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도시농장이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지요. 현재진행형인지는 모릅니다. 뭐, 올해 본 기사 내용 중에는 도시양봉이 있었으니 현재진행형일 것 같긴 합니다. 도시녹지의 다음 단계를 도시농업으로 보는지라. 솔직히 도시 농업에는 그리 공감하지 않습니다. 도시 농업은 농업을 지나치게 얕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이 책을 보면 농사짓기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종자나 비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력 말입니다.


노벨라 카펜터는 히피 부모 아래서 태어나 대학을 나온 뒤, 애인인 빌과 함께 자유롭게 떠돌며 생활합니다. 그러다가 정착한 곳이 오클랜드입니다. 거기서도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저렴한 슬램가의 집 2층을 차지하고, 그 옆의 공터에다 조금씩 먹을 것을 키웁니다. 처음에는 채소 몇 종만 키우다가 어느 날부터 그 규모는 점점 커집니다. 벌을 키우고 오리와 닭과 칠면조와 거위를 키우며, 그 다음에는 돼지를 키웁니다. 이 책의 끝은 돼지를 잡아 맛있게 먹는 겁니다.(...)


책의 시작은 소포입니다. 소포 안에는 거위와 오리, 칠면조와 병아리가 있습니다. 이들은 거실에서 자라다가 곧 옆의 공터로 나갑니다. 집 주인은 공터에 뭔가를 키우는 걸 묵인하지만 나중에는 한 번 뭔가를 시도합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묵인해준다는 것만해도 어디인가요.

양봉 이야기가 나오면 앞서 DIY와 관련된 책 한 권이 떠오르지만 이쪽은 성공합니다. 무사히 양봉에 성공해서 꿀을 땁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 지역은 빈민가니까요. 범죄도 자주 일어나고 살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못사는 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그와 대비되는 것은 저자인 노벨라의 언니입니다. 노벨라의 언니는 일하다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합니다. 노벨라는 첫 조카를 보기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가는데, 사돈댁-그러니까 형부의 부모님과 할머님은 농사를 오랫동안 지었다는군요. 아니, 그냥 농부가 아니라 글의 맥락에서 느껴지는 것은 프랑스의 부농에 가깝습니다. 넉넉하게 살면서 삶을 즐기는 그런 농부말입니다. 어떻게든 생활비를 아끼고 생존하기 위해 농사를 시작한 노벨라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도 거기서 토끼를 어떻게 해체하는지 배웁니다. 닭과 칠면조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중간에 친구에게서 맡아 키우기 시작한 토끼는 아직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토끼도 훌륭한 식사가 됩니다.


노벨라는 그 해 여름에 농장에서 나는 것만 가지고 식사하기로 결심합니다. 정확히는, 채집과 수렵과 농사를 통해 얻은 음식만 가지고 식생활을 꾸미는 겁니다. 채집은 근처의 과일나무에서 얻은 몇몇 과일을 의미하고 수렵은 농장에서 얻은 고기, 농사는 키워낸 채소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얻은 수확물을 교환해 얻은 식사는 가능합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입니다. 얻는 칼로리가 확 줄어들면서 몸무게도 덩달아 확 줄어듭니다. 신경질이 늘고 빌에게는 입냄새가 지독해서 키스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게 한 달이어서 망정이지 그보다 길었으면 아마 건강이 망가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 프로젝트 앞서 시작한 것이 돼지였지요. 돼지 두 마리를 낙찰 받아서 도시의 온갖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돼지를 먹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음식점을 하나 발견합니다. 도시에서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낀 음식점의 직원이 음식점 주인인 요리사를 소개했고, 요리사는 노벨라에게 돼지 해체하는 방법과 훈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약속합니다. 앞서의 농사일은 반쯤은 재미로, 반쯤은 생활로 시작했다 하면 돼지는 더 진지한 단계입니다. 그냥 텃밭이 정말로 농장이 되어가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가는 바탕이 되니까요.



약 1년간의 이야기는 돼지를 도축하고 훈제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이웃들도 많이 바뀌고 주변도 바뀌지만 농장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생각할 것도 꽤 많더군요. 읽다보니 저도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 .. 이러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노벨라 카펜터.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정윤조 옮김. 푸른숲, 2011, 12000원.


중간에 빼먹었지만 노벨라가 농장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노벨라의 부모가 잠시 시골에 들어가 농장을 운영했을 당시의 고생담을, 노벨라의 어머니가 기회가 될 때마다 매번 이야기했거든요. 결국 그 시골 생활 후 부모가 이혼했지만.....=ㅁ=



덧붙임. 이 책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블루베리책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장바구니에 묘목 담아 놓는 짓을 하죠..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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