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테이블은 두 번 가보았는데 이건 두 번째 방문 때 사온 겁니다.

첫 방문 때는 술에 담근 건포도가 듬뿍 들어가서 술향이 폴폴 나는 Weekenders라는 식빵을 사왔고, 두 번째 방문 때는 G랑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다녀왔지요. 브런치 먹던 날에 사온 겁니다.(링크)





뭔가 많지요. 전체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고, 개별 포장이 되어 있는 터라 각자가 무슨 빵인지 모르지만 패스.;
바닥에 깔린 무늬 있는 것은 버터링 쿠키입니다. 가장 멀리 보이는 비닐 포장은 당근 케이크. 이건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한 조각 먹고 나니 참, 원래 레시피에 충실하다 싶더군요. 당근 케이크의 핵심은 당근이 아니라 설탕과 기름입니다.; 달고 기름지다는 이야기입니다. 맨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동그란 것은 하드롤인데 수프에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그냥 먹어도 담백하니 좋더군요. 이에 비하면 바게트는 좀 밀도가 있는 편이고, 식빵은 밀도 있고 더 부드럽고 기름집니다.(...) 바게트도 추석 연휴 중에 G가 한 번 사와서 먹어보았습니다. 괜찮더군요.




사진으로 남긴 것은 이 브라우니 하나뿐.; 이것만 제가 제대로 독차지하고 먹어서 그렇습니다.
버터케이크도 그렇고, 브라우니도 그렇고, 당근케이크도 그렇지만 이런 류의 케이크는 다들 커다란 알루미늄(?)판에다 굽더군요. 그걸 슥슥 잘라 내놓으면 하나씩 떠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폭신하다기보다는 납작한데 그게 매력입니다. 새침떠는 케이크가 아니라 집 앞 빵집에서 사다가 평소 간식으로 먹을 것 같은 그런 케이크.
(버터 케이크는 B님의 감상을 들었는데, 이것도 달고 기름져서 한번에 다 먹기 어렵다더군요. 그래도 맛있답니다.)




중간중간 초콜릿 칩인지 토피인지 모를 바삭 씹히는 것이 들어 있습니다. 바삭 씹히지만 견과류는 아니고, 살짝 사탕화된 초콜릿 같은 느낌입니다. 특이하지요.
그리고 맛도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브라우니와는 다른 타입입니다. 폭신하거나, 진하거나, 사람의 혀를 지치게 만들 정도의 그런 맛이 아니라,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설탕 듬뿍 넣어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빵같은 느낌의 브라우니입니다. 브라우니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그런 맛과는 조금 다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초코빵.(...)
근데 그게 또 그리운 맛이란 말입니다.-ㅠ-
커피보다는 우유랑 같이 해서 점심과 저녁 사이, 엄마가 내주는 그런 간식 같은 이미지의 브라우니입니다. 아마도 가끔 생각날 거예요.+ㅠ+
아래의 떡갈비를 먹으러 갔던 날, 갈만한 커피집을 찾아 창덕궁 옆 골목길을 따라 북촌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창덕궁 옆 길을 따라 죽 걸어 올라가면 되니까요. 너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 정사각에 가까운 작고 네모난 간판에 녹색 커피잔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동네커피. 정말로 동네 커피집입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거의 모든 간식 메뉴는 다 시킬 수 있습니다. 밥 먹고도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ㅠ-




전 1차로 카페라떼와 스콘을 시켰습니다. 스콘 세트가 2천원이었나 2500원. 음료는 4천원부터 시작해서 손이 조금 많이 가는 것은 5천원, 단가가 높고 특이한 음료는 6천원 선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대추 라떼 같은 것도 있었는데 가 본지 몇 주 되었다고 그새 홀랑 잊었네요.;ㅂ;
카페라떼는 무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스콘보다는 다른 케이크가 낫더군요. 스콘은 역시 집에서 만든 것이 제게는 최고입니다.(버터 함량을 생각하면 당연한지도)




동네 토스트라는 것이 있길래 궁금해서 시켰더니 이런게 나옵니다. 잼치즈샌드위치! 식빵에 잼을 바르고 거기에 노란 슬라이스 치즈를 얹어서 저렇게 잘라놓으니 보는 재미도 있고 먹는 재미도 있군요.+ㅠ+ 이것도 가격이 3천원-4천원 사이였다고 기억합니다.




이쪽이 당근 케이크. 구겔호프 틀에 구웠나 봅니다. 이게 3500원.-ㅠ-




이쪽은 크로크무슈. 이것도 가격이 꽤 저렴했습니다. 엊그제 먹었던 스타벅스의 크로크무슈와 비교하기가 민망하군요. 물론 스벅 쪽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문제는 예전만 못한 것 같은 맛..ㄱ-;




브라우니였는지 초콜릿 케이크(가토 쇼콜라?)인지 헷갈립니다. 아마 브라우니가 맞을 거예요. 이것도 3500원이던가.


여기까지가 1차분. 한참 수다를 떨고 구경하고 놉니다. 안쪽에서는 작은 소품들도 팔더군요.



저 안에 스파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
다음엔 저 분홍 녀석도 들고 가서 같이 놓고 찍어볼까요.




2차 주문을 다들 핫초코 하시는데 저만 로열 밀크티를 시켰습니다.
우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설탕이 따로나오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단 맛이 안 납니다.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밀크티 맛이네요. 즐겁게 홀짝홀짝 홀랑 다 마셨습니다.




그러고도 저녁 대신으로 당근 케이크 한 조각 더.-ㅠ-


가끔 이렇게 동네 골목 안 쪽의 카페들을 만나면 가격도 저렴하지만 느긋한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물론 콘센트의 문제가 있지만, 최근에 발견한 집 동네 카페는 콘센트 자리까지 다 마련했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느긋하고요. 아낀다면서 아직 못 가보았는데 다음에 한 번 도전해보렵니다.
여기도 시간 내서 책 들고 놀러 가야겠네요./ㅅ/
이상(理想)의 커피가 있듯, 제게는 이상의 당근케이크도 있습니다.

이상의 커피는 꿈의 커피라고도 종종 불렀던 그겁니다. 흙내음이 살짝 풍기는, 굉장히 풍부한 향의 커피. 에티오피아 커피였지요. 아마 지금은 두 번 다시 마실 수 없는 커피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10년 전에 마신 것이니 상상으로만 남아 있고 실제 맛과 향이 그것과 일치하는 커피는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쓰다보니 피천득씨의 「인연」이 떠오르네요. 다만 이상의 당근케이크는 만들면 가능할거라 생각은 합니다. 재료 수급이 불가능한 꿈의 커피와는 달리, 당근케이크는 그럭저럭, 제 입에 맞으면 그걸로 만족할테니까요.

이상의 당근케이크는 꿈의 커피보다도 더 몇 년 전의 겁니다. 고등학교 때, 야자 시간 전 저녁식사는 보통 세 종류의 아이로 나뉩니다. 배달 도시락과 어머니가 싸주신 집 도시락, 사온 도시락의 3종이지요. 저랑 친구 An은 집 도시락파였는데 이 때 An의 어머니가 가끔 당근케이크를 넣어 주셨습니다. 당근이 송송 들어가 박힌, 독특한 향을 내는 케이크였지요. 그게 당근케이크였다는 것은 훨씬 나중에 알았는데, 진한 갈색을 내는 겉부분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맛있었다는 기억만 아련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번에 An을 만나면서 당근케이크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그제야 떠올린 듯 '근데 그 이후로는 먹어 본 적이 없어'라더군요. 아하하하;ㅂ; 역시 고3은 특별합니다.

하여간 그 당근케이크는 언제 다시 만들어보리라 결심만 하고 있었는데 엊그제 G가 갑자기 당근케이크를 시작한 덕분에 저도 끼어서 만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레시피와는 상당히 달랐으니 그건 나중에 조정해야지요.



오븐토스터로는 못 만든다고 박박 우기더니, 막상 쓸 일이 있으니 그냥 쓰더군요.
베이킹파우더랑 소다가 들어갔다고 기억하는데 저는 나중엔 그냥 파우더만 쓸 생각입니다. 저랑 소다는 잘 안 맞아요. 하여간 생각보다 높게 부풀더군요. 다음에는 70%만 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ㅂ'




여우털색이라고 종종 부르는 그런 색입니다. 저는 이보다 짙은 색을 좋아하는데 코코아파우더라도 살짝 섞어볼까요. 설탕을 1컵 넣었는데 제 입에는 상당히 달아서 설탕을 줄이고 당근 비율을 높일 생각입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하염없이 휘저어야 하는 레시피였는데 고생한만큼 상당히 폭신하고 촉촉한 케이크가 나왔습니다. 제가 원하는 묵직한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런 케이크도 좋아요. 당근이 한 컵 조금 부족하게 들어간 것도 폭신한 맛의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G 말로는 당근이 더 들어가면 더 촉촉한 맛이 날거라네요. 1/4컵 정도만 추가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 제 손으로 제대로 만들면 그 때 레시피도 슬쩍 올려보겠습니다.'ㅂ'


0. 사진 설명은 뒤에.;


1. 수면 부족입니다.
이 모든 것은 G때문입니다. 흥!

뭐, G의 핑계 댈 필요 없긴 하지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으면 되었을텐데, 미적거리며 책읽다가 11시쯤 자서 그럽니다. 어제 집에 들어가보니 G가 다른 재료들을 다 사다가 당근 케이크를 만들고 있더군요. 일단 씻고 뭘 도울까 했는데 가루 계량을 해달랍니다. 근데 전 계량하는 것이 질색이거든요. 본인이 알아서 하라 그러고 시키지도 않은 딴 짓부터 시작했습니다.
당근케이크는 집에 믹서가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믹서가 없으면 조금 중노동이 됩니다. G가 가지고 있는 조리법에는 재료를 준비하고 달걀과 설탕과 기름을 넣고 6의 속도로 믹서를 5-6분간 돌리고, 거기에 체친 가루를 넣은 뒤, 당근 간 것을 넣으면 끝입니다. 하지만 믹서가 없으니 손으로 저어야지요. 달걀 4개와 설탕 1.25컵을 넣고 거품내다가 나중에 기름을 넣고 저었습니다. 그 무게가 엄청나더군요.;
그리하여...

<SYSTEM> 키르난은 왼손으로 거품기 사용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_-
오른손만으로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결국 왼손으로 휘젓는 방법도 익혔습니다. 하하하; 절로 되더군요.

양이 많아서 두 번에 나눠 구웠는데 제 몫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제 입에는 조금 달아서 나중에 절반 분량으로 줄여 다시 만들 생각입니다. 이거 한 번 만들면서 카놀라유 반 병이 홀랑 사라진 걸 보고 기암했지만.-_-;


2. 로또에 당첨되면 무얼 할 것인가라는 망상은 다음에.; 내일 제출 보고서를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어헝헝;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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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은 아실 유명한 집이지요. 아이패드 사진을 옮기다가 저게 나오길래 올려봅니다. 요즘 꿈속에서-믹스커피를 마시면 꿈을 기억합니다-계속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여행을 가고 싶다보다는 현실 회피요소가 강합니다. 예를 들면 내일까지 마감인 보고서라거나.-_-;
미루지말고 당장 시작해야겠습니다. 여차피 여행은 13개월 남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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