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최후의 일구』가 없었다면 3연타 홈런이었을 겁니다. 젠장. 그나마 힐링이 된 책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어제 상경하는 차 안에서 다 읽은 『형사의 아이』도 읽고 나서 기분이 화아아아아아악 가라앉았는데. 이걸 덮어줄 책이 미쓰다 소지의 신작 『흉가』라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앞에서 이미 내용 폭로를 해버린 셈이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모리 히로시의 이력은 찾아보지 않아도 꽤 독특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봐도 그렇지만 대학원의 생활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이게 일본만의 사례인지 아니면 한국도 그런지는 모릅니다. 거기에 공대 특성일 수도 있고요.

모리 히로시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지난 시즌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한스미디어에서 책을 재판했습니다. 번역은 무난했다고 기억하고요. 특별히 걸리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첫 작품은 읽어보았던 지라 시리즈 두 번째인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을 붙잡고 읽었는데 이것 참 묘하네요.



일단 주요 인물을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사이카와 소헤이는 N대학의 공학부 조교수입니다. 정확히는 건축학과이고 건축사쪽의 전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적 의미의 건축보다는 공학적 의미의 건축 경향이 강해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이카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니시노소노 모에. 성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답게, 쿄 & 잇페이 시리즈의 아야노코지처럼 상당한 자산가 집안의 딸입니다. 아버지가 N대학 전 총장이기도 하고요. 사이카와는 모에가 초등학생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꽤 귀엽게만 보고 있는 모양인데 모에는 사이카와에게 마음이 있습니다.(아마도)



이야기의 전개는 시간 순서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사건이 터진 현장에 있었던 세 사람이 사건 2주 후에 다시 모여서 사건의 상황을 되짚어 보겠다며 그 날 있었던 일을 반추합니다.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는 극지 연구소에 참관하러 갔다가 뒷풀이 자리에 합류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닫혀 있는 방에서 죽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요. 죽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그 직전에 있었던 실험에도 참여했고 그 방은 밀실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사망한 사람들을 죽인 이가 누구였는가가 문제지만 연구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뒷풀이에 참여하고 있어서 알리바이가 절로 입증됩니다. 외부인은 없었다고 경비원들이 증언했고요. 도대체 범인이 누군가가 문제인데, 그 와중에 시체가 또 발견됩니다.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지요. 트릭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생각하게 되고, 의심할만한 사람도 의외로 쉽게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사이카와 교수가 내내 말했듯이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그 이유를 알게되지만.


읽고 나니 다시 『모든 것이 F가 되다』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다음 책은 그걸로 낙찰. 과연 읽을 시간이 날지 모르지만 날 거라고 우겨봅니다..?



모리 히로시.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3000원.


최근에 ... 는 아니군요. 2015년 8월에 모리 히로시의 에세이 혹은 인문학 책이 나왔습니다. 이쪽도 한 번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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