




오오. 이런 주변 지도가 있군요. 이런 거리 지도가 군데 군데 있어 좋았습니다. 초반에 길이 헷갈릴 때도 이걸 보고 방향을 잡았지요.




지도를 찍고 보니 바로 오른편에 이런 기둥이 있습니다. 바바사키몬. 으흑. 한자를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각 문마다 이렇게 푯말이 있습니다. 근데 『에도여행기』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지요. 보니까 그 이후에 나중에 치요다구에서 조성한 모양입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설명하지요.




화살표를 보면 니쥬바시는 왼쪽이랍니다. 제가 나온 역이 니쥬바시마에역이었던가요. 음, 헷갈립니다.
하여간 이 안쪽에 니쥬바시가 있고 그 부근이 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개 종류가 다 달라요. B님은 아마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후후후훗.




여기서는 잘 안 보이는군요. 이거 아침 노을입니다. 저녁 노을이 아니예요.ㅠ_ㅠ
앞쪽에 보이는 흰색 다리와 뒤에 보이는 회색 다리가 겹쳐 보여서 이중다리라고 『에도여행기』에 나옵니다. 근데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지요.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초반에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찍어댑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뭔지 알게 뭔가요. 건물 이름이 꼭대기에 크게 박힌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눈 앞의 건물은 확실히 이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팔래스 호텔. 통조림(!)으로 유명한 호텔입니다.
...
진짜로 그렇게 믿으시면 안됩니다.
작가를 객실에 가둬 원고를 토해내게 만드는 무서운 호텔이라는군요. ... 진짜 믿으시는 건 아니지요?



메모한 것을 보면 그 전에 사카시타몬과 이시오토시를 보았어야 했는데 못챙겼네요. 하하하.;; 시작점에서 조금 많이 헤매서 그렇습니다.(먼산)




책에도 나옵니다. 이 부근의 해자는 높이 차이가 2미터 남짓이라고요. 확실히 가깝게 보입니다. 그럼 깊은 곳은 얼마나 깊기에 그런 말이 나오나 했는데, 깊은 곳은 마치 어디 산골짝 계곡 같은 느낌입니다.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오테몬.
기쿄보리해자도 빼먹은 셈인데, 해자이름은 안나왔더군요. 각 문의 이름만 적어 놓았나봅니다. 걷는데 바빠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문을 잡고 있는 여자분이 보이지요. 들어가시더랍니다. 그 뒤에도 중년과 청년의 남자분 둘이 들어갔고요. 아마도 내부에서 근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황거를 둘러보는 일도 있을테고. 그러고 보니 일본 왕실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도 내부에 있지 않을까요? 바깥에서 근무하려나?




이렇게 지도를 보면 제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브를 도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주 익숙한 냄새. 이건 시골 냄새로 흔히 불리는 외양간 냄새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도쿄 한 복판, 게다가 황거 옆인데 왜 화장실 악취도 아니고, 약간은 구수한 듯한, 약간은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만드는 묘한 냄새가 나는 걸까요.




보니 이 동상 주변에서 냄새가 나는데 화단 조성중이더랍니다. 그 화단에다가 비료를 부었더군요. 짙은 초콜릿색의 고운 무언가가 화단에 있더랍니다. 겨울이니까 봄을 대비해 화단도 준비하나봅니다.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구신지. 책에 언급이 있던가요..? ;ㅁ;




중국분인가요?;




해자를 오른편에 두고 계속 걸어올라갑니다. 저 앞에 다리가 보이는 걸 보니 또 새로운 문이로군요. 완만한 커브를 따라 도는데, 그렇다면 이 근처에 마루베니 빌딩이 있어야 하지만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무작정 걷습니다. 벌써 이다바시가 멀지 않군요.




이게 히라카와몬인가봅니다. 읽는 법은 없지만 때려맞추는 거죠.;





지도에서는 이미 출발점이 안 보입니다. 꽤 걸었나봅니다. 이 때가 7시 47분.
헤맨 시간을 생각하면 한 30분 정도 걸었나봅니다.




이미 여기 올라오기까지도 살짝 오르막입니다. 사진 오른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찍혔는데 황거 주변 도로가 조깅으로 유명한가봅니다. 정확히는 조깅이 아니라 마라톤 혹은 장거리 달리기 연습용 코스인가봅니다. 공식 코스가 아니라 입소문으로 알려진, 그런 코스 말입니다. 아침 시간에는 달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더군요. 제가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을 헤아리면 세자릿수는 될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마라토너도 있어 보이고, 단순히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학교의 운동부로 추정되는 어린 학생들도 보입니다. 운동부라 생각한 건 남녀가 섞여서 같이 뛰었기 때문이지요.-ㅂ-;

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찍었나요. 이 다리가 다케바시입니다. 다른 다리와는 달리 꽤 크더군요.



이쪽이 아마 구단시타 지나서인 걸로 기억하는데, 황거 북쪽편일겁니다. 오르막을 따라 돌다보니 오른편에 도쿄근대미술관이 있네요. 이 주변은 온 기억이 전혀 없어서; 이런 건물이 황거 주변에 흩어진 것도 이번에 돌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자아. 앞에 시작할 때 해자의 높이 차이가 2미터 정도라는 언급이 있었지요. 이쪽은 이미 황거쪽이 훨씬 높습니다. 앞보다 두 배 이상이 되었지요. 토대를 쌓은 돌의 크기는 동일하니 그 높이가 대강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쯤되면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 이보다 더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건 뒤에 나오지요.





여기가 기타..? 죄송합니다. 못 읽습니다.;
하여간 이쪽 문이 동쪽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이 쉬는 날이라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문에는 최소한 한 명씩 경비담당자가 있더군요.




이쪽은 관청가와 이어지는 문으로 추정되는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하여간 이 바로 앞에 기둥이 있던데,




 이건 무슨 문일까요. 겐몬?;
그리고 여기부터는 갑자기 해자가 없어집니다. 해자 대신 도랑 같은 것이 있고, 높은 돌담 벽이 있습니다. 그러니 황거가 그나마 가깝게 있는 구간에 해당되네요.




이것도 무슨 대사관 같긴 한데 말입니다. 설명이 있을 법한데 길 건너편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풍경만 놓고보면 도쿄 한 복판이라 생각하기 어렵군요.;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문구도 나옵니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주의. 보도는 달리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니 보행자들에게도 신경써달라는 내용입니다. 하기야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걷다가도 조심하게 되고 조금 위축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치 걷는 사람들이 장애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받는거죠.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하여간 여기를 보면 바로 옆에 담이 보이지요? 저게 황거 담입니다.




왼쪽이 담이 끝나고 해자가 다시 시작되는 부분. 저 해자를 보면 해자가 강처럼 보일겁니다. 오른편이 황거 옆 길이고요. 맨 왼쪽이 돌담, 그리고 울타리. 그리고 해자. 이걸 보면 해자가 아니라 운하 같아보입니다. 그정도로 규모가 크지요. 앞서 2미터 높이의 돌담 해자, 그 뒤의 높은 돌담과 해자, 그리고 언덕배기와 해자. 여기가 앞서 높은 돌담과 해자보다 더 박력있게 느껴집니다. 이 사진만으로는 감이 안오지요.




그리고 오르막의 정점을 찍은 이 부근에 영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저게 영국대사관이더군요. 이것도 앞서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도쿄 안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낯선 풍경입니다. 놀란 것은 저게 영국대사관이고 부지가 엄청나다는 것. 이야아아....; 그냥 영국 내 저택이라고 해도 그냥 믿을 것 같아요.




이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영국대사관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 지도리가후치공원입니다. 한창 이것저것 조성중이던데. 고양이가 많다고 하더니만 제가 갔을 때는 한 마리도 안 보였습니다. 아침이라 그랬을까요. 길고 좁은 공원이지만 나무도 많고 벤치도 많습니다. 운동하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옵니다. 역사와 문화의 산책로. 이런 걸 조성하면서 아까 앞서 보았던 기둥을 세운 모양이더군요. 쇼와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들에 이렇게 표식을 남긴 모양입니다. 옆에 설명이 나와 있지만 패스.; 걷는 것이 바빴으니 사진만 찍고 넘어갑니다. 이 때가 8시 10분.





옆에는 지도리가후치 공원의 유래가 있습니다.




지도리가후치 공원을 지나면 슬슬 도착점이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저기 멀리에 출발점에서 보았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디 계곡을 보는 것 같은 풍경입니다. 해자가 아주 깊고, 그 사이의 언덕은 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정말 이건 단순한 해자가 아니라 운하 혹은 강처럼 보입니다. 건너려면 배가 필수예요.




앞서 보았던 문을 떠올리며 이 공간의 규모를 떠올리시면 대강 감이 오실 겁니다. 갑자기 해자가 넓고 깊고 무섭게 보입니다. 출발지의 해자는 빠져도 그럭저럭 살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실은 저, 물을 굉장히 무서워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다보니 여기는 요츠야. 호오. 앞에 보이는 것이 국립극장이로군요. 서울의 국립극장이 어디에 있던가 잠시 생각하다보니 남산 아래에 있었네요. 여기는 황거 옆, 요츠야. 하기야 황거가 워낙 크다보니 황거옆이라고 해도 범위가 넓군요.




도쿄가 아닌 어딘가라고 해도 믿을 많큼 분위기가 다릅니다.



여기에 우물이 있었고 그게 이름난 물,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약수 같은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한국의 약수와 일본의 명수는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은데. 하여간 그런 우물이 있었다는 것도 지요다구 교육휘원회에서 안내문을 달아 놓았습니다. 음.; 교육위원회에서 이런 일도 하는군요.




아, 저 멀리 고지가 보입니다! (오전 8시 25분.)


자아.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 사이사이에는 더 많은 사진이 들어가야 합니다. 2km 시점에서부터 바닥에 꽃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사진을 찍었거든요.



이런 판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 찍으면서 보니 이 옆에, 시작점에서 몇 km인지 나옵니다. 그러니까 5km라던 이야기는 근거가 있는 말이었던 거지요. 아주 친절하게 거리를 새겨 놓았으니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꽃 왼쪽 상단에는 꽃 이름이, 오른쪽 하단에는 현 이름이 있습니다. 이 꽃은 산나리꽃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가사키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각 현을 상징하는 꽃을 넣은 모양이군요. 오사카나 후쿠오카도 있었으니 도도부현에 해당하는 모든 지방의 상징꽃을 바닥에 깔아 놓았나봅니다. 눈치 채는 것이 늦어서 중간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다시 출발점부터 확인하며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힘들었거든요.




만세! 드디어 사쿠라다몬이 이정표에 등장했어요!


바로 눈 앞에 문이 보이는데 근처에 팻말이 안 보여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저 안내판 바로 뒤쪽에 있는 걸 뒤늦게 보았습니다.


외사쿠라다몬. 바깥문이라는 이야기겠지요.




반환점이 코앞입니다. 정말로요.(오전 8시 29분)
그런데 지도 제목이 조금 이상하지요? 카스미가세키 관청가 안내도랍니다. 관청가?




뒤를 돌아보니 길 건너편은 여러 건물이 가득. 그리고 이 건물 하나하나가 다 관청입니다.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 앞쯤 될까요? 하기야 거기도 그렇게 많은 기관이 모인 것은 아니지요.

사실 여기가 그렇게 엘리트 코스라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행정고시에 붙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들 아닙니까. 그러니 관료주의나 공무원주의(...)의 상징적인 이름이 카스미가세키이기도 하지요. 경찰이나 경시청이 등장하는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 여기가 그리 좋은 소리 듣는 곳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하하하..)


등을 돌려 사쿠라다몬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지금 보니 사쿠라다몬 외문을 안찍었네요. 그 문을 들어가고 나면 똑같이 생긴 문이 하나 더 나옵니다. 그쪽이 내문인 것 같더군요.



목적지니까 두근두근두근......
인데 저거, 분명 나무문인데 나무문이 나무문이 아닙니다. 철판을 덧대 이어서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더군요. 저정도면 부수기도 힘들겠습니다. 침입자들이 고생가겠는데요.




안쪽에도 이런 석비가 있습니다. 석비 있는 것은 사쿠라다몬만 그런가봅니다.




사쿠라다몬을 나오니 바로 니주바시가 보입니다. 출발하면서 니주바시 찍을 때는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어서, 길 건너편에서 줌을 당겨 찍었기 때문에 제대로 안 보였는데, 이렇게 돌아서 오는 거였군요. 이게 종착지인셈입니다. 물에 비친 다리는 타원을 이루고, 그 뒤에는 또 다른 다리가 있어서 두 겹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네요.




앞쪽의 가로등 말고 뒤쪽에도 멀리 작은 가로등이 보이지요? 그게 뒤쪽 다리의 가로등입니다.


니주바시의 사진까지 찍고 나니 오전 8시 35분. 사진 찍느라 속도 못 낸 것치고는 훌륭합니다. 1시간 반이 안 걸렸네요. 후후훗. 황거는 이번에 처음 돌았는데 운동코스로 딱 좋습니다. 속도만 제대로 낸다면 한 시간 코스인데다가 볼 거리도 많고, 굴곡진 곳이라서 도는 재미가 있습니다. 평지만 돌면 딴생각하기 쉬운데 오르막이 있다보니 마라톤 연습을 위해 도는 이유도 알만하네요.




돌아나오면서, 마지막 사진은 여행을 항상 함께 다니는 태공과 함께.



이것으로 황거 조깅 코스 견학기를 마칩니다.(응?)



덧붙임.
사진 찍은 날짜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 아침에 찍어 밤에 올리는 따끈따끈한 기행입니다. 하하하. 현 위치 아키하바라 숙소.... 내일 아침에 무사히 8시 N'EX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ㅂ;
일반적인 책 무게로 따지면 무겁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 다섯 편만 실려 있으니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우리 이웃의 범죄』나 외견상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 책은 책등이 파랗고, 이 책은 빨간색이니 둘을 나란히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쌍으로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끝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릅니다. 정말로 무겁습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 저녁에 거실을 굴러다니며 이 책을 붙잡고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빌려서 보았을까. ;ㅂ; 물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웬만한 책은 다 사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보긴 봅니다. 근데 이건 읽고 나서 후회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흑...

근데 또 돌려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다시 돌려보니 그 중 둘은 그래도 무난한 결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셋이 문제입니다. 맨 앞의 단편은 읽고 나서 당황했고, 두 번째 단편은 참 아쉬웠고, 다섯 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분노의 외침이 목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놔...;ㅂ;
다른 둘이 세, 네 번째 단편인데 그걸로 정화했던 정신이 다섯 번째 단편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흑흑흑.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인걸요.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미여사의 소설이니까요. 미미여사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도 썼다는 걸 이해할 겸 한 번 읽어보시어요.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눈의 아이』, 김욱 옮김. 북스피어, 2013, 12000원.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원래 시리즈 제목은 미야베월드 제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낸 미미여사의 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 쪽은 사회파 소설, 다른 쪽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제2막이라고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찾아보면 어느 책인가의 후기에 왜 2막인지 나와 있을 겁니다.

하여간.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첫 편인 『외딴집』, 두 번째 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세 번째 편 『괴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서 보았습니다. 이 세 편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살 생각은 있었는데, 『외딴집』은 아무리해도 구입할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외딴집』을 에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저는 도저히 두 번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담긴 무게가 대단했거든요. 사실 『외딴집』은 그런 점에서는 수작입니다. 빼어난 작품이라 제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2.
여행을 다녀온 뒤 『진상』상-하권을 바로 구입했고, 그러고 나서 『그림자 밟기』를 주문했습니다. ... 아마도 맞을 걸요.; 요즘 시간 관념이 그리 좋지 않아서 헷갈리긴 합니다만, 『진상』을 읽다보니 문득 앞 편이 보고 싶어지는 겁니다. 자아. 여기서 잠시 전체 책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 중 몇 가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리즈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은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외딴집』은 예외로군요. 이건 배경이 에도가 아니라 에도 시대니까요. 한 번쯤은 미야베월드 제2막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기왕 이어 읽은 것, 한 번에 정리해보지요.
1편은 『외딴집』 상-하권.
2편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3편은 『괴이』.
4편은 『흔들리는 바위』.
5편은 『메롱』.
6편은 『얼간이』.
7편은 『하루살이』 상-하권.
8편은 『미인』.
9편은 『말하는 검』.
10편은 『흑백』.
11편은 『안주』.
12편은 『진상』상-하권.
13편은 『그림자 밟기』.

이 중 단편집인 것도 있고 장편인 것도 있는데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작단편소설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나뉘어져서 그게 또 한 편으로 이어진 책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은 장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하나를 단편으로 떼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짧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안에서 끝나며,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완독한 『진상』이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수수께끼들을 풀어 내는데, 그 풀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군요.
『흑백』이나 『안주』가 그나마 단편에 가까운데 이것도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 하나가 딱히 없다 뿐이지 단편으로도, 장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단편인 것도 있긴 합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편집으로 보면 되겠지요. 아니, 지금 읽고 있는 『그림자 밟기』도 그런 단편에 해당할겁니다.

정리하면, 『외딴집』은 오롯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롱』도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기억은 합니다. 확실하진 않네요. 이건 모종의 이유로 이번 재독에서 빠졌는데, 월요일에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니 또 다시 읽고 나면 분위기 파악이 되겠지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그림자 밟기』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다른 시리즈의 앞 이야기로 볼 수 있으며, 『그림자 밟기』의 단편 중에는 다른 시리즈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 『미인』, 『말하는 검』은 오하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말하는 검』은 미미여사가 아주 초기에 쓴 작품으로, 『흔들리는 바위』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이걸 읽고 다른 세 편을 보는 쪽이 순서상으로는 맞겠지만, 실은 출간 순서대로 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는 검』의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빠질 수 있습니다.(...)
오하쓰라는 아가씨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에는 올케언니랑 같이 밥집에서 일을 하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에 끼어 들게 됩니다. 그건 오라버니의 영향도 있겠지만, 『말하는 검』에서도 나오는 그 어르신의 영향이 클 겁니다.

『흑백』과 『안주』는 미시마야 변조 괴담 연작입니다. 오치카라는 아가씨는 어떤 사정으로 에도에 있는 숙부댁에 올라옵니다. 보통 그리 되면 숙부댁에서 아가씨로 고이 모셔져야 하지만 본인은 그저 일하는 사람처럼 숙부댁에서 열심히 지내기를 원합니다. 그리 된 데에는 사정이 있고요.
그 사정 때문에 오치카를 안쓰럽게 보던 숙부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흑백의 방을 꾸미고, 거기서 괴담을 모으기로 합니다. 괴담을 듣는 것은 오치카 본인이고요. 『흑백』이나 『안주』나, 둘다 처음에 시작된 어떤 사건, 혹은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마지막에 가서 매듭지어집니다. 이건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오치카가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가 다음 책에 등장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지요.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 『그림자 밟기』. 물론 『그림자 밟기』는 일부만 이 시리즈에 이어집니다. 중요 조연중 한 명이 등장하는 단편이 있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넓게는 같은 시리즈로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앞 이야기에 해당됩니다.
『얼간이』가 맨 처음 나왔을 때는 헐렁~한 무사님과 꽃미소년의 조합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고 상당히 기대했는데, 꽃미소년은 아주 한참 뒤에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얼간이』부터 시작해서 『하루살이』와 『진상』을 같이 본다면 문제 없습니다. 유미노스케 참 예뻐요.... 미모로 따지자면 미미여사 시리즈에서 최고 미소년일겁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홀리니까요. 심지어는 쟤를 그냥 두면 나중에 한량이 되거나 여난에 휩쓸릴 것이니 차라리 제부에게 맡겨서 무가의 일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직접 말할 정도입니다. 외모는 자신(어머니)을 꼭 빼닮았는데, 남편이 아주 여자 관계가 안 좋아요. 그러니 걱정할 만도 하지요. (그리고 이 여자문제는 나중에 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괴이도를 따라 나눈다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가 제일 괴이도가 낮습니다. 그 다음은 미시마야 시리즈. 가장 괴이한 것은 오하쓰 시리즈랑 『괴이』네요. 『괴이』는 정말 괴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자 밟기』도 괴이도가 높은 편입니다.'ㅂ'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대부분을 하고, 『말하는 검』을 최고은씨,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이규원씨가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몇가지 걸리는 점이 있네요. 특히 이번에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알았는데; 나가야 이름을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라고 소개했는데, 최신 권인 『진상』에서는 데쓰빈 나가야라고 표기했더군요. 그러고 보니 또 사람 이름을 잘못 쓴 곳도 한 군데 있었는데 어디인지 잊었습니다. 그 부분이 걸린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무난하다는 말을 넘어서 이 정도까지 번역해준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에도시대에 대한 여러 지식들은 거의 다 미야베월드 제2막에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간접 정보지만 그 시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전 조사도 철저히 했을 거라 믿으니 괜찮겠지요. 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몇몇 로맨스 소설처럼 설렁한 구조는 절대 아닙니다. 특별히 어느 작품을 떠올리며 쓰는 것은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요. 하하하;


어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다 읽었으니, 다음은 『메롱』입니다. 그리고 『괴이』. 그러고 나면 북스피어에서 나올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네요.T-T
엊그제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던 『그림자 밟기』는 어제야 읽었습니다. 읽기 아까워 미뤄둔 것도 있었고, 책이 도착했을 때 한창 미야베월드 제2막의 다른 책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기분이 확 가라앉은 김에 집어 들었는데 두 편을 읽고 나니 아까워서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작자미상』 상-하권을 먼저 읽고, 리뷰를 올린 다음에 다시 『그림자 밟기』의 다른 편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괴이,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 추리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안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사랑스럽고 슬픔이 아련하게 남는 단편들입니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또 굉장히 역동적이고요. 요괴나 괴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닮았지만 각각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의 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재미없었던 것이 「반바 빙의」. 이건 읽고 나면 암울합니다.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날이 어찌 될지 뻔하게 보입니다. 철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이런 사람을 딱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차마 그 표현은 쓸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아내를 맞이했는데, 남편은 데릴사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남편을 쥐고 흔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건 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처가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사위는 분가의 차남입니다. 일을 잘하게 생겨서 데려왔다가 딸래미가 반해서 결혼시킨 건데,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저 녀석이 우리 딸에게 잘하나, 우리 아가씨에게 잘하나 감시합니다.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철없고 애 같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줘야하나요. 애를 잘못 키웠군요.-_-
물론 전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아내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그참...
하여간 재미없었던 이유는 저 여자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역시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타입의 여자고요. 애 잘못 키우면 저런 사단 납니다.(먼산)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지 마세요.(먼산2)


「노즈치의 무덤」은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초기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바케』 같기도한, 그런 요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좀.OTL 맨 마지막 단편인데 뒷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토채귀」는 『흑백』에 해당하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앞 이야기)입니다. 아니, 완전한 프리퀄은 아니고 등장인물 A와 B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등장인물 A의 과거는 어땠으며 어떻게 에도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근데 과거 이야기가 참 묵직합니다.OTL
A와 B가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흑백』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A의 연애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반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 하하하; 조금 무섭습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재미있었습니다. 「스님의 항아리」는 『괴이』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희끄무레한 것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데렐라 스토리란 말이지요. 물론 신데렐라나 콩쥐나, 둘다 기본 출신은 좋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니까요. 하여간 스님과 항아리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양사』도 떠오릅니다. 그보다는 훨씬 덜 무서우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림자 밟기」는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게 또 담담하게 마무리 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나온 『진상』과 같이,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사고로가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로 보아도 되겠네요. 그림자라는 소재 때문인지 『그림자가 없는 사나이』라는 유명 SF(?) 소설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바쿠치간」의 매력은 통쾌함입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그걸 멋지게 퇴치하니까요. 게다가 퇴치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한 명. 그렇다보니 애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ㅂ-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훗훗훗.
특히 B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문(!)을 그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 그 부분의 번역은 사실 조금 아쉽긴 한데, 음을 읽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를 적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안 좋으니까요. 저는 그런 문장이 있을 경우 발음이 적힌 것보다는 원어가 적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영미소설의 경우 라틴어가 종종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럴 경우 라틴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걸 적는 것보다는 라틴어 원어를 그대로 적고, 그 해석을 옆에 달아 놓는 것이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외국어가 말장난에 쓰일 때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장난은 아닌데,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드라서 말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그 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특정 지역이 하나 나오는데, 에도에서 지나치게 멉니다. 게다가 발음도 약간 차이나네요. 과연 여기가 어디려나.-ㅁ-;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사실 미야베월드 제2막은 전 권 다 갖춰놓고 싶은데 책 꽂을 공간이 없습니다. 아..T-T; 이것도 지금 일시 방출하나 마나 고민되네요.
미미여사의 그림자 밟기, 이벤트'ㅂ' 에서 트랙백.

해당 글에서 이벤트로 책 받고 싶다 하신 분이 세 분이셨지요. 폴라래빗님, 열매맺는나무님, 야니님.


최종적으로 18181을 찍은 건 저였습니다. 크흑. 제 댓글에 가장 가까운 분은, 18181을 찍은 제 댓글 바로 다음에 달아주신 스마일커플님이십니다.+ㅅ+ 그 다음에 폴라래빗님이 다시 달아주셨기 때문에 찍고 보니, 스마일커플님을 포함해서 네 분이 가장 가까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훗훗훗~.


그러니 스마일커플님, 폴라래빗님, 열매맺는나무님, 야니님은 이 글에다 비밀댓글로 받으실 주소와 연락처 남겨주시어요. 그러면 댓글 확인하는대로



위의 책,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 밟기』를 보내겠습니다.>ㅅ<


대신 읽으시고 간단 감상이라도 주시길..^^:





덧붙임.
제 몫으로 주문한 『그림자 밟기』는 아직 출발 안한 모양입니다.ㄱ- 책 수량이 부족해서 출판사 재주문 들어갔다는 메시지가 왔던데....
짧은 이야기 7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손을 댑니다. 그도 그런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은 뒷맛이 쓰고, SF는 읽고 나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는 『크로스파이어』의 내용을 생각하면 참.
이 소설은 굉장히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Copyright를 확인하니 1994년이네요. 책이 나온 것은 2010년. 그러니까 초창기 책입니다. 빙고님은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구적초』와 닮아 있습니다. 『인질 카논』은 『지하도의 비』보다 더 가볍습니다. 읽다보면 미미여사 특유의 분위기가 살되, 조금은 싸늘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쌉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나서는 의외로 개운하더라고요. 뒷맛이 쓰게 남는 소설은 아니지만 허탈한 웃음을 흘리게도 만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지하도의 비」는 마지막의 반전이 꽤 지독했습니다. 아놔.;ㅂ;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허탈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네요. 트릭은 간단하지만 조금 살벌한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재미있네요.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이하 생략. 어떤 단어를 붙이든 간에 내용 폭로가 될 겁니다. 하여간 밤길이 아주 조금 무서워집니다. 제가 밤길을 걷는 일은 굉장히 드물지만 말입니다. 아, 저녁길과 새벽길은 걷긴 걷습니다. 그래도 여기 등장하는 것은 '마녀들이 수다떠는 12시'니까요.
「불문율」은 『이유』의 구성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유』보다는 이 소설이 먼저인가요? 출간이 언제인지 잊었지만 구성이 닮았습니다. 작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쌓아서 전체를 펼쳐보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임계점을 넘었던 거로군요. 딱, 역치값. 스위치.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 저도 가끔은 그럽니다. 얌전한 사람도 가슴 속에 쌓아 두었다가 한순간에 폭발시키지요. 그런 느낌입니다.
「혼선」은 읽고 나면 도시괴담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미미여사 다워요. 저야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런 전화에 시달린 사람들이라면 골치 아프겠지요. 그리고 이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는 수신불가라든지 수신거부라는 기능도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유선전화잖아요. 게다가 마지막 묘사를 보면 옛날 옛적의 전화기일 겁니다. 다이얼 전화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드네요. 다이얼 전화기. 써본 적은 있지만 참 재미있지요. 그런 전화기 지금은 어디 없나.-ㅁ-
「영원한 승리」. 제가 꼽는 이번 단편집 최고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취향이라 그렇지요. 마지막의 반전이라니. 거참, 초성 자음을 마구 날리고 싶은 정도로 유쾌합니다. 권선징악에 반전,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하나쯤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승리포즈를 날리는 멋진 이모님. 의외로 유쾌한 분이 아니었을까란 망상도 해봅니다.
「무쿠로바라」는 읽고 나서 의외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떠올렸습니다. 의외지요. 하지만 그런 곳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닮아있습니다. 다행히 지나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네요.
「안녕 기리하라씨」는 결말이 꽤 의외였는데, 「혼선」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아니었고요.

무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취향대로 하나 골라드시어요.'ㅂ'



미야베 미유키. 『지하도의 비』, 추지나 옮김. 북스피어, 2010, 1만원.

책을 보기 전에는 14800원이라 가격이 높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께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갑니다. 목침으로 써도 될 것 같이 두꺼운 책이라 읽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한 것이, 이번 책은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싶습었니다. 그래봐야 이틀 버티고 끝났지요. 편 수가 네 편으로 적은 편이라, 하나하나 따라가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고 울었습니다. 엉엉엉, 다음권 주세요!
다 읽고 후기까지 가보니 다음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하니 마음을 잠시 내려 놓았지만 아쉽네요. 『흑백』을 읽고 오싹함과 씁쓸함으로 다음권을 기다렸더니 『안주』에서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합니다.

가장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주인공인 오치카의 결혼입니다. 앞권에서도 청혼을 받았지만 이번 권에서도 내내 받고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과연 오치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릴지가 궁금하네요. 일단 『안주』에서 만난 사람을 더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책을 봐야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이번 권은 잔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깨끗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자세한 각 편 감상은 접어두지요. 내용 마음껏 폭로하며 쓸테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넘어가세요.


그 네 편의 이야기 중 역시 안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표제가 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안쓰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엉엉엉, 안주보면 눈물나요.;ㅂ;


그럼에도 그 이야기, 그 부분, 무사 부부와 안주의 교류 이야기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습니다. 손에 잡힐듯 아스라이... 그런 느낌의 교류라 말입니다. 읽고 나서 가슴에 얹히네요. 게다가 거기 등장하는 나리님이 정말 진짜로 나쁜 놈이라, 자기가 일 저질러 놓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나쁜 놈. 차마 블로그에 육두문자를 쓸 수는 없고, 하여간 그 나쁜 녀석이 죗값을 치뤘으면 좋겠는데, 안주와도 관계가 있는만큼 아마 뒤탈이 있을거라 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군요.-_-


전편인 『흑백』과 이어보면 좋지만 단권으로 보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은 『안주』에도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흑백』을 먼저 보실 것을 권합니다. 주인공인 오치카의 과거는 『안주』에서는 너무 간략하게만 나와 있습니다. 오치카가 가진 어둠은 과거를 확실히 보아야 알겠지요. 솔직히 저는 오치카의 과거와 관련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가해자에게 연민이 더 가더군요. 아니, 정확히는 물리적 피해자가 정신적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물리적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사람에게는 정신적 가해자였으니까요.

흠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흑백』을 보고 다시 한 번 『안주』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Le Zirashi 3호의 인터뷰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가 추천하는 에도시대물 순서대로 정독을 합니다. 단, 저는 『외딴집』은 다시 못 보니 건너뜁니다. 이러고 나면 슬슬 추석 연휴가 돌아오겠지요.(먼산)





미야베 미유키. 『안주』,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2, 14800원

이 책은 읽다보니 절대 키릴님 취향일 것 같은게...-ㅁ-/ 첫비행님이나 빙고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겁니다. 아이쭈님은 책 읽다가 안주 보고는 펑펑 우시지 않을까 싶은걸요.(....)


슬슬 도착할 때 되지 않았나 했더니 어제 집에 도착했더군요. 집이 서울이라 빨리 받았으니 아마 다른 분들도 이번주 안에 받으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ㅅ+

이번에 온 것이 Le Zirash 3호인데 이번에는 미미 여사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아마 홍보 펀드 모집하면서 속내(...)가 따로 있으시다던 말씀, 미미여사를 직접 뵙고 싶었던 겁니까아아아... 부럽...;ㅂ; 근데 생각보다 미미 여사가 굉장히 젊으시더군요. 지금 나이가 꽤 많으실텐데?; 첫 작품 낸 것이 스물 일곱이었다니 말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말이죠. 아.. 난 스물 일곱에 뭐 하고 있었나.-_-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게 됩니다.




『안주』는 지금까지 나왔던 미야베 월드 2막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하루살이』도 상당히 두꺼웠는데 그보다 더하네요. 500쪽을 가뿐히 넘습니다. 덕분에 받아들고는 아주 흐뭇하게 감상했지요. 아까워서 읽지도 못하고, 이번 주말에 느긋하게 읽으리~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책 소포를 받아 들고는 이번에 나오는 것이 한 권인 걸로 아는데 왜 이리 두껍나, 혹시 두 권인가 갸웃거리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슬프게도 미야베 월드 2막 앞부분은 처분했으니 지금 집에 남아 있는 것은 미처 S에게 보내지 못한 책 두 권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찍어볼까요. 나중에 '서재' 혹은 '서재집'을 만들면 미미여사 컬렉션은 좍~ 꽂아두리라 생각했으니 그 때 다시 사겠지만요. 지금은 무리입니다.T-T


0. 오늘도 역시 피곤. 게다가 감기 기운이 있습니다. 사정이 있어 후다닥 급하게 먹은 점심은 위에 묵직하게 걸려 있고 거기에 커피만 들이붓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저녁은 건너 뛰겠네요. 대신 감기약은 챙겨먹겠지만.;


1. 요즘 점심 식단을 생각해보면 거의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간식 태그로 종종 소개되는 그런 음식에 뭘 하나 섞어 먹는다거나..? 그런 이유로 저는 아이쭈님처럼 식단 공개는 차마 못하겠습니다. 비밀글로 돌려놓겠지요.;


2. 북스피어에서 재미있는 독자 펀드를 모집하기에(링크) 덥석 참여했습니다. 간단히 적어보면, 7월에 출간하는 미미여사님의 『안주』를 대상으로 홍보 펀드를 모집하는겁니다. 1구좌는 10만원으로, 1구좌 신청하면 5월 신간을, 2구좌 신청하면 5-6월 신간을, 3구좌 신청하면 5-7월 신간을 기본 이자(?)로 줍니다. 그리고 만약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면(10월 말경 공개) 그에 따른 투자 이익도 배분한답니다. 다만 1만부 이하로 팔릴 경우에는 10%의 손해를 봅니다.^^;
3구좌까지는 받은 책값인양 생각하면 괜찮으니까 보통 2-3구좌 많이 신청하시나봅니다. 댓글이 상당히 달린 걸 보니 6월 말까지라는 기간 전에 목표액 5천만원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ㅁ-


3. 다시 영어로 퐁당.OTL 영어 어려워요, 영어! ;ㅂ;
그래도 애보기가 내일로 끝나니 다행입니다. 그 다음주에 있을 출장은 ... 훗...-_-;


덧붙임.

4. 엊그제 손가락을 홀라당 베었습니다. 아니, 이 경우는 그엇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쓰면 읽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들 것 같아서 넘어갑니다. 상처가 깊진 않은데 꽤 길게 다쳐서 골치 아프더군요. 의무실에 가서 간단하게 나마 치료를 받으니 그래도 금방 붙더랍니다. 상처 다 나을때까지는 물 닿으면 안된다는데 지금 손 씻다가 물에 첨벙 담궈서 붕대(?) 풀어 놓고 말리고 있어요.(...)


5. 아이패드에서 바로 사진 올리려니 안되는군요. 빙글빙글 돌려서 올려봅니다.

(Photograph by G, From Venecia, Italy)


쳇.-ㅂ- 실시간으로 베네치아 모 호텔의 아침밥을 염장당하는 세상.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먼산)
원제는 かまいたち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서문에 나오는 대로 아주 오래전, 미야베 미유키가 데뷔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썼던 중편과 단편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얇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책 소개에도 나왔듯이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에 등장했던 아가씨, 오하쓰가 등장함에도 꽤 괜찮더라고요. '함에도'라고 표현하는 건 앞의 두 권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인』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흔들리는 바위』는 취향에 안 맞았지요. 이전 리뷰에도 적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들이 마음에 드는 건 깔끔하게 딱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미인』이나 『흔들리는 바위』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데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읽고 나면 달콤한 잔상이 있습니다. 뒷맛이 쓴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하쓰가 등장하는 것은 쌉쌀하고, 그 외의 다른 두 편은 로맨스 섞인 것과, 『우리 이웃의 범죄』와 비슷한 느낌의 것입니다. 앞서도 썼지만 미야베 월드임에도 오히려 애거서 크리스티나 『한시치』가 떠오르네요. 초기작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오하쓰가 등장하는 이야기 두 편은 앞서 출간된 오하쓰 시리즈보다 앞서 썼고, 그 이야기들의 원형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 하나가 들어가고 하나가 빠졌는데, 빠진 인물이 워낙 매력적이라 좀 아쉽습니다. 하기야 이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릴겁니다. 말하자면 행동력 있는 토마.....와 비슷한 느낌이라.ㄱ-; 머리도 좋고 인맥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잘쓰고. 그러니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면 소설의 밸런스가 확 무너질겁니다. 아마 이 사람을 뺀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대신 들어간 인물의 역할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번 책을 한 줄로 표현하면 난하고 가볍게 읽을만한 시대물 모음쯤 됩니다.
앞서의 다른 이야기들보다 얇기도 하고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게 좋군요.+ㅅ+
(다만 가격은 자비심이 없다는게..T-T)


미야베 미유키. 『말하는 검』, 최고은 옮김. 북스피어, 2011, 11000원

사진을 더 이상 묵혔다가는 언제 올릴 수 있을지 몰라 올리고 봅니다. 만화책이나 라이트노벨은 사진에 없기 때문에 일부라고 적었습니다. 『어린 양은 길을 잃지 않아』는 다 읽긴 했는데 아직 감상을 안 올렸네요. 이것도 조만간 책 옆에 가져다 놓고 쓰겠습니다.-ㅁ-



1월에 구입한 책. 정확히 하나는 책이 아니군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블루레이 1권입니다. 지금 DVD로는 6권까지 발매가 되었는데 블루레이는 1-3만 나왔고 4-6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래 보이는 것은 엘러리 퀸 시리즈 개정판인 『네덜란드 구두 살인사건』입니다. 국명시리즈지요. 집에 가지고 있지만 책에 홀딱 반해 다시 구입한다고 한게, 일단 한정 사은품을 준다는 신작부터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일 읽고 싶은 것은 시리즈 첫 책인 『로마모자 살인사건』입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이달 안에 다 구입하겠군요. 이미 음양사 8권이랑 같이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남은 금액을 어떤 책으로 채울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딱 한 권만 더 고르면 되니 곧 주문하겠네요.
뒤에 보이는 책은 『이 그릇으로 먹고 싶어서』라고 해석되는 그릇 책입니다. 대강 훑어보고는 저보다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키릴님께 억지로(...) 빌려 드렸습니다. 하하하;




역시, 초점이 살짝 날아갔네요. 지난 목요일에 도착한 책입니다. 맨 위 왼쪽은 『作家の口福』이라는 제목의 원서입니다. 그 옆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블루레이 2권, 그 옆이 『그리스 관 살인사건』입니다. 이번에는 읽고 싶은 책부터 주문하겠다며 장바구니 열어놓고 검색하다가, 역시 한정책갈피의 유혹에 져서 먼저 구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아래 있는 책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는 미미여사의 시대물, 미야베 월드 2막의 새책이 나왔더랍니다. 최고은씨 번역이라 마음놓고 주문했습니다. 근데 주문하고 보니 달력 마우스패드가 함께 들어 있더군요. 그냥 마우스 패드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가운데에 끼워 놓은 종이는 달력입니다. 총 열 두 장이 들어 있고, 한 달이 지나면 빼서 그 뒤의 다른 종이를 위로 빼면 됩니다. 마우스 패드는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매번 쓰니, 이런 저런 일정을 적는데도 편하지요. 그래서 G에게 줬습니다. 제가 쓰기에는 아깝기도 하고, 저는 일정 체크할 일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냥 달력을 쓰는 게 좋습니다.-ㅁ-

여튼 저 달력 사은품이 가지고 싶으시다면 빨리 주문하세요. 중단편을 네 편 모았는데 아직 감상은 올리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바위』, 『미인』의 오하쓰가 등장하는 아주 초기작입니다. 이게 뒤에 나온 오하쓰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다는군요. 저는 오히려 원작보다 이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이게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기도 합니다. 오카모토 기도의 『한시치 체포록』과 닮아 보이기도 하고요. 전 『미인』보다 이쪽이 마음에 듭니다.


이걸로 간단 구입기 끝. 이제 새로 구입할 책을 찾으러 갑니다.+ㅅ+
거두절미하고 시작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는 미야베 월드 제2막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만 모았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는 『외딴집』으로 2007년. 교보 링크를 따라가서 본 원작은 2005년에 출간되었네요. 그 다음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2008/1991), 『괴이』(2008/2003, 문고), 『흔들리는 바위』(2008/1993), 『메롱』(2009/2002),『얼간이』(2010/2000), 『하루살이』(2011/2004), 『미인』(2011/) 순으로 나왔습니다. 미인의 원제는 몰라서 못찾았는데 빙고님이 이전에 이야기 하셨던 대로 출간 순서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릅니다. 그걸 북스피어에서 모아서 시리즈로 내고 있지요. 책 내용과 디자인, 시리즈로서의 소장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 하지만 집에는 한 권도 안 남아 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죠.; 그도 그런게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서는 현재 화차 한 권만 남아 있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읽고 바로 방출했습니다. 이 중 몇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구입한 걸로 기억합니다. 『메롱』부터는 확실히 구입한 걸로 기억하고요.

시리즈로 묶자면 『외딴집』은 별도, 『혼조 후카가와』랑 『괴이』도 낱권, 『메롱』도 별개,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이 또 이어집니다. 『미인』 뒤쪽의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 이후에 한참 동안 뒷권이 안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나왔다면 아마 또 염장당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자면 편하게 읽히는 것은 『혼조 후카가와』와 『괴이』입니다. 공포물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메롱』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고 『외딴집』은 입맛이 씁니다.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조금 얼간이 같아 보이는 무사와 그의 처조카인 미소년이 세트인데, 출판사도 광고는 그리했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시대물 본다고 생각하시고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처럼 콤비 활약은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다만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대로 콤비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남녀 콤비인데, 남자쪽(우쿄노스케)이 두뇌파, 여자쪽(오하쓰)이 행동파입니다. 이렇게 쓰면 『Q.E.D.』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기야 양쪽다 경찰(말하자면;)에 줄을 대고 있는데 오하쓰가 더 긴밀합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도록 하지요.

남녀커플인 만큼 애정노선도 조금은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는데 『미인』은 꽤 괜찮았습니다. G에게 먼저 읽으라고 줬더니 한밤중에 보다가 무서워서 혼났다나요.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도 조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밤중에 다른 사람 다 자고 있는데 방에서 불켜고 본다면 무섭긴 하겠지만 전 그리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공포물에는 제가 더 약합니다.(...) 역시 TPO의 문제인가요.;

『미인』의 주제를 조금 있어보이게 써보면 가족간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미의 기준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후자쪽일텐데, 예쁘지 않아도 예뻐보이는 사람이 있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미인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상당한 주제지요. 사실 그보다 더 진한 소재가 있긴 한데.... 그건 내용 폭로이므로 살짝 접어둡니다.


이렇게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둘도 나옵니다. 괴이처럼 이상한 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느냐. 『외딴집』이나 『혼조 후카가와』, 『얼간이』,『하루살이』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합니다. 그렇다보니 이상한 것에 대한 언급이 적거나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하지요. 그에 반해 『메롱』,『흔들리는 바위』나 『미인』은 아예 이상한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미인』은 특히 더 그렇네요. 내용에서도 가미가쿠시가 실제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거든요. 어떤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미인』을 읽으면서 세 군데쯤 진하게 염장당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과 그 전의 70% 부분에서는 ....T-T
아.. 지난 주말부터 커플염장을 진하게 당하다보니 정말 죽겠네요. 어흑. 지금은 그 커플염장 4단 콤보 중 3단인 『맹독』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도 끝나고 나면 다시 원서 읽기로 돌아가야겠네요. 이번에 읽을 책은 요리책이니 설마 커플염장은 당하지 않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미인』,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14000원


참참.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 더. 다른 부분은 특이한 점이 없었는데 딱 한 부분이 걸렸습니다. 등장인물 중 어느 두 사람의 관계가 친척관계라 하는데, '숙모가 그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면서 두 사람이 사촌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숙모는 작은어머니-다시 말해 숙부=작은아버지의 아내입니다. 숙모가 그 집안에 시집가서 사촌지간이 되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모나 고모라면 이해가 가는데 말입니다. 혹시 피가 섞이지는 않은 사촌지간이라거나? 숙부가 돌아가신 뒤 숙모가 재가를 했다든지.. 등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으니 머리가 아프네요. 원서에는 뭐라 나와 있었을라나.


문어루카가 깔고 앉은 것이 5만원 어치 책입니다. 물론 실제 가격은 그보다 조금 더 나갑니다. 화집 두 권이 들어 있으니 책 4권만으로도 5만원을 훌쩍 넘기더군요.

한 달도 더 전부터 산다고 벼르다가 이제야 구입한 미미여사의 『미인』, 피터 윔지경의 『맹독』, 『진여신전생 페르소나 3』, 『페르소나 4』설정 자료집 및 화집의 네 권인데, 소설은 아직 안 읽고 놔뒀습니다. 아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책만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니까요.

페르소나3,4 설정집은 엔하위키에서 설정을 다 읽은 다음에 보니 가능하면 '내용을 폭로하지 않으려고' 애쓴 티가 납니다. 『페르소나3』는 결말부 노출을 피하고, 『페르소나4』는 범인 노출을 꺼리더군요. 어제도 페르소나 4 애니메이션을 아주 즐겁게 본터라 히죽히죽 웃으면서 설정 자료들을 훑어보고 있었습니다. PS3용으로도 발매되면 덥석 지를텐데, 아직 확실한 이야기가 없네요. PS2용으로 지르기엔 게임기 가격이랑 부피가 부담스럽고 말입니다.


미인이랑 맹독은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일단 바티칸의 신부님들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 뒷 수습하는 게 끝나야 두 권을 읽을테니까요. 그래도 이달 안에는 읽을 수 있겠지요.(...)
어제 적었으면 두 권이었을텐데, 오늘 적으면서 한 권이 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한 권을 마저 끝냈거든요. 독서 속도가 빠른 것은 읽은 책 세 권 모두 일본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꼼꼼히 읽지 않고 마구 속도를 내서 봅니다. 취향에 맞지 않을 때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번이 정말 그랬습니다. 한 권은 그나마 재미있어서 읽는 속도가 빨랐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우울모드로 빠지는 함정이 나타나서 실패작이 되었고 나머지 두 권은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책들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이게 뭐냐 싶었던 책, 『우울한 해즈빈』. 해즈빈은 이름이 아니라 has been을 말하는 겁니다. 소설 중간에 언급되더군요.
읽고 난 느낌은 심히 안 좋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결혼하면서 퇴사해 집에 있는 주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그 사람의 심리가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한국이고 일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네요.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탄탄대로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으면서 점점 밀립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밀리고 밀리다 못해 결혼이라는 차를 잡아 타지요. 그래도 몇 년이고 옆에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집에 들어 앉아서 '왜 그러고 사나' 싶은 생활로 들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겁니다.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한데 그건 주인공의 주변 환경에서 온다기 보다는 본인의 문제였으니까요. 그게 회사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보고요.
여튼 비슷한 분위기를 그린 소설이라면 차라리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이 더 읽기 편했습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틀을 깨부수고 나와 다시 서는 걸로 끝맺음을 하니까요. 『우울한 해즈빈』은 깨닫고 다시 서려는 데서 딱 끝을 맺습니다. 제게는 미적지근한, 그리고 안 좋은 부분만 슥슥 긁어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한줄 요약. 이 책이랑은 파장이 안 맞았어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래도 꽤 많이 보았는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립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好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키친』, 『도마뱀』(지금 다시 읽으면 달라질지도..), 『왕국 3』,『데이지의 일생』 정도입니다. 이 중 집에 있는 책은 『키친』과 『왕국 3』이군요. 『왕국』은 다 가지고 있지만 1-2권은 다시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방출할까 합니다 G가 좋다고 해서 사긴 했는데 정작 본인도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까요.
여튼 기억나는 중에서는 대강 그런데, 이번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는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막판의 몇 십장은 그냥 훌훌 넘기면서 훑어봤습니다. 제대로 읽고 싶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기복제(자기표절)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와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극복하면서 소설이 마무리 됩니다. 그 과정은 불륜이나 근친상간이나 그와 유사한 관계로 이어지고요. 막판 전개를 보고는 정말 .... (먼산)
원래는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G가 이 소설을 보고 시모키타자와에 가고 싶다길래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겠지만, 그리고 다시 가고 싶다 생각하겠지만 전 가본적이 없어서 그냥 맨숭맨숭하게 읽었습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야나카쪽이 끌리더군요. 이건 제가 야나카를 가봐서 더 그럴겁니다.-ㅁ-/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적이 있고 거길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실만합니다. 배경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졌으니까요. 단, 주인공의 연애행보를 보고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고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연애라인에 불만이 많으시다면 안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입니다. 이전에 나온 『퍼펙트 블루』와 이어지는 이야기지요. 『퍼펙트 블루』에는 은퇴한 경찰견 마사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름이 마사라서 마사 스튜어트를 연상했고, 그래서 암컷이라 생각했는데 수컷이더군요.ㄱ- 왜 암컷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건지..;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휙 돌았습니다. 그 전까지 재미있게 잘 보았는데 막판에 사람을 우울의 함정으로 몰아가더군요. 제목보고 홀랑 반하셨을 빙고님, 조심하세요. 막판 함정은 저보다 빙고님께 더 강력하게 작용할겁니다.-_-a 특히 마지막 사건이 어제 G가 언급한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말입니다. G에게 그 이야기까지 들었더니 찜짐함이 배가 되는군요.(먼산)


그리하여 요 며칠 사이에 읽은 세 권에서 연속 지뢰를 밟는 바람에 기분이 우울합니다. 흑. 게다가 그 직전에 본 게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사라진 소녀들』 뒷부분(전편을 안 보고 결말만 확인)이라, 기분이 더 안 좋네요.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마플 이모님께 위로를 받아야겠어요.


아사히나 아스카. 『우울한 해즈빈』, 오유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9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기타자와』,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1,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오근영 옮김. 살림, 2011, 12000원


0. 그러고 보니 카레...ㄱ- 이거 빨리 먹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아무리 카레라 해도 상할거예요. 게다가 콩이 들어 있으니 더 불안합니다. 콩이 들어가면 쉽게 상하니까요.
이 날은 감자를 쪄먹었습니다. 감자에 김치도 좋지만 카레를 곁들여도 좋더군요. 카레에 감자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찐감자를 곁들여도 맛있습니다. 카레에 당근, 셀러리, 곤약(...), 병아리콩, 닭고기만 넣어 만들었거든요. 칼로리를 낮추려는 의도이기도 했지만 뭐..;


1. 이하는 어제 빙고님과 나눴던 대화의 연장선입니다.


2. 미야베 미유키는 소설 타입이 꽤 다릅니다. 한국에서 번역된 것만 보았기 때문에 출간 순서가 어떤지는 모릅니다. 아, 최근에 나온 소설 중 하나에 미야베 미유키 연표 + 간단한 소설 평이 실려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근데 그게 무슨 소설인지 잊었다는게 문제...;..)

미미여사의 사회파 소설 중에서는 『이유』, 『화차』, 『모방범』을 추천합니다. 이 세 가지는 사회파 소설을 좋아한다면 다 읽어볼만 합니다. 『이유』는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의 소설입니다. 소설 작법이 독특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를 못 끌었다고 기억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배경과 소재인데.... 보시면 아실겁니다.;

사회파 소설이라기엔 조금 가볍긴 하지만 『마술은 속삭인다』나 『쓸쓸한 사냥꾼』도 괜찮습니다. 이쪽은 일상 생활속의 추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마술은 속삭인다』쪽이 더 진중한 이야기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도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무난합니다. 『외딴집』,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흔들리는 바위』, 『메롱』, 『얼간이』, 『하루살이』, 『미인』이 나왔습니다. 최근작인 『미인』빼고는 다 읽었네요.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이중에서 『혼조 후카가와』랑 『얼간이』, 『하루살이』는 연작에 가깝습니다.(아마도;)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도 연작인 것 같고요. 나머지는 떨어진 이야기입니다.

『퍼펙트 블루』랑 『명탐견 마사~』도 이어진 이야기인데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앞의 책은 번역의 문제가, 뒷 책은 읽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의 평은 그럭저럭이라는 정도라서요. 하기야 주인공이 개라서 괜찮을지도..^^;


나머지 책들 중에서 이건 보지마세요라고 하는건 『크로스 파이어』, 『용은 잠들다』. 『가모우 저택 사건』도 조금 미묘..-ㅁ-; 앞의 두 책은 초능력이 나오는데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도 도중에 포기할뻔 하다가 읽었지만-에도 시리즈 중에서 제일 안 맞았던 책-이건 더 심했거든요.

감상은 대강 이정도입니다.


3. 니시키 가호의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의 원제는 IEMORI KITAN이랍니다. 집지기기담인가보네요.
1. 하도 책 리뷰를 안 쓰다보니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네요. 이런..-_-; 이럴 때는 가장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교보문고 주문란을 들어갑니다. 아하. 『하루살이』에 대한 리뷰를 빼먹었네요. 같이 주문했던 『고래 남친』이나 기타 등등의 책은 사진을 찍어 리뷰하면서 간단하게 다루었지만 『하루살이』는 전작인 『얼간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리뷰를 미루고 있다가 홀랑 맛있게 잘 읽어놓고도 감상 적는 것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거기에 『취미는 독서』는 어제야 다 읽었고요. 『고식 외전 2』라든지 『오오카미씨 6』도 읽어놓고 리뷰를 안 적었으니, 어제 다 읽고 나서 뒷맛이 꺼끌했던 로맨스 소설과 함께 묶어서 적어봅니다.

2. 『하루살이』는 책이 두껍기도 하고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어서 맨 뒤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취미는 독서』를 아껴 읽으려 하다보니 『하루살이』를 먼저 읽게 되었네요.'ㅂ' 앞서 구입한 책 안내할 때도 적었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 최신간입니다. 물론 한국 기준이고 일본에서는 2005년에 나온 책입니다. 일본 기준으로는 구간이지요.
이야기는 바로 직전에 나온 『얼간이』와 바로 이어집니다. 책 소개를 읽다가 살짝 내용폭로를 당했는데, 『얼간이』의 소개 때도 그랬지만 책 소개에 등장한 이야기는 한참 뒤에 나옵니다. 하지만 표제인 하루살이는 맨 앞에 나오는군요. 미묘한 불일치.-ㅁ-; 주인공이 전작하고 동일하니 전작을 읽어야 내용 이해가 빠른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그 사건'은 『얼간이』의 가장 큰 사건과 직결되니까 보는 쪽이 낫지요. 물론 몰라도 읽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지만 묘~하게 양쪽 책에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다릅니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시선은 『얼간이』 맨 마지막 모습이 더 강한 이미지네요.
내용 폭로를 줄이려다보니 뭔가 빙빙 돌고 있습니다.-ㅁ-;

『얼간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적었던 꼬맹이는, 이번 편에서 제대로 그 미색을 보여줍니다. 외모 묘사가 상당히 많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그렇고요. 그래서 꼬마가 절색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래도 애는 애네요. 사고쳐서 야단 맞는 걸 보니 더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키랑 소금일텐데 일본은 그런건 없나봅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시타마치-성아랫마을=저잣거리의 풍경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보니 츠다 마사미의 『에도로 가자』와 이미지가 겹칩니다. 물론 양쪽의 시대적 배경은 몇백 년 차이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아요. 어차피 둘 다 에도인걸요. 그래서 『하루살이』를 만족스럽게 다 읽고 나서는 다시 『에도로 가자』를 꺼내 들었습니다.;

『얼간이』를 보고 속타셨던 분은 이번 권에서 조금 속이 풀리실 겁니다. 그나저나 꼬맹이가 양자입적되는 건 과연 언제쯤이려나.;



3. 『취미는 독서』.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베스트셀러 분석서라고 할 수 있는데 가볍게 연재한 칼럼을 모아 묶은 것이고 감상평이 상당히 신랄한데다 자기 기준에 치우친 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묘미예요.-ㅠ-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것들을 모아서 자근자근 씹고 있으니까요. 다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나,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있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후소샤 역사교과서 같은 책에 대한 분석도 그렇고. 음, 그 역사교과서에 대한 평을 읽어보니 이덕일의 역사책이 잘 팔리는 것과 맥락이 비슷해보이네요. 하하하하하.


4. 고식과 오오카미씨는 따로 리뷰할 것도 없이 가볍게 잘 보았습니다. 오오카미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딱 여기까지 나왔던 모양인데,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잘 만들었네요.'ㅁ' 물론 캐릭터가 많고 설정이 많아 100% 살리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책 여섯 권의 에피소드를 모아 12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게 쉽지는 않을테니까요.; 결말부가 아쉽다면 아쉽달까.
고식은 본편보다는 외전을 보고 있는데, 본편이 하도 암울한 분위기라 외전만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가볍게 볼만은 하지만 한 번 보고 나면 그대로 머릿속에서 사라질 이야기들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삽화 정도.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집어 들긴 했는데 말입니다. 두 권 모두 방출 예정이고요.
(아마 이번 주말에 북오프에 다녀올 듯.)


5. 그리고 로맨스 소설 네 권.
듀시스님께 빌린 (동인출판형) 로맨스 소설인데, 어제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해서 어제 저녁에 네 권 모두 끝냈습니다. 시작할 때는 긴가민가 했지만 첫 번째 권을 다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게, 아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제대로 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2권이랑 그 스핀오프에 해당되는 이야기 두 권까지 다 읽고 났더니 ...  .... 음, 입맛이 아주 씁니다. 설탕을 들이부어 맛있게 먹은 것까지 좋은데, 거기에다가 독약(...)을 섞어놓았군요.

독약이 뭔가 하면, 후기쪽에 아주 살짝 언급된 다른 시리즈-스핀오프, 혹은 외전-의 간략 소개입니다. 본편, 정확히 1권의 첫 번째 이야기까지는 아주 달달하더니만 2권 마지막 이야기쯤 가니 다른 사람의 연애담이 불행한 결말로 가는게 빤히 보이더군요. 거기에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다른 두 권도 본편은 달달하지만 결말에는 조연이 아주 처절하게 망가지는(불행해지는) 이야기가 있어서...-_-; 꽤 마음에 들어하던 인물이 그렇게 망가지는 것을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ㅂ;

처음에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또 찬찬히 이야기를 되짚어 보니 앞 뒤가 안 맞는 곳이 몇 군데 있네요.; 그리고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꼬인다 했더니, 맨 처음 이야기를 단편으로 낸 다음, 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요청 받아 차례차례 썼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앞 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조금 달라졌다거나, 처음에 보았던 이미지가 아니라던가, 뒷 이야기까지 다시 다 보고 첫 번째 이야기를 보니 혈압이 오른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먼산) 특히,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누구씨가-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공부벌레 타입에 약합니다-악역이 된 상황이 마음에 안든다거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뒷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사람만 다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그런게 총체적으로 걸리네요. 흑.;ㅂ;

첫 번째 이야기만 봐서는 달달하고 귀여운 로맨스 소설이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썩어빠질 민폐 커플에, 여주인공의 바뀐 캐릭터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서 입맛을 잃었다는 이야깁니다. 덕분에 소설 쓰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무엇보다, 판타지 소설이고 첫 편의 설정을 보면 남녀평등 세계관 같은데 읽다보면 델피니아만도 못한 여성 취급이라니.-_- 바쁘게 일한다는 언급은 보이나 여자들이 바쁘게 일하는 장면은 잘 등장하지 않은 것도 걸리고. 하기야 남자들도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만.)

앞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탓에 뒷부분에서 탈력해버린 것, 그리고 달달한 이야기의 스핀오프+외전이 쓰디쓴 이야기이고 이걸 책에 담아 놓아 입맛이 써졌다는 것이 불만 원인이지요. 하하하...



역시 100% 취향의 로맨스 소설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ㅁ-// 그래도 듀시스님이 빌려주신 덕에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아마 오늘도 집에 가면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 히죽히죽 웃으며 보고 있을거예요.///



미야베 미유키. 『하루살이 상-하』,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각 12000원.
사이토 미나코. 『취미는 독서』, 김성민 옮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 12000원
사쿠라바 카즈키. 『고식 외전 2: 여름에서 멀어지는 열차』, 김현숙 옮김. 대원씨아이, 2008, 7000원
오키타 마사시. 『오오카미씨와 장화신은 형님고양이』, 김혜성 옮김. 대원씨아이, 2011, 7000원


0.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편도가 부었더군요. 껄껄껄. 아침에 약 하나 먹고 나와서는 점심 약도 먹어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지요. 감기약이 주변에 없거든요. 사러 나갈까 하다가 이 날씨에 돌아다니는 것이 싫어서-온풍기를 벗어나기 싫어서-그냥 저녁 때 자기 전에 한 번 더 먹자며 달래고 있습니다.

주말이 코앞이니 오늘은 감기퇴치용채소수프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러 가야겠네요. 물론 채소수프에 곤약도 넣을 생각이고 여차하면 어묵이 들어갈지도 모르며, 얼려 놓은 닭고기 국물을 넣을까 하고 있으니 잡탕이죠.; 덧붙이자면 장보다 내키면 오뚜기 카레를 사다가 잘 끓고 있는 채소수프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체(하)소수프의 탄생?;

확실히 들어갈 재료는
- 양파
- 당근
- 셀러리

망설이는 재료는
- 곤약
- 카레
- 고구마
- 어묵


과연 몇 가지나 들어갈까요.-ㅁ-


1. 간만에 신간 목록을 들여다보았더니 모르는 새 왕창 쏟아져 있었습니다. 아놔.; 이달은 원서만 한 권 더 구입하고 말려고 했는데! 봐야할 신간이 이렇게 많으면 어째!

- 온다 리쿠,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라 리쿠 신간입니다. 유령과 산 사람이 공존하는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데 호기심이 생겼다가 출판사 서평에 아동 유괴 및 살해, 식인, 존속 살인이 나온다는 부분이 있어 마음을 접었습니다. 존속 살인이야 그렇다 쳐도(...) 앞의 세 가지는 정신이 버틸 수 없어요. 연작 소설이고 첫 호러 소설이랍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고 감상으로 옆구리 찔러주세요.

-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표지에도 저렇게 제목이 나와 있습니다. 명탐견이라. 이전에 탐정견들이 등장하는 소설도 봤고, 탐정묘가 등장하는 쇼타로 시리즈도 봤지만 미미여사도 이런 책을 냈을줄이야.
마사는  『퍼펙트 블루』에 등장하는 탐정견입니다. 경찰견으로 오래 일하다가 나이를 먹어 은퇴해, 탐정사무소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직업병(...)은 어디 못가죠. 마사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대체적으로 따뜻한 이야기일테니 봐도 뒷탈은 없겠지만, 일단 구입 순위는 뒤로 미룹니다.;

- 가노 도모코, 『손 안의 작은 새』
표지가 안티. 표지 때문에 시선이 안갔는데 내용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작가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는데 『무지개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를 쓴 작가로군요. 두 권 모두 재미있게 보았으니 이번 책도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여자 바텐더가 꾸려가는 바에, 손님들이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상 속 추리를 이어간다니까 궁금합니다. 이쪽은 구입 목록 상위.

- 미야베 미유키, 『하루살이 상-하』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입니다. 전편인 『얼간이』와 마찬가지로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콤비가 활약한다네요. 하지만 줄거리 소개를 보니 이거 전작하고 바로 이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ㄱ- 읽을까 말까 고민됩니다.

- 프레데리크 에브라르, 루이 벨,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제목이 낚시인 것 아닌가 했는데 아닌가봅니다. Tant qu’il y aura des chats - dans une famille : roman. 프랑스어는 한지 한참 되어서 대강 알아듣는 단어만 보면 되는데 고양이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들어가 있네요.-ㅁ- 그렇다면 안심하고 봐도..?
간단히 요약하면 고양이를 통해 발견한 일상의 행복을 노래한 책. 고양이가 등장한다니 괜히 끌려서 말입니다.

- 우메다 미카, 『서점원의 사랑』
서점이 배경이라니 괜히 동해서..-ㅁ-; 하지만 서점 배경 소설 종결자(?)는 『명탐정 홈즈걸』시리즈라고 감히 주자합니다. 로맨스 소설이라니 망설여지는데 도서관에서 본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을라나요.


여기에 블루레이 디스크 네 장. 훗.-_-; 한동안 살 책 걱정은 없겠네요.

이번에 하루카를 타고 간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 가는 동안, 특히 간사이공항에서 신오사카에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고층빌딩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주택지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타워팰리스 같은 느낌의 고층 거주지를 말입니다. 아무리봐도 그 주변이 사무지역은 아니었는데 홀로 서 있는 거라면 고층 거주지구라고 봐도 되겠지요. 문득 떠오른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입니다.

미미여사의 『이유』의 배경공간은 바로 저런 고층 빌딩입니다. 거주형 고층 건물인데 23층에서 사건이 일어나지요. 26층의 건물이었던가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거주건물-타워팰리스가 있는데, 겨우 26층이 문제일까 싶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거주공간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주 거주공간은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본이랑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거주 형태를 '맨션'이라 부르고, 일본에서 아파트라고 하면 한국에서 상상하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거주형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빌라같은 소규모 건물이 일본에서는 아파트라고 불릴겁니다.
(이 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하여간 미미여사는 소설 속에서 가구간의 소통이 단절된 이 고층 거주건물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번 여행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던 이 고층 거주건물을 뜨악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열차타고 이동하면서 일본의 주택가를 구경하는 것이 참 재미 좋은데, 그런 풍경을 이 건물이 확 망가뜨렸습니다. 허허허. 고층 건물이 좋은 것만은 아닐텐데요. 게다가 만들어도 『이유』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분양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문제도 생길텐데? 요즘 일본의 경기는 그리 좋지 않다고 보는데 말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지만 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는 전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다 봤습니다. 쌍두의 악마 리뷰를 보고는 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책 구입 자금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쌍두의 악마부터 구입했을 겁니다.
(저는 역시 작가 아리스 쪽이 더 취향입니다. 학생 아리스의 탐정씨는 너무 쿨쒹하시달까.)

제가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를 재미없게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나'가 하는 짓이 중학생들이 하는 딱 그 행동이다보니 참을 수 없어졌단거죠. 아하하; 사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도 그래서 초반이 재미없었습니다. 친구에게 질투하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안달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친구는 참 고고 냉정 우아하시고. ... 아니, 정말 그래요. 갸는 또래 중학생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뭐랄까, 좀 천재적이랄까.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특히 마지막의 30%를 읽으면서는 두 손 들었습니다. 아아. 역시 미미여사님.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지당해보이는'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한 번에 확 날아가는군요. 그리하여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무리도 전작과 살짝 연결해주면서 했고요.

괜찮아, 꼬마. 다 잘 될거야. 죽도록 힘들어도, 마음이 허해도, 언젠가 봄은 올테니까.
(물론 그 봄을 만나지 않고 끝까지 겨울로 살겠다는 인간도 여기 있지만, 그런 건 예외.)



꼬리 아홉 고양이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엘러리 퀸 시리즈 중에서 안 본 책이다 싶어 집어 들었씁니다. 이전에 단편으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을 보긴 했는데 이건 아예 장편이더군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싶어서 빌렸는데 완전히 다릅니다.
아마 시기 상 라이츠빌 중 재앙의 거리였나, 그 후의 이야기 같습니다. 엘러리가 사건에 참여하는 이유라든지, 맨 마지막의 해결부분에서의 일을 보면 대강 짐작이 갑니다. 애초에 라이츠빌 시리즈는 제 취향하고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고이 모셔두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연결되는 이야기가 재앙의 거리였는지 열흘간의 불가사의인지요.-ㅁ-

시작은 간단합니다. 고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느 살인자가 뉴욕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수법만 동일할뿐, 살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도, 어떠한 이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자신이 범행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패닉에 빠집니다.

엘러리는 처음엔 사건 수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옆구리를 퍽퍽 찔린데다가 아예 시장과 경찰 고위 인사가 짜고서는 퀸 경감을 사건 담당자로 임명한 덕에 끌려 들어갑니다. 그 뒤에도 연쇄 살인이 계속되다 보니.... (하략)

재미있게 보았지만 취향은 아니었습니다.ㅠ_ㅠ 뉴욕이 배경이지만 글 분위기는 라이츠빌 시리즈와 닮았습니다.
거기에 보고 있다보니, 엘러리 퀸을 따라잡고자 하는 어느 작가가 떠오르더랍니다.

'자넨 아직 멀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나치게 건방진걸까요. 한 가지 사실이 딱 튀어오르는 순간, 그 간의 모든 의문이 차례로 풀려나가고 있으니, 마치 매듭 하나를 풀자 실뭉치가 한 번에 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역시 하략)

왜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에 이 이야기가 빠졌는지 궁금하군요. 요즘 추리소설 열심히 내고 있던데 다시 안 내주려나. 그러면 잽싸게 시리즈 다 사줄텐데 말입니다. .. 그리고 기왕 낼 때는 판형 예쁘게 해서 하드커버 실제본으로 내주세요.>ㅆ<




최근 들어서 깨달았지만 나이 먹으면서 아집같은 것이 생깁니다. 고집과는 다른 쪽으로요. 편견이라고해야하나. 그런게 강화되는 느낌이더랍니다.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냐면, 제가 해산물을 즐겨먹지 않는다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로 바뀐 것도 최근 몇 년 사이이고, 큰 개는 좋아한다에서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로 마음이 돌아선 것도 최근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깨달은게 올해 들어서였을겁니다.

어쨌건.;
그런 이유로 가스미 류이치라는 낯선 작가의 책 표지에, 도기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소개글을 보고는 손이 가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미 집에 남아 있는 추리소설들은 거의 다 읽은 상황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집어 들어 읽을 수 밖에요.

...

근데 이거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주 귀엽습니다.;
개들로 난장판이지만, 아주 재미있습니다.+ㅅ+



주인공은 개입니다. 시바견과 다른 개의 잡종인데 중년이라기엔 조금 젊은 부부가 주인입니다. 일찍 결혼을 해서 이미 자식들은 다 독립했고, 번역일을 하는 남편과 디자이너인 아내만 단촐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마을-플랜더스의 개에서 이름을 따와서 프라다 마을. 명품 마을은 아닙니다-은 개가 상당히 많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언급도 조금은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격하게 개를 사랑하는 듯 보입니다. 뭐, 관광 홍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영웅犬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웠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동상을 만든 후부터 마을에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것이 주견공과 그 친구들이고요. 개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람이 주역이 아니라 개가 주역인 이야기라니까요. 그러니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실 것이고, 좋아하지 않으신다 해도 모험과 추리가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 고로 이건 첫비행님이 참으로 좋아하실 듯한..
(요즘 바쁘셔서 보실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연작 시리즈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고로 웡모어!




가스미 류이치. 「롱 도그 바이」. 권남희 옮김. 새앙뿔, 2010, 10000원
엘러리 퀸.「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문화사, 2009, 7800원
미야베 미유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김해용 옮김. 황매, 2010. 11000원

아래 목록에 적지 않은 책 중 고양이 오스카와 초록캡슐의 수수께끼는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죠.

「슈크림 살인사건」. 예상대로의 번역제목입니다. 원제는 크림퍼프 살인사건. 슈크림이나 크림퍼프나 같은 디저트를 말할테니까요. 근데 원서가 더 재미있는 것 같은 느낌은 왜? 특별히 번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애플 턴오버 살인사건(애플파이 살인사건으로 번역될듯)은 원서 빌려다 놓고 아직도 손 못댔습니다. 엔딩 부분 때문에 열받아서...-_-;

「내 마음의 크리스마스」는 계절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뭐,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입니다. 잭 캔필드가 기획한 닭수프를 크리스마스 배경으로 뽑았다고 생각하셔도 무관해요.; 대체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마음이 포카포카따끈따끈해지는 이야기이니 기분 전환용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차 문화사는」좀 미묘. 다관 사진을 보고 홀랑 집어 들었는데 뭔가 빠졌다는 느낌? 어중간한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상당히 기대하며 빌렸던 책이라 아쉽네요. 그래도 사진만 봐도 충분히 지름신이 올만하니 다관 좋아하는 분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기담: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은 보다 덮었습니다. 아사노 아츠코=아사노 아쓰코로 「배터리」의 작가라 궁금한김에 집어 들었는데 앞의 몇 편 읽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려놨습니다. 연작 단편 비슷한데 상당히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동화풍의 이야기입니다. 기담에 관심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가..ㅠ_ㅠ 게다가 엔딩이....ㅠ_ㅠ

「요이야마 만화경」은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ㄱ- 딱 이 작가 느낌. 앞서 본 「유정천 가족」이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하고도 이어집니다. 특히 밤은 짧아~하고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군요.
같은 작가 책을 여러 권 보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완전히 세계관(배경)이 일치하진 않습니다.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아요. 여기들어가면 퍼즐 조각 모양이 이렇게 되고, 저기 들어가면 퍼즐 모양이 또 저렇게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추천하기엔 좀.
아, 가미가쿠시를 연상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이번 책도 배경은 당근 교토고요.

「스페인은 맛있다」는 가볍게 맛있게 재미있게 볼만한 스페인 음식 책입니다. 스페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기도 하고 조리법도 나와 있어요. 배고플 때 보면 꽤 힘들겁니다. 간단히 설명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는게 솔직한 평입니다. 이 당시 손이 안가서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집어든 책인데 책 읽는 진도가 상당히 빨리 나가던걸요.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티 러버's 소울」은 비슷한 시기에 기획으로 나온 초콜릿이나 커피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차를 마시는 이야기가 주인데 녹차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홍차인데, 솔직히 기대하고 있던 것은 홍차 포트와 홍찻잔, 그리고 티푸드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소수이고 대부분은 티백이네요. 어흑.;ㅂ; 하기야 미국에서 모은 이야기이니 그런 종류의 차이야기는 드물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차를 마시고픈 욕구를 팍팍 자극하니, 이걸 읽고 나서부터 내내 차를 퍼 마시고 있습니다.
책에 실린 레시피중 포도당차라는 것이 있는데 레시피가 진짜 무섭더군요. 하도 달아서 포도당을 공급하는 느낌이라는 의미에서 그리 이름이 붙었는데, 2리터의 포도당차를 만들 때 립톤 티백 4개인가 6개에 설탕이 한 컵입니다. 미국식 컵이니 240ml. 우유팩으로 하나하고도 조금 더 들어갑니다.ㄱ- 삼다* 생수병 하나에 설탕이 그만큼이라닛. 우어어어어어; 마시고 나면 입술이 끈적끈적해진다는 것이 이해갑니다.;

「얼간이」는 좀 미묘. 이건 「메롱」에 이은 미야베월드 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왔지요. 이번의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아니라 이규원씨입니다. 배경이 시타마치-서민거리라서 그런지 앞쪽에 역주가 여럿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거슬렸지만 그게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겠더군요. 에도시대 서민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역사소설 읽는 느낌으로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불만은 맨 뒤. 미소년과 어리버리 아저씨의 사건 해결쯤으로 보았는데 미소년이 그 한~참 뒤에 나오더군요.(훌쩍) 머리를 막 틀어올린 애송이와 어리버리 아저씨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했건만..;ㅂ; (...)
혼조 후카가와 시리즈와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분량이 상당하기도 하니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은 빼놓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이야기를 본다 생각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결말이 흡족하게 와닿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러니 그건 염두에 두세요.




조앤 플루크. 「슈크림 살인사건」. 해문출판사, 2010,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얼간이」. 북스피어, 2010, 14000원
헬렌 스지맨스키. 「내 마음의 크리스마스」. 나무처럼, 2006, 1만원
잭 캔필드 외. 「티 러버's 소울」. 바롬웍스, 2009, 13000원
정동주. 「다관에 담긴 한 중 일의 차 문화사」. 한길사, 2008, 22000원
모리미 도미히코. 「요이야마 만화경」, 권영주 역. 문학수첩. 2010, 11000원
아사노 아츠코. 「기담: 열두가지의 거짓, 열두가지의 진실」, 권남희 역. 아고라, 2009, 1만원
김문정. 「스페인은 맛있다」. 예담, 2009, 15000원


검색하다보니 미미여사 책이 또 나왔군요. 윽. 이걸 사, 말아..;
아주 오랜만의 책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도서관도 자주 안 갔을 뿐더러 입맛에 맞는 새 책도 별로 없었지요.
.... 이것은 새빨갛지는 않지만 붉은 색의 거짓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에 갔고, 그 와중에 가가형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부터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도 다 읽었으니까요. 핫핫핫.
2월 중에 올렸어야 하는 감상이 이제야 올라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집에 대한 이야기인데다 도서관 서가에서 훑어보니 재미있는 관점에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요약하면 서양의 아파트와 한국의 아파트는 이미지가 다르다. 서양은 산업혁명 이후, 시내 중심부는 빈민촌이나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으며 부유한 사람들은 거의가 외곽으로 빠져 살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아파트는 돈 없는 사람들의 거주 시설로 자리를 잡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라보는 아파트와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고층아파트는 부유층을 위한 거주공간의 느낌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타워팰리스.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앞으로 고층 아파트보다는 고급 맨션 같은 것이 더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옛 단국대학교 자리에 드러서는 초 고가 맨션이지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그런 류의 맨션에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던 것도 맨션을 옹호(?)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독신세대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이들은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할테고요.(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평수의 집을 좋아합니다.-ㅁ-)

이 외에도 혼수를 장만할 때, 남편을 위해서는 대형 TV나 서재를 만들고 여성을 위해서는 집안일을 돕는 가전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내를 위한 책상이라. 여성을 위한 책상을 혼수로 들고 간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들어보았습니다. 대개 혼수를 장만한다 하면 TV,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 등을 들지 책상을 장만했다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딱 한 번은 제 주변 사람 이야기고요. 혼수 장만할 때 자기는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뷰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가구 장만하면서 뷰로를 같이 사셨다던가요. 뷰로가 뭐냐면 뚜껑달린 책상입니다. 뚜껑을 닫아두면 그냥 서랍장 같지만 뚜껑을 열어 고정시키면 책상이 됩니다. 골동품 가구로 종종 등장하는데 저는 광활한 책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뷰로는 고등학교 때 이후로 그저 아련한 로망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튀었는데, 혼수 장만이나 집안의 부엌 배치 등에 따른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단, 재미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고 그 뒤는 그냥 훌훌 넘겼습니다.;;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읽고 나서 보니 작년에 개봉한 「줄리 & 줄리아」의 그 줄리아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의 대모로 불리는 줄리아의 자서전이고요. 공저자는 조카 손자(여동생의 딸의 아들)로, 줄리아의 구술에 따라 조카 손자가 썼습니다. 폴리아(폴(남편) + 줄리아)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었고요. 읽다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초창기 모습도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저 학교가 지금은 어떤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현지에서의 지명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 도쿄 르 코르동 블루는 책이 취향이라 예외고요. 베스트홈에서 낸 사브리나 시리즈는 도쿄 르 코르동 블루에서 쓴 겁니다.'ㅂ'

보다보면 자기 중심적인 시선이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서전이라 그런 부분도 있겠지요. 줄리아 본인이 아흔 넘어서 사망했고 그녀랑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 했던 여러 인물들도 그 전에 죽었을터이니 괜찮지만 만약 죽기 전에 이 책을 봤다면 대판 싸움이 났을겁니다. 핫핫핫.
그냥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모습, 그리고 매카시즘에 휘둘리는 미국 외교계의 모습도 보입니다.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은 이전에 읽다 던져버린 「다즐링 살인사건」의 후속작입니다. 레이크 에덴처럼 코지 미스터리로, 세간에서는 노처녀로 불리는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연애 라인 약합니다. 하기야 레이크 에덴은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정도로 연애가 중심이죠.

이 책은 앞 부분만 조금 보아도 누가 죽을 것인지, 누가 범인인지, 범인으로 몰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알아버린다니까요. 그래서 지난번에 그런 글을 썼던 것인데, 막상 보다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범인을 몰아서 자폭(?)하게 만드는가가 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T모씨와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가 촛점이기도 하지요. 그 T모씨처럼 성깔 있는 분이 참으로 좋습니다. 후후후후후후후.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로 자주 등장하셨으면 합니다. 담당 분야(?) 때문에라도 그럴 것 같지만 말입니다.

「다즐링」에서는 못 느꼈지만 각 등장인물의 그림이 선명합니다. 가끔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요. 레이크 에덴보다도 가볍게 볼만한 추리소설이고, 차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들여다 보셔도 ..... .... 아니,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차를 좋아하셔서 기본 지식이 있으시다면 붙어 있는 이런 저런 설명 및 안내 및 주석에 닭살이 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네 권은 일주일만에 다 보았습니다. 네 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붉은 손가락」. 장편이지만 내용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부분을 보다보면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고 싶을 정도로 열 받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의 해결이 맛깔납니다. 오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어! 하지만 저런 자식을 둔 죄로 끝까지 마음 고생을 하는 부모님께는 고개 숙일 수 밖에 없군요. 참으로 안되셨습니다.
이 책의 반전은 뒷 부분의 마지막 몇 장이고, 그 반전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어쩐지, 앞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나 했더니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요.'ㅂ'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는 엘러리 퀸보다 더 합니다. 범인이 누군지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직접 맞춰야 합니다. 뒤에 해설편이 실려 있어서 그것을 보면 대강 알 수는 있지만 그래도 범인이 누구라고 속 시원히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해설편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본편을 볼 때도 대강 짐작은 했지만 그게 힌트가 된 시점에서 범인은 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 사람이 죽였는가에 대한 당위는 되지 않는걸요. 뭐랄까, 살의가 일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좀. 차라리 다른 쪽이 범인이라면 죽일만한 사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면...? 혹시 암초를 폭파시켜 버린 것일까요. 자신의 위치가, 그런 것이 폭로되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그런가요.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를 죽였다」의 범인은 쉽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범인이 아님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누구도 미수로는 잡힐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려나아..?
이 책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코드가 있기 때문에 보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단편집입니다. 그리고 「잠자는 숲」에서도 등장한 발레가 소재인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맛보기 수준이고 이전 이야기와는 거의 연계가 없기 때문에(가가 형사가 왜 발레에 관심을 두었는지 정도만 연계라고...;)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 책에서는 가가 형사의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맛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경계를 하든 말든 자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잘 잡고 있다가 확 빼면 상대방이 발라당 넘어진다. 그런 느낌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가가를 상대해야하는 범인들은 대개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그래도 안 됐다는 말은 못합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짓은 하면 안되죠.

가가 형사도 지금 돌이켜 보면 볼만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맨 마지막 책인 「붉은 손가락」덕분입니다. 마지막 권의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 전체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지만 다른 책은 두 번 읽기도 버겁습니다. 특히 「악의」는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확 돋습니다. 그 책에서는 가가형사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니 「붉은 손가락」에서 등장하는 누군가와 살짝 겹쳐지기도 하고요. 흠. 자네는 아직 따라갈려면 멀었지만 말일세.


... 다 썼다고 만세를 부르려고 했더니 「인질 카논」을 빼먹었군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가장 최근 두 책 모두 구입했습니다. 「인질 카논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오늘밤~」을 먼저 구입했지만 손이 가질 않아서 「인질 카논」을 먼저 봤습니다. 교보에서 책 소개한 것을 보고는 이거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인질 카논」은 「이름없는 독」이나 「쓸쓸한 사냥꾼」과 비슷한 일상 생활에서의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단편 소설이고 연작은 아닙니다. 첫 번째 단편이 마음에 들어서 죽 읽어 내려갔는데 몇몇은 어떻게 보면 시시하고 허무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몇 있더랍니다. 그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것은 '팔월의 눈'. 단편 중 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쓸쓸한 사냥꾼」이나 「마술은 속삭인다」에서도 등장했지만 학교폭력 및 집단 따돌림 이야기가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 소재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닙니다. ㄱ모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랬던 거지요.
보다보면 「대답은 필요없어」도 떠오르는게, 1996년도에 나와서 그 즈음이나 이후의 책들과 겹쳐보이는 것이겠지요. 가볍게 볼만합니다.



서윤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궁리, 2003, 12000원
줄리아 차일드,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이룸, 2009, 13700원
로라 차일즈,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 파피에, 2010, 11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09, 1만원-12000원
미야베 미유키, 「인질 카논」, 최고은, 북스피어, 2010, 1만원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노블마인, 2009, 13800원
미야베 미유키, <대답은 필요없어>,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2007, 9500원
딘 사이컨, <자바 트레커>, 최성애 옮김, 황소걸음, 2009, 12000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2008,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09, 각 10000원



목록을 보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의미를 담아 지은 제목입니다. 훗훗훗..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어제 끝낸 <자바 트레커>이니 이 책부터 씁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감이 전혀 잡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인 딘 사이컨은 딘스빈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전세계의 커피지대를 돌아다니며 품질 좋은 커피들을 직거래로 구합니다. 요구하는 것은 공정무역일 것이라는 점. 회사 단위로 대규모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며 품질을 확인하고 거래를 틉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원두 양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협동조합에 적립금조로 별도로 비용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비용은 협동조합이 새로운 설비를 갖추거나 마을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하는 일에 쓰입니다. 말로 하면 그냥 그런 사업 이야기에 자기 자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맛을 한 순간에 좌우할 만큼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는 책이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가 케냐 AA입니다. 신맛이 강한 커피보다는 묵직하고 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를 선호하다보니 케냐를 보통 많이 추천 받아 그렇습니다. 케냐 AA가 구하기 쉬운 커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바 트레커>를 보다보니 케냐는 제 선호 순위에서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많은 커피를 사 마신다 한들 그 돈은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는 사람만 압니다. 농민들이 받는 돈은 받아야 하는 돈의 아주 일부일뿐이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말입니다.
반대로 페루의 커피는 한 번 맛보고 싶은 커피로 단번에 뛰어 올랐습니다. 물론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 때문에 페루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온 페루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만 배전 취향의 문제로 손을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커피에서 기왕이면 배전 조절도 가능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전광수 커피집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페루는 협동조합의 지도 아래 양질의 커피를 생산하며 계속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멋지죠. 그래서 더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Peet's의 예도 있어서 딘스빈스(링크)에 들어갔더니 해외배송이 됩니다.OTL 배송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커피가 상대적으로 싼 편(1파운드에 7.25달러)이라 도전해볼까 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페루 원두는 강배전으로는 나와 있는게 없군요. 아쉽지만 뭐... (근데 장바구니에 담아 결재 직전까지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큽니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화차의 원형이 들어 있는 단편집이라길래 일부러 피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처럼 뚝 잘려서 끝나면 속이 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데 역자 후기를 보니 대체적으로 밝게 끝난다고 하길래 용기(?)를 가지고 붙잡아 읽었습니다. 과연,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초기 단편들이라 지금 읽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으니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과는 다릅니다.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지갑이다와 닮았습니다. 묵혔다 읽어서 더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지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권이 완결권이라 하던데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지만 이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덮어둡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OTL 이 이야기를 덮어둔 것은 동인 팬들을 위한 여백인걸까요. 아무리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빌헬름 하우프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신파극도? 이거야 영원한 무협지(...) 소재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건 무협지 영향보다는 스타워즈가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2권에서 프리가가 받은 충격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고요.
엔딩 부분이 꽤 마음에 들어 그부분만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완결을 보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진건지 평점은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 두 권과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을 같이 묶어 쓰는 것은 두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의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제 기분은 '동인소설'이었으니까요. 하하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시공사에서 두 권이 나왔고 그 외에 나온 다른 책들은 다 작가 아리스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그런 느낌이 덜하지만 작가 아리스는 분위기가 묘합니다. 약간 어벙버리한 추리소설 작가 아리스, 거기에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의 영향을 듬뿍 받은 것이 분명한 히무라는 확실히 좋은 콤비입니다. 다만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동인소설에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이 참...;
그런 면을 빼더라도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밀도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허술해보이긴 하지만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런 재미없는 추리소설도 있냐고 분개하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이야기인겁니다.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은 감상을 여섯 글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피셜 동인지. 셜록 홈즈 본편의 이야기와 맥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 원래 이야기 중에서 그냥 언급만 되고 넘어간 여러 사건들을 상상해 전개했는데 실제 셜록 홈즈 단편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늘어 놓는 불평 때문일겁니다. 절친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 착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출판사 북스피어입니다. 아놔. 맨 마지막의 장난을 보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보고 나서는 미친듯이 굴러 다녔습니다. 마스터님, 꼭 찾아보세요. 저처럼 배를 잡고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닐겁니다. 저는 거실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심하게 굴러다닐 수 있었습니다. 맨 뒤의 암호는 아주 쉽게 풀었는데 그 세 단어가, 이 책을 바라보는 출판사의 입장을 아주 잘 말해줍니다. 그러니 책을 보지 않으시더라도 미미여사 파이팅부터 이어진 북스피어의 장난만이라도 꼭 챙겨서 봐주세요. 그 덕분에 북스피어에 대한 애정도가 100 상승했습니다.



이 외에 읽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그쪽은 내일마저 적도록 하겠습니다.-ㅂ-

박훈규,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한길아트, 2007, 18000원
고솜이,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강모림 그림, 돌풍, 2006, 11000원
마이크 게이츠 길, <땡큐! 스타벅스>, 세종서적,2009,  12000원
스티븐 베일리, 테렌스 콘란,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2009, 63000원
제럴드 더럴,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4, 11000원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2008, 9800원
제임스 헤리엇, <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의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3, 9000원

이게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래 다시 쓰겠습니다. 한 번에 몰아 쓰려니 힘들군요.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은 사실 여기 쓰면 안됩니다. 책 첫 장을 펼치고는 고이 덮어 그대로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주 빽빽하게 있는데, 가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판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반 백과사전보다 가로가 조금 더 긴, 정사각에 가까운 모양인데다 두께도 무게도 내용도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 때 읽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디자인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땡큐! 스타벅스>도 사실 여기에 쓰면 안됩니다. 앞에 1장인가 2장까지 읽다가-스타벅스 취직되는 부분-던졌습니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때도 낚였지만 이번에도 처절하게 낚였습니다. 하도 낚이다 못해, 도서관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공짜 라떼라도 받아 먹으면 기분이 풀릴까 생각했지만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신청해 보길 잘했지요. 은근히 뜬 책이라 보려는 사람은 많을거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딱딱한 문체도 그렇지만 대강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뜨악해서 덮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니까 광고회사의 잘나가던 아저씨가 구조조정으로 잘리고, 무일푼에서 어쩌다가 스타벅스에 고용되어 일하게 되어 제 2의 인생을 살았다라는 것이 배경지식이었고, 그 아저씨가 기본 재산도 있을텐데 왜 무일푼일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앞부분을 읽고 알았지요.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어서 일단 흰색 글씨로 씁니다. 잘린 다음 혼외정사로 막내가 태어납니다-_- 덕분에 이혼당하면서 전 재산을 다 두고 나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읽기를 멈췄습니다.

고솜이의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는 도서관에서 몇 번 보았다가 볼 생각이 들진 않아서 내버려 두었는데 갑자기 확 땡겨서 빌려왔습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매력이 40%는 감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인데 잘못하면 여기 있는 이야기가 진짜인줄로 아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에 가상의 이야기다라고 언급했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될거라 봅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아주 가볍게 볼만한 책입니다. 뒤에 나온 <싱가포르에서 아침을>이 더 낫습니다. 보시려면 이쪽을. 대신 더 낫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에서 본다면 뒷 상황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다이라 아스코의 책은 간단하게. 이 작가 책은 역시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연애담을 담은 단편집인데 입맛에 딱 맞진 않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양파와 도마뱀 이야기. 도마뱀은 혐오에 가까운지라 기억하고 있고 양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기억합니다. 아주 뜨악한 단편도 하나 있었으니, 필터링하지 않아도 OK. 아놔. 이런 상황은 만화에서만 봤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뭡니까.OTL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콘란~>과 같이 읽어도 재미있을겁니다. 영국디자인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만큼 디자인, 설계, 조각 등 미술적 관점에서 영국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한 기록입니다. 나왔을 당시부터 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휘릭 넘기다가 윌리엄 모리스 관련 글을 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덥석 빌렸습니다. 감격! 캠스콧 매너에 가는 방법, 레드하우스에 가는 방법이 간단하게 나마 나와 있습니다. 언젠가 꼭 찾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만큼 먼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티이타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할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공공기관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지자체는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야구 구장 관련된 이야기도 참..(먼산) 영국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고 영국 디자인과 건축, 박물관을 주시하고 있던 분이라면 꼭 챙겨보셔야 합니다.'ㅂ'


나머지 세 권은 몰아서 쓰지요.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세 권 보두 역자가 김석희씨입니다. 호오. 그리고 내용도 굉장히 닮아 있고요.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은 이전에 몇 번 올렸던 생물학자/동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정체인데요, 형은 영국의 유명한 작가-하지만 전 몰라요;-이고 형의 권유를 받아 쓰게 된 책이 히트를 쳐서 그걸로 동물보호에 나섰다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전 포유류는 상당히 좋아하지만 절지류나 곤충류는 질색이기 때문에 몇몇 이야기에서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런 걸 두고서라도 읽기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번역된 것은 달랑 이 책 한 권이더군요. 흑;
제임스 헤리엇이야 <아름다운 이야기>나 그 다음 책(제목을 잊었습니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와 관련된 이야기만 모아 놓은 이 책들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원래 한 권짜리인 책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한 것이라는데 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독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개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습니다. 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전환으로 딱 좋은 책이고요. 에피소드 별로 끊어져 있기 때문에 나눠 읽기도 좋습니다.
그러니 이 세 권은 추천.-ㅁ- 아마도 첫비행님은 읽는 도중에 낚이셨을 것 같으니..?


자아. 길지만 한 번에 다 나갑니다. 이번엔 추리소설 모음입니다.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카푸치노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출판사, 2007-2008, 9800원-1만원
아서 코난 도일 외,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정영목 옮김, 도솔, 2002, 170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시리즈 5)>, 최고은 옮김,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미야베 미유키, <흔들리는 바위>,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12000원
아베 요이치 외, <청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도바 료 외, <백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나가사카 슈헤이, <적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아마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 낚여서 빌려 봤을겁니다. 커피하우스가 먼저, 카푸치노가 그 다음입니다. 뉴욕 중심가에 있는 굉장히 오래된 커피하우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주 내용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것은 살인사건도 그렇지만 커피 이야기도 많고, 소설 밑바탕이 재미있게 볼만한 로맨스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 해결은 둘째치고 일단 연애담을 보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것보다 주인공의 일터와 집은 정말로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추천도는 낮습니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커피용어만 등장하면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와 집중이 안됩니다. 마끼아또를 뭐라 썼는지 잊었지만 영어 발음식으로 읽었더랍니다. 스팀우유도 그냥 스팀우유라고 하면 되는데 김낸우유라고 썼던가요? 하도 낯선 용어라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는 잘 맞을겁니다.'ㅂ'

흔들리는 바위야 미미여사 책이니 두말할 나위 없고, 앞 시리즈인 <괴이>나 <혼조 후카가와~>와는 달리 단편집이 아닙니다. 한 권이 통째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앞 책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한 것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란 것도 그렇지만 괴이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거라면 트릭 자체가 안 먹히잖아라는 겁니다. 샤바케에서는 이계 이야기가 섞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은 사람들에 의한 것이지만 여긴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흔들리는 바위는 그 반대입니다.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엉뚱하게 흘러간다 싶었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미미여사.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이 많았고-엘러리 퀸이랄지, 도로시 세이어즈랄지-대체적인 흐름이 요즘의 뒷맛 씁쓸한 이야기와는 달라서 더 좋았습니다. 추리소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이야기가 다 풀리고 깨끗하게 정리되는 해피엔딩이 좋다는 겁니다. 뭐, 다른 소설도 행복한 결말인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했고 그래서 구입 여부에 대해 조금 고민중입니다. 꽂을 곳이 없다는 것이 책 구입할 때의 최대 난제라.;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집에 세 권만 있어서 들고 보게 되었습니다. 앞에도 썼지만 모종의 사건 때 G가 집에 들고온 책 중 셋입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없고 적색, 백색, 청색의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보고 있자니 <BLUE>, <RED>, <WHITE>가 떠올라서 말이죠. 으하하~ (여기에 덧붙여 떠오른 어느 망상에 대해서는 함구;)
이 책은 교보문고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에도가와 란포 수상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렇게 늦게 보게 된 것은 책이 워낙 두꺼운데다 이런 류의 단편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잘못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봐서 입맛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왠걸.; 시리즈가 거의 다 제 취향이었습니다. 위의 세 권은 단편이 5편씩 실려 있는데-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60% 이상의 확률로 괜찮았습니다. 묘하지만 처음의 세 편 정도는 괜찮아서 기분이 고조되면 뒤의 두 편은 또 제 입맛에 살짝 맞지 않아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그래도 평균점은 80점 이상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문학소녀로군요. 앞으로 3권이 남아 있고 그 중 한 권은 3월에 출간된 모양입니다. 외전이라고 하는데 이 책부터라도 먼저 사볼까 하고 있고요.'ㅅ' 엔딩을 봐야 마음놓고 살텐데 말입니다.
일단 1-4권까지 나왔던 복선 하나는 해결되었습니다. 깔끔하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5권인 이번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서 던져진 소재입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궁금하게 여겼을텐데 6권은 넘어가고 7-8권에서 해결될 모양입니다. 원서를 먼저 보신 분들은 엔딩이 깔끔하다 평하고 있으니 언해피는 아닐 것 같고, 제게는 과연 주인공이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먼산) 밀고 있는 커플이 있는데 5권에서도 상당수 복선을 깔았습니다. 거참. 이 녀석도 여자는 많은데-그러고 보니 5권에도 그 이야기가;;-그게 묘하게 거슬리지 않는단 말입니다? 7-8권이 가능한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4권 이후, 5-6권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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