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다는 사진이 중요한 글.
오늘 만렙 달성 기념으로 사다 먹은 케이크입니다. 보셔도 대강 짐작하시겠지만 밤크림 케이크지요.




하지만 겉보기는 아리따운 그대, 왜 먹는 내내 나는 다른 케이크와 바람을 피워야 했을까요. 머릿속을 떠도는 것은 이전에 만난 케이크들. 케이크의 대왕마마님이라든지 천사들이 사는 곳에서 만난 그분이라든지. 아마도 입에서 퍼석퍼석하게 느껴지는 밤 크림에, 속을 파고 들었을 때 만난 밤조각들. 이것은 흔히 밤식빵에서 만날 수 있는 밤조각의 조금 더 건조한 버전이기도 했지요. 거기에 한가운데는 붉은 색의 소스가 있습니다. 새콤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긴 하지만 밤크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한 소스. 색을 보아선 크랜베리 같지만 확신은 할 수 없군요.

가격은 비싸지만 차라리 멀더라도 P5에 가서 꿀 흰 산을 영접해야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니, 뭐, 간다 해도 허니 몽블랑이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지요.-ㅅ-;


글 쓰다보니 입맛은 날마다 괴이해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까다로운 것은 둘째치고 아무 것에나 맛있다고 느끼지도 못하고 말이지요. 치즈케이크라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그 옛날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원래 케이크 전문점에서는 포장할 때 포크를 안 주던가요? P5에서도 포크는 안 주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푸딩 숟가락은 주더란 말입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은 케이크 전문점이 아니라서 안주나. 파리바게트 같은 곳도 체인점이니 말입니다.
실은 저걸 사들고 먹으려 보니 포크가 없어서 푸드 코트에 들어가야 했더란 뒷 이야기가 있었던 겁니다. 맛없는 음식을 먹고 나서 저걸 먹었더니 그 기회비용이 생각나서 더 열받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뭐, 그렇다 해도 저 케이크 집에는 더는 안 갈 것 같습니다.



제목이 깜냥인 이유는 이 뒤에 덧붙일 이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렙을 찍었으니 슬슬 다음 레벨업도 준비를 해야하잖아요. 이모저모 생각을 하는데 문득, 결승점에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도착하고 나면 뭘 할까 고민하는 것 같다고요. 사실 지금은 하프마라톤을 달리는 중이고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고 고지가 보이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마지막 5km가 가장 어렵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 5km에 마라톤 완주 여부가 달려 있는 겁니다. 한데 지금의 저는 다음에 제가 풀 코스 마라톤-42.195km를 뛸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하프 마라톤 완주 직후에 달리겠다고 망상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지금의 제가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에는 금전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 체력이 버텨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깜냥입니다. 제가 풀코스 마라톤을 뛸 수 있을지, 그런 깜냥이 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자기를 잘 파악하라고. 지금의 네 나이라면 충분히 자기가 할 수 있을지 아닐지, 능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어렵습니다. 제 욕심과 욕망이 뒤 섞여 있으니 어느 것이 제 실력이고 어느 것이 제 욕심인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저는 자기 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보통은 둘 중 하나만 오지 않나 싶은데,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과소평가가 지나치고, 기분이 좋을 때면 과대평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제 수준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금은 하프 마라톤 완주가 목표이긴 하나, 지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저 헐떡댈 뿐, 반환점과 km 고지를 넘어섰다고 좋아할뿐이니까요. C'est la vie. 하지만 Carpe diem이라 적기엔 저는 걱정이 너무 많지 않던가요.-ㅂ-



천천히 천천히.
일단은 하프 마라톤 완주부터 합시다. 그게 끝나야 풀코스를 하든 말든 결정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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