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
앞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한 권 보았는데,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식견문록>쪽이 먼저입니다.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보다 늦게 주문한 다른 책들은 다 들어왔는데도 들어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다른 책을 먼저 본 거죠. 그러다가 포기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미식견문록>이 들어왔습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이력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도쿄 출생이지만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동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면서 언어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러시아어를 통역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언어를 보면 다른 언어에도 꽤 재능이 있던 모양입니다. 본인이 몇 개국어를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 하진 않았거든요.
어쨌건 언어를 다양하게 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집니다. 그러니 똑같은 소재로 잡학을 늘어 놓더라도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미식견문록은> 그런 잡다한 이야기의 모음집입니다.식재료와 음식, 전통음식, 역사 등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글을 쓰는데, 대개는 앞서 나온 이야기의 반전이 뒤에 등장합니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중 하나가 보드카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가 보드카의 주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드카에 대해 연구한 것은 맞지만 보드카의 도수에 그렇게 많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나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식재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볼만하지만 가벼운 이야기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을 생각하면 추천하기 조금 망설여집니다. 에세이인지라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로쿰, 터키젤리, 터키시 딜라이트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권하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할바라고 하는 전통과자에 대한 이야기가 죽 이어지는데 보고 있자면 절로 혈당치가 올라가면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어렸을 적, 친구에게 얻어 먹은 터키꿀엿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이것을 다시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읽으면 무릎을 탁 침과 동시에 이란으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충동은 충동대로 놔두고 실제 결제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말입니다. 첫비행님이 챙겨주신 로쿰도 떠오르면서 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후후후.


원래대로라면 주말에 읽은 다른 책들도 몰아서 같이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미식견문록 감상이 길어지면서 따로 뺐습니다.'ㅂ'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이현진, 마음산책, 2009,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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