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무라카미 하루키, <우천염천>, 명상, 2003


적고보니 둘다 2003년도 책이군요.

우천염천은 예전에 읽었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길래 집어들었고,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의 도입부분은 좀 지루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다가 좀 졸았거든요. 하지만 그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동물들이 겨울세계(winter world: 원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처음이 재미없다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예요.
라고까지 적고,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뒤지니 이거 참...; <숲에 사는 즐거움>(리뷰 링크)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동면을 비롯한 동물들의 겨울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이 책이고, 숲에 사는 즐거움은 곤충을 포함해 다양한 숲 생물의 생태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고요.

같은 작가입니다.lllOTL

리뷰를 뒤져보니 확실하게 나오네요. 어쩐지 읽는 내내 익숙하더라니...;
<숲에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동물들의 겨울나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들의 자세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면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비축분(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체온을 올려두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체온을 내려두면 얼어죽을 가능성이 높고.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냉동인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연구의 여지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아요.


우천염천은 하루키다운 기행기입니다. 최근 <먼 북소리>를 다시 읽었고 우천염천은 먼 북소리 도중의 그리스-터키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결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영원회귀의 바다>와 연결해서 봐도 재미있겠군요. 사진은 전혀 없고 글만 있는 여행기이지만 제가 갈 수 없는 곳-아토스 반도는 여성 출입 금지랍니다-에 대한 갈망을 한층 키웠습니다. 아, 하지만 저렇게 지낼 자신은 없어요. 저는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은 못갑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터키식 커피나 터키의 차이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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