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에서 발견한 광고. 보고서 뭐가 다른 건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곧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러고 아래의 문구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뭔가 걸립니다.



한국에서도 베토벤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흐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것은 문화 예술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투자라는데 말입니다. 글쎄요, 그렇게 단순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논어, 아니 맹자에 나오는 말이었군요. 양혜왕이 맹자에게 물어서 들었다는 문구로 시작하니 말입니다.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있다고요. 제가 맹자 배우면서 가장 깊이 기억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맹자 배운지도 좀 오래되어서 다 까먹었다가 다른 기회에 들어 다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쉽게 풀어 말하자면 먹고 살만해야 다른데도 눈을 돌린다라는 것인데, 한국은 먹고 살만해졌을 때 IMF라는게 왔지요. 이제 괜찮다 싶을 때 또 한 번 경제적 충격을 받았으니 다시 웬만큼 먹고 살만해진다 해도 주머니를 틀어쥐고 문화나 예술 같은, 어찌보면 쓸모 없는 것에 투자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기는 겁니다. 그게 생기려면 세대가 바뀌어서 다시 못 먹고 못 살았던 기억을 어느 정도 잊어야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럴진대 단순히 관심과 투자를 말한다라. 미묘하네요. 광고의 방향이 달랐으면 이렇게 걸리지 않았을텐데. 게다가 궁정과 귀족의 비호를 받아 잘 나갔던 베토벤과, 관심과 투자가 없어 배를 곯다가 간 고흐를 같이 놓다니. 미묘합니다. 차라리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면? 더 잘 맞았을지도 모르지요. 고흐가 뜬 것은 죽은 뒤의 일이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제대로 된 관심과 투자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흐를 놓고 말한다면 문화예술의 투자나 관심이 없어도 알아서 자란다-왠지 모 스포츠가 떠오르는..-_--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참, 마음에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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