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데다, 가끔은 그게 도를 지나치다보니 어머니는 샴푸에 꽤 신경을 쓰십니다. 가장 자주 쓰는 것이 댕기머리 샴푸인데 세일할 때 한꺼번에 구입했다 쓰기 때문에 가끔은 다른 샴푸를 돌려쓰기도 합니다. 선물로 들어온 것이라든지 사은품으로 받아온 것이라든지 말입니다.

얼마전부터는 목초액이 들어갔다고 광고하는 샴푸를 쓰고 있는데 액이 투명하더군요. 보통 샴푸는 색을 넣거나 불투명한 것이 보통이니 특이하다 싶었습니다. 거품이 잘 나는 것도 특징이었고요.
한데 G는 이 샴푸가 때가 잘 안 지는 것 같다면서 다른 걸 쓴다고 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썼지만 어느 날, 거품은 잘 나지만 왜 어제 감은 머리가 기름기 진 느낌일까 싶어서 샴푸를 바꾸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여분의 샴푸를 보관하고 있는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서 보고 있는데 댕기머리나 기타 한약재가 들어간 샴푸는 없더군요. 있는 것 중에서 골라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쓰는 샴푸가 한 병 더 있는 것이 보입니다.

어머니: 왜 이게 때가 잘 안질까.
K: 그러게 말예요.

그리고 샴푸 뒷면을 확인합니다. 무심코라는 말을 붙여도 좋겠군요.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합니다.

K: 이거 주방용 세제라는데?
어머니: 엉?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군요-_-)


주방용 중성세제인지 합성세제인지 그렇답니다. 샴푸가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거품이 잘났어. 주방용 세제라면 이거슨 '퐁퐁'.



lllOTL


정말로 벽에 머리박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몇 주간 사용했던 샴푸가, 샴푸가 아니라 퐁퐁이었다니. 아놔.
하지만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웃음뿐이었고, 애초에 다른 샴푸를 사용했던 G는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그 즉시 그 '샴푸'는 본래 자리인 부엌 개수대 옆으로 이동했습니다.-ㅁ-



그런 고로 샴푸든 뭐든 사용하기 전에는 꼭 용도를 확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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