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서는 동반견이라고 번역했는데 반려견과는 또 다른 용어입니다. 아마 원래 단어는 partner dog이 아닐까 싶어서 제목에도 저렇게 적었습니다. 아마 제목만으로도 B님은 이 책을 독서 예정 목록에 올리시겠지요.

제목만 봐서는 반려견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 보이는데 읽어보면 전혀 아닙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예요.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조금 헷갈렸는데 미국이 아니라 영국의 사례이고, 독립적 생활을 위한 동반견 협회라는 곳이 있어서 이들이 동반견을 선택하고 키우고 이 개들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이야기입니다. 각 챕터는 그렇게 엮인 사람과 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게 한국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더군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미 활발한 것 같고,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는 장애인에게 동반견이라는 존재를 제공하는 건 맹도견 외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실 맹도견도 수가 부족해서 원하는 사람 중 일부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맹도견이 아니라 뇌성마비 같은 선천적 마비 외에 다발성 경화증 등의 이유로 후천적 마비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개라니, 한국 상황에서는 이해가 안되지요. 근데 읽다보면 한국에도 필요한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90년대, 영국에서 어떤 사람이 동반견 육성을 시작합니다. 동반견은 몸이 불편한 사람과 짝을 이루어, 양말을 집어주고, 전등 스위치를 켜고, 옷입는 것을 도와주고, 쇼핑할 때 선반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주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합니다. 그렇다보니 맹도견처럼 리트리버 종이 많은 편입니다. 그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대체적으로 몸집이 큰 리트리버나 잡종이 많아요. 순종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거죠.
거기에 동반견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질은 머리.; 똑똑해야 하고 기왕이면 활발한 쪽이 좋습니다. ADHD(...)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발랄한 개도 좋습니다. 그런 개는 협회 이사인 니나 본다렌코가 직접 면접(!)을 보고 선발합니다. 같은 배의 꼬마들이라고 해도 선택 받는 녀석이 있고 아닌 녀석이 있더군요.

하여간 이 책은 각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협회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협회는 그 중 선별하여 각 개들과 사람들의 맞선을 봅니다. 몇 번이고 상대를 바꾸어가며 만나는데, 첫눈에 반한 상대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호흡이 잘 맞는 상대가 좋지요. 그러니까 이것도 성격이 잘 맞아야 좋은 파트너가 됩니다. 그 때문에 개의 외모에 반했다가도 다른 개랑 파트너가 되는 경우도 여럿 있습니다.

그렇게 성격을 맞춰 나가면 개들은 정말로 사람의 손과 발이 됩니다. 또 하나의 몸처럼,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같이 움직입니다. 가끔은 새로운 인생의 반려자-사람을 만날 때도 쫓아가 고르는 걸 돕더군요. 하하하; 어떤 유명한 동반견은 현금인출기에서 카드와 현금을 꺼내주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24시간 상시 대기하며 붙어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 없이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부제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는 동반견들 이야기'인데 딱 들어맞습니다. 보다보면 울먹울먹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곰씹어 생각할 부분이 많네요.


제인 비더. 『인생의 동반자들』, 박웅희 옮김. 바움, 2006, 9800원.


B님이 올리신 다른 개 관련 책을 빌리러 갔다가 옆에 있길래 덥석 집었는데 괜찮아서 만족했습니다. 음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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