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닭집이라고 하면 정말로 닭을 잡아서 그 자리에서 튀겨주는 집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 적도 있었지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냥, 닭고기 튀김집으로 바뀌었던가요. 어렸을 때의 닭집과 지금의 닭집은 서로 다른 분위기입니다.


후라이드와 양념통닭만 있던 시기에서 언제 이렇게 양념이랑 기타 부재료를 듬뿍 넣고 만든 음식이 나왔는지 기억은 가물가물 합니다. 이런 종류의 닭고기 요리는 제일 처음 본 곳이 대학로 비어오크였다고 기억합니다. 몇 번 바베큐 소스에 지글지글 굽거나 버무리거나 조리거나 한 음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양념 자체는 처음엔 좋은데 먹다보면 맵거나 짭니다. 요즘 같이 입맛이 확 가 있을 때는 맵고 짠 음식이 어렵죠. 게다가 저녁에 먹었는 걸요. 당연히 그 다음날 부었습니다. 이 때 주말 폭식이 계속 되어서 지금까지도 여파가 남았습니다. 몸 부은 것이 안 빠지네요. 식이조절의 고삐를 더 당겨야 하나.


하여간 맵고 짜기 때문에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음... 여기에 면을 비벼도 맛있겠다거나, 밥을 비벼도 맛있겠다고 생각한 걸 보니 안주보다는 반찬 개념이었나봅니다. 하하. 제가 혼자서 따로 갈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전 닭도리탕(닭찜)이나 튀김 파입니다.'ㅂ'


조림이라기엔 색이 하얗지요. 하지만 제 입맛엔 이정도가 딱이었습니다. 당근 큰 것으로 하나, 감자 두 개, 곤약 작은 것으로 한 팩, 몇 그램인지는 잊었지만 닭가슴살 3500원어치. 거기에 교토에서 사온 엷은 간장 2큰술, 양조간장(진간장) 한 큰술. 근데 G는 이걸로는 간이 안된다며 간장을 찍어 먹더랍니다. 이미 솔솔히 간이 배었는데도 말이죠.

밖에 나가서 먹는 음식은 덜한데, 집에서 먹는 음식은 저랑 G랑 간이 굉장히 안 맞습니다. 저는 간을 한 듯 안 한 듯 슴슴한 맛을 좋아하고 G는 간간한 맛을 좋아합니다. 아, 정정합니다. 집에서 '제가 만드는'(...) 음식을 기준으로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은 슴슴과 간간중에서 간간에 가까운데 저나 G나 별불만 없이 먹거든요. 제가 만드는 음식은 묘~하게 제 입에 맞춰 간이 안된단 말입니다.'ㅂ'; 달걀프라이도 제가 만들 때는 소금 안 칩니다. 치지 않아도 달걀 노른자가 짭짤하니 맛있지요.-ㅠ-

여튼 집에서 이런 조림음식이나 전골을 할 때는 그런 특징이 더 합니다. G는 소스를 듬뿍쳐서 먹고 저는 살짝 먹거나 희석해서 먹고.



그렇지만 이번 주말에 만들 음식은 간이 제대로 들어가는 거라.-ㅠ- 닭고기 듬뿍 들어간 카레를 만들까, 아니면 칠리를 만들까, 아니면 미트소스를 만들까 고민중입니다. 어느 쪽이건 고기고기고기! (...) 체력 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ㅠ-


새해 첫 날에 먹은 음식.

코스트코에서 파는 유기농 토종닭은 통짜입니다. 육계(고기용 닭)는 토막쳐서 나오는 것이 있지만 토종닭은 그냥 통으로 나오더군요. 닭도리탕을 만들려면 토막쳐야 하지만, 토막친 육계에 붙은 기름을 보니 도저히 살 마음이 들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통닭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손질한 다음 물을 잔뜩 잡고 보글보글 끓였습니다. 푹 끓여서 일부는 닭육수로 따로 얼려두고, 나머지는 그대로 감자나 기타 등등의 뿌리채소를 넣고 닭도리탕을 만들었지요. 간을 봐가면서 만들었지만 만들고 나서 보니 좀 심심하더랍니다.-ㅁ-;

사진에도 보이지만 간은 배었음에도 제 입에 맞게 굉장히 심심합니다. 하지만 전 이정도가 좋아요. 거기에 불린 당면 넣고 가래떡을 숭덩숭덩 썰어 넣어 먹은 것이 새해 첫 날 점심이었습니다.(아침은 밥) 구정을 보내다보니 신정은 그냥 공휴일이나 다름없네요.


그리고 그 마지막 남은 것을 오늘 드디어 다 먹었습니다. 어허허;
이번 주말에 또 닭고기 사다가 뭐 해먹을까 했는데 닭이고 돼지고 소고, 가격이 몽창 올라서 엄두가 안납니다.;ㅁ;
그냥 어묵 듬뿍 넣고 떡볶이 해먹을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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