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익점이 되고 싶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렸을 적 읽었던 어떤 책이 떠올랐을뿐입니다.
옛날 옛적에 읽었던 책이고, 워낙 오래된 책이라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 겁니다. 제가 본 것은 원주공공도서관에서였지만 지금은 폐기되지 않았을까 살짝 생각해봅니다. 확인해보러가기엔 너무 멀군요.
(책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니 직접 찾는 수 밖에는..-_-)

한국창작소설이었습니다. 삽화가 고무판화 느낌으로, 검은 색 굵은 선에 파스텔톤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더 차분하고 가라앉은 느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던 남자는 문득, 쪽염색을 되살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고향에 내려옵니다. 아버지가 지내던 시골집에 들어가 살지만 아내는 그런 생활을 못견디고 집을 나갑니다. 집을 나간 시점은 아마, 고향에 내려오기 전이었을 겁니다.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연락도 하지 않는 상태. 하나 있던 간난쟁이 아들은 남자가 떠맡습니다.
이웃집 할머니의 도움을 얻었던가요. 하여간 혼자서도 아이를 키워내면서 쪽 염료를 되살리기 위해 고생합니다. 재래(토종) 쪽씨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지만 아버지와 절친하게 지내신 어느 스님의 귀띔으로 집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달려 있는 호리병박에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걸 씨앗으로 하여 애지중지 쪽을 키웁니다.

쪽 염색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때가 처음입니다. 키르난의 주색(主色)이 쪽빛이 된 것도 그래서라지요.'ㅅ'
여기 나오는 쪽 염색법은 실제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후에 월간 GEO(지오)에서 보았던 쪽 염색법도 이와 동일했습니다. 굉장히 신기했지요.


어느 날 문득 이 책이 떠오르면서 목화를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씨앗을 구할 곳이 있을까라고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TV에서 목화재배에 대한 뉴스 기사가 잠깐 나옵니다. 오오. 이것은 지름신의 계시. 찾는자에게 떨어지나니 - 아주 쉽게 찾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싹 틔우기에 도전했다가 미생물의 방해로 실패한 연 씨앗도 다시 구했습니다. 이번에는 물에 담그지 않고 아예 다른 방법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희귀씨앗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구했습니다. 나만의 씨앗이었나.-ㅁ- 하여간 특이한 씨앗 많이 파는 곳 한 군데 있지요. 목화씨가 있길래 다른 것도 더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자금 난조를 문제 삼아 이것만 구입했습니다. 이 때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던 카모마일은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카모마일의 구입 여부를 고민하던 이유는 ..... 훗훗훗훗훗.



약봉지에 담겨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목화씨는 솜털이 겉에 붙어 있습니다. 씨앗이 여러 개 있긴 한데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있을지는 걱정되네요. 날이 추워져서 올해는 놔두고 내년에 해보려고 합니다. 부디 연이나 목화나 둘다 잘 자라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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