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돈까스와 돈가쓰와 돈가츠 ... 등등의 단어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려서 사전을 뒤졌습니다. 국어사전 표기는 돈까스가 맞군요. 일본어 발음 대로 하자면 돈카츠나 돈카쓰.. 여튼 돈까스 이야기입니다.

성북동에는 꽤 유명한 돈까스집이 있습니다. 왕돈까스집. 가끔 가족외식으로 다녀오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가지 않았네요. 마지막으로 갔을 때가 5-6천원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기도 하고 점점 맛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그 이상 안가게 되었지요. 지금은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다시 가볼까 싶긴 하군요.

어느 날 갑자기 고기랑 튀김이 먹고 싶었습니다. G를 꼬드겨 근처에 있던 왕돈까스 집에 갔습니다. 체인점이었던 것 같은데 가격은 7-8천원 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왕돈까스가 7천원, 치즈가 들어간 것이 9천원이었을거예요.



주문하자 바로 수프가 나옵니다. 오뚜기 수프가 아닐까 합니다만, 수프를 따르면서 조금 흘렸는지, 그릇 바깥쪽에 수프가 조금 묻었더군요.




그리고 나온 돈까스 접시. 다른 테이블에서 추가 주문하는 걸 보니 샐러드나 밥은 더 달라면 더 주는 모양입니다. 음, 제가 조금 배가 고프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았음에도 저걸 혼자서 다 먹었지요.-ㅁ-; 밥도 양이 적고 샐러드도 양이 적습니다. 사진 보고 있노라니 마카로니 샐러드가 땡기네요. 집에서 해먹을까.

가격 대비 성능비는 그럭저럭. 지역이 땅값 비싼 것으로 유명한 곳이니 임대료도 비쌀테고, 그에 따라 그 근처의 밥 가격 생각하면 이정도면 괜찮겠다 싶지만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안 들더군요. 대신 성북동에 있는 그 왕돈까스 집에 다시 갈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아. 고기고기님, 요즘 다시 땡기는 걸 보니 단백질을 섭취할 때가 되었나봅니다. (아니, 어쩌면 염분이 필요한 것일지도.)
월례행사인 생협 모임.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모이지만 일이 있으면 한 달에 두 번, 시간 맞추기 어려우면 두 달에 한 번 꼴로 모임을 갖습니다. 2월 모임은 어디서 할까 하다가 모이기 편한 종로쪽-그 중에서도 최근에 새로 생긴 페럼타워 1층에 폴 바셋이 있다 하여 거기로 장소를 잡았습니다.
페럼 타워 자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지만 폴 바셋이 어디에 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에 들어갔다 나오는 등 좀 헤맸습니다.



폴 바셋은 페럼 타워 1층에 있더군요. 지도상으로는 을지로입구역이 제일 가까운데 저는 설렁설렁 걸어갔습니다. 종로쪽에서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지요. 하지만 이 글의 중심은 폴 바셋이 아니라 다른 곳입니다.

이날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페럼타워 지하 1층에 있는 안즈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페럼타워 지하 1층에는 여러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격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몇몇은 일본에서 들어온 가게이기도 한데 맛은 그냥 그렇다고 듣기도 했고요. 그나마 가격 대 성능비를 생각하면 안즈가 괜찮다고 (다른 분께 얻어) 들었습니다. 실제 즈에 자리잡고 나서는 메뉴판을 받아보고 기암했지만 들어온 걸 어쩝니까. 저 혼자, 혹은 G랑 함께 들어왔다면 메뉴판 고이 접어 놔두고 도로 나갔을 겁니다.; 대략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중반 정도의 가격이고 그보다 비싼 세트 메뉴도 있습니다. 이쯤되니 얼마나 맛있길래 이리 비싼가 싶었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것은 커다란 그릇에 담긴 채소들. 양배추를 아주 얇게 썬 것과 다른 채소들이 들어간 샐러드를 개인 접시에 올려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됩니다. 소스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시소랑 유자가 들어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요네즈 계통 소스였다고 기억합니다. 저는 소스 없이 그냥 먹었기 때문에 별 기억이 안 남았네요.
샐러드는 다 먹으면 다시 채워주던데 첫 번째 그릇만으로도 충분히 양이 많았습니다. 샐러드 그릇 왼쪽에 보이는 것은 깨를 담은 작은 사발과 공이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깨를 갈아 사발에 바로 소스를 넣어 입맛에 따라 조절하라 하더군요. 제가 시킨 메뉴는 서로 달랐던 네 메뉴 중에서 유일하게 소스가 필요 없는 것이라 깨는 다른 분들만 빻았습니다.




제가 시킨 메뉴는 가츠나베입니다. 이거, 나오는 쟁반을 받으며 당황했습니다. 냄비가 워낙 커서 말이죠. 냄비가 커서 양이 적어 보이기도 했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리 적진 않습니다.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밥도 맛있고 미역된장국(우측 하단의 뚜껑달린 그릇)도 맛있고 해서 행복하게 먹었습니다.




제 입에는 간이 좀 셌는데 그래서 밥과 잘 어울리더군요. 소스를 밥에 뿌려 비벼 먹어도 맛있습니다. 하악..-ㅠ-
이 사진으로는 안 보이지만 고기 두께가 상당히 두껍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어떤 돈가스보다도 두껍네요. 거기에 달콤짭짤한 간장 소스가 배어 있으니.... 글쓰다가 굶주려 쓰러질 것 같습니다.;




이쪽은 뭐더라. 하여간 새우가스랑 돈가스가 같이 나오는 메뉴였습니다. D님이 시키셨는데 이것도 참으로 돈가스가 두껍더군요.+ㅠ+




이쪽은 교토식 채소절임 말이가 등장했고,




이쪽도 무슨 말이쪽..이었다고 기억을. 이 주 전 사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리고 이쪽 사진 앞에 보이는 것이 돈가스 소스입니다. 다도할 때 물 뜨는 국자 같은 걸로 소스를 퍼서 자기 사발에 담으면 됩니다. 그러니 깨를 얼마나 잘게 빻느냐, 소스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더군요. 저는 가츠나베가 간간한 편이라 소스에 찍어 먹을 생각은 안했습니다.




세트 메뉴에는 디저트가 딸려 나오는데 이날은 안닌도후(살구씨두부)였습니다. 사진 맨 위쪽에 이미 잔뜩 퍼먹은 푸딩. 아마 R모가 이 사진을 보면 광분할텐데. 이날 뒤에 일정이 있어 일찍 일어났는데 안닌도후라면 사족을 못쓰거든요.
안닌도후도 어떤 것은 화장품향 같은게 확 나는데 이건 순한 맛입니다. 부들부들한게 괜찮더군요.
앞에 보이는 건 단호박 퓨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 옆은 셔벗. 셔벗은 포도맛입니다. 살짝 발효된 것 같은 포도즙을 셔벗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단호박 퓨레에 아이스크림을 섞어 먹는 것도 맛있던데, 아이스크림은 직접 만든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색이 좀 노란색이 돌고 단단하더군요. (하겐다즈는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단호박 철이 되면 사다가 아이스크림이랑 섞어 먹어도 맛있겠다 싶었습니다. 단호박이랑 단팥이랑 둘다 섞으면..-ㅠ-




이건 떡 구이와 팥을 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래 보이는 노란색은 소스가 아니라 그릇 무늬입니다. 조청인가 싶어서 긁어보았는데 안 긁히더라고요.



이리하여 맛있는 식사를 해결했는데, 글 쓰고 있자니 또 가고 싶네요. 가격이 상당히 높지만 다른 일식돈가스집 두 세 번 갈 돈을 아껴 여기 한 번을 가겠습니다. 물론 제가 식이조절 중이라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것도 이유중 하나지만. 월급타면 주변에 누구 옆구리를 퍽퍽 찔러 다녀올까 싶네요. 훗훗훗


참, D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ㅠ+ 이 은혜는 다음번에 또 다른 심부름으로 갚겠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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