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발단은 mori님의 세일러 프로기어 핑크골드.(링크) 펜촉에 잉크가 고이는 것이 진짜 멋지더군요. 저는 만년필을 막 굴리면서 쓰는 편이라 저렇게 펜촉 끝이 아름답지 않습니다.(먼산)





마구 굴리며 쓰는 만년필도 좋다 하셔서 찍은 사진. 하하하하. 근데 폭우 쏟아지던 날 사진을 찍었더니 저런 모양이.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년필 모델명(?)을 확인하고 올려야 겠네요.






펜촉은 F입니다. 잉크는 바다색을 넣어 쓰고 있고요. 저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몇 년에 걸쳐 같은 잉크를 쓰고 있다보니 잉크 자체도 꽤 증발되어 농축되었습니다. 재작년쯤만 해도 새 잉크를 넣으면 색이 바다색-이라 부르는 살짝 녹색이 도는 진한 하늘색이었는데 지금은 새로 잉크를 넣어도 그냥 진한 파랑이나 청록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사실 잉크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새 잉크를 사야하는데, 이건 국내에서 살지 아니면 일본 여행갈 때 사올지 아직 결정 못했습니다. 아마도 후자가 가능성이 높지요. 한국에는 색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아마 녹색이나 파랑, 아니면 갈색 중에서 고를 텐데, 그 정도는 한국에도 있을 겁니다. 워터맨 전용 잉크가 정말 있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아마도. 알파문구나 교보에 가서 찾아봐야지요.



그러고 보면 이 만년필도 벌써 10년 넘었네요. 아버지가 두 번째 직장 그만둘 때, 부하직원들이 기념으로 해줬답니다. 나중에 가격을 알아보고 기암했지만.. 음... ... ... 그리고 이 회사는 아마도 C님이 건너건너 알지도 모르는 그런 회사지만.. 음...; (아마 지금은 회사 자체가 없을겁니다.-_-) 하여간 회사 퇴직할 때는 이런 선물도 받는구나 싶더라고요. 아버지가 쓰실 일이 없어서 제게 넘어왔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쓰고 있으니 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앞서 썼던 국산 만년필보다 훨씬 필기감이 좋아요. 역시 비싼 것은 다른가봅니다.(먼산2)


0. 예의 그, 홍대 돈가스집에서 모듬 돈가스를 시키면 저렇게 나온다.-ㅠ- 맨 위부터 그냥 돈가스, 카레돈가스, 칠리 돈가스, 치킨가스. 아마 그랬을거야.
사실 어제부터 간절히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집 근처에서 혼자 먹기는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저기 멀리, 신세계 백화점까지 가서 사오기는 번거롭고. 그래서 그냥 얌전히 카레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카레를 만들고 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네?;


1.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안 나가고 버티고 있는 것은 배탈이 났기 때문이다. 원인은 나도 알 수 없음.; 요즘에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장에 탈이 나는데, 가끔 그러는지라 병원 가기도 그렇고 -라고 핑계를 대면서 도피하고 있다. 쓰러질 정도까지 아프지 않으면 블로그에 주저리 주저리 써놓는 것 이상은 하지 않는다. 난 병원이 싫어.-ㅁ-/
사실 아프다 싶을 때, 아니면 아프기 시작하려 할 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병원 가는 것은 치과 뿐이다. 이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큰일이잖아. 괜히 일이 커져서 치과를 자주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골치 아프다. 집에서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편도 1시간 반쯤 걸리니까.


2. G가 요즘 『매거진 B』라는 잡지에 반해 있다. 나올 때 맞춰서 꼬박꼬박 구입하러 간다. 지금 보니 정가 1만 3천원이구만.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나름 재미있는게, 매회 특정 브랜드에 대해 분석을 해놓는다. 아니, 분석이라고는 하지만 내게는 광고 같아..ㄱ-;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군. 이전에 몇 번 리뷰 올렸던 윤광준의 명품 이야기 책과 닮았다. 자기들이 명품 혹은 좋은 물품,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왜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 인터뷰를 싣고, 상품 사진을 찍고 해놓는 것이야.
근데 대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스.; 유행을 타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드는걸. 더 정확히는 '요즘 잘 나가는 제품'이라고 하는 쪽이 잘 어울릴지 몰라. 방금 집어 들어 본 것이 라미(LAMY)인데 이것도 명품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잘나가는 상품이라고 하자니 역사도 길고 나름 질도 괜찮고. 딱 중견 브랜드(혹은 한국에서 조금 거품이 있는;) 제품을 다루는 것 같다.

아니, 원래 쓰려던 것은 그게 아니라.;

일기를 쓸 때는 볼펜을 쓰고, 대체적으로 스테들러 같은 굵은 볼펜을 사용한다. 가는 볼펜도 써봤는데 이쪽이 빨리 망가지더라. 필압이 센 편이라 그런지 가는 볼펜은 다 쓰기 전에 볼펜이 망가지더군. 그래서 스테들러를 쓰는데, 이번에는 빌려준 사람이 홀랑 볼펜을 안 주고 가는 바람에 얌전히 포기하고 다른 볼펜을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사은품인데 이것도 나쁘진 않다. 볼펜 찌꺼기가 뭉치는 것이, 모나미 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생긴다.
그 외에 자주 쓰는 필기구가 Waterman이다. 그걸 쓰니까 LAMY는 눈에 안 들어오는 거지.; 내가 산 것도 아니고 받은 것이지만 전용 잉크까지 사다가 몇 년 쓰고 있다보니 손에도 눈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이 '만년필 쓰시네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되려 당황한다. 어, 만년필 쓰는 것이 이상한가?;
(그게 아니라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라 그렇겠지.ㄱ-)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2)

『매거진 B』 LAMY 편에서 손으로 글쓰기에 대한 짧은 글을 모아 놓았더라. 그 중 소설가들의 말이 눈에, 가슴에 확 와닿았다.

"문학이라는게 농밀한 언어로 써야 하는데 기계(컴퓨터)로 쓰다 보면 속도가 빨라지고 쓸데 없이 문장이 길어지게 된다.
죽을 때까지 펜으로 작업할 것이다."
- 조정래

공감 100만배.-_-;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옮기려면 컴퓨터가 좋긴 하다. 요즘에는 생각하는 것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타자가 빨라졌으니까. 다시 말하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압축이 되지 않는다. 컴퓨터로 쓴 글과 손으로 쓴 글의 군더더기 차이를 비교하는 논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기야 소설의 군더더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없겠지. 하지만 학술 논문이나 석박사 논문에 대한 비교를 하자면, 분명 손으로 쓴 글 쪽이 깔끔하지 않을까. 그야, 손으로 논문쓰던 시대에는 원고용지에다 썼으니까 군더더기가 있으면 베끼기 더 힘드니까.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
- 김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찾아보니 작년 『에쎈』 12월호였더라. 거기에 막 『흑산』을 출간한 김훈의 인터뷰가 실렸다. 기억에는 『흑산』 역시 손으로 썼다고 했던 것 같다. 다음주에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네.
이런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쓴 소설도 손으로 다시 베껴쓰고 싶어진다. 아니, 가장 확실한 퇴고는 눈으로 하는 퇴고가 아니라 다시 쓰는 퇴고다. 그건 나도 그리 느낀다.-_-; 내 소설을 PDF파일로 만들어 두었으니, 그걸 다시 손으로 치면서, 혹은 손으로 쓰면서 보면 군살이나 비문을 더 잘 잡아낼 수 있겠지. 하지만 난 그 많은 분량을 다시 손으로 칠 자신이 없어...ㄱ-;



안도현, 신경숙, 최인호, 고 최명희씨 등의 이야기도 있다. 확실히 필사는 달라. 실제 소설가 지망생들이 소설 쓰기 연습의 좋은 훈련으로 필사를 들잖아? 유명한 작가, 검증된 작가의 소설을 직접 손으로 베끼는 것이지. 와아.; 『토지』나 『혼불』 같은 책을 베끼려면......(이하생략)


요 며칠 만년필을 죽어라 붙잡고 있었더니 손아귀가 아팠다. 하지만 이런 글을 보면 또 필사를 하고 싶잖아. 다음 여행 때 무지에서 노트를 잔뜩 사와야겠다.





덧붙임.
노파심에.-ㅁ-;
『매거진 B』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집에 있으면 나름 재미있게 볼만한 잡지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리고 시리즈로 죽 꽂아 놓으면 괜찮을테니까.


0. 스벅 마카롱은 바닐라의 칼로리가 더 낮습니다. 피스타치오과 초콜릿이 같다는게 희한하더군요. 초콜릿이 더 높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1. 손글씨 쓰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볼펜이 아니라 만년필로 쓰고 있자니 쉽지 않습니다. 저는 볼펜 특화형 필기를 했기 때문에 펜을 쓰는 것은 어렵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필기할 때는 거의 볼펜을 쓰고, 펜은 잘 안 썼습니다. 가계부랑 여행 기록은 만년필을 쓰지만 지금도 일기 쓸 때는 볼펜을 쓰지요. 그래서 가방 속에는 항상 필기도구가 셋입니다. 만년필, 굵은 볼펜, 연필. 요즘에는 연필은 잘 안쓰지만 그래도 들고는 다닙니다.
근데 의외로 잉크가 많이 드네요. 이 정도 속도라면 아마 이번에 베끼기 다 끝나고 나면 새로 잉크 한 병 사도 되겠습니다 이번엔 무슨색으로 살까. 갈색? 분홍은 그리 내키지 않고 말입니다. 언제 한 번 교보 가서 색을 둘러봐야겠네요. 알파에서도 취급하는 건 아는데, 예전에 보았던 기억에는 몇 가지 색 밖에 없었습니다.


2. 주말에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날짜 잡았습니다. 의례적인 것이라, 걱정할 것은 빈혈하고 콜레스테롤뿐이네요. 빈혈이야 이번에도 주의 등급일 것 같고, 콜레스테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도 높게 나오면 식생활을 더 뜯어 고쳐야합니다. 고칠 것도 없는데.; 아니, 아이스크림 전면 금지가 되려나요. 아니면 달걀 노른자를 아예 먹지 않는다거나?


3. 이번주는 목요일이 고비로군요. 허허. 오늘은 잊지말고 커피콩 사러 가고. 그 외에 또 뭐가 있더라?
구입했을 때의 기록이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있군요. 근데 글 번호가 158번.; 진짜 예전에 샀네요. 2006년에 구입한 걸로 나옵니다. 그런 고로 지금은 구입 당시보다 색이 많이 진해졌을 겁니다. 실제 쓰면서도 예전만큼 흐린 색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현재 반병 정도 남아 있습니다.(구입기 링크)

잉크병 상자 사진은 있는데 병 사진은 없네요. 이건 검색하시면 많이 나오니 패스.;



필기한 종이는 걸리버지 미색입니다. 살짝 노랑빛이 도는 종이지만 흰 종이(A4)에 써도 색 차이는 그리 나지 않습니다. 뒤에 있는 것은 잉크 넣으면서 썼던 휴지고요.;

진한 남색에 가깝고, 구입한지 시간이 지나서 색이 진해졌지만 그렇다고 검은색으로 보이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잉크를 사서 처음 넣어 썼던 당시에는 잉크를 넣어 크래프트지나 콩코르지에 필기하면 색이 훨씬 밝은 색으로, 묽게 돌았습니다. 그러니까 진한 바다색 쯤?;

만년필은 다이어리의 가계부 기입 및 여행 시 여행기록 기입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잉크를 많이 쓰진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써서 다음 잉크를 사게 된다면 그 때는 역시 Waterman 갈색으로 써보고 싶네요. 어떤 느낌일라나. 그러고 보니 맨 처음 썼던 파이롯트의 제도용 잉크는 몇 년 두었더니 그대로 굳더군요. 이건 조금 진해졌지만 그 외에는 쓰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역시 비싼 것이 좋은 것?;



실은 이거, thespis님께 만년필 잉크 리뷰하겠다고 하고는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올리는겁니다. 아하하;ㅂ; 늦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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