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돌하우스 전시회입니다.

일본문화원에서 돌하우스 전시회도 가끔 열립니다. 이번이 처음 보는 것이 아닌 걸 보니 더 그렇네요. 미니어처 제작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활성화 되었으니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시품 이름을 보면 일본작가도 많으니 더 그렇고요. 이번에 보고 나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어 적어봅니다.

대체적으로 전시장의 돌하우스는 채소가게, 빵집, 꽃집이 많았습니다. 독특한 것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이 더 많았고요. 보다보니 돌하우스에 대한 제 취향이 확연히 드러나더랍니다. 예전에는 아기자기한 빵집 같은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 볼 때는 스토리가 있는 돌하우스에 눈이 더 가더군요. 그래서 가장 재미있다 생각한 작품은 맨슨 패밀리,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고흐의 침실이었습니다. 토토로 하우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난한 작품이란 생각에 위의 두 작품 아래로 놓았습니다. 기억에 확실하게 남는 건 앞의 두 가지 였으니까요. 그 외에는 기억에 희미하게 남았습니다.

이 두 작품을 보고 있으니 저도 손이 근질거립니다.
일본 어딘가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돌하우스로 제작한 작품이 있을 법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아니라 서양 오타쿠 누군가는 만들었을 거라고요. e가 붙은 앤의 집-꿈의 집도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 속에 등장하거나 이야기를 되살려주는 돌하우스가 좋습니다. 10년 가까이 전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보았던 돌하우스는 지금도 기억납니다. 백희나씨가 만들었던 구름빵 집도 재미있었고, 골디락스가 등장하는 곰 세마리의 집도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들은 만들면서 하나하나의 소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지만 거기에서 제가 이야기를 못 읽으면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니 모든 작품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딱 몇 가지 돌하우스의 사진만 올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돌하우스들은 제 마음을 움직였거든요. 오랜만에 인형의 집, 인형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말 창작욕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었습니다.


돌하우스라면 아무래도 타샤 튜더 할머니가 먼저 떠오르는데, 타샤 튜더의 돌하우스는 이날 본 돌하우스와는 조금 방향이 다릅니다. 타샤 할머니의 것은 본인이 직접 가지고 놀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이날 본 것은 전시용에 가깝습니다. 타샤 할망처럼 오븐에 진짜 불을 지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넣을 수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날 전시된 것은 인형놀이를 위한 집이라기보다는 디오라마나 미니어처에 가까울 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맨슨 패밀리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고흐의 침실, 그리고 토토로의 집. 잡다한 사진부터 먼저 올리고 그 다음에 뒤의 것부터 차근 차근 짚어 나가겠습니다. 사진이 꽤 많을 겁니다. 그게 일부만 추린 것이긴 한데.;



책장 같기도 한 독특한 집입니다. 집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그냥 좋아하는 공간으로 구성된 패치워크라고 할 수 있는데, 몇 가지 저도 좋아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떻게 보면 만화 컷 분할한 것 같기도 합니다.




퀼트공방. 저렇게 천 뭉텅이가 올려진 데서 눈이 휙 돌아갔습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것은 피크닉 박스.
저건 미니어처 말고 실물로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갖고 있어봐야 별 쓸 곳이 없지요. 저걸 들고 소풍을 자주 나갈 것도 아니고, 저렇게 여러 명이 같이 다닐 일도 없고. 오히려 1인용 소풍 상자를 만드는 쪽이 쓸모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 나갈 거면 저런 걸 들고 다니진 않을 거예요. 이거야 말로 악순환?




여기는 재봉틀까지 가져다 놓고 본격적으로 생산을 합니다. 천을 쌓아 놓은 것에 눈이 휙 가더군요. 실제 천을 반으로 접어 쌓았다 하더라도, 저렇게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천을 쌓아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할로윈 집의 안쪽에는 불붙은 잭이 있고...





이건 제목이 장난인데, 보니 바로 알겠더군요. 개의 장난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가..OTL
큰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건 제목과 바로 연상되는 장면이 재미있었습니다.




토토로의 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아이들이 이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더군요. 토토로쪽은 아마 지브리에서 나온 피규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집에서는 서재 찾기가 어렵던데. 하기야 사쓰키랑 메이의 아버지는 대학교 강사였는지 교수였는지 그렇지요. 그러니 집에 따로 서재가 있고 연구실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쪽 편은 거실.
오후로-그러니까 욕탕을 찍은 것도 있었는데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이건 크기도 크고 주제가 잘 맞아서 인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등장인물'이 있는 돌하우스네요. 나머지는 다 사람이 없습니다. 고양이나 개는 많았지만.;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돌하우스는 고흐의 침실입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는데 여기는 열어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앞의 스케치북을 슬쩍 열어보니...




헉.
그림이 아니라 다 미니어처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절묘하게 딱 저 고흐의 그림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게 다 실제 미니어처고요. 일부러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좁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도로 문, 아니 스케치북 종이를 닫고 그 구멍으로 엿보았습니다.


엿본 것은 제가 아니라 카메라. 이렇게 보니 정말 아이디어 좋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돌하우스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ㅅ+ 간결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는 첫 번째로 꼽아도 되겠지요.


하지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맨슨 패밀리입니다. 저는 맨슨 패밀리라는 제목을 보고서도 그게 뭔가 한참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처음 봐서는 이게 뭔가 했습니다. 크기는 큰데 뭐가 특별하나 하며 기웃거리다가 스쳐 지나가는데.... 2층에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보고서는 충격을 받고 고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전체를 다시 돌아보며 생각하다가 그 의외성이 괜찮다 싶어서 자세히 사진을 남겼습니다.




두 번째 보고서야 인식한 것은 저 노란색 폴리스 라인입니다. 그리고 왼쪽 잔디밭에는 피묻은 식칼이 있네요. 나무 계단에도 핏자국이 있습니다.




맨슨 패밀리가 습격한 걸까요. 문짝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파이를 비롯한 여러 음식들, 그리고 선물들. 그 위를 폴리스 라인이 가로 지릅니다.




애견용으로 보이는 캐리어. 그리고 바닥에 선명한 핏빛 그림자.




문짝에는 선명하게 맨슨 패밀리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2층 침실에는.... 으아아아아아악!



흔히 돌하우스라면 귀엽고 반짝반짝한 것인데 비해 이것은 전혀 방향이 다릅니다. 이야기가 있고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물론 다른 돌하우스도 잘 만들었고, 하나하나 뜯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돌하우스에서 떠오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넘어서, 이런 범죄현장을 구성할 생각을 하다니 탄복했습니다. 대단하세요.;ㅁ;b




맨슨 패밀리 덕분에 다른 돌하우스는 얌전한 이미지로 확 고정이 되었습니다. 다른 때라면 재미있었을 할로윈도 묻혔군요. 하하하;
하여간 보고 있다보니 그림책의 한 장면을 이런 돌하우스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도 애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강머리앤의 식사 장면이나 피크닉 장면, 그린게이블스도 좋고 레베카의 벽돌집도 좋습니다. 아니면 게드가 살았던 돌집이나, 하이디와 할아버지의 집도 좋습니다. 그렇게 미니어처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놀이고 재미일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물론 애들의 손재주에서는 절대 불가능하겠지만.ㄱ-; 그나마 손재주가 나아진 지금 저도 그런 건 무립니다.


사실 미니어처와 돌하우스 만드는 걸 보면서 예전부터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있었습니다. 중세 수도원의 예술제본 공방이나 채색 공방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걸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리고 1/3 크기로 해도 재미있겠다-가발을 안 씌우면 되니까!- 생각은 했는데 어디까지나 생각으로 끝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적으로 만든다면 팔만대장경 활판인쇄 장면. 제작 장면이 아니라 인쇄 및 제책 장면인 것은 가사 때문입니다. 거기에 머리를 틀어올릴 필요가 없지요. 벨크로가 붙은 민대머리를 노출할 수 있어! (...)

하지만 이번 돌하우스 전시를 보고 있노라니 이걸 실제로 해봐도 좋겠다 싶군요. 앞으로 은퇴까지 삐~년 남았으니, G4를 끝내고 나면 조금씩 도전해보렵니다.+ㅅ+ 괜찮아요. 시간은 넉넉하고 준비할 시간도 많아요. 그러니 조금씩 하면 되는 겁니다. 으흐흐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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