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모임을 가질 때면, 장소 결정은 항상 맛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번에 어디어디에 맛있는 집이 있는데 거기 가보자라든지 어디에 괜찮은 카페가 있으니 거길 가보자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명동 주변, 특히 남산쪽은 가 본일이 없었지만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는 미리 예약을 잡고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벌써 한 달쯤 전의 이야기인가봅니다. 밀리고 밀려 이제야 올리네요.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3번 출구로 나와 남산쪽 골목으로 올라가는데, 퍼시픽 호텔에서 왼쪽방향을 향해 올라갑니다.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전광수 커피하우스가 나오는군요. 거기를 지나쳐 더 올라가면 저쯤인가 싶은 언덕배기에 오른쪽으로 하얀 집이 한 채 보입니다. 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건물입니다. 그 앞쪽은 공터가 있더군요. 그래서 모퉁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약은 1층으로 잡혀 있었고, 가장 안쪽에 테이블을 붙여 마련해두셨더라고요. 자리에 앉으니 바로 옆에 있는 창문으로 밖이 잘 내다보입니다. 아마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 구조였습니다.




앞에 놓인 하얀색 앨범 같은 것이 메뉴판입니다. 런치와 디너의 메뉴가 조금 다르네요. 런치에는 전용 세트도 있으니 그쪽을 시키셔도 좋습니다. 저는 그냥 단품 메뉴로 시켰습니다. 자세한 메뉴는 싸이월드 쪽의 두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http://www.cyworld.com/restaurant_DUBU)




모듬 버섯구이 샐러드입니다.(기억이 안나서 메뉴판 다시 뒤져보고 있...;) 검은색은 발사믹 소스, 그리고 붉은 색의 실 같은 것은 비트였을겁니다. 발사믹 식초랑 구워서 따끈따끈한 버섯이 잘 어울려서 참 맛있었습니다.-ㅠ-




이것은 치즈 퐁듀라는 말에 홀랑 빠져서 주문한 빠네 퐁듀 까르보나라. 근데 소스를 보면 크림을 넣은 것 같습니다. 미국식 까르보나라라고 할까요. 원래의 까르보나라는 훨씬 뻑뻑하지요. 하지만 크림소스도 좋아하니 저는 상관없습니다. 게다가 베이컨이 듬뿍!
퐁듀는 빵을 잘라 뚜껑을 만든 다음 속을 파내고 거기에 치즈를 넣어 녹였더군요. 반 잘라보면 속까지 치즈가 차 있습니다. 아우. 찍어먹는 것보다는 그냥 먹는 것이 좋아요. 거기에 치즈 붙은 빵을 잘라 소스를 닦아 먹으면...-ㅠ-
11000원이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쪽은 런치 정식인 미뉴에트-수제 햄버거 세트입니다. 긴 접시에 담아 나오는데 세팅이 재미있군요. 9900원인데 음료 포함 가격입니다. 위쪽에 보이는 홍합 껍질은 런치 파스타 정식인 리트에서 나온 거였을 겁니다. 먹는데 바빠 다른 분들 사진은 못 찍었네요.



디너보다는 런치쪽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듀시스님이 제보하셨으니 디너는 일단 두고-저녁을 적게 먹는터라 디터 메뉴는 웬만해서는 도전하기 어렵습니다-_--, 치즈와 파스타가 땡기는 날에 홀랑 홀랑 놀러 나가봐야겠습니다. 봄이니까 남산 산책도 할 겸 말입니다.

여기서 먹고 나서 아래 전광수 커피하우스에 가려고 했더니 자리가 없더군요. 토요일 오후라 그런가, 그래서 아예 명동으로 들어가지 않고 신세계 백화점 푸드코트로 올라갔더랍니다. 핫핫;


박현정, 박은영, <키친로망>, 시공사, 2008, 10000원

한줄 요약: 가격 대 성능비는 좋지 않지만 재미있습니다.

제목을 보고 가격을 보면 괜찮겠다 싶지만 막상 책을 손에 잡고 읽으니 가격 대 성능비가 높지 않습니다. 책 자체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책을 1만원씩이나 주고 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겁니다.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딱 192 페이지입니다. 앞의 목차니 뭐니 빼고 나면 실제 내용은 그보다 짧을 것이고, 짤막한 칼럼 아래 비어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면 책의 내용은 더더욱 줄어듭니다. 그러니 가격 대 성능비는 높게 쳐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한 번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앗 뜨거워!>와 비슷한 부류(소재, 혹은 분류)의 책입니다. 책은 크게 네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셰프편, 최고의 레스토랑 이야기를 다룬 최고의 만찬, 기억에 남는 음식 이야기에 가까운 편안한 식당, 셰프의 음식기행이라는 마지막 챕터까지. 제일 재미있게 본 편은 셰프편입니다. 제이미 올리버는 없지만 고든 램지나 나이젤라, 알렝 뒤카스, 페란 아드리아 등 귀와 눈에 익숙한 여러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보고 있자면 왠지 저도 포천이나 파주나 강화 같은 곳에 땅을 사다가 농장을 가꾸며 직접 식재료를 준비해 식단을 짜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류의 셰프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생각난 김에 닭도 암탉, 수탉 해서 여러 마리 키워야 겠고 말입니다. 하하; 돼지도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서 키운 돼지는 도살하기가 나쁘니 거기까지는 손 못대죠.(....)

음식점 편은 미묘. 저는 프랑스 음식은 취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차라리 맨 뒤 챕터인 셰프의 음식기행에 실린 맛집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리고 음식점들은 주로 프랑스, 미국, 일본(도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 읽은지 30분 남짓. 리뷰를 쓰다가 문득 글 느낌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뒤져보았는데 딱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박현정이라. 이분 혹시 satbrunch(닉도 가물가물합니다)님 아니신지? 그렇다면 이 책의 제 평가는 확 떨어집니다. 워낙 성격이 나빠서 그런 류의 일은 꽁꽁 가슴 깊이 묻어두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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