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마녀가 직접 꽃을 섭취하지 않은 이유

라푼젤의 감상기를 훑어보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라 제시된 것이 있더라고요.

1. 라푼젤의 부모는 1*년만에 만난 딸래미를 그렇게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가? 거기에 딸래미는 더이상 금발이 아니라 갈색머리칼을 하고 있었음.
2. 왜 마녀는 본인이 꽃을 먹지 않았는가?
3. 마녀가 부르는 노래는 어떻게 전승이 되었는가? 어떻게 마녀가 그 노래를 알고 불렀던 것인가?

생각하다보니 나름대로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싶어서 끄적여봅니다.


1. 결론: 왕비랑 라푼젤이랑 꼭 닮았잖아요.-ㅈ-

옛날 옛적에 읽었던 동화가 있습니다. 동화라기보다는 애들용 명작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배경이 2차대전입니다. 배경이 네덜란드였던가 프랑스였는데, 한창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끌려가던 때입니다. 소녀의 언니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일찌감치 사망했지만 그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소녀의 친한 친구는 유대인이고, 그래서 소녀의 부모는 아이를 물 건너(영국 혹은 미국)로 보내기 위해 잠시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종이 다르니 외모도 다를 수 밖에요.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이 신고를 했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게슈타포인지 경찰인지가 들이닥쳐 '저 애가 당신네 딸이란 증거를 내놓으시오!'랍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앨범을 펼쳐듭니다. 세 살 남짓의 아이가 찍힌 그 사진첩에는 검은 머리칼의 검은눈 아이가 있습니다. 그걸 보며 주인공 소녀는 죽은 언니가 갈색머리의 갈색 눈이었지만 어렸을 때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어서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한 줄 요약: 동양계는 아니지만 서양인은 어렸을 때와 머리색과 눈 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저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로맨스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파란눈이었다가 갈색으로 변한다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유전을 무시하지 마세요. 외모가 닮았다면 색은 부차적입니다.; 갈색머리 사이에서 금발머리가 나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에도 나오잖아요. 유전형과 표현형은 별개.'ㅂ' 표현형만 보고 순종이라 생각하지 말라는거죠. 다시 말해 애가 금발로 나왔다면

① 원래 애 엄마도 어렸을 적엔 금발이었다가 자라면서 갈색머리가 되었다.
② 애 조부모 혹은 조상중에 금발머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여튼 색 빼고 외모만 본다면 모녀가 꼭 닮았지요.;



2. 결론: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태양의 빛이 날아와 마법이 되어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그 꽃의 힘을 이용해 마녀는 젊음을 유지합니다. 일단 그런 마법의 꽃은 장소를 옮긴다면 ① 마법의 힘을 잃을지도 모르고 ② 죽을지도 모릅니다. 편하자고 배를 갈랐다가 황금알 하나도 못 건진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무릇 있는 그 상태로 두는 것이 최고지요.
거기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꽃을 달여 마셨더니 마법의 힘은 본인이 아니라 그 딸이 받았습니다. 납치된 아이 외엔 더 없었던 것을 보면 부작용이 그쪽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결말에서 왕비님의 외모가 시간을 초월한 것을 보아 마셔도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단 마녀 입장에서는 강한 힘을 마셨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지 않습니까. 본인이 주인공이 아닌 이상 무협지주인공이공청석유 마시듯™ 마셨다가는 주화입마가 되든 마법력 상쇄로 인해 마력을 완전히 잃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고요.

게다가, 라푼젤처럼 머리카락에 마력이 깃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라푼젤은 단 1*년 동안만 머리카락을 길렀습니다. 보아하니 배냇머리도 안 자르고 그냥 길렀던 것 같습니다. 삼손도 아니고, 머리카락을 자르면 힘을 잃는다는데... 마녀는 몇 백년 동안이나 살아왔습니다. 그 몇 백년 동안이나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면? 머리카락이 도대체 얼마나 길어질지 상상해보셨어요? 게다가 마녀의 머리카락은 소바쥬-곱슬머리입니다. 우어어억; 캔디캔디도 아니고 그 흑발 머리카락이 부글부글 부풀어 오르듯 머리에 붙어 있다 생각하면 어떻게 머리를 빗습니까.; 라푼젤은 생머리라서 브러쉬만 대면 되지만 곱슬머리는 ... 으아아아악;
머리 길러보신적 없지요? 라푼젤처럼 1*년 길렀다고 몇 십 미터나 자라지는 않지만 대개 한 달에 1cm는 자랍니다. 1년이면 최소 12cm입니다. 10년이면 최소 120cm입니다. 100년이면 최소 12미터입니다. 300년이면 36미터. 그정도 머리카락이면 무게도 엄청날테고 관리도 힘들어요. 저라면 마녀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에게 그 마법의 힘을 입혀서 부려먹지, 내가 그 마력을 차지해서 머리카락 못 자르는 불상사는 만들지 않을 겁니다.


3. 결론: 마녀가 만든 주문 아닐까?
판타지 소설에 자주 나오지요. 마법의 주문이라기보다는 의지의 힘, 혹은 마법의 힘을 끌어내기 위한 영창... 같은 것 말입니다. 저는 후자로 보고 있습니다. 마법의 꽃에서 힘을 끌어내기 위해 마녀가 부른 노래였는데, 그걸 몇 백 년이나 계속했다면 그게 마법 주문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같은 걸 마력 덩어리인 라푼젤에게 가르쳐 준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ㅂ'



쓰다보니 길어졌군요. 여튼 마녀는 참 무섭지만, 마녀보다는 마녀를 물리친 커플이 더 무섭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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