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호텔은 황거 바로 옆에 있습니다. 호텔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황거 한바퀴를 돌 수 있는 길입니다. 작년 여행 때 황거 한 바퀴를 돌면서 그 근처 지리를 대강은 파악했기 때문에 갈만하다 생각했지요. 역으로 따지면 도쿄 메트로 다케바시 역인데, 이쪽으로 다니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M님이 알려주셨지만 호텔쪽이 아니라 반대쪽에만 에스컬레이터가 있더군요. 그걸 몰라서 그 긴 계단을 20kg 가까이 되는 캐리어를 들고 올랐습니다. 정말 힘들었지요.(먼산)




도쿄역에서 꽤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물론 기준은 저고요. 걷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겐 저정도는 걸어다닐만합니다. 도쿄역까지는 걸어서 20분 안쪽이더군요. 토요일 아침에 숙소에서 8시 20분경 출발했는데 야마노테선을 54분차로 탑승했습니다. 그 정도면 대강 파악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ㅂ'

마지막 날에는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는데 아침에 6시 20분경 체크아웃하고 미리 끊어 놓았던 나리타 익스프레스 표를 바꾼 것이 6시 45분 경입니다.





(왼쪽이 KKR 호텔 건물. 다케바시 역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나 계단입니다.)


제 걸음이 조금 빠르긴 해도 저 거리에 이 정도 속도가 나는 것이 희한하긴 하죠. 사실 저 사이에서 횡단보도는 황거 바로 앞에서 한 번, 도쿄역 바로 앞에서 한 번 건넜습니다. 다시 말해 황거쪽 도로로 걸어가면 횡단보도 건널 필요 없이 죽 갑니다. 경복궁 한 바퀴 도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지만 비슷한 상황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도쿄역까지의 이동 수단을 고민하다가 그냥 도보로 갔습니다. 도쿄 메트로는 에스컬레이터가 JR 만큼 많이 설치된 것이 아니라서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JR 패스를 손에 들고 있다보니 사철을 타는 것이 망설여지더군요. 도쿄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도쿄역에서 KKR 호텔의 다케바시 역까지 가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 입니다.

1.마루노우치선을 타고 오테마치까지 한 정거장 이동한 뒤 도쿄 메트로 도자이선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 이동한다.

2.도쿄역에서 오테마치까지 걸어가서 도자이선으로 한 정거장 이동한다.


간다역으로 이동해 걸어간다와 아예 도쿄역에서붜 걸어간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습니다.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가능하긴 하더군요. 물론 이것도 제 기준. 보통 G랑 같이 가면 절대 못할 짓입니다. G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많이 못 걸어요.




호텔 체크인하면서 알았는데, 연회나 결혼식 등의 행사가 많은 모양이더군요. 여기는 아예 10층 이하와 11층-15층까지의 엘리베이터를 나눠서 이용하더라고요. 저는 13층이었습니다.





13층에는 이런 결혼식 시설이..ㄱ-; 그러니까 호텔 안에 교회 비슷한 것이 있는 겁니다. 결혼식 전용 교회지요. 아니, 교회라고 하기는 그렇고 교회의 복제품..?





카드키로 열고 들어가 캐리어 위에 백팩을 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옆에 보이는 상자는 모두 아마존 주문품. 앞서 이야기 했지만 이날 아마존 배송품 때문에 조금 많이 골치 아팠습니다.

오른편에는 거울이 있어서 백팩이 비치는 겁니다.'ㅂ' 하여간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왼편에는 옷을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오른쪽의 손잡이는 화장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좁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머무른 숙소 중에서는 중간쯤 되는 넓이네요. 재미있는 것은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것처럼 의자와 책상이 별도로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책상을 별도로 두지 않습니다. 화장대 겸용으로 쓰도록 냉장고와 같은 쪽에 거울을 놓고 쓰도록 하지요. 여긴 아예 책상이 따로 있는 겁니다. 물론 이동식이라 건들 거리지만 그래도 노트북 올려 놓고 작업하기에는 좋습니다.


거기에 작은 원형 탁자와 의자가 있고요. 램프가 놓인 곳의 구조를 봐서는 침대 두개를 놓고 빡빡하게 트윈룸으로 쓸 수도 있을 법합니다.





암막 커튼을 걷고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침대 매트리스는 꽤 넓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저기 보이는 것이 황거의 해자입니다. 그러니 아침운동하기는 딱 좋아요. 여기부터가 슬슬 오르막이 되는 곳이라, 출발해서 한 바퀴 돌면 적당히 한 시간 걸릴겁니다.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도 많아요. 교통 신호 걸릴 걱정 안하고 편하게 뛸 수 있고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숙소도 머무르는 내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맨 위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로 옆으로 수도 고속도로가 지나갑니다. 여기서도 찻소리가 꽤 들렸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침대가 삐걱거립니다. 삐걱삐걱 소리가 거슬리는군요. 허허허. 하지만 그것도 자다보면 괜찮아요. 문제는, 입구 쪽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카드키를 넣으면 방 전체의 불이 켜지고, 침대 옆에 있는 램프 아래쪽에 침대 근처의 전등, 입구 근처 전등, 침대 발치 전등을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근데 입구쪽은 작동을 안하더군요. 첫날은 켜고 잤는데 선잠이 들어서 그 다음날은 아예 카드키를 빼고 잤습니다. 이리되면 TV 같은 가전제품 빼고, 환풍기나 다른 전등까지 모두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깜깜하게 자고 싶은 마음에 이틀은 카드키를 빼고 잤지요.

물론 프론트에 이야기하면 뭔가 조치를 취하겠지만 안그래도 택배 때문에 고생한 뒤에는 만사 귀찮아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혼자 놀기에는 꽤 괜찮은 숙소인데 이모저모 걸리는 부분이 많더군요. 아마 다음에는 그냥 아키하바라 비아인 등으로 가지 않을까요. 그도 아니면 아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도큐 스테이라든지. 뭐, 방이 잘못 걸린거라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다음에 한 번 더 가고 싶네요. 무엇보다 도쿄역이랑 운동장인 황거(...)가 가깝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말입니다.

제목 그대로 도쿄의 여러 노포를 다니며 소개하는 책입니다. 일본 관련한 일을 하다가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서로가 알고 있던 집들을 소개하다가 아예 책을 낸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각 가게를 소개할 때마다 두 사람이 번갈아 옛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그와 관련된 가게를 적습니다. 지은이들이 만난 계기가 출판기획자랑 일본출판에이전시의 에이전트였다고 하니 둘다 출판사에서 일했다는 것인데... 데....
읽는 도중에 몇 번이고 이상한 부분을 집어 내다가 결국 70%쯤 나가서는 폭발해서 '이 두 사람이 기획한 책은 안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 책 자체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런 부분만 걸리지 않았다면 꽤 후하게 점수를 줬을 겁니다.
두부집도 가보고 싶고 칼이랑 가위파는 가게도 가보고 싶고, 안경노포도 가보고 싶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한 다른 가게들도 한 번쯤 들러보고 싶습니다. 도쿄에 자주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하하;

하여간 마음에 걸리는 부분 몇몇을 찾아 적어봅니다. 매번 포스트잇으로 붙여 논다 해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지금 다시 찾으려니 힘드네요.

-앞부분, 일본의 역사는 대강 넘어가고 안 보았는데, 메이지 유신이라고 쓰면서 왜 막부는 막번인가요.;ㅂ;

-132쪽. 닌교야키는 필복신이 아니라 팔복신 모양의 틀에 구울걸요.. 오타도 가끔 보이긴 했습니다.

-196쪽. (*추가. 틀린 부분을 굵은 글씨로 표기했습니다. 댓글의 지적에 따르면 이 글 자체가 오류가 있지만 일단 오타만 잡죠.)
(중략)
사실 청주는 우리에게는 정종(正宗)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정종은 사케의 대표적인 상표로 일본의 전국 시대를 누볐던 무사 다케 마사무네(마사무네의 한자 표기가 정종正宗이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사무네 가문은 명검 제작뿐 아니라 쌀과 국화로 빚은 술 '국정종'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맛있는 술을 가리켜 정종이라 불렀다고 한다.

B님이 분노하여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위의 문단에 이어..

(*역시 추가. 틀린 부분을 굵은 글씨로 표시했습니다.)
일본의 맛있는 술, 정종이 우리나라로 넘어온 건 일제강점기 때다. 마산에서 생산한 '대전정종', 부산의 '앵정종', 인천의 '표정종' 등의 상표에서 술을 만든 회사나 가문을 나타내는 대전(大典), 앵(櫻), 표(瓢) 등을 떼어버린 게 바로 '정종'이다. 그러니 청주를 정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주를 '진로'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일본의 술집에서 정종을 뜻하는 '마사무네(正宗)'를 주문하면 어떤 마사무네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 표정종인 사쿠라 마사무네(さくらまさむね)나 국정종인 키쿠 마사무네 ... (하략)

치다가 끊었습니다. 아무래도 앞 뒤 문맥이랑 같이 보는 것이 어디가 틀렸는지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하하하하. 여기서 고이 책을 덮고 싶었습니다.


-도장집 소개에서. 시연은 하는 것인가요, 보이는 것인가요.=ㅁ=




대강 여기까지. 그래도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앞에 적었듯이 마음에 드는 가게가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맨 마지막에 여행안내서로는 드물게 참고서적을 달아 놓은 것을 보고는 또 감동했거든요.

-고엔지의 풀빵, 세이후 안내를 보고는 지금 당장 뛰쳐 나가 가이덴야키를 사먹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사오려면 코엑스까지 가야하니 무리죠. 그 동그란 풀빵이 지금도 현대백화점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자부보다는 그쪽이 더 좋습니다. 촉촉하고 팥이 듬뿍 들어간 것이...;ㅠ;

-시부야의 라이온은 아마 C님이 홀리실겁니다. 클래식 전문 음악다방이라는데, 고전적인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아마 지금 주인이 사망하면 그대로 폐업할 것 같다는 점..=ㅅ=

-닛포리의 하부타에 당고는 가볼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니시키 시장의 미타라시 당고가 워낙 맛있어서 다른 곳에 갈 생각이 들려나...

-이와사키 치히로 미술관은 조금 고민을..(먼산) 그림을 꽤 좋아하지만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좋아하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으음.


여지영, 이진숙. 『도쿄의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다: 소세키의 당고집부터 100년 된 여관까지』. 한빛라이프, 2014, 1만 5천원.

간기를 보니 오탈자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랍니다. 그래서 위의 내용을 적어서 메일로 보내나 마나 슬쩍 고민중입니다. 'ㅂ'
제목을 짧게 정하느라고 앞 뒤 수식어를 다 잘랐지만 원래 문장은 이렇습니다.

"책상 위에서 펜과 종이와 가이드북과 인터넷으로 짜는 뒹굴뒹굴 여행 놀이 하기"


말은 그렇지만 그 중 하나는 날린겁니다. 항공권 예약까지 하고 발권을 남겨둔 상태에서 여행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이유는 비밀. 뭐랄까, G에게 이유를 이야기 했다가 비난 한 바구니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아예 입다물고 있기로 했습니다. 1차적인 이유는 G에게 이야기 한 것이었고, 2차적인 이유는 S에게 이야기 했지요.
요약하자면 후일을 기약한다 정도?

관련 포스팅은 이쪽입니다. http://neutrino.byus.net/runrq/551
올 추석 때 후쿠오카 여행을 가려고 계획까지 다 세워 놓았던 것입니다. 언제든 꺼내써도 좋을 여행 계획. 그러니까 나중에 부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안에는 절대 무리지만. 아니, 내년도 무리고 후년엔 딴 짓하려고 생각중이니 무리. 결국 언젠가 스트레스 게이지가 머리 끝까지 올랐을 때 카드 긁고 날라버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여행계획짜기 귀찮다는 분들은 활용하셔도 좋습니다.(먼산)


위 글을 읽으면 대강 짐작하시겠지만 도쿄여행의 경우도 일정이 90% 완료입니다. 10%는 그 동안 나올 다른 정보들에 의해 변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겨 두었고요. 실제 최근에 읽은 가이드북 덕분에 일정 변동이 생겼습니다. 이것도 확정은 아니지요. 두고 봐야 아는 것이고.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일정 뿐만아니라 금전적인 부분-어디서 얼마 쓰고 총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라는 것까지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 포스팅은 아직 비공개입니다. 올 여름이 지나면 공개로 돌리지 않을까 싶군요. 일정이 좀더 확실해지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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