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습니다.-ㅁ-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건지.

원제는 『Nature via Nurture』. 본성 대 양육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책 말미에 나오듯 결론은 대결구도가 아닙니다. 양쪽 모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 결론을 내기까지는 선천론자(유전, 본성)와 환경론자(양육)의 학설과 이론을 소개하고 반박하며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9장에서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10장에서 도덕적 모순들을 다루며 양쪽을 골고루 바라보려 합니다. 전작이 『이타적 유전자(원제: Origin of Virture)』고 그 다음 작에 『붉은 여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의 성향(?)이 어느 쪽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네요. 뭐, 유전쪽에 가깝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의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_- 마음 먹고 읽으니 마구 진도가 나가긴 하는데 앞부분은 지루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낙서가 있었습니다. 책 읽을 때 절대 낙서를 하지 않고 밑줄을 긋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런 책을 만나면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일부러 줄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읽으려고 하거든요.

직업 때문에라도 저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의 손을 들어야 하나 했는데, 읽다보니 그런 것도 아닙니다. 본성-유전적인 성향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에 대한 표현형은 주변의 자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책을 인용해서 올려볼까 했는데 잘못 올리다가는 굉장한 오해를 받을만하겠다 싶어 실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의 내용을 홀랑 다 잊어도 마지막 7-10장 정도만 읽어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9-10장이 매트 리들리가 하고 싶은 말이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엉뚱하게도 본성과 양육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p.323, 9장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서문에서.
학자는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 - 다니엘 데닛

리처드 도킨스의 새와 둥지 vs 유전자를 패러디한 글입니다. 아놔.;ㅂ;
이건 '학자는 책이 다른 책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거예요. 흑, 써놓고 보니 책이 무섭게 느껴질 따름이고.;


참, 빙고님께 들려드렸던 러셀에 관련된 이야기는 원문을 적어봅니다.



드디어 『본성과 양육』을 다 읽었으니 이제는 『안주』 읽으러 갑니다!

..
아, 그러기 전에 『음양사』도 리뷰 써야하는데.;
과학책은 잘 못 읽습니다. 읽기는 읽지만, 과학책 읽기도 추리소설처럼 하는지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조금은 남긴 남더군요. 그래도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책은 몇 번을 시도했건만 다 읽지 못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경우엔 그냥 원서를 읽는 것이 쉽게 읽힌다는데 아직 도전은 못하겠습니다.; 해볼 생각은 물론 있습니다.-ㅂ-

『붉은 여왕』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 일겁니다. 대학 시절에 처음 읽고, 몇 년 전에 두 번째 읽고,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제목의 연유는 대강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더랍니다. 하하하; .. 근데 이 책 세 번만 읽은 것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보다 더 읽은 것 같긴 한데.ㄱ-;

한줄이든 한 문단이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책 읽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맥락이 끊어졌습니다. 막판의 30%는 그래도 몰아서 보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왜 인간은, 그리고 생물은 性을 가졌으며 그것도 다성(多性)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혹은 수컷과 암컷을 대변되는 두 가지 성을 가졌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차츰 성별과 그에 따른 선택, 진화를 포함해 다양한 이론들을 거치고 논박하며 흘러갑니다. 최종 결론은? 남녀의 성별 차이와 차별에 대해 다루고 끝을 맺습니다.
생물학이지만 사회학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그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게놈』 때문에 매트 리들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게놈』에서 다룬 여러 유전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기보다는 공격을 덜 받기 위해서..?)을 지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그래도 굉장히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판타지를 보면서도 항상 궁금해했던 것-그러니까 왜 인간의 임신기간은 9개월(하고 조금 더)이며, 갓 태어난 인간은 왜 빨리 자라지 못하는가도 여기서 의문이 풀리더군요.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머리도 덩달아 커졌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9개월이 한계랍니다. 그 이상 자라면 골반뼈 사이를 아기가 통과할 수 없다네요. 제대로 성숙된 상태가 되려면 21개월은 있어야 태어나자마자 걸을텐데 그렇게까지 자궁에서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거죠.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덧붙여 생각난 두 가지.
남자가 아무리 자식을 많이 본다 해도 그 자식이 제대로 후손을 남길 수 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소설과 실제는 다릅니다만, 이런 경우도 있거든요.

1. 호주인가, 하여간 조금 황량한 분위기의 농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 새』였을거예요. 고등학교 때 본 책인데 취향이 아니라 한 두 번 보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농장의 딸래미인데 꽤 예뻤던 모양입니다? 근데 위로 오빠들이 줄줄이 있고 야만 딸이던가, 딸이 하나 더 있던가 그랬는데 오빠들 몇은 성인이 되어 후손을 보기 전에 사망. 몇은 수줍음이 많이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늙습니다. 그리고 후손을 제대로 본 것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 제대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해 결혼생활은 중도에 포기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둡니다. 그럴진대..;
아들은 신부가 되어 신학교 졸업 후에 바다에서 익사.ㄱ-
딸은 배우의 길을 걷다가 꽤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했는데 정황상 아이는 한 둘 정도만 둘 것 같더랍니다.; 그리고 농장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랑 같이 독일인지 어딘지에서 살테고요.
그러니 자손을 많이 보아도 그 다음대의 후손이 어떻게 자식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 이건 실제 사례지요.
『초원의 집』은 주인공인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 소설입니다. 결혼해서 로즈라는 딸 하나를 두었는데, 이 딸에게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준 것이, 딸이 직접 소설로 쓰라 하여 그걸 썼다더군요. 10권의 내용이 덜 다듬어진 것은 쓰던 도중에 저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보면 로러는 네 자매입니다. 메리, 로러, 캐리, 그레이스 순인데 이 중 결혼한 것은 로러 하나입니다. 메리는 열병에 걸려 시각을 잃은 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캐리나 그레이스 둘 중 하나는 병으로 사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캐리였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다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자매도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러의 유일한 딸 로즈도 결혼을 했던가 하지 않았던가, 하여간 자식이 없습니다.
딸 넷을 보았는데 결국 유전자는 이어지지 못하고... (이봐;;)

뭐, 어떤 집의 경우에는 10형제 모두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보고 하여 전체 친척 모임을 하면 100명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런 사례도 있고 저런 사례도 있는 거죠.


아마 몇 개월 묵혔다가 다시 볼 것 같습니다. 아니, 내년쯤? 그 때는 조금 마음 편히 쫓기지 않고 볼 수 있을라나요.
요즘 내내 판타지만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보니 (앞부분은 많이 졸았지만) 좋았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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