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회가 7월 2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하나씩은 꼬박꼬박 챙겨보나봅니다. V&A 박물관 전시회도 그렇고, 터키문명전도 그렇고. 이번의 이슬람 보물 전시회도 그렇고 말입니다.



다만, 보시러 가시는 분들께 살짝 말씀드리자면 기대는 많이 하지 마세요.; 터키문명전에 비해 이쪽이 아래인가 싶었습니다. 지난번에 아주 강렬하게 남았던 자개박힌 코란함 같은 건 없습니다. 보석이 조금 나와 있긴 하지만 보석은 제 취향의 것들은 아니라 시큰둥하게 보고 말았네요.




작업실 들러서 책 내려놓고 책 들고 가느라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9시 정각에 맞춰 가려고 서둘렀는데, 버스 연결이 놓아서 다행히 2분전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입장권 구입하고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제가 첫 입장객이었나봅니다. 제가 나올 때 쯤에는 애들이 늘어서 시끌시끌했으니까요.
아, V&A나 터키문명전은 15000원이었는데 이번에는 12000원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물어보니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찍을 수 있답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몇 가지 찍었습니다.




유물들은 연대순, 지역별로 모아 전시했습니다. 사진은 지역별 이슬람 왕조 연표입니다.



초기 이슬람 유적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 몇 가지.


숟가락 포크. 굉장히 실용적입니다. 모양도 예쁘고요. 중기 쯤에 전시된 숟가락은 상당히 크기도 큰데, 손잡이에 온갖 장식을 해놓아서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공예 수준은 숟가락포크가 훨씬 뛰어납니다. 금속을 두드려 만든데다, 그 금속이 아마도 금이거든요.-ㅂ-;


아라비아 문자는 그림에 가까운 필기체 문자라 그런지 옷자락 등에 수놓기도 하더군요.

이전에 웅진에서 나온 세계전래동화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잠행을 하던 어느 왕이 도둑떼에 잡힙니다. 그러자 돈 벌게 해주겠다며 숨겨둔 비기(...)를 발휘해서 양탄자를 짜는데, 그 가장자리에다가 요약하자면 help me!가 되는 문구를 구구절절하게 짜넣습니다. 까막눈인 도둑들에게 주고는 이걸 왕비님께 바쳐서 팔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하지요. 워낙 섬세하게 만들어진 양탄자라, 도둑들은 그대로 들고 갑니다. 그리고 왕비님은 남편이 써놓은 글을 보고는 도둑들을 치하하고 돈을 건네줍니다. 돌아가는 도둑들 뒤에 군사들이 따라붙은 건 당연하고, 그리하여 폐하는 슬기롭게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니, 그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더라고요. 옷깃이나 소매에 신의 축복을 기리는 문구를 수놓거나 이름을 수놓는다는데 그게 흐르는 문자이다보니 정말로 장식 같아 보입니다.+ㅆ+ 전시물 중에 숄에다가 시를 수놓은 것도 있는데, 손수건에 사랑의 문구를 놓아 건네는 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어떤 것은 문양같아 보이는데 글씨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야아... 이렇다보니 러시아어보다 아라비아어가 더 배우기 힘들겠구나란 생각도....

위의 총암(맞나;)을 보면 좌우에 나란히 ωι 비슷하게 생긴 문자가 있을 겁니다. 그게 알라를 뜻하는 문자라네요. 문자인지 문양인지 헷갈리는 글자들 중에서 그나마 문자로 보이는 것들입니다.-ㅂ-



이슬람 문구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신성하다.

코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랍니다. 멋지군요.



정원 카펫 같은 것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도 그런게, 비 안와서 정원이 말라 죽어가는 시기에는 정원을 짜 놓은 카펫을 펼쳐 놓고 그 위에서 놀았답니다. 소꿉놀이가 떠오르는군요.;


코란 필사본은 필사본 성경보다 화려합니다. 금칠을 했으니까요. 아니, 성경이라고 해봐야 필사본 몇 가지 본 정도지만 코란 필사본은 정말 돈을 들이 부었습니다. 정성도 정성이지만 돈이 장난 아니게 들었을 겁니다. 서구의 문화재와 비교해볼때, 이슬람의 유물들은 장인과 기술과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갈아 넣었다니까요. 물론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장인과 기술과 시간은 넣었지만, 거기에 돈도 들어갔을테지만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실력은 넘치는데 눈을 화사하게 하는 그런 금전적인 부분은 약하더군요. 한국에서 비슷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을 들라 하면 백제 금동대향로나 신라 보관정도?





보석들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장난감으로 보입니다. 이건 잔. 유리 혹은 수정에다가 밖에 보석을 줄줄이 박아 넣었지요. 입이 닿는 부분이 두꺼워지면 쓰기 불편하지 않은가요. 하기야 저 정도 두께면 백자 밥그릇 정도의 두께인가. 요즘은 백자도 꽤 얇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찾아보질 않아서 그렇지요.;





그 외에는 궁수용반지 정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끼우는 엄지손가락용 반지라더군요. 장식 있는 것, 없는 것 해서 총 네 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목에 꼭 맞는 목걸이도 있었는데 너무 꼭 맞아서 살찌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_-;


물품들 중 상당수는 베네치아가 함께 언급됩니다. 오스만 제국이 커질 때 한창 베네치아랑 교역을 했잖아요. 그 때문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집에 있으니 언제 한 번 들여다 보아야겠네요.




튤립 직물이나 여름 카펫은 지금 써도 될 만큼 멋집니다. 솔직히 하나 짜보고 싶..-_-;;;
이쪽은 튤립 카펫입니다.




염소털 카펫은 적당히 도톰한 것이 예쁘네요. 역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타구는 ... 분명 침뱉는 그릇을 말하는 것인데 어째 보통 술잔보다 예쁜겁니까.;


식물의 역사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약물지 필사본 삽화가 전시된 것도 재미있습니다.





전체 전시물 중에서 세 번째 쯤으로 마음에 들었던 비둘기 향로, 목덜미 부분을 돌리면 분리된답니다. 세공이 상당히 섬세하더군요.





스라소니 향로도 좋습니다.-ㅂ- 모양만 따지면 이쪽이 더 취향이네요. 비둘기나 스라소니나 눈 부분은 모두 터키석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것. 스투코 타일입니다.




실제로 보면 조각이 참 예쁩니다. 왼쪽의 코끼리 보다는 오른쪽의 그리폰 비슷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요.





당연히 그리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름을 leogryph라고 적어두었습니다. 다른 생물인가 싶더군요. 어쨌건 닭벼슬 달린 앵무새에 탱탱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진 4족보행 동물(아마도 사자)를 달아 놓으면 비슷할까요. 참 귀엽습니다.



이번에도 여러 상품들이 함께 들어와 있더군요. 근데 출처가 British Museum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물 자체가 영국에서 온겁니까.


이번 판매 상품 중에는 그릇도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그릇보다 비싼 2단 케이크 접시를 만났습니다. 1780000. 0이 하나 더 들어간 것이 아니라 178만원 맞습니다. 접시 테두리에 크리스탈을 나란히 박아 넣어서 가격이 확 뛰었나보네요

8천원이었던 이슬람 문양컵도 조금은 땡겼는데 결국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세 개 샀습니다. 제가 쓰거나, 집에 보관했다나 나중에 다른 분들 선물용으로 드리거나 하려고요. 그렇게 서랍장에 모셔 놓은 물건이 꽤 있지만...




컵받침입니다. 실리콘인데, 투명해 보이는 위의 두 개는 안에 은박을 넣어서 반짝거립니다. 거기에 금색과 흰색으로 문양을 넣었고요. 아래 것은 하늘색-흰색의 조합입니다. 이쪽은 색을 직접 보면 웨지우드가 떠오르는 조합이라.

개당 4500원입니다. 그래서 세 개 홀라당 집어 들고 왔지요.

지난 터키문명전 때는 은제 티스푼을 집어 왔으니, 이제 저 컵받침에 웨지우드 찻잔을 올리고, 보름달 뜬 밤에 은제 티스푼으로 홍차를 휘저으면...........



잠이 안 오겠지요.

한밤의 홍차는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0. 옛날 옛적, G의 생일날, G는 기프티콘으로 케이크 쿠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 달 까맣게 잊고 있다가, 쿠폰 만료 3일 전에야 떠올려서 후다닥 케이크로 바꿔 왔습니다. 파리바게트의 고구마 케이크인데 맛은 그럭저럭입니다. 음, 하지만 전 파리바게트에서 제일 좋아하는 빵은 카스테라류입니다. 본델리슈 카스테라도 맛있지만 옛날 카스테라도 맛있고 이번에 나온 달걀맛 많이 나는 카스테라도 좋습니다. 그건 나중에 감상기를 따로 올리지요.


1. 팀장이 넷 있습니다. 나이는 다들 많지 않나봅니다. 갑을병정이라는 이 네 팀장 중에서 갑이 일은 제일 잘합니다. 하지만 갑은 현재 다른 팀장들과 아랫사람들에게 백안시 당하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죠...

1.1 얼마전 회사의 대우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팀장 여럿을 포함해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같이 회사에 탄원(?)을 하려고 했더랍니다. 하지만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논의해 결정해서 갑이 회사쪽에 이야기를 하기로 했는데 이게 틀어졌습니다. 갑이 그 역할을 하기로 해놓고는 안 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말이죠...
1.2  회사의 대우가 부당하다고 맨 처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을 '들쑤셔' 놓았던 것이 바로 갑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본인이, 어차피 회사를 떠날 상황이니까 괜찮다며 자기가 이야기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막판에 뒤집었는데 그게 말이죠...
1.3  회사에 '찍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먼산)

1.4 일은 잘하지만 사람 부리는 것은 못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도 안해주고, 일 시키는 것도 잘 안되고, 일을 잘 가르쳐주지도 못한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일 진척이 잘 안되면 또 버럭 화를 낸다나요. 아래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않네요.

1.5 하지만 갑은 속으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내가 회사에 나서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야'라고 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자기에게 십자가를 지운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6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인데 아주 공감이 되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제가 아는 또 다른 상황과 상당히 닮았거든요.(먼산)



2. 이번에 프랑스에서 강화도의 외규장각 도서가 일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돌아올 예정이랍니다. 거기에 일본에 약탈당했던 왕실 의궤들이 하나 둘 돌아온답니다.

2.1 그러자 강원도가 말합니다. 그거 우리 오대산 서고에서 약탈당한 것도 있다능. 그러니 우리에게 달라능!
2.2 뉴스를 보니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끌어 들여 이야기하는 모양이더군요. 동계올림픽에 구경오는 외국인들이 볼 수 있게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종교계 이야기도 나온 것을 보니 오대산 월정사나 상원사에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게 강원도청까지 합류했나봅니다. 인터뷰는 강원도청쪽에서 했더군요.
2.3 말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그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130억을 들여서 서고를 짓든 말든, 그건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연구의 편의성와 보존 관리의 편리성, 보존 관리의 적합성 문제입니다.
2.3.3  연구의 편의성. 아주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있다가 귀환하는 자료입니다. 기존의 자료들과 비교하여 어디가 다르고 어떻게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겁니다. 서지학적 연구 및 역사학적 연구가 아주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게 강원도에 있다면? 비교 연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강원도에 가더라도 최소 몇 년 간은 서울에서 연구를 충분히 마친 뒤에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3.4 보존 관리의 편리성. 있잖아요, 그거 아주 귀중한 자료입니다. 들어오면 아마 국보, 혹은 보물로 지정될겁니다. 그런 자료를 오대산 산골짝에 놓기는 좀... (하기야 오대산 월정사에도 국보급 문화재가 있을겁니다. 기억이 맞다면 진신사리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산골짝에 가져다 놓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입니다. 그렇다고 강원도 도청소재지인 춘천에 가져다 놓는다면? 아니, 저 문화재를 가져가겠다는게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겠다는 이유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춘천이 아니라 당연히 오대산에 들어가야죠. 그것도 옛 서고 자리를 찾아서 그대로 복원 + 현대적인 시설을 갖춰야 할테고요.
2.3.5 보존 관리의 적합성 문제야 뭐, 산골짝에 있으니 산사태나 눈사태나 폭우 같은 천재지변에 괜찮을까 싶은 것도 있고, 만약 산불이 나면 어쩌나 싶은 것도 있고. 하기야 그건 서울에 있어도 마찬가지겠지요. 거기에 항온 항습 방범 체제도 갖춰야 할테고. 끄응. 그거 130억 들여서 시스템 갖추는 것보다 유지하는게 더 문제일 겁니다.;


근데 옛날에 있었다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건 약간 미묘합니다. 특히 책인데. 연구해야하는 자료인데 말이예요. 연구 자료를 단순히 '관광용 상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평창에 맞출 것이 아니라 조금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연구자들이 차근차근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뒤에 오대산에, 옛 서고의 모습을 재현하고 첨단 방범방재 시스템을 겸비한 서고를 만들어 가져다 두어 박물관처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한다면 좋겠지요.
다만 책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정도의 조도에 둔다면 아무리 항온항습을 유지한다 한들 빛에 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_-; 이모저모 생각할 수록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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