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다 신조의 신작입니다. 나온 줄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는 도서관에 주문 넣어서 보았습니다. 사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이거, 차마 집에 둘 수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잔예』+『노조키메』=『괴담의 집』. 그래도 이번 책은 낫습니다. 적어도 『백사당』이나 『사관장』처럼 읽는 사람을 공포로 몰고 가 떨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괴담의 집』은 해결편이 등장합니다.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 설마하니 이 사람, 끝까지 가려는 건가 싶었는데 거기서 멈추더군요. 아니, 멈췄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미쓰다 신조'도 다루고 있지 않으니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화자가 미쓰다 신조인 책과 도죠 겐야인 책 말입니다.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 안되는 것도 있지만 한국에 번역 들어온 것은 거의 그렇습니다. 해당 안되는 건 아마 『일곱 명의 술래잡기』일걸요. 비채에서 내는 도조 겐야 시리즈, 한스미디어와 북로드에서 나오는 미쓰다 신조 시리즈. 그렇게 나뉠거예요. 일단 기억하는 건 대강 그렇고........


앞서 이 책의 내용을 오노 후유미의 『잔예』와 『노조키메』를 더한 것이라 적었는데, 애초에 『노조키메』도 이 책의 구성이나 『잔예』의 구성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적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근데 『잔예』와 더 유사성을 느끼는 것은 다른 이유가 더 있습니다.

『노조키메』는 기본 이야기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괴담을 얻어 읽게 되었다는데서 시작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괴담을 적은 노트를 발견했는데, 이 노트의 원 주인을 알게 되어 그 사람에게 돌려 주었다가 유증으로 받았지요. 그리고는 그 괴담을 읽고 나서 그에 대한 해석을 기록합니다. 『괴담의 집』은 그에 대한 확대판인데 『잔예』와 구성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잔예』는 저자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고 있지요. 이야기의 시작과 자신의 개인사를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쓰고 그 와중에 자신이 쓴 소설의 집필기를 섞어서 현실과 소설의 이야기를 헷갈리게 만듭니다. 거기에 괴담을 수집하다가 거기에 나온 괴담이 다른 괴담과 연결됨을 알고, 다시 그 이야기의 원류를 추적한다는 내용이지요.


『괴담의 집』도 비슷합니다. 『백사당』과 『사관장』을 탈고한 뒤의 일로, 미쓰다 신조의 이름으로 쓴 소설과 도조 겐야의 이름으로 쓴 소설, 다시 말해 작가 미쓰다 신조가 아니라 그 뒤의 진짜 미쓰다 신조가 앞으로 나옵니다.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로 소설의 팬이었던 사람과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이 사람도 괴담을 좋아하여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편집자인 미마사카는 괴담이 모이는 체질이며 자신은 괴이한 일을 겪은 적이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많아서 괴담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괴담을 나누었다가 묘하게 닮은 두 가지의 괴담을 미쓰다 신조에게 건네줍니다. 원고로요.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다른 일을 먼저 처리하고는 그 다음에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에는 또 그것과 관련된 괴담을 미마사카가 찾아온 덕에 그 것을 읽고. 그리하여 총 다섯 개의 괴담을 듣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고 구조가 같다거나 공통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역도 서로 다른 데 그 두 사람은 이 이야기들이 불길하게도 닮았다고 여깁니다. 유사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분석을 반복합니다.


책에는 그렇게 모은 다섯 개의 괴담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괴담 뒤에 미쓰다 신조의 막간이 있고 세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 뒤에는 상당히 긴 막간 2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그리고 저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괴담을 건너 뛰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거든요. 저 자취합니다. 그것도 자취방은 지방입니다. 새 건물이지만 옆방과는 별로 교류가 없으며, 단독 사무실에서 근무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어둡게 해놓고 지냅니다. ... ... ... 저, 월요일에 혼자서 잘 있을 수 있을까요. 월요병에 미쓰다신조병까지 오면 ... 으허허허헉. 지난 번에 『노조키메』 읽을 때도 결국에 두 번째 이야기는 포기하고 못 읽었습니다. 그 날은 또 혼자 지방에 있었다고요!


(라고 쓰고 일단 네 번째 괴담 일부분, 다섯 번째 괴담을 보았는데 다섯 번째는 무난합니다. 그냥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 정도. 덕분에 월요일에 미쓰다신조병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다섯 가지 괴담에 대한 풀이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풀이가 아주 그럴싸합니다. 하하하하. 근데 풀어도 어차피 이건 괴담이니까요. 이 다섯 가지 괴담이 닮았다고 생각되는지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오기가 참 길었습니다.



어쨌건 이번 책도 참 무섭게 보았습니다. 슬슬 도조 겐야 시리즈도 나올 때 되지 않았나요. 다음 권 언제쯤 나올런지?


미쓰다 신조. 『괴담의 집』,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5, 13800원.


믿고 보는 번역자입니다. 후후후. 하지만 토카이보다는 도카이가 낫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요즘에는 토카이보다 도카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고요.



덧붙임.

그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존재는 ....





이걸로 힐링을. 아니, 이걸 보고 조금 달래보세요.



덧붙임 2.

보고 나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그냥 아파트에 살래요. 그러면 적어도 지붕에서 뭔가가 날뛰진 않겠지요.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어쩌다보니 작년에 나온 책까지 모두 몰아서 한 번에 보았는데, 그 네 권 중에서 제일 재미없다고 생각한 책이 이 책입니다. 『백사당』은 뭔가 허술한 분위기가 있었다하면 이 책은 주인공과 의뢰인이 정말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거기에 라이트노벨이나 그 바로 윗 수준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이야기가 굉장히 가볍습니다. 내용도 그렇고, 전개도 그렇고, 결말까지 가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미쓰다 신조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맨 마지막의 장면은 심지어 일본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던 타입이라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떠오르더군요.



사상학 탐정이라길래 처음에는 思想인가 했더니 死相이랍니다. 이게 서로 상이 아니라 얼굴 상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관상의 그 상인모양입니다. 주인공은 희한한 것이 눈에 보이는 체질입니다. 괴이한 것이 눈에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그 사람의 죽음이 눈에 보이는 겁니다. 등떠밀리다시피 해서 도쿄에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긴 했는데, 탐정님께서는 어렸을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 혼자 놀다보니 사교성은 거의 바닥에 가깝습니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정도인데 그렇다고 수줍음이 많은 건 아닙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지 않으니 무뚝뚝하게, 할말만 하고 자기 생각만 해서 상대를 배려하는 능력이 없을뿐입니다. 그런 성격에 왜 탐정 사무소를 개업했냐 물으면 등 떠밀렸다고 답하겠습니다.



사건 의뢰인이 찾아와 괴이한 상황에 대해 의뢰를 하고, 그리고 거기에 끼어 들어 사건을 풀어 나갑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 자체는 추리에 가깝습니다. 트릭을 풀어내 그걸로 반격하거든요. 하지만 그 트릭이란 것 자체도 좋지 않은 무언가입니다. 그렇다보니 정통추리를 좋아한다면 사도라 외칠 것이며, 전체적인 전개가 굉장히 가벼운데다가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어 그런 걸 질색하는 사람은 버럭 화를 낼겁니다. 게다가 의뢰인은 신데렐라이기 때문에 그 쪽을 싫어한다면 책을 읽는 도중에 고이 접을 겁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결말까지 보았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맨 마지막의 장면은 클리셰처럼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내용입니다. 아오. 저 엉덩짝을 발로 차줘야 하지 않나. 저런 무능력함이라니! 저래서 인간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나!




교보의 리뷰를 보니 전체 시리즈의 설정을 다루는 것 같은 소설이라 하더군요. 그렇긴 해도 『바티칸 기적조사관』이나, 다른 라이트노벨, 라이트노벨보다는 조금 더 본격적인 다른 시리즈 소설의 1권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볍게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긴 합니다. 미쓰다 신조라는 생각은 빼고 접근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미쓰다 신조. 『사상학 탐정 1: 13의 저주』, 이연승 옮김. 루비박스, 2015, 13000원.


월요일 출근길에 다 읽었습니다. 대중교통 타는 시간이 조금 길긴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동안 한 권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소설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읽는 도중 번역이나 번역 단어가 걸리는 부분이 여러 있었는데 미처 적어 놓지 않았네요.=ㅁ= 그렇다고 다시 볼 생각은 안 들고..;

...방에 책이 없는데 그냥 둘 수 있나요. 저렇게 앞서 『백사당』과 『사관장』 리뷰 쓰긴 했지만, 자고 일어나서 그 다음날 아침에 도전했습니다. 왜냐하면 날이 맑았거든요. 흐려서 음침했다면 고이 안보고 치웠을 텐데 날씨가 살렸습니다.


하지만 다는 못 보았습니다. 하.하.하.

『노조키메』는 괴이 혹은 괴물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번역을 하지 않고 제목을 그대로 달았더군요. 책의 구성이 서문에 해당하는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 첫 번째 수집 기담, 두 번째 수집 기담, 그에 대한 해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는 서문을 읽고, 잠시 고민하다가 맨 뒤의 해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뒤에 붙은 역자 후기까지 본 다음, 첫 번째 기담을 읽고는 고이 덮었습니다. 두 번째를 보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더군요.


이 책은 미쓰다 신조가 편집자 일을 하면서 소설을 투고해 호러작가로 데뷔하고, 그리고 전업작가로 활동한지 한참 뒤의 일입니다. 따라서 『백사당』과 『사관장』 이야기보다 훨씬 뒤의 일입니다. 『사관장』의 결말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지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하기야 앞서 『기관』이나 『작자미상』도 그랬지만요. 하여간 아직 편집자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에게서 희한한 기담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그 기담을 손에 넣은 과정이 불법적인 것이었고 그 기담이 적힌 노트를 주겠다며 대신 금전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그 자리에서 거부하고 기담의 원래 소유자에게 연락을 할까 고민했는데, 그 얼마 뒤 노트가 집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고민하다가 노트를 원주인에게 돌려 줍니다.

그 노트는 몇 년 뒤에 변호사를 통해 돌아옵니다. 원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이 노트를 미쓰다 신조에게 유증한다 했다더군요. 그리하여 노트는 다시 돌아오고, 미쓰다 신조는 이 기담과 연계되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기담과 이걸 묶어 발표하겠다 생각합니다. 그 결실이 이 책인 겁니다.

하하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리니 원..OTL


첫 번째 기담은 노트에 적힌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서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건 내용이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 그리 길지 않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으흑.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두 번째 기담은 내용도 길거니와,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담을 엮어서 그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풀어 놓은 편을 보고 나니 손이 안가더군요. 거기에 더해 역자 후기가 무서웠습니다. 이 이야기 자체가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쫓아온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이건 『사관장』에서도 비슷한데 거기서도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괴이가 쫓아오는 것 같은 상황이 나옵니다.

아.-_- 리뷰 적으면서도 등골이 오싹한 것이 기분이 안 좋....;


하여간 역자 후기에는 본인이 이 책을 번역하면서 두 번의 이상한 사건을 겪었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거기까지 읽고 나니 도저히 두 번째 기담에 손을 못대겠더군요. 으하하학; 그리하여 읽은 날 밤에도 힐링을 위해 Brutus Casa를 읽고 잤습니다.^-T 왜냐하면 종이책은 『노조키메』만 옆에 있고, 남은 전자책 중 그나마 안 읽은 것은 그것뿐...;




미쓰다 신조. 『노조키메』,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4, 13800원.



이제 집에 남은 『사상학 탐정』만 보면 되는데, 그 전에 『붉은 눈』을 볼지 말지 고민됩니다. 미쓰다 신조를 몰아쳐 읽으려니 참 힘드네요.;ㅂ;

원래 공포소설에 약합니다. 공포소설은 잘 보지 못할 뿐더러, 가끔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그건 어렸을 적의 일이긴 했지만 육영사에서 나온 추리소설 전집의 표지를 보고 무서운 책이라고 생각해서 밤마다 악몽을 꾼 적이 있었지요. 그 책은 고이 큰집으로 보냈다가, 1년 뒤에 『기암성』을 읽고는 이 책이 무서운 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도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거 참 묘한 전집이었지요. SF 단편선도 상당히 들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공포소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퇴마록 국내편을 본 날 악몽을 꿨습니다. 국내편 2권이었나, 집에 혼자 지키고 있는데 밖에서 개가 들어오려고 하는 급박한 상황 말입니다. B님은 아마 그 편 눈물 겹게 보셨을 테지만 저는 그날 밤 방문 밖에서 그런 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상하며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런 제가 나이 먹어서는 미쓰다 신조까지 보게 되더군요. 오노 후유미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나이 먹는 것은 무뎌진는 것인가라고 안심 혹은 방심한 사이 이번 책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놔. 정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위에 눌릴 것 같은' 상황은 아주 오랜만에 겪었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잔예』나 『귀담백경』보다 이게 더 무서웠어요.


『백사당』과 『사관장』은 짝을 이루는 책입니다. 이 둘을 묶어서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됩니다. 맨 뒤의 책 소개에도 둘다 작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라고 나옵니다. 맞아요. 짝을 이룹니다. 그래서 더 방심했습니다. 왜냐하면 『백사당』은 이야기 구성이 조금 독특할 뿐 아주 무섭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물론 어디선가 엿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거나, 망자의 몸을 닦기 위해 상주(당주)가 전용 공간에 들어가 시체와 단둘이 밤을 지새워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설정만으로도 무섭긴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한 때 유행하던 유머에 가장 아르바이트 소득이 높은 것으로 시체닦이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시신을 닦는 것이니 더 무서울 수 있다고는 해도, 시신을 닦는 것이 쉬울리가 있나요. 은근 무거운데다 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할 겁니다. 왜냐면 닦는 목적이 마가 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거든요. 다시 말해 그 과정에 *******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걸 위해 손도끼도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그런 복잡한 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허술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수기라고는 하던데...



라고 생각했더니 뒷 이야기가 바로 이어집니다. 『사관장』. 편집자이자 호러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평소 알고 지내던 편집자에게서 나이 지긋하게 먹은 남자를 소개 받습니다. 본인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작가지망생이라는데 자신의 경험담인 공포소설을 써냈다더군요. 그래서 공포소설이나 관련 서적을 기획하는 미쓰다 신조에게 소개를 한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그 사람이 어렸을 적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원고로 보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손으로 쓴 원고가 도착하는데, 그 원고를 읽는 사람마다 기묘한 일에 휘말립니다.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반전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수기인지 헷갈린다는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작가 시리즈와 도조 겐야 시리즈라는 두 종류의 시리즈 소설이 있고 이 중 작가 시리즈의 주인공은 미쓰다 신조입니다. 즉, 자신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인물인 겁니다. 앞서 『잔예』에서의 장치와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읽고 있는 동안에 이 상황 자체가 진짜 미쓰다 신조가 겪는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사건이 주로 발생하는 곳이 도쿄 진보쵸 주변과 교토, 나라입니다. 세 지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포 장치는 배가 됩니다. 그야, 아는 지역이다보니 머릿속에서 대강 상상이 되거든요. 더 잘 그려질 수록 공포는 더 커집니다.^-T


앞서 나온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도 맨 뒤가 굉장히 유야무야 했고, 『작자미상』도 그랬습니다. 어디까지가 소설적 장치인지 헷갈리는 것은 이번 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의 '소설'에서도 결국 주인공은 휘말려서 괴이에 빠져버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 권에서는 ..(하략)




그리하여 어젯밤 베갯머리 책으로 이걸 선택해 읽고 나서는 결심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미쓰다 신조의 책 세 권을 가져왔는데, 이중 마지막 책인 『노조키메』는 읽지 않겠다고요. 과연...?




미쓰다 신조.『백사당』, 『사관장』,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4, 각 14500원, 13800원.


번역은 크게 걸리는 것 없이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두 권을 한 사람이 번역했으니까요. 김은모씨는 제가 집어든 책에서 자주 마주치는 번역가입니다. 제 취향에서 조금 하드한 책을 집어 들었다 하면 종종 만나는...;ㅂ;



태그에 추리소설을 넣은 것은 이게 미스테리적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도 넣을 걸 그랬나요.

공포소설과 호러소설의 차이가 뭐냐 할 수 있는데, 제 나름의 정의가 있긴 합니다. 공포소설은 조금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공포이고 호러는 유령이나 괴기 현상 등에 대한 공포라고요. 물론 제멋대로 정의니 그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 나온 걸 보고 덥석 집어 들은 것은 좋은데, 보고 나서는 조금 많이 후회했습니다. 앞의 두 편을 보고는 고이 내려 놓고 이대로 포기할까 했는데, 오늘 이상하게 몸이 늘어지고 졸려서 잠 깰 겸 봤습니다. 음, 잠은 잘 깨더군요. 이런 호러 소설 읽으면서 잠이 안 깨면 그것도 이상합니다만. 하하하하..;ㅂ;

분위기는 앞서 나왔던 『작자미상』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공포의 밀도는 그 쪽이 더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도 그런 것이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로 다른 잡지에 연재되었던 단편집. 그래서 조금은 제각각인 경향도 있고, 어떤 편들은 서로 느낌이 닮았다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처음 두 편으 읽고 나서 책 접고 그대로 반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는데, 다시 읽을 때는 또 무덤덤하게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대신 공포 장치가 대개 막힌 공간이나 공간이고 그 안에 들어오려고 하는 누군가를 상정하는 만큼, 혼자사는 분들은 보지 않는 쪽이 좋으실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으면 추위가 더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하하.;ㅂ;



미쓰다 신조. 『뷹은 눈』,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 2014, 13000원.

미쓰다 신조입니다.

저자명만 달랑 적어 놓은 것은, 저자가 누군지 알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하;
빌리기는 2013년에 빌려서, 31일부터 읽기 시작해 1월 1일에 끝마쳤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왜 새해 벽두부터 공포물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댔는데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공포물이기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도조 시리즈처럼 공포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뒷맛은 매우 나쁩니다. 그건 감안하고 보셔야 할 거예요.


미쓰다 신조는 B님께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출간된 책은 거의 다 보았습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은 딱 한 권, 작년 말에 출간된 신간뿐입니다. 이것도 올 첫 교보 주문에 들어 있으니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면 받아볼 겁니다. 언제 읽느냐는 별개고요.
이렇게 몽창 다 읽다보니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환상괴기 공포물, 다른 하나는 공포물을 가장한 미스터리입니다. 이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환상괴기에 속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자세히 짚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화입니다. 생명의 전화라고, 한국에도 있지요. 예비자살자(?)를 위한 전화 말입니다. 마포대교였나 어디였나. 하여간 자살의 명소에는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무서워서 그 주변에 안 가는지라 확인은 못하겠네요. 하여간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그 전화를 받아주는 곳이 생명의 전화인데, 어느 전화상담원이 자살자의 상담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볍게 신세한탄을 하고 끝나지만 이 경우처럼 자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별도의 처리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각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됩니다. 그것도 약간의 피를 남기고요. 그러고 나서 연쇄살인인지 연쇄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커집니다.


만, 추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찍으면 되는데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그 함정을 넘어서고 나면 부조리가 존재하고요. 하아. 인생사 다 그런 겁니까....(먼산)


책이 두껍긴 한데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른 편이라 예상했던 것보다는 빨리 읽게 되더군요. 새해 첫 책으로 괜찮았습니다.:)



미쓰다 신조. 『일곰명의 술래잡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3, 13800원.

이걸로 한국에 출간된 미쓰다 신조의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
라고 적고 보니 한 권이 빠졌네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 하지만 이 책은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무서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탐정이 다릅니다. 한쪽은 도조 겐야 시리즈, 다른 한 쪽은 미쓰다 신조 시리즈입니다. 저자명이 등장인물 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주 드물진 않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아리스 시리즈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그런 예고, 엘러리 퀸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가장 대표적인 예니까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책은 그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전에 『기관』을 읽었을 때도 그런데 사실 사이사이에 허구를 교묘히 끼워넣다보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 끝이 솟게 만듭니다. 게다가 『기관』은 책 속의 책이 등장하는 데서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데 굉장히 탁월합니다. 혹시라도 여름철 피서에 공포소설을 택하신다면 단연 미쓰다 신초의 책을 추천합니다.-_-;


이 책은 『기관』에 바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해요. 그러니까 미쓰다 신조는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와 함께 어느 헌책방을 드나듭니다. 그러다 신구 아스카가 『미궁초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동인지를 꺼내듭니다. 가죽 제본으로는 되어 있지만 개인 제본이라 그런지 굉장히 허술하게 만든 책이랍니다.(물론 같은 개인 제본이라도 저라면 그보단 낫게...(탕탕탕!)) 동인지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누군지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데다 판권기가 실려 있을 맨 뒷부분은 안 뜯었습니다. 봉인되어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문제는 그 책을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이상한 일들은 읽은 사람들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협합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미궁초자』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지는 거죠. 적어도 추적이 가능한 인물들은 전부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미쓰다와 아스카에게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할 이유가 생깁니다. 죽고 싶진 않거든요. 아니, 죽는 것을 넘어서서, 이상한 괴물이 주변을 맴돈다거나,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_-;


다른 추리소설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그래도 이 책에 대해서는 꽤 내용 소개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은 하나도 소개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이 책의 백미는 『미궁초자』에 실린 7편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 사람의 솜씨입니다. 사실 추리를 풀어내는 솜씨는 미쓰다보다 아스카가 낫긴 합니다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큰 빅엿을 날리고 사라집니다. 엿을 억지로 입에 우겨넣은 느낌인데, 어쩐지 지난번에 『염매』를 빌리면서 이 책 하 권 결말을 보았을 때 그렇더라니. 그게 이런 이유로군요.-_-;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는 조금 고민되긴 합니다.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능한 많은 추리소설을 알아야 합니다. 알고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예를 들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S. S. 밴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 『흑사관 살인사건』 등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에도가와 란포 정도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요. 슬프게도 헨리 메리베일 경은 누구인지 잊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에 나오는 헨리 경인가요.-ㅁ-;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근데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하나 같이 영미권이고, 프랑스권은 없음..ㄱ-; 그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미쓰다 신조.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상-하』,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3, 각 115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입니다. 하지만 백미는 어쩌면 후기인지도..? 읽고 나면 홍대입구 주변 돌아다니기가 조금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음훗훗훗훗~
미쓰다 신조의 소설입니다. 매번 무의식 중에 마쓰다 신조라 쓰고 있는데 마가 아니라 미입니다. 왜 쓸 때마다 헷갈리는 건지 원.;
(종종 글자를 건너 뛰어가며 읽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허허허;)


하여간 공포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작을 꽤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집어 들었는데 정작 읽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 읽고 나니 같은 날 빌려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에는 손이 더 안가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 책도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 느낌인데, 『기관』을 읽고 나서 이걸 보면 정신이 황폐해질 것 같더랍니다.

기관은 機關도 아니고 器官도 아닙니다. 한자어로 忌館이라고 씁니다.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고, 만든 단어 일겁니다. 忌는 꺼릴 기, 즉 꺼리는 집이라는 뜻이겠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도조 겐야가 아니라 미쓰다 신조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데, 한쪽은 도조 겐야가 나오는 추리소설, 다른 쪽은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인 공포(호러)소설입니다. 그러니 이 책이 공포소설인 것도 당연하지요. 물론 추리적 요소는 있지만, 되짚어 보면 추리하기에는 재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쉽지 않아요.

이 책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 분들 중에서는 B님이나 보실까. 그 외에는 없어요. 일단 전개 부분에서 상당히 잔혹한, 엽기적인 설정이 등장하는데다 공포 요소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소재는 딱 집어 말하자면 유령의 집이예요. 제목에 괜히 館이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는 잡지, 그것도 무려 『GEO』 편집자입니다. 이 잡지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 독일 쪽에서 나온 잡지를 번안 혹은 새로 취재하여 만든 잡지입니다. 굉장히 좋아해서 정기구독도 신청했습니다. 가격이 상당해서 구독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신청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랬는데 폐간되었네요. 『내셔널 지오그래픽』보다 이쪽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왜 그랬냐 물으시면 저도 모릅니다. 그냥 판형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네요.
하여간 미쓰다는 잡지 편집부의 이사로 도쿄에 올라왔다가, 나중에 잡지 편집 방향이 바뀌자 단행본 쪽으로 부서를 이동합니다. 그런 와중에 집 이사도 함께 하는데, 좋아하는 지역에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집을 발견합니다. 팀버양식이라던가요. 영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황무지의 스산한 느낌이 감돕니다. 영국 공포소설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끝.


아니,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쓰지 않고는 이 이상의 이야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접어서 적어보지요.





하여간 배경 지역이 무사시노 쪽이라 B님이 흥미있어할만하긴 한데, 결말이 열린 결말에 가깝다는 것이 걸립니다. 그리고 접은 곳에도 적어놓았지만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모 소설의 등장인물이 말했듯이 "사실 속에 거짓을 조금만 섞으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정말로요.


미쓰다 신조.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28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지역 명에 대해서는 조금 걸리는 곳이 있네요.
갓파하시모토, 시노바스노이케 연못. 이 두 가지가 눈에 걸리더군요. 아사쿠사쪽에서 우에노로 걸어가는 도중에 지나치는 곳인데, 갓파바시는 이름을 들어보았으니 거기에 本을 붙인다 해도 읽는 건 갓파바시모토일 것 같거든요. 거기에 시노바스는 예전에 우에노 돌아다닐 때 지나치면서 출구를 보았는데 시노바'즈'일 것 같습니다. 시노바스노이케가 아니라 그냥 시노바즈 연못이라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고요.

뭐, 일본 지명 번역하는 것은 참, 쉽지 않지요.;;
각각 다른 책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이어 나온 책들입니다. 시리즈지요. 원서 검색을 해보지 않아, 이 시리즈가 얼마나 있고 몇 번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각권 따로 보아도 문제 없습니다.

두 권 모두 B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출간 순서대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의 순서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제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책을 내려 놓는 순간까지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았습니다. 익숙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자세히 적으면 내용 폭로가 될 터이니 아래 따로 접어서 서술하겠습니다.

일단 이 두 편도 요코미조 세이시와 느낌이 닮았습니다. 닮지만 꽤 다릅니다. 그러고 보면 B님은 이걸 두고 교고쿠도를 떠올리시던데, 저는 전혀 다른 작품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B님은 안 보셨을 듯..? 블로그 검색해보아도 이 작가는 안 보셨더군요. 저는 이쪽이 외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글 분위기는 극과 극입니다.;
괴담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도조 겐야는 산골짝에 들어갑니다. 신(神)의 가문과 마귀 가문으로 나뉜 마을은 극명하게 대립해 있는데, 도조가 들어온 뒤에 예상했던 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갑자기 오버랩 되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ㅁ-; 그쪽은 아예 저주받은 건축가(...)가 있어 그 집에서만 사건이 벌어진다지만 여기서는 도조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권은 조금 다르군요. 그쪽은 별개의 이야기로 둡니다.
하여간 도조도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출판사 편집자와의 대화에서 그런 속내, 불안감을 비추고 편집자는 우연의 일치다며 달랩니다. 하지만 자네가 미쓰다 신조의 추리소설 주인공인 이상, 이런 우연의 일치는 계속될 걸세. 하하하.;ㅂ;


이 시리즈는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을 보면 제목이 달리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당한 키워드거든요. 어떻게 키워드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은 책에 몰입하시어요.

책 편집도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비채가 책은 잘 만들긴 하는데 책 편집은 취향이 아닙니다. 활자 크기가 크고 자간이 넓어 펼쳤을 때 양 면에 들어가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 두께도 두꺼워지고 무겁지요. 읽다보면 이게 그렇게 분량 많은 것은 아닌데 책이 부피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며 보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꿋꿋하게 보고 다녔지만. 『산마』는 목요일에 끝, 『염매』는 어제 끝냈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연속으로 본 셈이군요.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책 두 권을 더 보았습니다. 하하하하; 보고서 회피모드라 그런거예요.

자, 이제부터는 책의 내용에 대해 적어봅니다.



아,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권영주씨는 제가 번역본을 꽤 많이 보았는데, 이번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B님 블로그 댓글에도 썼찌만, 『산마』는 도조와 편집자가 만난 장소를 진보 정이라 표기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냥 진보쵸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염매』에서는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특정 장면에서 인물 이름을 잘못 적은 것인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염매』 때문에 한동안 무서운 길은 못 다닐 것 같습니다. 으으으; 등 뒤에 누가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요!

미쓰다 신조. 『산마처럼 비웃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1, 12000원.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2, 14000원.



이래 놓고 오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면서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도 추가로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도 신간 나왔는데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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