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 눈에 익은(좋아하는) 배우가 지나간다 싶어 지금 검색을 해보니 틸다 언냐가 레이더에 잡힙니다.;ㅁ; 언니님, 만만세! 하지만 마이클 클레이튼은 볼 생각이 없어요.
엘리자베스 팀이 의상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데, 눈 요기는 정말 실컷 했거든요. 케이트 언니도 좋지만 상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고.; DVD는 현재 예약중입니다. 저는 <귀를 기울이면>과 <에반게리온 극장판 序>만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은 넘어갑니다. TV 화면으로 보기엔 아쉬운 영화라서 더 그렇죠.

2. 그러고 보니 다치바나 다카시. 귀를 기울이면의 성우진에서 立花陸이란 이름을 보고 패닉이 되어 찾아 본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인데 직접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책에 그 이야기가 있더군요.


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청어람미디어, 2008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나의 서재론, 공부론, 독서론", 2부는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독서노트 모음입니다. 2부보다는 1부가 훨씬 더 재미있었고 지적 자극도 이쪽이 더 좋습니다. 대신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여러 독특한 과학, 사회문제 등의 서적 이야기는 2부에서 간단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는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며, 번역된 책은 역자가 옮긴이 주로 번역 서적의 서지정보를 간략히 적어두었습니다. 번역된 책의 상당수는 저도 한 번 이상 제목을 들어본 책입니다.
하여간 이 책 1부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치바나 다카시의 교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그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덕분이라고 해아하나) <귀를 기울이면>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고요. 허허허허허; G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디서 등장했나 감도 못잡다가 시즈쿠 아버지라는데서 넘어갑니다. 그 목소리, 다시 떠올려 보면 은근히 차분하면서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분위기도 상당히 닮아 있고요. 시즈쿠의 아버지는 공공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 읽어야지, 저 책 읽어야지 하다가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스트잇을 꺼내들고 적어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는 옆에 메모지나 수첩, 포스트잇 등을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미리 적어두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적 자극도 많이 주고 공부법도 배울 수 있고 내공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쌓이는 것이다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올 한 해 열심히 머리를 갈고 닦아 보렵니다. 뇌세포가 나이먹을 수록 점차적으로 늙어간다지만 나이 든 뒤에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갈면 되는 거예요.
(단,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줄 경우 뇌세포가 자살할 수 있으니 조심합시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책 읽는 중간 중간 이 주제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몇 있었지만 꽤 긴 기간 동안 읽으면서 홀랑 다 잊었습니다. 메모라도 해둘 것을, 뭐가 바쁘다고 넘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뭉근하게 한 번 더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이니 다시 읽으면서 두 번째 리뷰를 준비하겠습니다.



3.


이루,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영진미디어, 2007 어제 G에게 오프라인에서 구입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ME를 덥석한 이후로 주변에서 필름 카메라 관련 자료를 구해놓기는 했는데 받았을 때 한 번만 훑어 보고는 그대로 서류뭉치에 들어갑니다. 두 번 보는 일이 없어서 제대로 된 책이라도 한 권 구해야 하나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주문해서 보고는 집에도 들여놓은 겁니다. 필름 카메라 관련해서 해설도 잘 되어 있고 사진도 잘 나와 있고 보기 편하게 큼직하게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정말로 초보를 위한 해설서라라니까요. 이 한 권만 독파하면 그 다음은 연습하면서 훈련하는 것 뿐.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독파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도 앞 부분만 2-3번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4. 지금부터는 다시 독서모드로 들어갑니다. <월광게임>, <쓸쓸한 사냥꾼>,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색맹의 섬>. 아빠는 요리사 95권은 아침에 읽고 G에게 넘겼습니다. 드디어 성이도 대입 막바지군요. 큐슈말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 했는데 사나에와 같은 학교로? 그러고 보니 이번 권에서는 사나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권에는 나온 것 같은데..

원래 셰 다치바나 포스트는 다녀오기 전, 후의 이야기로 카테고리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연관이 있는 이야기라 일부러 1-2로 나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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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는 이것 -> 셰 다치바나 - 고양이 빌딩 1

여섯 번째 국외 여행이자 여섯 번째 일본여행이었던 이번의 여행은 오로지 고양이 빌딩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곁다리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고양이 빌딩에 가고 싶다고 사방팔방으로 고양이 빌딩 가는 법을 알아보는데,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는 것은 주소뿐입니다. 주소만 알아도 찾아갈 수 있다라는 수준도 아니고, 누군가 안내해줄 사람이 있거나 가는 방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그 많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팬들 중에서 왜 누구 하나 고양이 빌딩의 안내기를 써주신 분이 없으신 겁니까.OTL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호회 한 곳에서 "고양이 빌딩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일본에 오면 안내해주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인형중독의 이영희님께 감사드립니다.(__)
(다치바나씨의 얼굴도 보았다하시니 정말 부럽습니다.T^T)


그럼 고양이 빌딩은 어떻게 가야하는가?


생각보다 쉽습니다.
JR 야마노테센(연두색 선이라고 저는 제멋대로 부릅니다)의 이케부쿠로에 갑니다. 이케부쿠로는 아니메이트와 K-BOOKS 등으로 널리 알려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지하철 노선도로 보자면 대개 야마노테센의 왼쪽 상단 쯤, 2호선으로 따지면 홍대나 신촌이 있을 법한 위치에 있습니다. 여기서 사철인 마루노우치센(丸ノ內線)으로 갈아탑니다. 빨간색의 동그라미가 마루노우치센의 상징입니다. 그냥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곳을 졸졸 쫓아가서 後樂園(코라쿠엔)방향으로 타시면 됩니다.(이케부쿠로에서 코라쿠엔까지는 편도 150엔입니다)
코락쿠엔은 유원지 이름으로 최근 La Aqua라고 오다이바에도 있다는 온천유원지가 개장했답니다. 거기 청룡열차(인지 뭐시긴지)는 상당히 무섭겠더군요. 가는 김에 들러보셔도 좋을겁니다.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으니까요. 코라쿠엔이 유명하다면 그 이유중 하나는 또 도쿄돔입니다. 그 유명한 도쿄돔이 여기에 있습니다. 코라쿠엔말고 카스가역도 바로 옆에 있다는데, 저는 JR에서 좀더 갈아타기 쉬운 선으로 선택했습니다.



아. 의외로 여기서 아키하바라가 가깝더군요. 다시 마루노우치선을 타고 오챠노미즈에서 JR 선으로 갈아탄 다음-야마노테센이 아닙니다-다음역에서 내리면 바로 아키하바라입니다. 그런고로 이케부쿠로와 아키하바라를 양쪽 모두 뛸 생각이 있으시다면 300엔과 약간의 시간을 들여 이렇게 찾아가는 것도 좋을겁니다.



ps. 마루노우치센은 신주쿠도 지나갑니다. 왜 신주쿠에서 안 탔냐 물으신다면......
신주쿠→코라쿠엔은 당연히 이케부쿠로→코라쿠엔보다 요금이 더 나올겁니다. JR 종일권을 가지고 있다면야 단연 이쪽이 싸죠.;(결국 교통비의 문제)


ps2. 스위트 포레스트를 비롯한 다른 이야기들은 시간될 때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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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머지 포스트들은 천천히 올라가니 기다리지 말아주세요.OTL

이글루 이사 후 첫 번째 이동 포스팅이 고양이 빌딩이 된 것은 이 여행이 제게는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여지없는 삽질형 여행이기도 했고...)

글들은 약간의 수정 외에는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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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가 우울해에서 떠다니는 구명보트라면, 시오노 나나미는 시대를 초월한 (이탈리아 중심으로한) 유럽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입니다. 그리고 이광주 교수님은 (일방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는 동류 선배입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생활의 모습을 재미난 시선으로 잡아 보여주는 재간꾼이고요.
그렇다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채찍질을 해줍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를 맨 처음 접한 것은 세노 갓파가 쓴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이란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 예전에 품절되어 있어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것인가 했는데 검색하니 나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추가 : 책이 품절이었다가 풀렸다 하는 것을 보면 안팔리지는 않나봅니다. 현재 품절. 원래 책 판형이 가로판이라 책 사진이 일그러진 것은 이해를...-_-;)


갓파라는 이름을 듣고 혹시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 상상의 동물 갓파가 이름인 사람입니다. 가명도 예명도 아니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라 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2차대전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당시 소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나이는 상당할 겁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런 몇몇 시대적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애 같은 투정이라든지 에너자이저와 맞먹는 체력이라든지 기이한 수집벽과 호기심,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도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머리 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춤을 췄습니다.
그 유유상종의 무리 중 한 명이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집이 서로 가까운 모양인지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중략)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전화로 위에서 내려다본 형태를 어떻게 그리는지 설명했더니 갑자기 오른쪽과 왼쪽의 양쪽 뇌를 동시에 사용하여, 말하면서 그림 그리는 나한테 흥미가 생겼는지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올 필요는 없는데…."하고 대답하려는 순간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였다.
그리고 나서 15분 쯤 뒤에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문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어찌나 순식간이었는지 두손들고 말았다. 집이 근처라고는 하나, 원고 마감에 쫓기고 있다면서 정말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세노 갓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 서해문집, 1999 / p.252

그런 막역한 사이인 두 사람이 또 사고를 친 것이 고양이 빌딩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뒷부분에서도 등장하지만 엄청난 자료의 무게에 2층 아파트 바닥이 늘어지는 수준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국 집 근처에 조그만 땅을 사서 자료실 전용 빌딩을 올립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총 4층 건물인데(건평은 27㎡) 땅이 좁아 삼각형의 기묘한 모양으로 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설계는 다치바나씨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했답니다.


"이 빌딩 벽을 이용해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없었가? 몬드리안처럼 색을 칠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겠는데."
다치바나씨가 말했다.
빌딩 외벽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은 끝에, 벽을 새까맣게 칠하고 고양이 얼굴을 크게 그리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치바나 씨의 집으로 돌아가서, 나는 차를 마시며 종이를 잘라 빌딩 모형을 만들어 봤다. 마을 안에 홀연히 까만 고양이 빌딩이 서 있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다. 고양이라는 것은 다치바나 씨가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다른 의미는 없다.

세노 갓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 서해문집, 1999 / p.254

이렇게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구름 그림으로는 일본 제일이라는 세노씨의 친구 시마쿠라 후치무라에게 의뢰를 합니다. 이튿날 전화를 받은 시마쿠라씨도 흔쾌히 승낙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리하여 다치바나 사무소 <셰 다치바나>에 고양이 얼굴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 세노 갓파씨가 고양이 빌딩을 그린 부감도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쪽보다는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의 그림이 훨씬 크고 자세합니다. 더불어 이 쪽책은 원래 작가가 일일이 글을 손으로 다 써서 출판한 책으로 번역 출판되었을 때도 펜글씨 전문인 분이 그림에 들어가는 여러 설명글들을 손으로 다 썼습니다. 그래서 훨씬 보기 좋지요.
(판형이 세로가 아니라 가로라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신문에 소개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보고 도서관에 주문해 읽은 뒤에 이 사람이 그 고양이 빌딩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이 워낙 소수파 지향쪽 책이라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는게 좀 아쉽습니다.
(사실 저도 모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겁니다. 도서관에서 보고 다시 서점에서 사온 경우입니다.)
<나는~>에서도 여러가지로 지적 자극을 많이 받은 터라 다른 책들도 가능하면 찾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주문해 놓은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뇌를 단련하다>를 보고 며칠 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습니다.


OTL

이거,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조금만 바꾸면 우리나라의 현실과 똑같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교육부에서 하고 있는 삽질들이 일본에서도 했던 삽질이란 이야기입니다. 남이 삽질하다가 구멍만 파고 다시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삽질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선진국이 시행한 제도라고 삽질까지 그대로 따라가니 발생한 문제점도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겁니다.

하여간 읽으면서 여러모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게 채찍질을 해준다는 것은 여기서 멈추지 말아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으면 더 나아가라.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라라는 훈계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물리학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다시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고3 기말고사 때 교과서들을 버렸던 것이 또 다시 후회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구하자니 5차 교과서를 어디서 구한답니까. 헌책방이라도 뒤져야 할까요.

간만에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책을 보고 적어봤습니다. 조만간 다치바나 다카시 컬렉션도 수집해야겠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두 개. 고양이 빌딩으로 검색했다가 찾은 겁니다.



(*추가. 나중에 알았지만 간다역이 아니라 코락쿠엔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까웠습니다. 이어서 바로 여행 포스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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